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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시

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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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천해시
그림/삽화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50
최근연재일 :
2024.09.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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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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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61화. 정숙이 누나, 달러를 사! 

DUMMY

어릴 적부터 전교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이정숙.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상업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때는 일반 인문계보다 상고와 공고의 진학 점수가 더 높기도 했기에 부끄럽지 않았다. 


- 정숙아, 너 정도면 교육대나 국립대 정도는 장학금 받고 갈 수도 있어. 


이정숙은 상업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학 진학을 해도 될 만큼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취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수술비와 입원비로 빌린 집안의 빚 때문에 집안 경제가 좋지 않았으니까. 


- 미안하다, 정숙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더 무거워진 아버지의 어깨. 

이정숙도 그 무게를 짊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도, 이정숙은 학교 성적이 우수했기에 국내 유수 은행에 취업할 수 있었다. 비록 2년 계약직이었지만 다른 회사보다 은행의 월급 등 대우가 좋았다. 


- 2년 계약직 이후에 업무 성과에 따라서 정규직 전환이 될 겁니다. 


현재 이정숙의 소원은 단 하나였다. 

가족의 빚을 모두 갚는 것.

하지만 자기 월급을 모두 모으더라도 빚을 갚으려면 최소 7년이 넘게 걸렸다. 


‘정규직이 되면 월급이 2배 가까이 오르니까. 열심히 일해야지.’


지난 2년간 아버지 이천호는 이정숙에게 절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시집갈 돈을 모으라면서 가장으로서 무게를 혼자 짊어졌다. 

이정숙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자기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몇 년간 돈을 모아서 아버지에게 드려야지.’


그렇기에 이정숙은 입고, 먹고, 사는 것 등 모든 것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는 곳은 발품을 팔아 그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사글셋방을 구했다. 1년에 65만 원짜리 단칸방이었다. 작은 주방과 욕실, 그리고 5평 남짓한 방을 갖춘 곳이었다. 

나름 혼자 살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주방 천장이 낮고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불편하기는 했다. 


‘어차피 주방에서 고개를 들 일이 별로 없고, 화장실은 밤에 두세 번 밖에 안 가니 괜찮겠지···.’


그런 가운데 난생처음으로 동생 정욱이와 정희가 광주에 올라와서 자기의 자취방에서 하룻밤을 잘 예정이었다.

늘 부족한 생활비로 힘들게 사는 동생들.

그런 동생들을 위해 이정숙은 새 옷도 사주고 외식도 시켜줄 생각이었다. 


‘정욱이와 정희가 무얼 좋아하지? 햄버거를 좋아하려나?’


그동안 아끼고 아꼈던 돈.

하지만 동생들에게 사용하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늘 동생들이랑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지.’


이정숙은 동생들과 만나는 것을 어제부터 손꼽아 기다렸지만, 약속 시간보다 늦어버렸다. 갑자기 대리님이 프린트를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로서는 이를 거절할 수도 없었다. 계약직으로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인사 평가를 하는 정직원들에게 잘 보여야 했다. 


‘애들이 더운데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야? 뛰어가야겠다.’


그렇게 뛰다시피 해서 약속 장소에 도착한 이정숙.

동생들이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햄버거 가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안도했다. 


‘돈도 없을 텐데 햄버거라도 사 먹었으려나?’


그런데 언제부턴가 철이 부쩍 든 동생 정욱이가 햄버거를 사주겠다면서 자기를 계산대 앞으로 끌고 갔다.


“누나, 내가 햄버거 사 줄게.”


한 달 용돈도 혼자 쓰기에 빠듯한데 누나에게 햄버거를 사주겠다고 한 정욱이의 마음 씀씀이가 기특했다. 하지만 세트 메뉴를 시키면 3,000원이 넘었기에 단품 햄버거를 주문했다.  


***


누나의 자취방에 들어가면서 나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자취방 문을 열면 바로 주방이 나오는데 주방의 천장 높이가 150cm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천장이 왜 이리 낮아?’


1.5평 남짓한 주방.

소형 싱크대 하나와 버너, 작은 밥솥, 소형 냉장고가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었다. 


‘누나가 이런 살림에 제대로 밥을 해 먹고 다니는 걸까?’


주방에 있는 부족한 살림살이를 눈으로 쓱 훑어보고 있는데 정숙이 누나가 등 뒤에서 말했다. 


“정욱아, 천장이 낮아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거야.”

“응···.”


주방을 지나 방으로 들어갔는데 널찍한 방이 나왔다. 성인 남성 7명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방은 주방에 비해서 크네···.’


방에는 작은 텔레비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옷을 걸어 놓은 옷걸이, 이부자리 등이 단출하게 놓여 있었다. 그중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선풍기였다. 


“애들아, 덥지. 선풍기 틀어줄게.”


정숙이 누나는 낡은 선풍기의 약풍 버튼을 눌렀다. 선풍기 머리 부분이 깨져서 노란색 테이프로 붙여놓았는데 바람이 시원치 않았다. 


“언니 방이 넓네···.”


그러면서 동생 정희가 선풍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누나, 화장실은 어디야?” 


나는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이 어디냐고 정숙이 누나에게 물었다. 도통 자취방 안에 화장실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 화장실은 밖에 있어. 아까 대문 옆에 있던 작은 건물이 화장실이야.”


“아, 그래. 갔다 올게.”


다시 작은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나프탈렌 냄새가 코를 찔렀다. 


‘누나가 객지에서 고생을 많이 하네. 전생에는 이 시기에 광주에 와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소변을 본 후에 다시 방에 들어갔는데 정숙이 누나가 방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옆에는 1.5리터 코카콜라 페트병이 있었고, 김이 빠졌는지 콜라가 든 컵에는 탄산 기포가 일어나지 않았다. 


‘누나가 콜라를 싫어한 게 아니었네···.’


동생 정희는 누나의 자취방이 마냥 신기한지 이것저것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금방 막 햄버거를 다 먹은 정숙이 누나가 말했다. 


“우리 이제 밖에 나갈까? 누나가 광주 온 기념으로 새 옷 사 줄게. 그리고 정욱이랑 정희는 먹고 싶거나 하고 싶은 거 있어?”


정숙이 누나의 물음에 정희가 대답했다.


“난 햄버거 먹고 싶었는데 오빠가 사줘서 괜찮아.”

“누나, 이따가 극장에 가서 영화나 볼까?”

“응? 영화? 그, 그래. 우리 다 같이 영화 보러 가자.”


누나는 콜라 하나 사 먹는 것도 아까워하는데 평소에 영화를 보러 갈 리 만무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누나의 문화생활을 위해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실제 정희와 내가 영화 관람을 좋아하기도 했고···.


***


우리 남매는 광주의 시내 중심에 있는 ‘빌리오레’라는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다만, 내 바지를 살 때 동생 정희와 약간의 의견 대립이 있긴 했지만···.


“오빠, 오빠는 힙합 바지 좀 사. 요즘 애들은 다 힙합 바지 입어. 촌스럽게 일자 청바지가 뭐야?”

“정희야, 저번에 말했는데 오빠가 생각하기에 힙합은 안 멋져.”


뭐지? 힙합은 안 멋져!

내가 말했는데도 입에 딱 달라붙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힙합은 멋지다고. 우리 H.O.T 오빠만 봐도 알 수 있어.”

“아, 그래. 하지만 오빠는 그냥 평범한 바지를 입을 거야.” 


가을을 대비해 나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샀고, 동생 정희는 티셔츠 2장을 구매했다. 하지만 정숙이 누나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누나는 옷 안 사?”

“나는 옷이 많아. 그리고 직장에선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사복을 입을 일이 별로 없어.”


쇼핑하고 나서 극장에 갔는데 마침 내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님이 만든 영화 ‘쥬라기 공원 2’가 상영되고 있었다. 


‘쥬라기 공원 2’는 쥬라기 공원의 후속편으로,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부제도 ‘잃어버린 세계’이다. 


“누나, 쥬라기 공원 볼까?”

“그래.”


우리는 ‘쥬라기 공원 2’를 즐겁게 관람했는데 동생 정희는 공룡이 나올 때마다 겁이 나는지 눈을 가렸다.


“오빠, 저거 진짜 공룡이야? 공룡은 수천 만 년 전에 멸종하지 않았어?”

“영화 속 공룡은 CG야. 가짜 공룡이라는 거지.”

“CG가 뭐야?”


영화관 안이라서 속삭이면서 물어보는 동생 정희.

나는 그런 동생이 마냥 귀여웠다. 


“CG는 컴퓨터 그래픽의 영어 약자야. 쉽게 말하면 컴퓨터로 저런 공룡을 그려서 만든 거야.”

“아···.”  


***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밖으로 나왔는데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어느새 밖은 어둑해지고 있었다. 


“아, 배고프다.”


동생 정희가 자기 배를 만지며 혼잣말하자, 누나는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너희 뭐 먹으러 갈래? 우리 돈가스 먹으러 갈까?”

“돈가스? 언니, 그거 비싼 거 아니야? 난 한 번도 못 먹어봤는데.”

“하하하. 돈가스가 자장면보다 비싸긴 한데. 누나가 사줄 정도는 능력이 돼. 너희 온 김에 칼질 좀 해야지. 정욱이도 돈가스 좋아하지?”


자기 옷 하나 사지 않고 돈가스를 사주겠다는 정숙이 누나. 이게 장녀의 무게인가. 누나의 배려에 기쁘기보다는 씁쓸했다. 하지만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도 당연히 돈가스 좋아하지. 오늘 칼질 한 번 해볼까!”


극장 근처 돈가스를 전문으로 하는 경양식집에 들어갔는데 입구 맞은편 벽에 프랑스를 연상케 하는 에펠탑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었다. 


‘돈가스랑 프랑스가 무슨 관계가 있지? 경양식집이라서 그런가?’


돈가스(豚とんカツ) 또는 돈카츠는 돼지고기를 저민 뒤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일본식 커틀릿 요리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돈가스가 한국으로 전래됐고, 한동안 부유층이 먹는 요리로 취급받았다. 90년대 들어서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가 됐지만, 1997년 지금 이 시기엔 천해도 같은 시골에선 쉽게 먹지 못하는 요리이긴 하다.


“세 분 자리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웨이터는 우리 남매를 창가 옆 테이블로 안내했고, 정숙이 누나는 능숙하게 주문했다. 아마도 누나는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는 듯했다. 


“여기 돈가스 3개 주세요.”


누나가 주문하자 정희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언니, 돈가스 3개나 주문해? 1개만 시켜도 되지 않아?”

“정희야, 돈가스는 1인당 1개는 먹어야 해.”


정희처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정숙이 누나. 


“3개나 시키면 비싸지 않아?”

“괜찮아. 언니 돈 많아.”


세상 물정 모르는 정희에게 누나는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의 모습에 내 미소가 지어졌다. 


‘정희가 돈가스를 처음 먹어보는구나···.’


돈가스는 1인분에 5,000원이었는데 나름 코스로 요리가 나왔다. 

맨 처음에 애피타이저로 노르스름한 옥수수 수프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정희야, 수프에 이 후추를 뿌려 먹으면 맛있어.”


나는 정희의 수프에 후추를 뿌려줬다. 


“우와, 맛있다. 수프가 좀 느끼했는데 후추 뿌리니까 괜찮아졌어.”


수프를 다 먹고 나자 돈가스가 담긴 큰 접시가 나왔는데 그 접시에는 돈가스와 양배추샐러드, 단무지와 김치, 수박 한 조각이 담겨 있었다.

또 같이 나온 작은 접시에는 흰 밥이 담겨 있었다. 


‘추억의 돈가스네···. 왜 이 시기엔 밥을 접시에 담았을까? 경양식이라서 밥그릇을 쓰지 않았나···.’


동생 정희는 칼과 포크로 돈가스를 어떻게 썰지를 망설였다. 그래서 나는 정희에게 칼과 포크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줬다. 


“정희야, 오빠처럼 이렇게 칼과 포크를 잡고 돈가스를 썰면 돼.”

“우와, 오빠는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어떻게 아냐고? 전생에 스테이크를 매일 먹고 살아서 알고 있지.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이렇게 칼과 포크를 잡더라고···.”

“아, 그래? 나는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없는데. 나중에 레스토랑에서 밥 먹는 장면이 나오면 자세히 봐야겠다.”


동생 정희는 내게 배운 대로 칼과 포크를 고 돈가스를 썰었다.

그리곤 한입 먹고 나서 감탄했다. 


“우와, 돈가스 너무 맛있다. 언니, 이거 나중에 또 먹고 싶다.”

“하하하. 그래. 또 광주 오면 언니가 사줄게. 우리 정희, 많이 먹어.”

“응.”

“정욱이도, 많이 먹어.”


동생 정희와 정숙이 누나는 돈가스 한입을 먹고 난 후에 밥을 떠먹었다. 그리곤 단무지와 김치로 느끼함을 달랬다. 


“언니, 돈가스가 너무 맛있는데 조금 느끼해.”

“그래서 밥과 김치하고 같이 먹으라고 준 거야.”


돈가스를 다 먹을 때쯤, 웨이터가 후식을 어떤 걸로 먹을 거냐고 물었다.


“후식은 무엇으로 드릴까요?”


정희는 아이스크림을, 누나는 오렌지 주스를, 나는 원두커피를 주문했다. 


‘횡재했네. 돈가스 먹으러 왔다가 커피도 마시고···.’


원두커피에 설탕도 넣지 않고 마시는 내 모습을 보면서 누나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욱아, 그 커피가 맛있어? 쓰지 않아? 그리고 어릴 때 커피 마시면 바보가 된다고 하는데···.” 

“하하하, 아니야. 커피 마시면 집중도 잘 되고 좋아. 나중에 누나도 마셔 봐. 회사에서 커피 타 마시지 않아?”

“아니. 난 그냥 녹차를 마셔. 커피는 너무 써서 맛이 없더라.”


***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외식으로 돈가스도 먹고 난 후. 

다시 정숙이 누나의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아, 피곤하다. 나는 먼저 잘래···.”


동생 정희는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피곤한지 씻자마자 잠이 들었다. 

나는 샤워를 하고 나서 욕실로 나오다가 쿵, 주방 천장에 부딪혔다. 


“아···.”

“정욱아, 괜찮아? 조심해야 해. 누나도 처음에 몇 번 부딪혔어.”

“응. 조심해야겠다. 근데 누나 집이 너무 불편한데 여기에서 살만해?”

“그래도 여기가 살만해. 사글세가 연에 65만 원밖에 안 해서 저렴해. 조금 좋은 곳은 연에 100만 원을 줘야 하더라.”


100만 원.

차라리 오늘 옷도 사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고, 돈가스도 먹지 않으면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을 텐데···.

누나를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어찌 됐든 돈을 아끼면서 사는 누나에게 지금 돈을 벌게 할 방법은 딱 하나였다. 


“누나, 혹시 가지고 있는 돈 좀 있어?”

“돈? 돈 필요하니? 얼마나?”

“아니, 나는 돈이 필요 없어.” 

“그럼, 왜?”

“누나가 가진 돈으로 지금 달러를 사면 좋을 거야. 아마 올해 말엔 달러 환율이 2배 넘게 오를 거야.”

“달러가 그렇게나 오른다고?”


현재 달러 환율은 700원대였다. 올해 말, 대한민국에 외환위기가 오고 IMF(국제통화기금)에 들어가면 달러 가격은 2,000원 가까이 오른다. 


“어제 신문을 봤는데 국내 경제가 안 좋더라고. 올해 초에 한보그룹이 부도가 났었잖아. 최근엔 광주에서 자동차 기업도 부도가 났고···. 다른 큰 기업들도 부채가 많아서 문제라서 부도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 같아···.”

“그렇긴 해. 요즘 은행 이자를 제때 못 내는 기업들이 늘고 있긴 한데. 그렇다고 달러가 올라?”


당연히 오른다. 정숙이 누나를 설득하기 위해서 나는 전생에 봤던 IMF 관련된 영화를 하나 떠올렸다. 그리곤 그 영화에서 나왔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부도가 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국내에 달러가 부족해질 거야. 요즘 은행에 달러가 많이 없지 않아?”

“어, 그렇긴 한데···. 정말로 달러가 2,000원까지 오른다는 게 믿기지 않아. 그러면 국내 경제가 많이 어려워질 텐데···.”


은행에 다니고 있기 때문일까. 정숙이 누나는 현재 국내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과 달러 환율이 오르면 국내 경제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대강 알고 있었다.


“응. 2,000원 가까이 오를 거야. 현재 많은 기업이 부도가 나고 있거나 부도를 앞둔 상태야. 그러면 기업들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도 위험해져······.”


내가 알고 있는 1997년 대한민국에 외환위기가 발생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기업들의 무리한 대출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었다. 이를 통해 대기업들의 부채율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종합금융사들은 위험 자산을 축적하고 있었다.


둘째, 종합금융사들의 외환 차입과 경영 위기가 이어져 금융 시장에 불안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차입의 문제는 한국 경제에 대한 외부 의존도를 높여, 위기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정숙이 누나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요즘에 은행에 대출받으러 오는 기업들이 작년보다 더 늘어나긴 했어. 은행에서는 예전보다 더 까다롭게 대출 심사를 하고 있고···.” 

“지금 누나가 가진 돈이 얼마 정도 돼?”

“최근에 적금을 타서 목돈으로 500만 원을 가지고 있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누나가 돈을 많이 모았다. 취업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끼고 아낀 모양이다. 


“그래. 그럼 다음 주에 당장 달러를 사. 알았지?”

“음···. 네가 말하니까 그런 것 같고. 그리고 달러 가격이 엄청나게 내려갈 일은 없겠지···.”


정숙이 누나는 500만 원을 전부 달러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누나는 더 많은 돈을 달러로 바꿀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 오늘이 늘 찬란했던 그 시절입니다.


작가의말

이번 회차와 다음 회차 분량이 많은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회차를 3개로 나눈 것보다 2개로 나눈 게 나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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