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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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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03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11.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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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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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1)

DUMMY

신기한 일이었다. 이 섬에 도착한 후부터 코끝에 꽂혀있는 것만 같았던 지긋지긋한 냄새. 바다 위를 표류하는 이 섬이 없어지지 않는 한은 영원히 끊기지 않을 것만 같은 지독한 악취. 피비린내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섬 중앙에 자리 잡은. 마치 신화 속에 등장할 것만 같은 웅장한 탑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섬에 진동하고 있던 피비린내가 끝을 고하는 듯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저··· 곳···이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손 위에 일행들을 올려놓은 채로 베헤모스는 뾰족한 입을 들어서 눈앞에 있는 웅장한 탑을 가리켰다. 굳이 베헤모스가 알려주지 않아도 누구든 저 탑이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곳임을 잘 알 수 있었다. 피와 시체. 그리고 폐허만이 가득한 이 섬에서 오직 저곳만이 온전함을 뽐내고 있었으니까.


아담의 탑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고되지 않았다. 아담이 제대로 명령을 내리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베헤모스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품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이동하는 와중에 만난 기가스들은 일정한 거리 이상을 다가오는 경우가 없었다. 그저 그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 베헤모스가 깊은 상처로 인한 피로로 알아서 자빠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살육에 대한 욕정을 드러내며 그들의 뒤를 추격하는 것뿐이었다.


아담이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기만 한다면 이 저주받을 섬에 존재하는 모든 기가스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베헤모스에게 덤벼들 것이 자명한데도. 그들은 멀찍이 떨어져 침만 흘려대고 있었다. 괜한 체력을 낭비하지 않는 편한 이동이 되곤 있었지만, 도대체 아담이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생각이 그들에게 정식적인 피로감을 선사해줬다.


아담이 있는 탑에 다다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웅장한 탑의 입구에 다다른 일행들은 베헤모스의 손바닥에서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정비하던 장비들을 모두 착용한 채로 이 웅장한 탑의 입구에 서 있었다.


“저기가 트레인이 말했던 문인가 보네.”


메리가 전방에 보이는 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웅장한 탑의 크기에 비해서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작았다. 그야말로 그리폰을 착용하지 않은 일반적인 체형의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문이었다.


“어때? 마티. 해킹을 시도할 수 있겠어?”


스완은 탑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끊임없이 홀로그램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생추어리의 기밀을 해킹하려 애쓰는 마티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렵겠는데요.”


마티는 정말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힘겹게 진실을 털어놓았다.


“제 예상보다 방어 시스템이 너무 강해요. 외부에서 이걸 뚫으려면···. 최소 1주일은 필요할 것 같아요.”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게 되어 미안하다는 듯이 마티는 구겨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이런 사태를 예상하였던 스완은 그런 마티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그의 어깨에 내려앉은 짐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준 후에 물었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작업하면 어떨 것 같아?”

“···만약에 탑 안의 시스템에 집적 접속을 한다면 1시간도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건 보증할 수 있어요. 이 탑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안에서 집적 접속을 한다는 가정하에는 취약한 점이 많이 보여요. ···마치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문제는···.”


마티는 한숨을 내쉬면서 스완이 하려는 말을 대신 말했다.


“네. 저 통로 안에 있는 방사능이죠.”


마티는 자신이 들고 있던 짐에서 작은 단말기와 비슷하게 생긴 장비를 꺼내면서 말을 이었다.


“이걸 저 탑의 내부에 연결한다면. 저 탑이 지니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제 핸드북으로 옮겨올 수 있어요. 문제는 저 탑의 내부에 이걸 연결할 곳이 있느냐도 문제고, 그걸 찾을 시간적 여유가 있느냐가 문제죠.”

“···역시. 그 녀석이 뒈지기 전에 모든 정보를 털어놓게 만들었어야 했네.”


마티가 건네준 장비를 손안에서 만지작거리면서 스완은 깊은 생각에 잠겼고, 그녀의 곁을 지나 작은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 윤성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겁이 많은 걸 이렇게 내비치고 있었군···.”


윤성이 작은 문에 대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스스로 생명을 창조하는 신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윤성이 생각하기에 아담은 그저 겁쟁이인 자일 뿐이었다. 죽음이 두려워 몸을 기계로 만들었고, 생추어리의 보복이 두려워서 자신만의 섬을 만들어 그곳에 숨을 생각을 한 겁쟁이일 뿐이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을 피하고 싶은 악마의 강박증을. 웅장한 탑의 초라한 작은 문이 잘 알려주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신의 행세를 하는 겁쟁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되어주고 있었다.


“이런, 이런. 집을 나갔던 자식들이···. 결국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왔구나.”


탑의 출입문 앞에서 들어가는 방법을 찾고 있던 일행들을 반기는 아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모든 이들이 즉각 무기를 겨누었고, 윤성은 레기온을 죽임으로써 얻었던 공허함을 단번에 밀어낼 정도의 증오를 손에 넣었다. 그와 직접 대면한 적이 없었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 목소리. 빈센트, 레기온. 자신의 몸과 영혼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던 그 두 악마와 똑 닮은 목소리는 꺼져버린 장작과도 같던 윤성의 증오가 다시금 타오를 수 있게 만드는 연료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로그도 마찬가지였다.


“웬디고···. 드라이어드···. 능력을 발생시킨 내 아들들아. 여기까지 아주 잘 왔다. 아. 너희 ‘BIRD’들도 환영한다. 여기까지 온 최초의 인간들이 되겠군.”

“흥! 아주 여유가 넘치시는군···.”


출입문에 설치된 홀로그램 발생기를 통해 생전의 모습을 재현해낸 아담은 한껏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두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하하! 나를 향한 너희들의 분노와 증오가 나의 옥좌에까지 전해지는 듯하구나.”


한껏 여유를 부리는 아담을 노려보던 윤성은 비릿한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참 신기해···. 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하는 짓이 똑같은지···.”

“흐응?”


고개를 까딱이며 장난스럽게 귀에 손을 가져다 아담은 윤성의 말을 경청하는 행동을 취했다. 윤성의 분노와 증오를 터트리게끔 유도하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그런 행동은 이미 지긋지긋하게 경험해 봤던 윤성이기에 그의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는 일은 없었다.


“너희들은 언제나 여유가 가득한 모습으로 등장했었지. 검은 성벽에서도···. 이 섬에서도···. 너희 놈들은 언제나 여유롭고, 거만한 자세로 내 앞에 나타나더군. 질릴 정도로 똑같은 모습으로 말이야.”


오히려 윤성이 그를 자극하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 가득한 여유와 교만을 망가뜨리고 싶다고 소망하면서.


“···그리고 언제나 내 손에 죽어 나가더군. 추하게 목숨을 빌면서 말이야···.”


하지만 윤성의 말을 들은 아담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얼굴에 만연한 여유와 거만함을 거두지 않은 채로 윤성의 도발이 흥미롭다는 듯이 반응할 뿐이었다.


“그렇군···. 이제까지 내 마기들에게 그런 식으로 대응했던 거냐? 실제로 네 입에서 얼토당토않은 쓰레기 같은 말이 나오는 걸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구나.”

“그래···. 계속 그렇게 여유를 부려봐···.”


윤성은 실버리움 뼈가 튀어나온 주먹을 아담에게 들이대면서 말을 이었다.


“네놈들이 만들어놓은 이 철퇴로···. 곧 너의 얼굴을 박살 내줄 테니까.”

“아하하! 그래. 기대하지.”


주먹을 내민 윤성에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손뼉을 치면서 아담은 빈센트와 레기온이 지었던 똑같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허둥대는 존재를 볼 때마다 지었던 그 잔인하고 섬뜩한 미소를.


“하지만 너보다 먼저 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 같구나. 그러니 너와의 만남은 잠시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뭐? 그게 대체 무슨···.”


아담이 내뱉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윤성이 대답을 하려던 순간. 그들의 고막을 찢을 듯한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완!”


블락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홀로그램 상태로 나타난 아담에게 꽂혀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블락에게 쏠렸고, 미친 듯이 작은 문을 향해 뛰어나가는 그의 움직임을 쫓았다. 그리고 블락이 스완의 이름을 외친 의미를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제 벌어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스완은 그리폰을 벗어던진 채. 아담의 탑으로 향하는 작은 문에 서 있었다. 윤성이 들어가고자 했던 그 작은 문의 안쪽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자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작은 문을 향해 단숨에 뛰어갔고, 어떻게든 그 문을 열기 위해서 각자가 생각하는 방법들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노력을 비웃는 듯이 아담이 말했다.


“아하하! 무리다. 무리. 그 문은 내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열리지 않아. 난 첫 번째 손님으로 저 아이를 선택했으니. 너희들은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려라. ···물론. 그 차례는 영원히 오지 않을 테지만! 아하하!”


승리감에 취한 웃음소리를 퍼트리면서 아담의 홀로그램은 사라졌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아담의 모습이 사라진 것에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지금은 방사능으로 가득한 사지로 스스로 들어가는 무모한 짓을 벌인 스완을 바깥으로 꺼내야만 했다.


“문 열어! 스완! 네가···. 네가 왜 이런 짓을···!”


블락은 거의 발광하다시피 하면서 작은 문을 칼로 연신 내리쳤다. 스완에게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요구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스완의 시선은 그런 블락을 향해 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을 쫓은 블락은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이 윤성이라는 것을 알고, 겨우 억눌러놨던 질투와 증오가 터져 나오는 목소리로 스완에게 외쳤다.


“뭐야?! 지금 저 괴물 때문에···. 저 괴물 새끼 때문에 네가 희생하겠다는 거야?! 그런 거야?! 그런 거냐고?!”


블락은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질투와 증오를 담아 윤성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가 두르고 있는 그리폰이 작동을 정지하면서 윤성의 코앞에서 칼날이 멈춰버렸다. 대장의 권한을 지닌 핸드북을 지니고 있던 스완이 그의 행동을 막아버린 것이었다. 자신의 머리가 두 동강이 날 뻔한 순간이었음에도, 윤성은 블락이 했던 것처럼 아담의 머리를 부숴주겠다고 맹세했던 자신의 철퇴로 문을 두들기고만 있었다.


그런 윤성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처럼 작은 문에 손을 가져다 댄 후. 스완이 말을 걸었다.


“그만해. 이 문은 너의 철퇴로도 부서지지 않아.”


하지만 윤성은 멈추지 않았다.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을 말리는 스완의 자살 행위를 막기 위해 끊임없이 말을 걸면서, 그녀를 가두고 있는 작은 문이 어서 부서지길 바라는 강렬한 소망을 담아서 맹렬히 철퇴를 휘두르고 있었다.


“나와! 어서 나오기나 해! 네가···! 네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어!”

“아니. 이유는 있어.”


스완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나의 복수를 이룰 때니까. 이건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을 거야. 이 복수는 내 것이니까.”

“···복수?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스완은 자신의 영혼을 짓누르던, 비밀이라는 무거운 짐을 비로써 벗어 던지게 된 것이 홀가분 하다는 듯이.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윤성에게, 자신의 동료들에게 진실을 전했다.


“내가 그에게 만들어진 첫 번째 괴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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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3부 표류하는 군도 - epilogue 17.12.23 328 5 13쪽
243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8) 17.12.21 219 2 15쪽
242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7) 17.12.19 185 4 14쪽
241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6) 17.12.16 176 2 15쪽
240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5) 17.12.14 200 2 13쪽
239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4) 17.12.12 199 3 13쪽
238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3) 17.12.09 215 2 12쪽
237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2) 17.12.08 216 3 13쪽
236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1) 17.12.05 170 2 13쪽
235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3) 17.12.02 191 2 18쪽
234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2) 17.12.01 218 3 16쪽
»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1) 17.11.28 206 3 12쪽
232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0) 17.11.21 184 2 17쪽
231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9) 17.11.18 201 3 14쪽
230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8) 17.11.16 214 2 16쪽
229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7) 17.11.14 210 2 15쪽
228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6) 17.11.13 221 3 15쪽
227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5) 17.11.09 228 2 15쪽
226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4) 17.11.07 201 4 13쪽
225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3) 17.11.04 210 2 13쪽
224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2) 17.11.02 210 3 13쪽
223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 17.11.01 233 2 15쪽
222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2) 17.10.28 249 3 17쪽
221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1) 17.10.26 197 2 14쪽
220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0) 17.10.24 217 3 14쪽
219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9) 17.10.21 232 3 15쪽
218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8) 17.10.19 243 2 13쪽
217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7) 17.10.17 231 3 15쪽
216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6) 17.10.14 23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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