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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님의 서재입니다.

업적 따면 강해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림괴
작품등록일 :
2020.09.19 20:01
최근연재일 :
2020.10.04 18:1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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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5
추천수 :
86
글자수 :
90,539

작성
20.10.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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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뜻 밖의 인물]

DUMMY

곡괭이는 곧바로 공방으로 옮겨가 장인의 손에 맡겨졌다. 문제는 터무니없는 가격의 가공비였으나, 다행히도 곡괭이에 사용된 오리하르콘이 성우가 원하는 장비를 만들고도 남아 그 나머지 부분을 넘기는 것으로 가공비를 퉁칠 수 있었다.


계약이 성사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공방에서 파견된 사람이 성우의 온갖 신체사이즈를 측정하고 근력테스트까지 진행한 뒤 성우가 원하는 장비의 형태와 무게중심 등 생각지도 못한 수십 가지의 설문조사를 행했다. 재료가 재료인 탓에 S급의 아이템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는 작업이라 철저하고 신중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제작 완료 예정일을 하루 앞둔 지금 성우는 내일 받을 장비 생각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던전으로 향했다. 마나석이 결국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고, 도저히 기쁨이 주체가 되질 않았다.


"어, 성우씨!"


마침 사람이 북적거리는 던전이동기 근처를 지날 참에 누군가가 군중 속에서 소리쳤다. 성우가 의아하게 그쪽을 바라보자 곧 한 남자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잠시 지나갈게요. 안녕하세요, 성우씨!"


연신 사람들에게 사과하며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일전 성우가 고블린을 한참 학살할 때 만난 적 있었던 이태호였다. 대형 회사 라이언에 소속된 공략팀 다이버. 이번 50층 보스 레이드에서도 한 축을 맡아 공로를 세웠을 만큼 실력도 있고, 제법 잘 생긴 외모도 더해져 인기도 있었다.


그런 그가 성우에게 말을 걸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며 웅성거리는 게 느껴졌다. 성우는 떨떠름한 얼굴로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태호씨. 이번에 공방 관련으로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맘 같아선 그냥 무시하고 아래층으로 쌩 가버리고 싶었지만, 하필 이번에 소연이 부탁해 공방과 다리를 놔준 사람이 바로 그였기에 인사 한마디 안 하고 넘어가기엔 양심이 찔리는 상황.


"바빠 보이시는데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어쨌거나 인사는 했으니 성우는 몸을 돌려 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향해 태호가 황급히 뛰어 옆에 서서는 나란히 걸었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오랜만에 봤는데 잠깐 이야기라도 하죠. 아, 50층 보스 레이드 방송 혹시 봤나요? 어마어마한 녀석이었어요. 슬라임 나이트."

"죄송한데 제가 좀 바빠서."

"그러고 보니 참 아쉽게 됐어요."

"네? 뭐가요."

"저도 공방에 맡겨둔 장비가 있었는데, 이번에 성우씨 장비를 예약해드리는 대신 순번이 한참 뒤로 밀렸거든요. 언제나 받을런지 모르겠네요."


태호는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웃으며 양심 찔리게 만드는 소리를 해댔다. 성우가 아무리 철면피를 깐다고 해도 소연 역시 한 발을 걸친 관계에서 막나가기도 뭐한 상황. 결국 수긍한 성우가 주변에 몰린 사람들을 한차례 살피고는 계단 쪽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조용한 곳으로 모시죠."





성우와 태호는 이따금 방해하는 몬스터들을 적당히 쓰러뜨리며 3층까지 내려왔다. 거기서 한동안 더 나아가 성우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이전 코볼트 검수와 싸웠던 바로 그 장소였다.


이상하게 코볼트도 리젠되지 않고, 깊숙한 위치에 사람 딱 한명이 지나갈 법한 크기의 구멍을 통과해야 올 수 있는 곳이라 다른 사람이 올 걱정도 없는 장소였다.


'볼수록 괜찮단 말야. 다음 몬스터도 여기서 소환해야겠어.'


지금까지의 경향 상 한 종류의 몬스터를 1000마리 잡으면 엘리트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의 이목이나 간섭을 피해 사냥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3층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요. 다른 층에도 가끔 이런 중간거점으로 삼을만한 구간이 있긴 한데 하나같이 꽁꽁 숨겨져서 전문 탐색자가 아니면 발견할 수가 없거든요. 어떻게 찾으신 거에요?"

"그냥 코볼트 좀 잡다보니."


드문드문 흩어진 코볼트를 1000마리나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중엔 잡는 속도보다 코볼트를 찾아다니는 시간이 더 길어질 정도였는데,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던전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장소였다.


"성우씨는 참 신기한 사람이네요."

"네?"


잠깐 딴생각을 하던 성우가 갑작스러운 태호의 말에 반문했다.


"누가 봐도 초보자일 때부터 고블린들을 몰이사냥하고 다니던 사람이 아직까지도 코볼트만 잡고 있고, 다들 꺼리는 3층에서 이런 장소를 발견할 정도로 돌아다니는가 하면 어디선가 오리하르콘 장비를 주워오기까지 했죠. 이 정도면 신기하지 않나요?"

"아니, 뭐. 그냥 운이 좋아서...."


누가 봐도 설명하기 꺼려져서 변명하는 말투였지만, 진짜로 달리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결국 전부 업적을 따기 위해 했던 행동들의 결과니까.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고.


"게다가 그 얼음장 같던 소연씨가 타인의 일 때문에 남에게 부탁까지 하게 하다니.... 안되겠네요. 오늘은 그냥 친목만 더 다져볼 생각이었는데."


성우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하며 혼자 중얼거리던 태호의 눈빛이 변했다.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함을 느낀 성우가 무심코 거리를 벌렸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성우씨. 성우씨는 제가 왜 다이버가 됐는지, 게다가 그중 가장 위험한 공략팀에 들어갔는지 아시나요?"

"아니, 모르겠는데요."


태호의 숨이 이상하게 가빠지고 있었다. 성우는 한걸음 더 물러섰다.


"저는 주인공을 찾고 있었어요. 만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같은. 남들이 이해 못하는 행동을 계속하고, 기연들을 만나 강해지고, 그리고 순전히 운만이 아닌 스스로 고난을 해결해 나가는 능력도 있고,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나 여주인공들이 알아서 모이고.... 이런 주인공을 찾았어요. 저는 그 옆에서 친구처럼 의지가 되고 힘들 때 어깨도 빌려주고 물도 한잔 건네는 하나뿐인 친구가 돼서 그 주인공을 지켜보고 싶었고요."

"뭐, 뭐라는 거야 이새끼."


성우가 무심코 욕설을 흘렸다. 가쁜 숨을 헐떡이며 눈을 빛내는 태호의 모습이 굉장히 불쾌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오늘 다시 보고 깨달았어요. 성우씨가 바로 제가 찾는 그런 주인공이라는 걸. 혹시 검을 한번 맞대 봐도 될까요?"


성우가 거절하기도 전에 태호의 허리춤에서 빛이 번뜩였다. 성우는 기겁을 하며 검을 뽑아 정면을 막아섰다.


캉!


성우의 목 언저리를 노리던 태호의 검이 튕겨나갔다. 태호가 번개처럼 검을 발도함과 동시에 성우를 베어온 것이다.


기습을 막아낸 성우의 모습에 태호의 눈이 한층 더 크게 떠지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태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재차 두 번 연달아 검격을 날렸다.


캉! 캉!


공략팀 내에서도 검을 다루기로는 수위를 다투며,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태호의 검이 연달아 급소를 노리는데도 성우는 그것을 이를 악물고 받아냈다.


성우의 등에 한줄기 땀이 흘렀다. 분명 가볍게 휘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그 공격 하나하나가 코볼트 검수의 곡괭이마냥 빨랐다. 만약 코볼트 검수를 상대하며 그 속도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대응할 수 없었을 게 분명했다.


"역시! 고작 한 달도 되지 않은 경력으로 제 검을 막아내시다니...! 성우씨도 부디 전력으로 저를 공격해주시죠!"

"그래. 대가리나 조심해라."


성우는 이 상황에 잔뜩 짜증이 난 상태였다. 뭔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공격하다니. 태호가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성우가 검을 머리 위로 높이 들며 상단베기의 자세를 취하자 태호는 기다렸다는 듯 한걸음 물러나며 방어로 전환했다. 이어 성우의 스킬이 발동했다. 코볼트 검수 곡괭이류 상단베기.


"이정도일...."


쉬익!


스킬을 발동하자 무섭도록 뿜어져 나오는 기백을 느낀 태호가 당황하며 중얼거리는 순간, 성우의 온힘을 담은 일격이 태호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쳐졌다.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한 타이밍 늦게 찾아온 풍압이 바닥에 쌓인 흙먼지를 사방에 날려버렸다. 뿌옇게 변한 시야에 성우는 침착하게 자세를 유지하며 정면을 응시했다. 검은 막히지도, 뭔가를 베고 지나가지도 못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곧 흙먼지가 가라앉고 성우의 눈에 저 멀리 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휘둥그레 뜬 태호가 보였다. 흙먼지를 뒤집어 쓴데다 잘생긴 얼굴이 바보 같아 보일정도로 놀란 표정으로 주저앉은 그의 모습을 보자 성우는 짜증이 제법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대단해...."


태호는 끄트머리가 베여 약간 짧아진 앞머리를 매만졌다. 끝부분일지언정 확실하게 검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


'블링크가 아니었으면 위험했어.'


태호가 다이버가 될 때 얻은 능력이 단거리 공간이동 능력, 블링크. 직감적으로 막거나 몸으로 피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블링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정수리부터 쪼개졌을 게 분명했다.


'아니. 저 정도의 기술이다. 분명 중간에 멈춰줬겠지.'


태호는 성우의 놀라운 검술에 감탄하며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성우에겐 그럴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50층씩이나 공략하고 있는 다이번데 그래도 공격해보라고 틈을 내줬으면 비장의 한수는 있겠지 싶어 냅다 휘두른 것이다.


'근데 어떻게 그 순간에 저 멀리까지 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굳이 물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중에 소연이나 희성에게 물어봤으면 물어봤지, 태호에게 말을 붙이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성우님! 저와 함께...!"


태호가 또 열기에 찬 목소리로 성우에게 말하려던 참에, 갑작스레 그의 가방에서 무전이 울렸다.


[야, 이태호! 지금 뭐하고 있어! 작전이 장난이야? 빨리 안와!]


태호의 표정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그가 무전기와 성우를 번갈아보며 망설이고 있을 때, 무전기가 재차 거친 목소리를 송신했다.


[너 지금부터 5분 안에 안 달려오면 상묵이랑 근력트레이닝행이야.]

"그, 금방 갑니다! 죄송해요!"


안색이 새하얗게 변한 태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멀뚱히 서서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던 성우에게 외쳤다.


"성우님! 금방 다녀올 테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 말만 남기고 태호는 갑자기 성우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블링크를 연속으로 사용하며 1층 로비로 향한 것이었다. 성우는 한숨을 한차례 내쉬었다. 대체 뭔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새 호칭도 성우님으로 바뀌어 있던데, 두말 할 나위 없이 꺼림칙한 일이었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자...."


진이 다 빠져버린 성우는 던전 밖으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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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고블린 킹 사냥](1) +3 20.09.28 114 7 12쪽
8 [고블린 학살자](3) +4 20.09.27 118 6 12쪽
7 [고블린 학살자](2) +2 20.09.26 124 4 12쪽
6 [고블린 학살자](1) +3 20.09.25 148 4 17쪽
5 [신입 다이버](2) +3 20.09.24 159 4 18쪽
4 [신입 다이버](1) +2 20.09.23 168 5 15쪽
3 [다이버 자격증] +2 20.09.22 189 5 12쪽
2 [업적 시스템](2) +2 20.09.21 228 8 19쪽
1 [업적 시스템](1) +3 20.09.20 294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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