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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이

회귀한 천재공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딜쿠샤
그림/삽화
딜쿠샤
작품등록일 :
2022.08.10 02:51
최근연재일 :
2022.09.29 22: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42,230
추천수 :
3,985
글자수 :
252,033

작성
22.08.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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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5
추천
91
글자
11쪽

회귀한 천재공학자 19화

.




DUMMY

“거, 건우야!”

“야, 황건우!”


그 순간 황 부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줄곧 그를 깨워봤지만, 이미 바닥에 피를 흥건히 흘리고 있는 황건우는 도저히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죽은거야?’


이윽고 밖으로 빠져나가는 서울 목포파의 일원들을 포박하기 위해 나섰던 장현수 실장이, 거친 숨을 내쉬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멘탈이 반쯤 달아난 것 같은 황 회장의 표정과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황건우의 모습.


“이런 씨...”


상황 판단을 마친 그는 급히 황건우를 들쳐 매 밖으로 빠져나갔고, 방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서하준에게로 향했다.


“야 인마.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래도 형은 형이다 이건가.

그게 아니라면 단지 인도적 차원에 의거한 마음이었을까.

그토록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황건우였지만, 어째선지 황지훈은 그를 이렇게 만든 서하준의 멱살을 붙잡고 벽으로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전 단지 제 친구를 구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구해? 그런다고 사람을 쇠파이프로 내려쳐?”

“이 손 놓으시죠, 아무리 형님이라도 더 이상은 못 참습니다.”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곤, 반성의 기미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서하준의 행동에 황지훈은 그만 이성을 잃고 그에게 주먹을 들어보였다.


“니가 그러고도 사람새끼야?!”


열심히 주먹을 휘둘러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고향에서 주먹 꽤나 쓴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서하준이다. 일반인의 주먹 정도는 가뿐히 피할 수 있다는 말씀.


“이제 그만하시죠.”


마침내 서하준이 황지훈의 팔을 붙잡고 제압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만하면 됐으니 적당히 해라.”


순간 둘의 움직임이 멈추었고, 그들을 불러 세운 건 다름 아닌 황 회장의 음성이었다.


“다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켜서 이런 것이니. 저 사람은 아무 잘못 없다.”


정신이 돌아온 황 회장은 연신 자책만을 늘여 놓을 뿐.

서하준에게 죄를 따져묻거나, 그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의 한마디에 황지훈은 말없이 나에게 다가와 몸에 감겨있던 밧줄을 풀어내 주었고, 나를 부축해 방문 앞으로 다가선 순간 서하준이 등 뒤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야, 삐까츄.”


전기 충격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건지. 의식이 살짝 희미했지만, 간신히 대화는 나눌 수 있을 정도였다.


“나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안 하고 가냐?”


만감이 교차했다.

어찌됐든 그 또한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도와줬다는 사실이 명백했지만, 내가 전생에서 이놈한테 당했던 걸 생각하면 도저히 고맙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나를 도와준 거야?”

“왜긴, 그야 동창이 붙잡혀 있는데 외면하는 것도 너무 정없잖아.”

“동창...?”

“응, 동창. 근데 표정이 왜 그러냐?”


동창이라...

역시 그랬던 건가.

나한테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는 저 표정.


“니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착각하지마. 너가 이런다고 지난 세월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뭔 소리야? 내가 뭐 꼭 너를 괴롭히기라도 했다는 말처럼 들린다?”


내 예상대로라면 서하준 이 녀석은 그간 자신이 지독하게 괴롭혔던 대상이 나였다는 걸 잊은 게 확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뻔뻔하게 동창이라는 허울 좋은 소리를 할 수가 없을 터.


“뭐, 설령 그랬다고 해도 지난 일이 뭐가 중요하냐. 어쨌든 내가 너를 구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지.”


그래 이놈은 원래 이런 놈이었지.

잠시나마 그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꼈다는 게 무색해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깡패짓도 슬슬 신물 났는데, 잘나가는 동창 있어서 앞으로 그 덕 좀 볼 생각하니까 두근거리네.”


개소리하고 있네.

착각도 저 정도면 유분수다.


“저기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넌...”

“다들 손들어! 경찰이다!”


그렇지 나쁜 놈은 응당 벌을 받아야 마땅한 법.

아마 이곳에 오기 전 미리 경찰을 대동한 것이겠지.

경찰을 보고 사뭇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서하준.

이윽고 서하준은 경찰들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렀지만, 그 순간 들어오는 무력 진압으로 인해 긴급 체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이게 무슨?”

“가만히 계세요. 지금부터 당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미란다의 원칙이 경찰의 입에서 나온 순간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설마 나까지 서울 목포파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내 신입 경찰로 보이는 한 남경이 다가와 내 손목에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거 왜 이러세요! 전 피해자라고요!”

“서에 가서 얘기하시죠.”


그 순간 급히 나와 서하준을 호송하려는 경찰들 틈을 비집고 장현수 실장이 나타났다.


“앗, 그 분은 아닙니다.”

“네? 혹시 신고자분이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장현수 실장이 등장한 덕에 간신히 구조됐지만, 이미 몸이 지칠 만큼 지쳐있던 나는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또 한 번 의식을 잃고 말았다.


“은호 씨!”


* * *


삐삐―


무슨 소리지.

이윽고 정신을 차린 순간 심전도계 비프음이 들려왔고, 그 앞엔 황지훈이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으으...”

“아, 깼어 은호야?”

“내가 여기 얼마나 있었던 거지?”

“별로 안 됐어. 한 14시간 정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너 갑자기 쓰러졌었어. 의사 말로는 미주 신경계 쇼크라고 하던데, 글쎄다 내가 봤을 땐 그냥 과로인 거 같기도 하고.”


그랬던 건가.

하긴, 전기 충격기로 모진 고문을 받았는데 제정신이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더군다나 황지훈 말대로 그간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것도 맞는 말이고.

하나, 병원에서 이렇게 휴식이나 취하며 여유를 부릴 시간 따위는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이내 나는 손목에 고정되어 있던 링겔 주사를 과감하게 뽑아냈다.

대담한 내 행동에 충격을 받았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향해 바라보는 황지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황건우 그 인간 먼저 처리해야 돼.”

“야, 어디가! 너 인마 안정을 취해야 된다고.”

“어어... 환자분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황지훈과 간호사들의 만류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기다리면 장현수 실장이 말을 해줬겠지만, 나는 그렇게 참을성이 좋은 인간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순간, 그 이후의 일에 대해 궁금해서 온몸이 근질거릴 정도였다.

이내 병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찰나.


드르륵―


“?”

“회장님?”


문을 연 순간 눈앞엔 황 회장이 서 있었다.


“왜 그러지? 기껏 편하게 있으라고 VIP실을 잡아뒀더니,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아.. 그런 게 아니라.”


이내 VIP실에 마련된 소파로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는 황 회장.


“뭘 멀뚱멀뚱 서있고 그러나. 이리와서 얼른 앉지.”

“네 회장님.”


몹시 무기력한 표정.

나도 모르게 그의 말을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리에 앉은 순간 황 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일단 다시 한번 자네에게 미안하다고 할 수밖에 없겠구만. 정말 미안하네. 다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탓이라고 생각해주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하는 황 회장.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회장님이 잘못하신 게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 교육을 운운하시기엔 황건우가 결코 어린 나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미안하네. 내가 자네를 볼 면목이 없어.”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다들 어떻게 된겁니까?”


분명 머리를 정통으로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던 황건우.

그리고 그를 저 지경으로 만든 서하준.

내 예상대로라면 아마 황건우는 지금쯤 생사를 넘나드는 중이거나, 이미 회복을 마친 상태.


‘그렇게 쉽게 죽음을 맞이할 인간은 아니란 말이지.’


문제는 서하준이 어떻게 됐냐는 건데...

아마 대한민국 재벌가의 장남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멀쩡히 빠져나갈 방법은 없을 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꺼낸 말이었다.


“건우 그놈은 아직 의식이 없긴 하지만, 다행히 금방 깨어날 수 있을 거로 보이네, 그리고 아마 깨어나면 바로 경찰 조사부터 받고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고.”

“그렇군요...”


물론 황건우가 악인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자신의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넘겨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보니 마음이 썩 통쾌하지만은 않았다.

허심탄회하게 쓴웃음을 지어보이는 황 회장이었지만, 그 속은 굳이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어떤 마음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연이어 서하준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황 회장.


“그 친구가 자네 동창이라고 했던가?”

“엄밀히 따지자면,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동창은 맞습니다.”

“역시 그랬군. 난 또 자네와 친분이 있는 줄 알고 선처를 요청했지만, 지훈이가 와서 말리더군.”


이후 황 회장을 통해 들은 얘기는 다음과 같았다.

현재 서울 목포파의 일원들 대부분이 경찰에 넘어간 상황. 서하준 역시 예외는 없어고, 덤으로 폭력까지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정말 웃긴 건 말이지.”

“?”

“그 친구는 자네가 본인을 꺼내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던데?”

“네?”

“참 이상한 친구지. 어쨌든 자네는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그 친구든 내 못난 아들놈이든 달게 벌을 받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회장님.”


황 회장은 모든 얘기를 전하고 병실을 떠났다.

이젠 정말 모든 게 끝났다 이 말이지.


“입원비는 이미 전액 납부되셨습니다.”


황 회장이 조금만 더 쉬다 가라고 하긴 했지만, 병원 특유의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탓에 재빨리 퇴원 수속을 밟았다.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이따 가지...”

“아니야 됐어. 병원에 계속 있으면 괜히 더 아픈 거 같아서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게 나아.”

“그래... 니 맘대로 해라. 저기 근데 은호야.”

“응?”

“내 차 키는 언제 반납할거야?”

“아아...”


그러고 보니 잊고 있던 일이 떠올랐다.


“아, 그거 금방 찾아서 갔다줄게.”

“야 인마, 그거 내가 아끼는 건데. 그러지 말고 너 차를 하나 사지 그러냐.”


* * *


아버지를 따라 형이 깨어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황지훈을 뒤로하고 병원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솔직히 또 황건우 그 인간이 뒤에서 어떤 짓을 꾸밀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우선 황 회장을 믿어 보기로 했다.

적어도 황 회장이 직접 움직이게 된 지금, 황건우 또한 이전처럼 눈에 띄는 행동을 할 수 없을 테니까.


“근데, 소학준 그 인간은 나 버리고 먼저 도망간 건가.”


하긴, 그 안에 있었던 시간이 30분은 족히 넘고도 남았을 테니. 내심 서운하긴 했지만, 이것 또한 내가 시킨 거였으니. 굳이 그를 원망할 필요는 없었다.


“근데 도대체 어디로 도망간 거지.”


이윽고 나는 소학준 연구소장에게 건넸던 휴대전화로 통화를 걸었다.


“전화를 안 받네.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지속되는 통화 연결음에 결국 종료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 여보세요?


여자 목소리?

분명 낯설지 않은 목소리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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