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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비밀을 아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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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6
최근연재일 :
2015.10.23 16:27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949
추천수 :
14
글자수 :
85,862

작성
15.04.29 09:15
조회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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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6쪽

5화. 지켜진 적 없는 약속

DUMMY

그가 화살에 상처를 입고 돌아왔을 때 엘리사는 비명을 질렀고, 헬레나는 창백해져서 서둘러 수술을 시작했다. 나덜론이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플로라가 허둥지둥 달려왔을 때는 세 사람 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잡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본심은 소녀 군주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헬레나는 상처를 봉합한 다음, 수술이 끝나는 것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플로라를 안도시키기 위해 미소지었다.


"상처는 깊지 않아요. 한두 주만 요양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에요."


플로라는 그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헬레나는 따뜻한 물에 손을 씻었다. 그녀의 손에 묻어있던 나덜론의 피가 투명한 물을 물들여갔다. 흩어지는 피는 녹슨 쇠의 냄새가 났다. 물 속에는 나덜론의 어깨에서 방금 뽑아낸 화살촉이 들어있었다. 오른팔의 힘줄을 반은 끊어버린 화살촉을 헬레나는 원망스럽게 노려보았지만, 곧 플로라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얼른 미소를 지어보였다.


"..."


플로라는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나덜론의 곁에서 우물쭈물하며 눈치를 살폈다. 헬레나는 머리 수건을 벗어 벽에 건 다음, 그녀의 어깨를 살짝 안고 나덜론의 곁으로 다가가게 했다.


"저... 괜찮으신가요?"


나덜론은 왼손으로 소녀의 금빛머리를 가볍게 쓸어주며 말했다.


"염려마십시오, 플로라님. 이 정도는 신경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예, 정말 다행이에요."


플로라는 안도의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덜론은 좋은 말로 그녀를 위로한 뒤, 헬레나와 엘리사를 데리고 치료 병동을 나섰다.


곧 새벽이 올 것이다. 차가운 바람이 상처를 조여왔다. 약초로 마취한 상처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지만, 마취가 풀린 후로는 꽤나 고통을 줄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대 후반의 젊은 장수일 뿐인 나덜론은 상처를 입은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볼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헬레나에게 물었다.


"이제 팔을 쓸 수 없나요?"


헬레나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상생활정도는 가능해질 거에요."


"일상 생활이라."


나덜론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헬레나는 마치 자신이 그 상처를 입힌 것처럼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나덜론은 그런 그녀의 뺨에 가볍게 손을 대어 마음을 풀어주었다.


"아빠. 어떻게 하죠? 이제부터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죠?"


나덜론은 이 작은 아이가 이렇게 당황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는 생각을 하며 엘리사의 머리에 손을 대고 살짝 힘을 주었다.


"뭔가 수를 생각해봐야겠지. 오늘은 일단 쉬려무나. 휴식이 부족하면 냉정을 잃게되니까."


나덜론이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눈치챈 엘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가 오늘 쉴수 없을 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퀴나성은 전쟁의 승전으로 흥분한 사람들의 환호가 이어지고 있었다. 경계를 서던 병사들은 그를 보고 경애를 담아 경례를 했다. 나덜론의 존재는 시민들의 희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점점 전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 군대라면 플로라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이 가능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른팔의 고통이 희망을 끊어버리려고 하고 있다.


"불가능할까?"


양 팔을 모두 쓸 수 있을 때도 실패했었다. 성공한 적은 없었다. 가능성은 이제 사라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는 포기할 수는 없었다. 기나긴 어둠을 지나면서 몇 번이나 미칠 뻔했다. 그래도 살을 깨물며 견뎠다. 플로라를 위해서는 반드시 기회를 얻어야했다. 어둠과 사막, 한 그루의 나무. 그것이 그의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그래. 모든 것은 플로라님을 위해...'


드디어 그녀의 곁으로 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좌절할 수 없다. 왼팔에는 팔찌가 은은한 붉은 빛을 내고 있었다. 아직 한팔이 남아있는 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리라. 나덜론은 그렇게 생각하며 꾹 주먹을 쥐었다.




이튿날 아침, 플로라는 퀴나에서 재정비를 하겠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우리는 퀴나성을 얻었고, 세인트에일린의 군대를 막았으니까요. 이대로 버티는 것은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나덜론은 그녀가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의견에 반대의견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즉시 출격해야합니다. 사자보는 죽고 멜비나 군은 사기가 떨어졌습니다. 세인트 에일린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멈춰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나덜론님은 휴식을 하셔야만... "


플로라가 우물쭈물 말하자 나덜론은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저도 죽고 싶진 않으니까요.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약속하실 수 있나요?"


소녀의 부탁에 나덜론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나덜론님이라면 왠지 약속하면 꼭 지키실 것 같아서요..."


꼭 지키는 건가, 하고 나덜론은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라는 약속을 몇 번이나 한 걸까. 매번 그의 본심과 희망을 담아 했던 그 약속은 거짓말로 끝나버

렸다. 지켜지는 일은 없었다.


"예, 약속하겠습니다."


그래도 그녀를 위해서라면 약속해야 했다. 그 약속이 지켜질리 없더라도...


"약속하겠습니다. 플로라님을 지켜야 할 때를 제외하면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그의 은빛 머리칼을 한번 쓸어넘기고, 플로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플로라는 그의 약속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세인트 에일린을 향한 출격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테르센트는 물리법칙이 티프소와 조금 다릅니다. 그 조금의 차이 때문에 제2 시대에서는 티프소의 과학기술 중 상당수가 폐기되었습니다. 물론 티프소인들은 새로운 세계에 맞는 과학을 다시 찾아내는 중이며, 언젠가는 테르센트의 모든 현상을 수식으로 증명할 것입니다. 그들이 1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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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마후라나 15.08.17 96 1 14쪽
12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163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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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사자의 방문 15.06.26 148 1 3쪽
7 7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2 15.05.29 109 1 11쪽
6 6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1 15.05.29 123 1 11쪽
» 5화. 지켜진 적 없는 약속 15.04.29 108 1 6쪽
4 4화. 실수 15.04.20 140 1 14쪽
3 3화. 퀴나성 전투 15.04.20 144 1 13쪽
2 2화. 슬픈 봄날 15.04.20 166 1 21쪽
1 1화. 홀로 남은 소녀와 홀로 남은 남자 15.04.20 265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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