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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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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06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12.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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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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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3)

DUMMY

리바이어던이라는 이름의 이 괴물은 참으로 괴상한 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바닷물 바깥으로 내민 목은 뱀처럼 긴 형태에 하얀 비늘로 뒤덮여 있었고, 그 긴 목의 끝에 머리가 달려있었는데. 그 머리는 문어를 연상케 하는 외형이었다. 목의 절반까지 내려오는 긴 촉수들과 그 촉수들에 촘촘히 박힌 빨판들. 입은 그 촉수에 가려져 아예 보이지 않았고, 머리 위쪽은 문어의 몸통처럼 보였지만, 문어처럼 흐물흐물하진 않았고, 안에 단단한 뼈로 고정이 되어 있는 것처럼 반원형의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층집만 한 거대한 붉은 눈을 탐욕스럽게 굴려대고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문어가 머리의 역할을 하는 뱀의 형상이라고 묘사할 수 있었다. 리바이어던은 문어처럼 8개로 이루어진 기다랗고 두꺼운 촉수의 주변에서 숨구멍으로 보이는 기관을 통해 바다 위에 짙게 깔린 안개를 끊임없이 내뿜는 중이었다.


수많은 생추어리의 배들과 잠수정들을 침몰시켰던 공포의 대상이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BIRD’들의 몸은 일제히 두려움에 떨렸다. ‘움직이는 뇌운’보다 더 위협적으로 판단되는 존재. 그것이 ‘얼어붙는 안개’였으니까. 표류하는 군도를 조사하고, 감시하기 위해서 파견된 생추어리의 부대를 모조리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괴물.


물론. 이것만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고, 괴물들로 가득한 섬에서 생환하기 직전인 ‘BIRD’들이 몸을 떠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리바이어던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움직이는 뇌운’인 지즈는 대게 무인 비행기들을 상대하다 보니, 그가 지니고 있는 잔인성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었고, 오직 그의 능력만 어느 정도 파악된 상태였었다.


하지만 ‘얼어붙는 안개’ 리바이어던은 군도의 근처에 다가오는 모든 선박과 잠수정들을 용서 없이 공격해댔었다. 그 공격방식이 악명이 높았던 것인데. 리바이어던은 선박이나 잠수정들의 추진기를 먼저 공격한 후에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탑승 인원들을 공격해댔었다. 윤성처럼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냉기의 안개를 뿜어서 그들이 제대로 도망치지 못하게 만든 후에. 수염처럼 늘어져 있는 촉수를 이용해 천천히 씹어먹곤 했다.


그나마 이 정도는 괴물인 리바이어던의 사냥 방식이라고 인정할 순 있었다. 하지만 그가 사람들을 잡아먹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나 잔인하고 섬뜩했다. 리바이어던은 언제나 사람들을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은 후에 그들이 공포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즐기는 듯 보였고, 사람들을 잡아먹는 것보다 그들을 가지고 노는 것을 더 선호하는 듯 보였다.


일부러 사람을 다리만 얼려놓은 후에, 사람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그 과정에서 도망치는 것을 포기한 사람은 가차 없이 촉수로 뭉개서 죽여버리곤 했었다. 그리고 촉수를 이용해 사람들을 붙잡은 후에 서로 싸우게 해서, 지는 사람을 잡아먹는 모습을 주로 보였다. 최후에 남은 승자 역시 그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리바이어던이 연 촉수의 투기장에서는 언제나 사람들이 공포에 내쫓긴 채로 서로를 죽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대곤 했었다.


그리고 자신이 농락하여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이용해 언제나 기괴한 형상으로 선박이나 장수정을 장식해놓곤 했었다. 그가 만든 작품의 예술성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 분명했지만, 이것 하나만은 단언할 수 있었다. 그가 만든 작품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에 더없이 적합한 물건이라는 것을.


한 마디로 사람들을 이용해 언제나 잔혹한 게임을 벌이고, 공포를 이용해 그들을 농락하면서 서로가 죽이는 모습을 보는 것을 선호하는 잔인한 성향을 지닌 존재였다. 리바이어던에게 습격당한 선박이나 잠수정들을 조사하면서 얻은 영상을 목격한 사람들은 일제히 공포에 질리거나, 깊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었다.


이에 생추어리의 상층부에서는 ‘BIRD’들이 바다로 잠입하는 계획을 모두 백지화시켰다. 영상을 목격한 이후부터는 무조건 무인 탐사선을 보내 표류하는 군도를 감시했었지만, 군도의 주변을 지나던 선박들은 모두 리바이어던에게 희생당했고, 뒤처리를 맡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예술 세계로 선박이나 잠수정을 꾸며놓은 리바이어던의 잔혹함에 경의를 표하듯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토악질해댔었고, 공포에 짓눌려 미쳐버리곤 했었다.


그런 잔혹한 성향을 지닌 괴물이 바로 자신들의 앞에 있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초인이라고 불리는 자들이라 한들. 압도적인 힘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잔인한 성형까지 지닌 괴물이 주는 공포에서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리바이어던은 고개를 움직이면서 거대한 붉은 눈으로 베헤모스의 뒤에 숨어있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가지고 놀 장난감이 늘어서인지. 리바이어던의 눈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였다. 베헤모스는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인간들만을 살피고 있는 리바이어던에게 말을 걸었다. 자신을 무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살기를 담아 으르렁거리며 말이다.


“리바···이어던···. 할··· 이야기···가··· 있다···.”


베헤모스의 살기를 감지한 것인지 그제야 리바이어던은 거대한 붉은 눈을 움직여 베헤모스를 주시했다. 리바이어던의 주목을 끄는 것에 성공한 베헤모스는 그를 위협하려는 생각에 일부러 날카로운 손톱으로 자신의 뿔을 긁어대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담이··· 죽었다···.”


창조주를 향한 존경의 마음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다는 투로 담담하게 그의 죽음을 전한 베헤모스. 베헤모스는 리바이어던과의 대화를 오래 끌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아담이 죽은 사실을 먼저 전했다. 잔혹성은 리바이어던이 자신보다 앞설지 몰라도, 지능 수준이나 어휘력은 자신보다 현격히 떨어지는 리바이어던이었기에 용건만 완고하게 전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자신의 형제와 생애 두 번째 만남에서 창조주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리바이어던이었지만, 크게 동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살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말을 전하고 있는 베헤모스를 비롯해 그의 등 뒤에 숨어있는 인간들에게도 리바이어던은 실오라기만큼의 살의도 뿜어대지 않았다. 그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베헤모스만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베헤모스는 아담이 죽었다는 의미를 리바이어던이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이것을 기회라고 여겼다.


“우리를··· 만든··· 창조주···는··· 이제··· 없다···. 그러니··· 더는···. 커억!”


침착하게 아담의 죽음이 갖는 의미를 전하고, 동료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끔 길을 터 줄 것을 요구하려던 베헤모스의 말은. 그의 몸을 휘감은 꼬리에 이끌려 바닷속으로 끌려가면서 막혀버렸다. 살의도 띄지 않은 채로 베헤모스를 바다에 처박은 리바이어던은 물속에 숨겨놨던 자신의 앞발을 꺼내 들었다. 베헤모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발톱이 달린 앞발이었다. 리바이어던은 날카로운 칼날 같은 발톱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베헤모스를 찍어버린 후에 장난스럽게 말했다.


“뭐라고 떠드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구나.”


리바이어던의 목소리를 들은 일행은 일제히 놀랐다. 지즈나 베헤모스와는 다르게 기괴한 목소리로 더듬지 않고, 마치 사람처럼 유창하게 말을 전하는 리바이어던에게 놀란 것이었다. 하지만 윤성과 로그가 그 목소리를 듣고 놀란 것은 다른 이유였다. 목소리는 다르긴 했지만, 리바이어던이 떠든 말이 누군가를 연상케 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윤성이 경악에 물든 얼굴과 목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리자. 리바이어던은 그의 짐작이 맞는다는 듯이 지겹게 들었던 그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뿌리면서 윤성에게 말했다.


“아하하! 그래. 나다.”


거대한 얼굴을 움직여 윤성과 눈을 마주친 채로 리바이어던이 말했다.


“너를 만든 아버지. 아담이다. 아하하! 직접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구나! 아들아! 아하하!”


꼬리로 베헤모스를 붙들고, 앞발로 그를 공격해서 주변의 바다를 붉은 피로 물들게 만든 후에,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뿌려대는 리바이어던을 향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모든 이들이 합창하듯이 중얼거렸다.


“어떻게···.”

“아하하! 너희 같은 녀석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 고작해야 한 번의 생밖에 부여받지 못한 하찮은 존재들 주제에? 아하하!”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공황상태에 빠진 이들을 조롱하면서 리바이어던. 아니, 아담은 유쾌하다는 듯이 촉수를 휘날리면서, 긴 목을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박장대소를 터트려댔다. 그 웃음소리가 너무나도 거슬렸던 윤성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증오를 통해 공황상태에서 벗어나 어떤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옮긴 건가?”

“아하하! 그래. 역시 내 아들이다! 아하하!”

“옮겼다니···? 설마···. 스완 대장이 실패했다는 거예요?”


해답을 찾은 윤성을 향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레이첼이 질문했다. 그러자 메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질문에 반박했다.


“말도 안 돼! 스완이 실패했다면, 위성 레이저가 섬을 파괴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구름을 움직여서···.”

“섬을 파괴하는 것을 막았겠죠···.”


마티는 허망하다는 투로 메리가 하려던 말을 대신 꺼내며 자신의 의견을 이어나갔다.


“트레인···! 그자가 만든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분명해요! 스완을 죽이기 위해 그가 함정을 쳐놓은 것인지도···!”

“닥쳐! 그분은···. 그분은 그럴 분이 아니야!”


마티의 의견을 뭉개버리듯이 블락이 나서서 거칠게 마티의 목을 움켜쥐면서 외쳤다. 이에 마티는 지지 않겠다는 듯이 블락을 노려보면서 거침없이 말했다.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던 프로그램을 뚫고, 아담이 빠져나온 거냐고요! 당신이 그분이라고 떠받들던 그 배신자가 함정을 쳐놓은 게 아니라면···!”

“닥치라고 했지!”


점점 두 사람의 감정이 격해지자. 메리가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어 그들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만!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가···!”


자신들끼리 싸움을 시작하는 모습이 보기 유쾌하다는 듯이 아담이 킬킬거리자. 그 웃음 속에서 뭔가를 느낀 윤성이 이를 갈면서 말했다.


“미리 튄 거였군.”


윤성의 말을 들은 일행들이 일제히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놀라던 순간. 아담은 리바이어던의 수염을 움직여. 마치 손뼉을 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말했다.


“그래. 바로 맞췄다. 난 그저 너희들이 내 마기인 레기온을 죽였을 때. 상황이 안 좋아질 수도 있겠다고 판단해서. 몸을 옮긴 것뿐이야. 아하하! 이 녀석을 비롯한 지즈나 베헤모스들은 내가 전송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거든! 뭐. 시간이 모자라서 모든 걸 고스란히 옮기진 못했지만, 내 인격은 이 녀석에게 전송하는 데 성공했지! 아하하!”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유쾌하다는 듯이 웃어대면서 아담은 말을 이었다. 윤성을 비롯한 모든 이들을 자극해 그들의 분노와 증오가 지옥 불처럼 타오르게 하는 말을.


“스완···. 내 가련한 딸은 의미 따윈 없는 희생을 하고 만 거야! 태어날 때부터 실패작이었던 것처럼! 마지막까지 비참한 개죽음을 당한 것이라고! 아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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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3부 표류하는 군도 - epilogue 17.12.23 328 5 13쪽
243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8) 17.12.21 219 2 15쪽
242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7) 17.12.19 185 4 14쪽
241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6) 17.12.16 176 2 15쪽
240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5) 17.12.14 201 2 13쪽
239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4) 17.12.12 199 3 13쪽
»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3) 17.12.09 216 2 12쪽
237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2) 17.12.08 216 3 13쪽
236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1) 17.12.05 170 2 13쪽
235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3) 17.12.02 191 2 18쪽
234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2) 17.12.01 218 3 16쪽
233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1) 17.11.28 206 3 12쪽
232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0) 17.11.21 184 2 17쪽
231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9) 17.11.18 201 3 14쪽
230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8) 17.11.16 214 2 16쪽
229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7) 17.11.14 210 2 15쪽
228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6) 17.11.13 221 3 15쪽
227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5) 17.11.09 228 2 15쪽
226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4) 17.11.07 201 4 13쪽
225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3) 17.11.04 210 2 13쪽
224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2) 17.11.02 211 3 13쪽
223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 17.11.01 233 2 15쪽
222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2) 17.10.28 249 3 17쪽
221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1) 17.10.26 197 2 14쪽
220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0) 17.10.24 217 3 14쪽
219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9) 17.10.21 232 3 15쪽
218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8) 17.10.19 243 2 13쪽
217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7) 17.10.17 231 3 15쪽
216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6) 17.10.14 23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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