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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이

회귀한 천재공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딜쿠샤
그림/삽화
딜쿠샤
작품등록일 :
2022.08.10 02:51
최근연재일 :
2022.09.29 22: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42,236
추천수 :
3,985
글자수 :
252,033

작성
22.08.30 22:20
조회
5,375
추천
88
글자
12쪽

회귀한 천재공학자 20화

.




DUMMY

“누구··· 시죠?”

― 그러는 그쪽은 누구신데 이 새벽에 전화를 다 거셨데요?


그러고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문득 스마트폰 속 시계를 바라보니 시침은 새벽 1시를 향해 있었다.

내 전화 때문에 잠이 깬 건지 가라앉은 듯한 여성의 목소리.


“소학준 연구소장님한테 볼 일이 있어서 연락드렸는데요.”

― 아······. 지금 주무시는데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주은호라고 합니다.”

― 네!?

“왜, 왜 그러시죠?”

― 헐, 제 목소리 기억 안 나세요?


목소리로 가늠해 봤을 때 얼핏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누구신데요?”

― 이거 좀 서운하네요······. 박람회 끝나고 보자고 했더니 연락도 안 주시고.

“혹시 한경아 주임님이십니까?”‘


급히 나를 버리고 도망갈 정도였다면, 분명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간 걸 텐데······. 이 여자는 도대체 소학준 그 인간이랑 어떤 사이지?


“아, 죄송합니다. 일이 조금 있었어서, 근데 소학준 소장님이 댁에 같이 계시는 건가요?”

― 네. 갑자기 연락하셔서 잠깐만 신세 좀 진다고 하셔가지고······. 근데 저희 소장님은 왜요?


다행인지 그 이후에 별일은 없었나 보구만.


“우선 그건 만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소 찍어드릴 테니 내일 소장님 데리고 잠깐 보시죠.”


집에까지 찾아가서 몸을 숨겨줄 정도라······

보통 직장 선후배 사이에 이 정도까진 안 하지 않나?

뭔가 특별한 사이일 것 같기는 한데.

우선 만나서 물어보지 뭐.


― 나참, 무슨 부탁을 그렇게 명령조로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하여간 이상한 사람이네. 일단 알겠어요. 내일 소장님 모시고 그쪽으로 갈게요.


집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를 넘기고 있었다.


꼬르륵―


그러고 보니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네.

무심코 찬장을 열어보니 그곳엔 온통 라면과 참치 통조림만이 가득했다.


“도대체 이 시절의 나는 이런 것만 먹고 어떻게 살았던 거지.”


냄비를 꺼내 물을 올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 이제 이런 걸 먹고 살 필요가 없잖아?”


침대에 던져 놓았던 스마트폰을 들고 배달앱을 실행시킨 순간 무수히 많은 가게 상호들이 줄을 지어 나타났고, 한식, 일식, 중식부터 양식, 분식, 디저트류까지 종류의 구별없이 전부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역시 서울은 이래서 좋다니까.”


아마 다른 곳이었으면 이런 건 상상도 할 수 없었겠지?

종류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이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가게가 많다는 건 서울이 유일할 테니까.


띵동―


“나가요~”


이윽고 시켜놓은 음식들을 가지러 현관문을 연 순간.

배달 기사 여러명이 우리집 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진풍경 펼쳐졌다.


“무슨 원룸촌에서 혼자 이렇게 많이 시키는 사람이 어디있데요? 뭐 파티라도 하시나?”

“하하······.”


이렇게 시켜도 아직 통장에는 티도 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마땅히 큰돈이 나갈 일도 없었고, 더군다나, 그동안 황건우 때문에 개발은 진행도 하지 못했으니, 이 정도 일탈쯤이야 즐길 명분이 확실하지.


“그냥 이참에 나도 차나 하나 살까.”


행복의 나래를 펼치던 것도 잠시.

배달 음식을 먹으며 웹서칭을 하고 있던 그때, 뉴스 기사에서 오늘 있었던 사건에 대한 보도가 올라오고 있었다.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일명 서울 목포파라는 조직의 아지트 발견. 공장 내부에선 마취제 성분의 불법 화학약물 발견 돼.]

[TK 그룹 장남 ‘황건우’ 투자금 은닉 정황 드러나.]


TK 그룹 오너가라는 막대한 명성을 가슴에 안고도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이래서 애를 너무 오냐오냐 키우면 안 되는 건데.”


아마 황건우가 나를 건드리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일치감치 몰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이번일을 계기로 자신이 그토록 친구라고 믿던 무소불위의 권력들마저 돌아섰을 터. 두 번 다시 재기는 꿈도 꾸지 못할뿐더러. 세상 모든 게 무너진 느낌일 테지.


“황 회장님한테는 좀 미안하긴 하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으니까.”


일전 황 회장의 표정 때문에 괜히 마음이 쓰였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멈췄다.


“조만간 또 큰 선물을 드려야겠네.”


* * *


똑똑―


“예,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경아와 소학준 연구소장.

그리고 그 옆엔 그들을 안내하는 황지훈이 있었다.


“대표님, 손님 오셨습니다.”


그러곤 선반에 받쳐있는 믹스 커피 세잔을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왜 이래 이거, 징그럽게.’


아무래도 공과 사는 구분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응······. 고마워요.”


이윽고 그들을 의자로 안내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거,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우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이 은혜는 두고두고 갚겠습니다.”

“그런 말을 듣자고 도왔던 건 아닙니다. 뭐 그리고 어차피 황건우에게 갚아줘야 할 빚이 있었기도 하고요.”

“그럼 왜 오늘 보자고 하신 거예요?”


소학준과 내 대화를 잘라내고 자신의 말을 이어가는 한경아. 어딘가 새침때기 같은 표정이었다.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제가 오늘 만나자고 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어차피 이번 사건에 연루된 금강제철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일테고, 아무래도 지금 두 분은 실직자가 되신 거잖아요?”


정곡을 후벼파는 내 멘트에 한경아와 소학준은 일동 당황했다.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내쉰는 소학준 연구소장.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서 아직 뭐 특별한 계획이 없으시다고 하면 두 분께 특별한 기회를 드리고 싶은데.”

“?”


굳게 잠겨져 있던 책상 서랍을 열고 이전에 소학준에게 전달하려 했던 서류를 꺼내 보였다.


“혹시, 저랑 같이 일해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서류를 건네 받고는 이내 눈이 동그래지기 시작하는 소학준 연구소장.

연신 서류와 나를 한 번씩 번갈아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이게 대체 뭔······. 이걸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놀라는 반응이 당연하다.

철저한 보안 사항으로 여겨지는 기가 스틸 연구였기에, 아직 자신 또한 알지 못하는 디테일한 기술을 외부인의 손에서 건네받은 순간 의심과 황당함을 금치 못했을 거다.

하나 이것저것 하나하나를 다 설명하자니,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물음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나저나, 어떠신가요?”

“음······ 확실히 이 정도면 적어도 5년 이상은 단축시킬 수 있겠네요.”


과연 소학준 소장은 예상대로 이해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구만.”


서류가 뚫어질 듯 쳐다보는 소학준 소장.

문득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는지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섭씨 800도까지 달군 후······.”


마침 핵심 기술이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찰나였고,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었던 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앗, 방금 전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십쇼.”


갑작스러운 절단 신공에 미친 듯이 그 다음 말이 뭐였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더 말씀하셔도 괜찮은데······.”

“아닙니다. 이건 대외비라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지 말고. 섭씨 800도가 뭐 어쨌다고요?”


어떻게 하면 그를 내 쪽으로 만들 수 있을까 궁리를 하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안 될 것 같습니다. 은혜는 다른 식으로 갚겠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삑―


“예 대표님.”

“황 이사님 그거 들고 잠시만 방으로 와주시겠어요?”


호출에 응한 황지훈은 한 손에 USB를 들고 방으로 찾아왔다.


“부르셨습니까?”

“예, 이사님도 일단 이쪽에 같이 앉으시죠.”


앞으로 걸어가 TV에 USB를 꼽았고, 이내 그 안에선 일전 수소 인프라 사업 구상에 대한 자료가 등장했다.


일제히 모두의 시선이 TV 쪽을 향했다.


“이건 뭡니까?”

“기다려 보시죠, 아마 이걸 보고 난 후에 방금 같은 생각을 하실 수 없게 되실 겁니다.”


화면에 비춰지는 인프라 조성도.

그리고 철저한 공정에 대한 설명과 사업 계획까지.


“물론 아직 구상도이긴 하지만, 저희에겐 저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있습니다. 예컨대 자본이라고 한다면 지금 제 옆에 계시는 이분.”

“?”

“TK 그룹의 막내아들이시자, 저희 코어 코퍼레이션의 지주이신 우리 이사님께서 꽉 잡고 계시고 기술적으로 보자면, 현재 저희 업체는 최소 10년 이상 TK에 몸을 담궜던 고학력 스펙을 갖춘 연구원들이 10명이나 있으니까요.”


이 말을 들은 소학준 소장은 구미가 당겼는지 TV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더군다나, 소장님이 저희 회사로 오셔서 연구에만 성공해 주신다면, 높은 자리는 물론 보수 역시 서운하시지 않게 챙겨드릴 것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이 말을 방증이라도 하듯 지금 소학준 소장의 표정은 매우 달아올라 있었다.


“음······. 뭐, 흥미로운 얘기이긴 하네요. 근데, 왜 하필 접니까? 저야 경력이라고 해봤자 철강회사밖에 없는데?”

“그야 저 상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선 기가 스틸이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소장님은 그걸 해내실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시잖습니까.”


거듭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소학준 소장.


“음······.”

“혹시 조건이 마음에 안 드세요?”

“좋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당연히 제가 도와야죠.


그 순간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경아 씨도?”


굳이 한경아까지 스카웃 할 이유는 없었지만, 어쨌든 그녀 또한 기가 스틸의 핵심 연구원이었고, 아마 그녀가 같이 있는 게 소학준 연구소장에게도 도움이 되겠다는 이유에서 였다.


“저는 생각 좀 해볼게요.”


여전히 새침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자리를 떠나는 한경아.


“왜 저래?”

“냅두십쇼, 저러다가 말 겁니다.”


갑작스러운 한경아의 돌발 행동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데, 소장님은 한경아 씨랑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아, 하하하. 제 조카 녀석입니다.”

“네?!”

“애가 좀 겉으론 떽떽거리는 것 같아도 속은 그렇지 않은 아이에요.”

“그렇다고 하기엔 좀······.”


띠리링―


그순간 어김없이 울리는 소학준 소장의 전화통화.


“왜?”

― 삼촌! 빨리 나와, 집에 안 갈 거야?

“알겠어 이 녀석아, 하여튼 성질머리는 지 엄마랑 쏙······”


뚝―


“음······.”

“원래 이러던 녀석이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좀 이상하네요. 하하하. 갑자기 무슨 옷을 2시간이나 갈아입질 않나, 오늘 헤어 스타일 어떠냐고 물어보지를 않나.”


한경아는 오늘 이 자리가 이런 자리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건가?


“아무래도 경아랑 은호 씨가 구면이신 것 같던데, 혹시 둘이 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아니요? 그런 거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요······? 거 참 이상하네요.”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어찌 됐든 일은 잘 마무리 되었다.


“그럼, 다음 주부터 출근 부탁드립니다.”

“예 고생하십쇼 대표님.”


소학준과 한경아가 떠나고 남아 있던 황지훈이 내 옆으로 살며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야, 아무래도 예전부터 느꼈던 건데, 저 여자 너한테 관심있는 거 아니냐?”

“뭔 또 헛소리야. 얼른 들어가서 일이나 해.”

“와, 너 혹시 뇌에 문제 있는 건 아니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걸 눈치 못 채기가 힘든데.”

“됐어, 내 앞가림 하기도 힘든데 무슨.”


지금 이 순간 연애 따위를 하며 시간을 할애할 순 없었다.

무엇보다 한경아 그 여자가 나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 자체도 말이 되지 않았고, 소학준과 합을 맞추기로 약속된 지금 이전 일을 빠르게 마무리하고,다음 계획으로 넘어갈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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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귀한 천재공학자 16화 +2 22.08.25 6,083 95 10쪽
15 회귀한 천재공학자 15화 +4 22.08.24 6,251 96 10쪽
14 회귀한 천재공학자 14화 +6 22.08.23 6,296 102 11쪽
13 회귀한 천재공학자 13화 +1 22.08.22 6,610 112 12쪽
12 회귀한 천재공학자 12화 +9 22.08.20 7,124 113 12쪽
11 회귀한 천재공학자 11화 +4 22.08.19 7,364 116 11쪽
10 회귀한 천재공학자 10화 +5 22.08.18 7,855 128 11쪽
9 회귀한 천재공학자 9화 +2 22.08.17 7,879 137 13쪽
8 회귀한 천재공학자 8화 +7 22.08.16 8,069 142 13쪽
7 회귀한 천재공학자 7화 +6 22.08.15 8,477 140 12쪽
6 회귀한 천재공학자 6화 +3 22.08.14 8,648 156 12쪽
5 회귀한 천재공학자 5화 +4 22.08.13 9,050 146 13쪽
4 회귀한 천재공학자 4화 +3 22.08.12 9,844 141 12쪽
3 회귀한 천재공학자 3화 +4 22.08.11 10,978 156 13쪽
2 회귀한 천재공학자 2화 +6 22.08.11 12,195 175 11쪽
1 회귀한 천재공학자 1화 +9 22.08.10 15,582 1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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