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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비밀을 아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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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6
최근연재일 :
2015.10.23 16:27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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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추천수 :
14
글자수 :
85,862

작성
15.07.0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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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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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9화. 티에세를 향하여

DUMMY

티에세는 테르센트의 영혼이었다. 역사적으로 티에세는 리베리아 제국의 상징이었고, 단 한번도 함락된 적이 없었다. 티에세의 시민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땅을 사랑했기 때문에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티에세에 건립된 마도학회는 번창했고, 수많은 마법사를 배출해내기도 했다.


수십년 전 티프소군의 침공 때 티프소의 함선의 포격도 티에세의 마도 방벽을 무너 뜨릴 수 없었다. 티에세의 마도병기는 적들을 요격했고, 수많은 마법사들이 병사들의 앞에서 목숨을 바쳐 이 땅을 지켜냈다. 티에세의 존재는 전쟁 내내 테르센트의 희망이었다.


대 전략가 크무스 래드릭은 티에세를 점령한 후에도 무장만 해제시켰을 뿐, 파괴 행위와 약탈을 철저하게 금지시켰는데, 전쟁의 막바지에 무리하여 시간을 소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좀 더 감성적인 뜻이 담겨있었다고 최측근들은 증언했다.


"티에세를 파괴하면 이 행성 사람들은 우리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아."


티프소와 평화협정을 맺고, 마나가 대지에서 사라지면서 마법사도, 마도 병기도 자취를 감추었다. 티에세는 더 이상 테르센트의 중심지가 될 수 없었다. 단지 절벽 위에 세워진 거대한 석재 요새에 불과했다.


그러나 테르센트인들은 여전히 도시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도시의 성벽을 더욱 높게 세우고, 도시를 발전시켜갔다. 요새는 점차 넓어지게 되고, 다시 새로운 성벽을 세우며 커져갔다. 이제 티에세는 4겹의 성벽을 지닌, 수도보다도 거대한 도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렘 펠리페 히드오레는 이 제2의 수도에 자신이 부임하게 된 것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자신이 데려온 1만명의 병사를 풀어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을 약탈하게 하였다.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지. 죽이지는 마라. 저들은 소중한 나의 것이니 말이야."


그는 그의 사촌 동생인 멜비나와 매우 비슷한 정치를 하려 했지만, 멜비나만큼 영리하지 못했다. 티에세의 백성들은 엉성한 병사들에게서 도망가는 대신 농기구로 뒤통수를 치는 것을 택하였다. 병사들의 무모한 약탈은 모조리 무위로 돌아갔다.


"이놈들이 감히 나에게! 나는 그렘 펠리페 히드오레, 황제와 결혼할 남자란 말이다!"


분노가 치민 그는 자신의 정예병사를 이끌고 근방의 민가를 들이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렘의 동선을 읽은 백성들은 미리 집을 비웠고, 그렘은 쥐 몇마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라즈나 일족이 구축해놓은 연락망은 그렘정도가 파악하기에는 너무도 치밀했다.


"라즈나 일족이 저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병사를 보내 그들의 본거지를 불태워버려라!"


그가 길길이 날뛰며 내린 명령에 대해 허망한 보고만이 뒤따랐다.


"이미 라즈나 일족은 본거지를 불태우고 떠났습니다. 천조각 하나 남아있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이 틀림없다! 산에 병사를 보내라! 라즈나 일족을 찾아내서 죽여버려라!"


병사들은 자신의 무능한 상관의 명령에 하는 수 없이 따랐지만, 쿠안 부대가 라즈나 일족 모두를 이끌고 떠난 것을 알리가 없었다.




같은 시각, 연합군의 일원이 되면서 시민연합은 분주해졌다. 플로라는 진용을 점검하면서 에드가르도 히폴리토에게 홍보 역할을 맡겼다. 원래 영주 출신인 히폴리토는 올해 70이 되었지만 한창때의 젊은이처럼 정정했고,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 힘이 있었다. 또한 플로라는 원래 용병대장이었던 안젤라에게 병력의 운용 전반을 위임했는다. 그녀는 항상 웃는 낯이었고 스트레스에 강한 여성이었으며 성실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인사 배치는 철저하게 나덜론의 제안으로 이루어졌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플로라의 결정을 높게 평가했다.


"그럼 저는 무얼 해야하죠?"


"플로라님은 다음 전투를 준비하시기 위해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휴식이요?"


플로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자 나덜론은 미소지었다.


"지금 쉬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연전으로 보이지 않은 피로가 쌓여 있으실테니까요. 지금부터 플로라님은 다음 교전까지 충분히 쉬는 것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일하고 있는데요?"


"플로라님은 천성이 책임감이 많으신 분입니다. 지금 쉬어두지 않으시면 정작 티에세에 들어가신 후 병이 날 수도 있어요. 다른 준비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혼자 있으시면 쉴 수 없으실테니, 엘리사를 곁에 두고 가겠습니다. 일을 못하게 하는 감시역입니다."


"너무 절 어린애 취급하시는 것 같아요."


플로라는 고운 눈매를 가늘게 뜨고 나덜론을 위협하려고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기분 좋게 웃고 "플로라님은 훌륭하십니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하셨으니 어른은 아니죠."하고 대답하고 나가버렸다.


이윽고 들어온 엘리사는 플로라가 의기소침해져서 침대에 새우처럼 구부리고 누워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티에세의 공략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고 엘리사와 함께 카드놀이와 말판 놀이,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던 플로라가 드디어 참지 못하고 폭발할 때 즈음, 나덜론은 플로라의 이름을 걸고 최종 회의를 개최했다. 플로라는 어깨를 움츠리고 중얼거렸다.


"전 아무 것도 모르는데요."


"플로라님이 생각하시는 대로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나덜론은 앞장서서 회의실로 향했다. 지방 영주들과 시민연합군의 대장급들이 모두 모여있는 자리에서 플로라는 다시한번 어깨를 움츠릴 수 밖에 없었다. 회의가 개정되자마자 영주들은 입을 모아 물어왔다.


"우리가 연합에 가입한 것은 옳은 일인가?"


"티에세를 정말 쳐야 하는가?"


"그 유명한 쿠안 장군이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난공불락의 요새를 정말로 우리가 깰 수 있는 것이 맞소?"


"과도한 희생을 감안해야 한다면 안싸우는 것이 낫지 않겠소!"


사람들의 외침에 나덜론은 한 손을 들어 모두의 침묵을 기다린 다음 플로라에게 눈짓해보였다. 플로라는 나덜론의 목을 잡고 마구 흔들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는 연합군이 되었고, 많은 동맹군이 생겼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반란군으로 지목되었었으니까, 이건 긍정적인 일이에요. 지금 티에세를 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은 없겠죠. 우회한다면 티에세에서 반대로 군사를 내어 우리의 뒤를 칠 수도 있으니까요. 티에세를 점령한다면 그 곳은 시민들의 피난처가 될 것이고, 지금 대륙 곳곳에 있는 피란민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거에요. 또... 쿠안 장군에 대한 이야기인데..."


플로라는 힐끔 나덜론을 쳐다보았다. 나덜론은 상냥한 미소로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마치 그녀가 무슨 말을 할 지 아는 것처럼.


"쿠안 장군은 지금 티에세에 없습니다."


플로라의 말을 이어 웅성거림이 다시 터져나왔다.


"티에세를 버렸다는 건가?"


"그 티에세를 포기할 리 없는데..."


"그럼 지금 티에세를 지키고 있는 것은 누구지?"


나덜론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침묵을 유도했다. 플로라는 모두가 조용해 지자 차분히 생각을 말했다.


"쿠안 장군의 목적은 황제를 지키는 겁니다. 그는 험멜 장군의 군대와 맞서기 위해 티에세를 점령했을 뿐입니다. 우리의 동맹군이 수도로 통하는 페르디망에 도착한 지금 티에세에서 우물쭈물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수도가 함락되어서야 티에세를 지켜낼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티에세를 그냥 버리고 떠날 수는 없겠죠. 자신의 부하에게 수비를 맡겼든가, 수도에서 다른 장수가 와서 수비를 담당하게 되었을 겁니다."


플로라가 말을 마치자 안젤라가 한손을 들고 정중히 발언을 요청했다.


"저, 실례일 수도 있습니다만, 나덜론님께 여쭤보고 싶어요. 우리 군대가 많이 성장했다고 해도, 티에세 공성전에서 이겨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계책이 있으신가요?"


나덜론은 모두를 찬찬히 바라보고 낮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티에세는 열흘이면 우리의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작가의말

티에세 외벽은 마법시대의 기술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외벽은 대포에 직격하거나 투석기에 피격당해도 금이 갈뿐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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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비밀을 아는 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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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휴식의 날 15.10.23 132 1 20쪽
13 12화. 마후라나 15.08.17 97 1 14쪽
12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163 1 22쪽
11 11화. 재앙을 막을 땅 15.07.10 92 1 10쪽
10 10화. 있을 수 없는 계략 15.07.08 109 1 17쪽
» 9화. 티에세를 향하여 15.07.02 158 1 9쪽
8 8화. 사자의 방문 15.06.26 148 1 3쪽
7 7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2 15.05.29 109 1 11쪽
6 6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1 15.05.29 124 1 11쪽
5 5화. 지켜진 적 없는 약속 15.04.29 108 1 6쪽
4 4화. 실수 15.04.20 140 1 14쪽
3 3화. 퀴나성 전투 15.04.20 144 1 13쪽
2 2화. 슬픈 봄날 15.04.20 167 1 21쪽
1 1화. 홀로 남은 소녀와 홀로 남은 남자 15.04.20 267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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