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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이

회귀한 천재공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딜쿠샤
그림/삽화
딜쿠샤
작품등록일 :
2022.08.10 02:51
최근연재일 :
2022.09.29 22:2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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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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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2,033

작성
22.09.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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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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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2쪽

회귀한 천재공학자 23화

.




DUMMY

욕조 안에서 런던 시내를 내려다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만약 어머니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이 아니었다면 분명 이렇게까지 고민을 하지 않았을 거다.


분명 내 기억속엔 2025년 크리스퍼 CAS9이란 유전자 편집기술을 완성시킨 자는 다니엘 크레이프가 확실했다.

하나, 오늘 본 그의 모습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꼬마 아이에 불과했고, 그의 연구실, 친구들을 목격하고는 이내 그 의심이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 기술력은 고도의 기술력과 그걸 뒷받침 해줄 마땅한 장비들이 필요했으니까.

저런 연구 환경으로 개발을 진행한다면 반드시 실패하고 말 것이다.


“이거 괜한 헛걸음을 한 걸 수도 있겠는데.”


그렇기에 저 친구들의 능력을 시험해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 순간 다니엘에게 건넸던 종이봉투 하나.

그가 충분히 지금에서도 이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면 분명 내가 건넨 서류 정보만을 보고 모양새는 따라 할 수 있을 터.

만약 이게 된다면 내 계획은 반쯤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 지금쯤이면 슬슬 시도해 보고 있겠지.”


그 이후부터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으니까.


크리스퍼 치료법이라고 했나.

생명 공학을 전공하지 않았던 탓에 정확한 부분까진 알 수 없었지만, 내 나름대로 의공학을 전공했던 덕에 조금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소위 유전자 가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말그대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첨단 기술을 뜻했다.

특정 DNA 염기서열을 편집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정보를 제거 또는 삽입을 할 수 있었고, 또 치료 적인 목적으로 사용돼 발암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유용하게 쓰여졌다.


하나, 이건 어디까지나 2030년의 얘기.

아마 다니엘이 지금 이 기술을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당장에 상용화를 하기란 무리가 있다.


예컨대 간혹 몰상식한 인간들이 본인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수술대에 올렸고, 이러한 문제는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논란이 되기 일수였다.

또한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다름 아닌 안전성에 대한 문제.

이 당시에는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고자 할 때 원하는 부위의 유전자를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시 말해, 표적이 되는 유전자가 아닌, 엉뚱한 유전자에 얼마든지 변이(off-target-effect)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는 말이다.


다니엘이 지금 당장 연구에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이 기술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


하나, 굳이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만, 나에겐 얼마든지 그걸 가능하게 만들 방법이 있었다.

유전자 가위의 표적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제어 장치.

뿐만아니라 환자의 현재 상태를 파악해 얼마든지 잘못된 배열을 원상태로 만들 수 있는 장치.


그걸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다니엘이 성공해야만 한다.

아니, 그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내가 성공시켜야만 한다.


자본이면 자본, 환경이면 환경.

나에겐 얼마든지 그를 위해 지원을 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저 다니엘이 내가 찾던 그 인물이 맞기만을 기다리는 방법밖에······.”


* * *


아침이 되고 나서도 핸드폰에는 연락 한 통 남겨져 있지 않았다.


“설마, 아직 뜯어보지도 않은 건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내 뇌물이 너무 성의가 없었나.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내심 기대가 가득했다.


“얼마나 감동을 받았길래, 설마 아직도 안 자고 연구하고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산책을 하다보니, 그간의 있었던 고민들이 조금은 리프래쉬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받았다.


“그냥 내가 먼저 찾아가 봐야 하나? 그럴까? 그냥 쳐들어가?”


이내 마음을 먹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영국 친구들은 뭘 좋아하려나.”

“찾으시는 게 있으십니까?”

“아, 혹시 오늘의 추천 상품 같은 게 있을까요?”

“저기 오른쪽 코너로 들어가시면 있습니다.”


환한 미소로 직원을 응대하는 마트 점원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남의 나라에서의 생활이 두려웠던 건 사실이다.

하나, 역시 신사의 나라라 이건가. 대게는 모두 친절한 사람들 투성이였다. 물론 그놈들만 빼고.


‘생각해보니까 또 열받네.’


괘씸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장바구니는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마트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기 위해 줄을 기다리던 중.


“어? 내 핸드폰 어디 갔지?”


그 순간 숙소로 머물던 호텔에 핸드폰을 깜빡 두고 온 게 떠올랐다.

이내 다시금 호텔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마침내 정문 앞에 도착할 즈음이었다.


정문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좀비 네 마리.

다니엘, 마틴, 한스, 쿠퍼.

모두 퀭한 얼굴에, 마치 커플룩을 연상시키는 요상한 유니폼까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었다.

왜인지 모를 대견함에 그들을 향해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 꼴로 밖에 나오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안 봐요? 다 큰 남자들이 하트가 뭡니까 하트가.”

“아, 은호······.”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요?”

“다름이 아니라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마틴.

어제까지만 해도 반말을 찍찍 내뱉던 놈이 태도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이렇게 직접 찾아온 걸 보니 벌써 연구 성과를 냈다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연구에 더 빠르게 박차를 가할 수 있을 터,


“어떻게 여길 알고 찾아왔냐고 물었는데요?”

“아, 그게······. 쿠퍼.”


이윽고 자신에 대한 질문을 쿠퍼에게 돌리는 마틴이었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어디에 계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요..”

“그래서요?”

“그, 은호의 핸드폰을 통해서 위치만 살짝 알아봤습니다. 딱 그 정도까지입니다.”


결국 해킹을 시도했다 이 말이구만.

마냥 샌님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무모한 행동까지 했다는 걸 보니 얘네들도 재정신은 아닌 애들인가 보네.


“그래서요, 이렇게 직접 찾아와야 할 정도라면 사사로운 감정 얘기나 하자는 건 아닐 테고, 용건이 뭡니까?”


일동 모두가 내 눈치를 보면서 서로의 옆구리만 쿡쿡 찌르고 있었다.

이내 참다못한 다니엘이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에겐 은호의 도움이 필요해.”

“왜죠?”

“사실 어제 은호가 건네준 서류를 다 읽어 봤어.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직접 해보니까 아주 놀라운 게 탄생하더라고.”


용케도 만들어냈네.

사실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역시 다니엘.

너라면 해낼 줄 알았다 인마.


“그런데······.”

“문제가 많죠?”

“······응.”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애초에 정확할지 부정확할지 알 수 없는 그저 내 기억 속에 있던 지식만을 담아둔 자료였으니까. 문제는 그 안에서 보완할 점을 찾았냐 이건데.


“원하는 게 뭔데요?”

“저기, 은호는 돈이 많지?”

“돈이야 연구실을 하나 세우고 개발에 필요한 소모품들을 구매해도 남을 만큼은 있습니다.”

“혹시 우리한테 투자해 볼 생각 없어?”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다니엘. 잠시 우물쭈물 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은호한테는 미안하지만, 사실 은호가 건네준 서류 내용에는 문제점이 많아. 그래서 우리가 그걸 보완해 줄 생각인 거고.”

“예로 들자면 어떤 부분이요?”

“물론 은호의 생각도 훌륭 하지만, 이렇게 하면 꽤나 문제가 될 수도 있어, 예로 들면 인공효소에 관한 건데 은호 말대로라면 염기서열에 대한 인식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거야.”

“그래서요?”

“우선 그것부터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 같아. 물론 우리라고 100% 완벽한 기술을 만들어 내리란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확률은 그것에 가깝게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해.”


과연 유전자 가위의 원저작자가 다니엘이라는 것은 틀림없어졌다.


“장담한 다라······. 그 말 책임질 수 있어요?”

“응.”

“음······.”


이미 마음을 결정했지만, 너무 쉽게 그의 제안을 승낙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어차피 유전자 가위가 개발될 때 까지는 계속 봐야 할 사이.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지.

다니엘.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의 성격을 개조해 줄 필요가 있었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올라가서 얘기하실래요?”


* * *


호텔 라운지 바로 올라간 순간.

마치 신문물이라도 접했다는 듯 호텔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니엘.”

“······.”

“다니엘!!”


그 순간 화들짝 놀라며 몸을 들썩거리는 다니엘.


“아, 미안. 이런 곳은 처음이라.”

“이해합니다. 그것보다 뭐 마실 거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다니엘은 나이가 어리니 오렌지 주스 같은 걸 시켜드려야겠죠?”


비꼬는 내 말투를 간파하기라도 한 듯 다니엘은 메뉴판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나는 이거.”

“이거요? 이건 다니엘 씨한테 좀 버거울 텐데.”


족히 50도를 아우르는 꼬냑.


“아니, 무조건 이걸로 할래.”

“어우······. 만만치 않을 텐데. 자신이 있으신가 봐요?”


마침내 주문했던 술이 나왔고, 우리는 일 얘기와 사적인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분위기는 달아올라 있었고, 아침부터 시작한 술자리는 이미 오후 7시를 넘기고 있었다.


“은호. 내가 진짜 미안해요.”

“그니까 뭐가요, 다니엘 씨 지금 그 말만 벌써 76번째야.”


베베 꼬여버린 입으로 재차 헛소리만 늘여놓는 다니엘.

술 취하면 같은 말 반복하고 느닷없이 미안하다 하는 건 만국이 공통인가 보네.


“나는 은호가 그렇게 나이가 많을 줄 몰랐어요.”

“그래봤자 고작 5살 차이인데 뭐, 그리고 까짓것 뭐 어때요, 어차피 다니엘 씨 나라는 반말이 일상적이잖아요.”

“아니야, 내가 한국에 대해서 좀 아는데 거긴 웃어른한테 무조건 존댓말을 한다고 들었어.”

“그래그래, 이제라도 좀 알아줘서 다행이네. 얼른 자.”


마지막 말을 남기고 결국 정신을 잃은 다니엘.

아직까지 멀쩡하게 살아있는 인물은 나와 한스 뿐이었다.


“저기, 한스?”


유독 아무런 말이 없는 한스였기에, 조심스럽게 그의 옆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무슨 걱정 있어요?”

“하하. 그래보였나요?”

“제가 투자도 약속드렸고, 기쁠 만도 한데 한스만 아까부터 분위기가 우중충 했잖아요.”

“······.”

“왜요? 속 시원하게 다 얘기해 봐요.”

“사실은.”

“?”

“머릿속에 걱정이 많아서요. 아까 은호 씨께서 투자를 약속으로 내건 조건을 과연 이행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고.”

“3개월 안에 만들어내라는 조건 말입니까?”

“예, 뭐 그것도 있고. 특허 문제 때문에 그러는 것도 있고.”


하긴, 나야 미래의 일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다고 하지만, 이들의 입장에서 특허의 문제를 배제하기란 여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들이 사기꾼이라는 것에 대한 부연 설명을 정확하게 해주지 않았던 내 잘못도 있지만, 그건 어차피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였다.


“그런 거라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

“왜 그렇게 확신하시죠?”

“한스가 생각하기엔 그 사람들에 대해 이상한 점 못 느꼈어요?”

“뭐 물론 실물로서 등장한 적이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그건 이미 거짓이라고 기사까지 나왔는 걸요?”

“한스가 생각하기엔 미디어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그야, 당연히 신문사나 방송계 쪽 아닐까요?”


아니지.

이미 그녀들에 속아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인간들. 이내 가짜라는 걸 알았으면서도 절대 손해를 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을 미디어 에게서 보호해주는 인간들.


“반은 맞지만, 반은 틀렸어요.”

“그럼요?


하나, 언젠가는 그들 또한 무의미한 일이란 걸 깨닫고 돌아서게 될 테지만, 나는 그 시기를 좀 더 앞당겨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연구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 사사로운 걱정은 되는 일도 안 되게 하는 법이니까.


“시간이 알게 해 줄 거예요. 그러니 저를 믿고 기다려봐요 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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