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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이

회귀한 천재공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딜쿠샤
그림/삽화
딜쿠샤
작품등록일 :
2022.08.10 02:51
최근연재일 :
2022.09.29 22: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42,237
추천수 :
3,985
글자수 :
252,033

작성
22.08.24 22:26
조회
6,251
추천
96
글자
10쪽

회귀한 천재공학자 15화

.




DUMMY

― 어. 나다.


고소에 대응할 반박 자료들을 모으던 중 김 교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으십니까.”


― 선물은 잘 받았나?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불규칙한 호흡소리.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 뭐긴 이 자식아. 글자 읽는 법도 내가 가르쳐 줘야 해? 고소장이라고 써있잖아.


“그런 뜻이 아니잖습니까.”


― 됐고, 가만 보자. 너 집 주소가 어떻게 됐더라?


“고소장 접수하실 때 확인하셨을 거 아닙니까.”


― 너도 나이 먹어 봐 인마 기억이 가물가물 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단어 선택은 여전히 저질이었지만, 목소리 톤과 말투가 이전과는 달리 조금은 상냥해져 있었다.


“주소는 갑자기 왜요. 찾아와서 협박이라도 하시려고요?”


― 협박은 무슨... 내가 그런다고 너가 순순히 당할 놈이냐. 그리고 내가 그렇게 가르친 적 없어.


“정말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이럴 사람이 아닌데.”


― 지방방송 끄고 얼른 주소나 불러 잠깐 볼 일이 있으니까.


이윽고 나는 집 인근에 있는 카페 주소를 알려주고 미리 약속 장소로 나가 김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딸랑―


그 순간 카페의 문이 열리면서 김 교수가 걸어들어왔다.


‘왜 저래? 술 마셨나?’


도저히 제정신인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비틀거리며 내 쪽으로 걸어오는 김 교수.


“어후, 술 냄새. 그럼 그렇지, 대낮부터 술이나 마시고 아주 잘하는 행동입니다.”

“뭐 이 자식아. 너가 어른들의 세계를 알아!”

“됐고요, 하실 말씀이라는 게 뭡니까?”


그래, 고소까지 하신 양반이 두 발로 찾아와 꼭 해야 할 말이 뭔지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

“왜 말씀을 못 하십니까?”


땅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김 교수의 얼굴.

아니, 누가 보면 내가 악역인 줄 알겠네.


“얼른 얘기하시죠. 이래 봬도 저 꽤 바쁜 사람입니다.”


김 교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래. 솔직하게 다 얘기하마.”


이윽고 나는 김 교수를 통해 그간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아니, 뭔 그런 새끼가.”


김 교수의 입에서 나온 황건우에 대한 얘기는 매우 악랄하게 묘사되었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나는 큰 충격에 사로잡혔다.


“근데 제가 교수님이 하는 얘기를 어떻게 믿습니까.”

“이제와서 믿어달라고 하는 것도 웃기지만 전부 사실이다.”


표정을 보아하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거짓말을 할 때 안경을 만지는 버릇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황건우가 지금 노리고 있는 인물은....”


바로 나라는 거였다.

그 순간 든 생각은 김 교수에 대한 연민도 황건우에 대한 두려움도 아니었다.


‘고작 나 하나 때문에 그런 짓을 꾸몄다고? 차기 부회장으로서 너무 섣부른 행동 아닌가?’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나.

아니, 이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검찰총장과 차기 대권주자가 연루된 일.

아마, 사건으로 접수되기 전에 모종의 세력이 제지를 하고 나설 것이다.


그렇다면 황 회장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사실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순 있으나, 과연 이번에도 황 회장이 내 말을 덜컥 믿어줄지가 의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수많은 근거가 필요할 텐데...


“그런데, 왜 이런 얘기를 저한테 해주시는 겁니까?”

“그...”

“?”

“사실, 그간 내가 너한테 너무한 거 같아서...”

“용서를 빌고 싶다는 말씀이시죠?”


웃기고 있네.

내가 니놈 속을 모를까 봐?

황건우에게서 버려지고 승산이 없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달은 거겠지, 사정은 딱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될 일이다.


“잘됐네요, 인과응보라고 생각하세요.”

“......”


스윽―


그 순간 김 교수는 아무런 대꾸 없이 테이블 위에 종이 한 장을 올려놓았다.


고소취하각서?


“뭡니까? 구걸하려고 오신 겁니까? 합의해 줄 테니 돈이라도 좀 내놔라 그런 거예요?”

“그런 게 아니다 이놈아. 그런 건 필요 없으니 피차 곤란한 상황 만들지 말고 여기에 싸인만 하라는 거다.”

“왜요,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데, 괜히 어울리지도 않는 착한 척 그만하시고 계속 진행하시죠, 뭐 어차피 결과야 뻔하겠지만.”


털썩―


도무지 본인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듯한 내 태도에, 급기야 김 교수는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제발 부탁하마. 부디 이번 한 번만 내 말 좀 들어다오.”


돌발스러운 상황에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한 편으론 또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해지기 시작했다.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그리고 일어나시죠, 제자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입니까.”


그렇다고 해서 그 마음이 이 인간을 용서할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사정이 아무리 딱해도 역시 악인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으니까.

단지 지금은 금방이라도 수도꼭지가 열릴 것 같은 눈망울에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 게 힘들었을 뿐이다.


“고소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덜컥 합의를 해달라....”

“제발 부탁이다.”

“이렇게 무릎이라도 꿇으면 제가 순순히 그러자고 할 것 같았습니까?”


이윽고 김 교수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이번 한 번만 들어주면 너가 부탁하는 건 뭐든 다 들어주마.”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키기 시작했다.

그의 제안을 덜컥 받아주기엔 그간의 악행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짝이 업었고, 그렇다고 무시하고 돌아서기엔 내 눈앞에 그는 너무나 처량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빨이 빠진 호랑이와 같은 모습.


“내가 미안하다 은호야. 내가 정말 잘못했다.”

“그 말. 정말입니까?”

“?”

“뭐든 부탁하는 건 다 들어주겠다는 말 말입니다.”

“뭐든, 뭐든 다 들어주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지금의 김 교수는 황건우에 의해 이미 모든 힘을 잃어버린 상황.

그 말은 즉 더 이상 그는 나에게 위협이 될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럼 황건우 그 새끼가 지금 어디서 어떤 작당 모의를 하고 있는지 아는대로 다 실토하시죠.”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순순히 그의 말을 따르기엔 불합리한 점이 가득했다.

응당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뭐?”

“뭡니까 그 반응은? 설마 악어의 눈물이었습니까? 대충 마무리되면 황건우랑 다시 붙어먹으시려고요?”


끝내 나에게 드러내지 않았던 속내를 들키기라도 했다는 듯, 우물쭈물거리는 김 교수.


“절대 어디 가서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나?”


결국 입을 열었지만, 나에게로 하여금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다.


“약속은 내가 아니라 교수님이 한다고 하신 거죠. 싫으면 말 하지마세요, 그냥 내가 알아서 해버릴라니까.”


김 교수는 황건우를 극도로 두려워 하는 듯 했고, 나는 그에게 황건우보다 내가 더 두려운 존재라는 걸 자각하게 해 줄 필요가 있었다.

이윽고 종이를 집어 들고 찢는 시늉을 취했다.


“자, 잠깐만!”

“??”

“아, 알겠으니까 우선 그거부터 먼저 내려놓지.”

“그 전에 제 대답이 먼저입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좀 정신을 차렸나 했는데 역시나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그걸 알아서 어쩌려는 건데? 설마 그 인간하고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분명히 말씀드지만, 저는 참을성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앞으로 셋 샐 때까지 말씀하지 않으신다면 그냥 법원에서 뵙는 걸로 알겠습니다. 자, 3.”


이윽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시간은 계속 갑니다. 2.”


하나,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우물쭈물해 하는 김 교수.


“1”

“황건우 본부장 휘하에 조직폭력배가 움직이고 있다.”


급기야 김 교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모든 행동을 멈추게 했다.


“더 말씀해 보시죠.”

“서울 목포파라고 무시무시한 놈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놈들이 황건우의 사주를 받고 움직이는 모양이야”

“그건 방금 하신 말씀 아닙니까. 다른 걸 더 말씀해 보시라구요.”

“내가 알고 있는 건 이게 전부야.”


안경에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럼 이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이윽고 나는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던 펜을 집어 들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이윽고 각서에 서명을 한 뒤 김 교수에 건넸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고작 이런 각서에 서명 한 번 해줬다고 당신에 대한 증오가 사라진 건 아니니까.”


그렇게 김 교수가 자리를 떠나고 카페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중이었다.


* * *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연구소장님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 말씀이신 거죠?”

“네. 안 그래도 집에도 계속 여러 번 찾아가 보고 연락도 계속 드려 봤는데 깜깜무소식이에요.”


한경아의 말을 빌리자면 즉 이런 얘기였다.

얼마 전 소학준 연구소장은 GS와 인수합병을 위해 강남 모 술집에 방문했었다고 한다.

그 자리는 GS의 바이어들 뿐만 아니라 국내 거물급 인사들마저 참석했던 자리.


“분명 CCTV에는 들어간 모습이 남아있는데, 왜인지 모르게 나오는 장면이 없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게 무슨.... 경찰에 신고는 해보신 건가요?”

“그럼요. 당연히 했죠, 근데 참 이게 이상한 게 분명 한두명이 신고를 한 게 아닌데. 아예 사건처리 자체가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에이... 그럴 리가 있나요, 요즘 같은 시대에.”


황지훈은 애써 한경아의 말을 부정하려 했지만 이윽고 돌아오는 한경아의 말은 그런 생각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었다.


“혹시 모르죠, 저희 대표님께서도 매일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거든요. 세상이 다 니들 상식 안에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고. 때로는 말로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나 뭐라나.”




.


작가의말

오늘은 분량이 너무 짧아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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