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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시

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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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천해시
그림/삽화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50
최근연재일 :
2024.09.18 20:5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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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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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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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
17쪽

 34화. 뜻밖의 제안 (2) - 사장님, 이 비디오 뭐예요?

DUMMY

하교 후, 설지수는 아빠가 운영하는 비디오 대여점 ‘시네마 동네’에 들렀다.

그런데 그곳에서 짝꿍인 이정욱이 감자를 먹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동생 설지은이 그런 이정욱과 결혼한다고 하니, 황당했다. 

이에 설지수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뭐?”


비명에 가까운 그 외침이 나른한 비디오 대여점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침묵이 깔렸다. 비디오테이프를 고르고 있던 손님들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정욱과 설지은도, 카운터 앞에 서 있던 설찬호도······. 

그들의 조용한 시선이 모두 설지수를 향했다. 


‘아뿔싸!’


그런 부담스러운 시선을 떨쳐내기 위해 설지수가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 


“지은아, 이 오빠랑 너랑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데. 어떻게 결혼하니?”


간신히 설지수는 수습했다. 8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결혼이 쉽지 않다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그런 논리에도 설지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몰라. 난 잘생긴 정욱 오빠랑 결혼할 거야. 본래 여자가 남자보다 정신 연령이 7년이 더 높다고 했어. 그럼 오빠랑 1살 차이밖에 안 나는 거야!”

“뭐? 지은아, 누가 그런 말을 했어.”

“엄마가 그랬는데. 그래서 엄마는 아빠보다 더 어른스럽다고. 아빠는 엄마가 보기에 애새끼래.”

“애, 애새끼?”


설지은이 말을 할수록, 설찬호의 표정이 점점 하얗게 변했다. 아니, 백지가 됐다. 


***


“정욱 오빠랑 결혼할 거야.” 


지난 삶에서도 꼬마 설지은은 나랑 결혼한다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지 않았다. 이번 생에서도, 꼬마 설지은은 나와 결혼하고 싶은가 보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 그 다짐도 잊히겠지만···. 


‘지은이는 여전히 귀엽네’


전생에 내가 미국으로 건너간 후로 단 한 번도 설지은을 만난 적이 없었다. 멀어지면 잊히고, 만나지 않으면 잊히는 게 세상사다. 


‘지금 설지은이 나랑 결혼한다는 말은 치기 어린 마음일 텐데.’ 


하지만 설찬호 사장님은 무척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딸바보라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설지수는 마치 화난 사람처럼 미간을 찌푸렸다. 

절대 자기 동생을 나 같은 놈한테 줄 수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한 번 설지수를 놀려볼까?

나는 대여점 문 앞에 서 있는 설지수를 향해 물었다. 


“지수야, 8살 나이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 우리 부모님도 나이 차이가 좀 나시거든.”

“무슨 소리야. 난 이 결혼 반대야.”



내 농담에 설지수가 정색하면서 대여점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농담이었는데. 저렇게까지 정색할 줄은···.’


그런 설지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설찬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정욱 학생. 나도 그 결혼 반대일세. 우리 지은이는 시집 안 보낼 거야.”

“하하하, 사장님. 당연히 농담이었죠.”

“그, 그래. 농담이었지. 나도 알고 있었어.”

“네. 그럼, 내일 녹화본 비디오테이프를 가져다드릴게요.”


그런 두 부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여점에서 나가기 전까지 설지은은 ‘오빠, 꼭 나랑 결혼해야 해’라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나는 어린아이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몇 년만 지나면, 설지은은 자기가 언제 그렇게 말했냐고 반박할 것이다. 

동생 정희도 어렸을 적엔 오빠인 나랑 결혼하겠다고 말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적이 없다면서 정색한다. 

서운하게. 


- 오빠,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난 장국영 같은 남자랑 결혼할 거야.


***


영화 배급 및 유통 제작사 ‘스타박스’의 비디오 유통팀에서 일하고 있는 박남정. 그는 오랜만에 학교 선배이자 영화감독인 설찬호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남정아, 찬호 형이야. 너희 회사에서 D급 비디오도 유통하지?” 

“네. 에로나 독립영화 같은 비디오도 비디오 대여점에 유통하고 있긴 해요.” 

“그래? 그럼 내가 비디오테이프를 보낼 테니. 이게 유통할 수 있을지 확인해 줄래?”

“네? 형, 독립영화 찍었어요?”


박남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데뷔작이 망하고, 은둔 생활하는 영화감독이자 친한 선배인 설찬호. 그런 그가 비디오테이프를 보낸다니 의아했다. 


“아니, 내가 찍은 게 아니야. 중학생이 찍은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인데. 재밌어. 너도 보면 괜찮다고 생각할 거야?”

“네? 캠코더로 찍은 영상이요?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지 않아요.”

“그렇긴 해도 재밌어. 영상 촬영이나 편집도 수준급이고. 퀄리티는 에로나 독립영화보다는 나을 거다”

“네, 한 번 봐볼게요. 우편으로 보내보세요······.”


그렇게 설찬호 감독과 통화를 하고 며칠이 지나고. 

박남정은 설찬호가 보낸 비디오테이프를 회사에 있는 영상실 VCR에 넣고 나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찬호 선배가 찍어 놓고는 중학생이 찍었다고 말하는 거 아니야?’


영상실 모니터에서 영상이 시작되고. 

박남정은 영상 초입에 나오는 섬을 배경으로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 오프닝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할리우드에서나 볼 법한 오프닝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오호, 오프닝이 느낌이 있어. 역시 찬호 형님의 감이 죽지 않은 건가?’


이윽고 박남정은 두 개의 비디오 영상을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쓰나미 같은 감동이 여전히 그의 마음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와. 재밌네. 영화가 아니지만, 영상 자체에 긴장감이 있어. 요즘 영상이랑 전혀 다르고···. 우선은 주요 대여점에 샘플 비디오테이프를 돌려서 반응을 봐야겠는데······.’


방금 본 영상에 관해 여러 가지 생각하다가 박남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영상은 설찬호 감독이 찍었던 작품과 결이 달랐다. 


‘정말로 찬호 형이 찍은 영상이 아닌가? 음···.’


***


서울 명동 인근 비디오 대여점 ‘영화 동네’ 명동점.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매출을 자랑하는 ‘영화 동네’ 프랜차이즈 비디오 대여점이었다. 

그곳에서 ‘스타박스’ 소속 마케팅 직원이 대여점 사장에게 신작 비디오테이프를 건네면서 말했다. 


“사장님, 이 비디오테이프를 인기 비디오 영화랑 끼어서 고객들한테 무료로 빌려줘 보세요. 그리고 전처럼 반응도 체크 좀 부탁드려요.”

“이번 비디오는 뭔데?”

“이건 저도 몰라요. 팀장님이 몇 군데 대여점에 돌려보고 반응 좀 체크하라고만 하셔서요. 무슨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이래요.”


비디오테이프에는 ‘소녀의 횃불’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명동점 ‘영화 동네’를 운영하는 김덕기 사장은 스타박스 직원의 요청에 응했다. 그래야지만, 자신도 나중에 인기 영화 비디오테이프를 넉넉하게 받을 수 있도록 부탁할 수 있으니. 


그날 저녁, 김덕기 사장은 단골손님이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갈 때. ‘소녀의 횃불’ 비디오테이프도 함께 건넸다.


“이 비디오테이프는 서비스야. 보고 나서 재밌는지 좀 알려줘.”

“소녀의 횃불이라? 뭔가 자유의 여신상 같은 게 나오나요?”

“몰라. 나도 아직 보지 않았어.”

“여하튼, 공짜라니까. 한 번 보고 알려줄게요.”


그렇게 김덕기 사장은 단골들에게 ‘소녀의 횃불’ 비디오테이프를 무료로 대여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소녀의 횃불’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몇몇 손님들은 극찬하기도 했다. 


‘사장님, 이 비디오 뭐예요? 음질은 좀 떨어지는데.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상이더라고요.’

‘우와. 요즘 본 비디오 중에서 제일 재밌는데요. 친구들한테 소개해줘야겠어요.’

‘이 비디오 보고 나서 엄청나게 울었어요. 우리 할머니한테 잘해야겠어요.’


단골손님들을 통해 입소문으로 번지자, 비디오 ‘소녀의 횃불’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현재 비디오테이프가 샘플용으로 한 개밖에 없어서 유통사에 정식으로 비디오테이프를 요청해야만 했다. 


***


한밤중, ‘영화 동네’ 명동점.

김덕기 사장은 비디오 대여점 문을 닫고,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VCR에 넣었다. 

그 비디오테이프는 ‘소녀의 횃불’이었다. 


‘도대체 이 비디오가 뭐길래? 손님들이 극찬하는 거야?’


보통 비디오 유통사에서 주는 샘플 비디오테이프는 삼류 영화가 많았다. 샘플 비디오테이프 10개 중에서 1개 정도가 유통되기도 힘들었고, 그런 비디오는 아무리 공짜라고 해도 손님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데 ‘소녀의 횃불’은 의외의 반응이었다. 비디오가 영화도 아니라고 했는데, 다들 칭찬 일색이었다. 그렇게 김덕기 사장은 궁금증을 일으킨 ‘소녀의 횃불’을 보았다. 


‘내가 이런 비디오는 보지도 않은데.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소녀의 횃불’ 비디오를 다 본 후, 김덕기 사장은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목놓아 울었다. 


“어머니. 어머니!”


김덕기 사장은 작년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갑작스러운 사고였다. 연이어 사업 실패를 했지만, 이번에 비디오 대여점이 잘되면서 이제 자리를 잡고 효도하려고 했는데. 하늘이 무심하게도 어머니는 세상을 등졌다. 


‘소녀의 횃불’ 속 박점례가 김덕기 사장에게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사업 실패에도 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던 어머니.

쌈짓돈을 주면서 꼭 밥 챙겨 먹으라고 하셨던 어머니.


영상 속 박점례는 김중호에게 그런 어머니였고, 김덕기 사장의 어머니와 겹쳐 보였기에 더 감정이입이 됐다. 


‘이 비디오테이프는 10개 정도 사야겠는데.’


*** 


설찬호가 후배 박남정에게 비디오를 보낸 지 3주 정도가 지난 후. 

박남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 형, 보내주신 비디오 반응이 좋은데요. 샘플용으로 인기 대여점 몇 곳에 돌렸더니. 한 대여점에서는 비디오테이프 10개 정도 더 살 수 있냐고 말하더라고요. 

- 그, 그래? 그럼 포스터도 뽑아주는 거야?

- 그건 모르겠어요. 우선 판매되는 추이를 보고 위에 기안을 올려봐야죠.

- 그래. 고맙다.


비디오 대여점 ‘시네마 동네’. 

설찬호는 후배와 나눴던 대화를 이정욱에게 설명했다. 


“정욱아, 우선은 네가 찍은 비디오 영상을 대여점 몇 곳에 유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그래요?”


몇 주 전에 이정욱은 설찬호 사장에게 그간 찍었던 영상 녹화본을 가져다줬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한동안 연락이 없어기도 했고, 자기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퀄리티가 뛰어난 영상이 아니었으니. 


“그래, 내가 할 수 있다고 했잖아. 네가 만든 영상은 이 시대랑은 조금 다른 맛이 있어.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많은 제작사가 네가 만든 영상처럼 촬영이나 편집을 할 것 같긴 해.”

“아무래도 아마추어가 만든 영상이라서 그렇겠죠.”


이정욱은 설찬호 사장의 극찬에 얼버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정욱이 했던 영상 촬영이나 편집은 10~20년 후나 나올 법한 기법이었다.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영화감독이 했던 촬영이나 편집 기법을 조금 넣으면서 영상에 색다른 맛이 생긴 것이다. 


“그런가? 어쨌든 유통하려면 학교 측에 허락받아야겠지?”

“네. 방송반 담당이 김정혁 선생님이에요. 먼저 그 선생님을 만나시면 될 거예요.”


***


‘스타박스’의 유통 계약 제안을 받고 나서, 이정욱을 만난 설찬호는 다음 날, 바로 천해중을 방문했다. 학교 측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였다. 


‘김정혁 선생이라고 했지?’


설찬호가 천해중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방송반 담당 선생님인 김정혁이었다. 그가 보기에 김정혁은 막 사회생활에 뛰어든 신입사원처럼 보였다. 그리고 가슴 속에 무언가의 열정을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김정혁 선생님. 저는 영화감독이자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는 설찬호라고 합니다······.”


설찬호 감독은 김정혁 선생에게 이정욱이 만든 비디오 영상 유통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김정혁 선생은 상기된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 


“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잘됐네요. 저도 예전부터 정욱이가 만든 영상을 볼 때마다 TV나 다른 곳에서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교장 선생님이 허락해주시면 비디오 유통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학교 측 반대할까 봐, 천해중에 오기 전부터 걱정했던 설찬호 감독은 김정혁 선생님의 긍정적인 답변에 얼떨떨했다. 그리고 이후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교장 선생님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비디오 영상 유통에 대해 허락했다. 


“아이고. 학부모님이 영화감독이셨군요. 하하하. 뭐, 큰 문제야 있겠습니까. 그리고 수익금 일부도 학교 발전 기금으로 주신다고 하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순수익의 10%를 학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혹시나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그 기부금은 장학금으로 활용하기로 약속했다. 


‘시골 학교라서 그런가? 다들 비디오 영상 유통에 좋아하시네.’


***


천해도 군내면 기동리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 ‘시네마 동네’.


설찬호 사장님과 정식으로 내가 제작한 영상 비디오 유통 대행에 관련해 계약하기로 했다. 그러면, 설찬호 사장님이 나를 대신해 비디오 유통사와 계약을 맺는다고 했다. 


한 마디로 설찬호 사장님이 가진 사업자를 통해 ‘스타박스’라는 비디오 유통사와 계약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설찬호 사장님은 친절하게 유통 방법과 수익 분배에 대해서 내게 설명했다. 


“······ 그래서 학교가 10%, 정욱이가 70%, 내가 20% 이렇게 수익을 분배될 거야.”

“음. 사장님이 40%로 올리시고, 저는 50%만 주셔도 됩니다.”


당장 돈 욕심은 없다. 무엇보다 모든 유통을 책임지는 설찬호 사장님이 수익률을 더 올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전생에 내가 배운 게 있었다. 공동대표인 로버트를 믿고 지분을 양보했더니, 그는 내게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줬다. 


“그, 그래? 내게 추가로 준 20%가 수익이 꽤 될 텐데.”

“아니에요. 이게 다 사장님 때문에 영상을 비디오로 유통하게 된 것인데. 저는 50%도 충분해요.”

“음. 그래 알았다. 나도 받은 만큼 더 노력할게. 그리고 세금은 우리 쪽 회계 사무소에서 처리해 줄게.”

“네, 감사해요. 이제 감독님도 차기작 준비하셔야죠.”


아마도, 비디오 대여점 사업을 하면서 설찬호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도 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 놓은 시나리오도 꽤 있을 것이고. 


“그래. 나도 네가 찍은 영상을 보니까. 감독 욕심이 생기더라.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면 나중에 메가폰도 잡아야지.”

“네. 응원하겠습니다.”



***


설찬호 감독과 비디오 유통 관련 가계약을 마쳤다. 내가 미성년자이기에 정식 계약은 아버지가 오시면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 

5월 말의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오랜만에 조깅이나 할까?’


평일에 가끔, 해가 지기 전에 동네 바닷가 길이나 방파제를 뛰었다. 체력 관리도 하고, 뛰는 일 자체가 내게는 활력소였다. 


‘오늘은 방파제를 10번 정도 왕복할까?’


집에 도착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방파제를 향해 뛰었다. 밤 어장을 가는 배들이 닻을 올리고 먼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갈매기들이 수면에 머리를 박았다. 


‘이번에는 어떤 영상을 찍을까?’


비디오로 내가 찍은 영상이 유통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돈을 벌지 못할 것이다. 아무래도 상업 영화가 아니니, 대여점 일부에만 유통될 것이고. 


하지만. 

더 많은 친구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혹시나, 내가 2년 후 수학여행 사고를 막지 못할 수도 있기에···.

또 재벌 상속자인 친구를 찾기 위해서라도, 영상 촬영을 빌미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그런 상념에 빠져 방파제를 10번 정도 왕복해서 뛰었더니,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헉헉. 


이렇게 가슴이 터질 때까지 뛰면, 모든 게 후련했다. 근심도 없었고. 기분도 상쾌했다. 그리고 뛰면서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오늘 저녁은 밥을 두 그릇 먹어야겠는데.’


***


봄 소풍 이후.

주호강 선배는 1학년 남자애들을 한 번도 집합시키지 않았다. 


김수근은 주호강 선배가 직접 자신에게 사과했다고 내게 전했다. 특히 내가 만든 영상을 보고 나서 몇 년 전, 동생을 잃은 주호강이 김수근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고. 


그래서인지, 요즘 1학년 학급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그와 별개로, 나는 친구들을 관찰하기에 바빴다. 재벌 상속자를 찾기 위한 일환은 물론, 새로운 영상을 기획하기 위해서였다. 


아직은 누가 재벌 상속자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자기가 재벌가인지 모를 수도 있었다. 


그렇게 교실에서 떠들고 있는 친구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을 때.

우리 반 교실로 염동수가 찾아왔다. 


“정욱아, 너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감사합니다. ^^ 오늘이 늘 찬란했던 그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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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순옥이네 식당 (12) - 입소문 +22 24.08.20 1,692 66 15쪽
55 55화. 순옥이네 식당 (11) - 미슐랭 식당의 조건  +16 24.08.17 1,792 7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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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순옥이네 식당 (6) - 안동댁 할머니의 사연 +13 24.08.06 1,922 8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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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순옥이네 식당 (4) - 안동댁 할머니는 무서워 +9 24.07.31 2,035 7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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