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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비밀을 아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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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6
최근연재일 :
2015.10.23 16:27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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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추천수 :
14
글자수 :
85,862

작성
15.07.1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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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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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1화. 재앙을 막을 땅

DUMMY

쇼쇼츠 방향 성문이 열린 다음에도 한참 동안이나 그렘은 적의 침입을 눈치채지 못했는데, 반나절이나 신경쓰지 못한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겹쳤기 때문이다.


첫째, 쇼쇼츠 방면은 성문이 열리지 않는 한 병력이 들어올 방법이 없었다. 그렘이 병력을 거의 남기지 않은 것은 당연한 전술이었다.


둘째, 나덜론은 정기적인 연락책을 암살이라는 방법으로 모조리 끊어놓았다. 진입하자마자 그가 한 일은 성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봉화대를 지키는 수명의 병사를 쓰러뜨린 일이었다.


셋째, 플로라의 병력운용은 만만하지가 않았다. 그렘은 대군의 움직임에 모든 신경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넷째, 티에세의 사람들은 그렘에게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왕성에서 파견되었지만 티에세의 시민들을 약탈하려 했고, 이는 시민들을 적대적으로 만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나덜론의 특공대에게 물과 빵을 주며 도시 안으로 침공하는 길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다섯째, 나덜론의 부대는 너무 소규모인데다가 미리 시민들처럼 복장을 꾸미고 잠입했다. 그들이 작전대로 나뉘어 움직이자 순찰병들조차도 그들이 상인의 무리라고 판단해 버릴 정도였다.


"여섯째로, 우리는 교전을 아예 하지 않고 그렘의 후미를 칠 것입니다. 교전이 없다면 병사들은 우리에게 신경을 쓸 수 없겠죠."


나덜론은 그렇게 플로라에게 말하고 출격한 것이다. 이쯤되면 믿기 어려울만도 했지만, 나덜론이 그 동안 이룬 공적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렘을 사로잡으면 성문이 열릴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나덜론은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나덜론님이 말한 시간까지는 앞으로 한시간 쯤...'


플로라는 하늘에 떠있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는 석양이 지기 전에 성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사실 플로라에게는 그런 마법과 같은 작전이 성공한다는 믿음은 없었다. 그저 나덜론이라는 사람을 믿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초조하게 공성전을 지휘할 수 밖에 없었다. 어서 성문이 열리기를 기도하며...




나덜론의 곁에서 그를 쫓던 생쥐르는 혀를 내둘렀다. 나덜론의 부대는 골목 골목의 모든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막힘 없이 티에세를 가로질렀다. 곳곳에 있을 터인 순찰병과는 단 한번도 조우하지 않았다. 순찰 동선까지 모두 꿰뚫고 있는 것인가, 하고 생쥐르는 감탄했다.


나덜론은 성문에서 두블럭 떨어진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생쥐르를 바라보았다.


"여기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그렘을 사로잡는 순간 당신은 성문을 열어주시면 됩니다. 대성문은 꽤나 복잡하게 만들어졌지만, 당신이라면 가볍게 열 수 있을 겁니다."


생쥐르는 멍하니 서있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당신은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거요?"


나덜론은 대답하는 대신 "뒤를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며 잠깐 웃어주었을 뿐이었다. 그와 수백의 병사들은 즉시 무기를 뽑고 그렘의 후미로 공격을 개시했다. 공격을 받는 티에세 수비대조차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특공에 그렘은 혼비백산하여 외쳐댔다.


"뭣이?! 적습이라고! 있을 수 없다! 적이 어떻게 성안에 있을 수 있단 말이냐!"


깜짝 놀란 그렘은 투구끈을 여미고 막사 밖으로 달려나갔다. 막사를 향해 달려오는 병사 수는 언뜻 봐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렘은 덜컥 허둥지둥 병사들에게 되는 대로 외쳤다.


"저들을 막아라! 중앙군은 저들을 공격해! 내 호위병은 어디에 있나!"


3백여명의 결사대를 막기위해 5천의 병력이 움직였다. 나덜론은 양 팔을 가볍가 펼쳤다. 그의 팔끝에서부터 은사가 흩어져서 반짝였다.


"이제 우리는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이 전투에서 이길 때까지 아무도 죽지 마십시오! 전원, 방패진형으로!"


병사들은 방패와 창을 들고 그의 외침대로 둥글게 진형을 굳혔다. 나덜론을 향해 달려오던 4명의 병사는 어지러이 흩날리는 은사에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오른 쪽 은사의 움직임은 약했지만, 비슷하게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애초에 이 전투는 기억대로 흘러가는 것. 그렇다면 이 정도 이레귤러-약해진 오른 팔-는 정해진 승리를 바꿀 수 없다.


나덜론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한바퀴 반을 가볍게 뛰며 회전했다. 은사는 그의 의지를 따라 큰 원을 그리며 적들의 살갗을 찢어놓았다. 제대로 갑주를 걸친 병사들에게도 이 은사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작은 보석은 사슬 갑옷의 사이를 찣어놓고 다시 나덜론의 팔로 되돌아 왔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 수록 공포는 빨리 퍼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만약 저들의 대장이 충분한 전투 경험이 있었다면 동시에 근거리 석궁을 쏘게 하던가 소수의 정예병사만으로 그를 상대하게 하였을 테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렘은 최악의 지휘관이었다.


그는 용기를 내는 대신 호위병만을 데리고 이 기습에서 멀리 도망치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건물 사이 골목을 지나 달리는데, 한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나왔다.


"뭐냐, 너희는...! 나, 나는 티에세의 성주 그렘 펠리페 히드오레다!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


무장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150센티도 안되는 소녀가, 자신의 신장만한 검을 들고 걸어나와서 비웃듯이 말했다.


"난 시민연대의 엘리사 플라비오에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지 않는 사람은 한쪽 귀를 잘라주겠어요."


까마득하게 어린 소녀의 도발에 그렘은 상황파악을 못하고 쉰 목소리로 외쳐댔다.


"감히! 당장 저년의 건방진 혀를 잘라와라!"


엘리사는 코웃음을 쳤다.


"이런 사람을 위해 모두 죽을 생각인가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살려드리지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십의 호위병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양 손을 들었다. 할말을 잊고 입을 뻥긋거리는 그렘을 제외한 전원이 무릎을 꿇자 엘리사가 물었다.


"당신은?"


"감히!! 네 이녀어언!"


그렘은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엘리사의 검은 그의 검을 긁어내는 것처럼 밀어내고 하늘을 향해 한번 번뜩였다.


"크아아아악!"


그렘은 한쪽 귀를 잡고 무릎을 꿇었다. 그의 왼쪽 귀는 핏덩이와 함께 하늘을 날아 시궁창에 떨어졌다.




울상이 된 그렘의 목에 검을 댄 엘리사가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10분 후였다. 엘리사는 나덜론을 향해 윙크해보이고, "병사들에게 항복을 권하지 않으면 당신의 한쪽 눈부터 뽑아내겠어요."라고 그렘에게 속삭였다.


"항복하라! 당장 항복해! 너희가 이겼다고! 무기를 버려라!"


병사들은 그의 외침에 당황했다. 티에세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밖에서 공격하고 있는 시민병들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제대로 훈련되어 있었고, 싸우는 법을 알았다. 소규모 침입부대를 제압하고 성벽을 지켜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렘은 그런것 따위는 어찌되어도 좋다는 듯 외쳤다.


"항복하라고! 모두 무기를 버려! 우리가 졌다! 내가 죽기라도 하면 우리 아버지가 너희를 가만히 두지 않을거다!"


적의 피를 뒤집어 쓴 나덜론은 은사를 끌어당기고 당당히 적진 한복판에서 외쳤다.


"항복해라! 항복한 자는 죽이지 않을 것이다! 너희의 상관인 그렘이 죽는다면 어차피 히드오레는 너희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병사들은 결국 무기를 내려놓았고, 기다리고 있던 생쥐르는 3개의 잠금장치로 걸려있던 대성문을 두개의 나무 말뚝을 걸고 쇠 막대 하나를 뽑아내는 걸로 가뿐히 열어버렸다.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리던 플로라는 성문이 열리자마자 앞장서서 부교를 건넜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릎을 꿇고 있는 그렘과 그녀가 그토록 무사를 기원했던 이의 목소리였다.


"플로라님, 즉시 성을 점령해주십시오. 아직 성의 곳곳에 적의 병력이 남아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시고 항복을 권유하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십시오."


"에...? 저... 예. 나덜론님께서는..."


"전 지금부터 가볼 곳이 있습니다. 며칠 뒤에 돌아올 것입니다."


나덜론은 말을 마치자마자 플로라를 스쳐 지나갔다.


"저기, 저... 나... 나덜론님?"


플로라가 나덜론을 애처롭게 부르자 나덜론은 플로라를 힐끔 바라보았다.


"저기... 무사하셔서... 저... 정말로..."


그녀는 본인이 생각해도 답답할 정도로 말을 더듬었다. 나덜론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 한마리의 안장을 잡고 휙 몸을 날려 위에 올랐다.


"저는... 저기..."


나덜론이 말을 달리는 것을 보고 플로라는 거의 울 정도가 되어버렸다.


"저런저런."


헬레나는 그런 플로라를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소녀가 알수 없는 실망감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말발굽 소리가 다가왔다. 나덜론이 말머리를 돌려서 가까이 온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플로라는 환하게 웃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덜론은 그 미소에 상냥하게 말해주었다.


"포로는 포박하시되 박하게 대하지 마십시오. 이들은 우리의 전력이 될 것입니다. 또한 티에세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될 것입니다. 이곳에 있는 시민들을 잘 달래주십시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말을 재촉하여 성을 나섰다. 플로라는 멍하니 그의 뒤를 바라보다가 있는 힘껏 외쳤다.


"나덜론씨는 바보!"


안젤라는 생글생글 웃으며 나덜론의 지시에 따라 포로를 관리했고, 히폴리토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병사들을 정돈했다. 헬레나는 소녀답게 풀이 죽어있는 그들의 주군을 좋은 말로 달래주었다.




크무스 레드릭을 제외하면 누구도 점령하지 못했던 티에세는 그렇게 다시 한번 점령되었다.


작가의말

대륙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던 리베리아 제국이, 대륙 전체를 통일한 것은 3백년 전이었습니다. 요새도시 티에세는 대륙 통일의 교두보 역할을 제대로 해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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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마후라나 15.08.17 97 1 14쪽
12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163 1 22쪽
» 11화. 재앙을 막을 땅 15.07.10 93 1 10쪽
10 10화. 있을 수 없는 계략 15.07.08 109 1 17쪽
9 9화. 티에세를 향하여 15.07.02 158 1 9쪽
8 8화. 사자의 방문 15.06.26 148 1 3쪽
7 7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2 15.05.29 110 1 11쪽
6 6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1 15.05.29 124 1 11쪽
5 5화. 지켜진 적 없는 약속 15.04.29 108 1 6쪽
4 4화. 실수 15.04.20 140 1 14쪽
3 3화. 퀴나성 전투 15.04.20 145 1 13쪽
2 2화. 슬픈 봄날 15.04.20 167 1 21쪽
1 1화. 홀로 남은 소녀와 홀로 남은 남자 15.04.20 267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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