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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님의 서재입니다.

업적 따면 강해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림괴
작품등록일 :
2020.09.19 20:01
최근연재일 :
2020.10.04 18:1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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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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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수 :
90,539

작성
20.09.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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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업적 시스템](2)

DUMMY

"...."


그리고 한참. 성우는 아무리 기다려도 예상했던 아픔이 찾아오지 않자 살짝 눈을 떴다.


다행히도, 몬스터의 주먹은 성우에게 닿지 않았다. 성우를 향해 뻗어오던 모습 그대로 멈춰있었다. 그 주인인 몬스터 역시도.


울끈불끈한 근육이 도드라진 온몸을 역동적으로 비틀며 주먹을 내뻗는 몬스터가 숨도 쉬지 않고 경직되어 있는 모습은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각상 같았다.


"뭐야...."


성우는 몬스터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열어놓은 창문 너머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이던 커튼도, 급히 몸을 일으키느라 허공에서 흐트러지던 이불도, 째깍거리며 초침을 까딱이던 벽에 걸린 시계마저도.


모든 게 멈춰있었다.


"게임을 너무 오래했나?"


성우는 연달아 이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에 이젠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침대에 누웠다 싶었는데 방에 마법진이 생기질 않나, 거기서 던전에서나 등장한다는 몬스터가 튀어나오질 않나. 이젠 아예 시간까지 멈춘다고?


어쨌거나 일단은 살았다 싶었던 성우가 일어나다 말고 다시 주저앉았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고 했다.


"...다리가 안 움직이잖아?“


성우는 꼼짝도 않는 다리를 황망하게 내려다보았다. 허리 아래가 움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감각조차 없다. 다른 멈춰있는 사물들처럼.


아무래도 지금 멀쩡히 움직이는 건 성우의 상체뿐인 모양이었다.


성우가 당황하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려고 버둥거리고 있자니, 갑자기 시야 한중간에 뭔가가 나타났다. 성우에겐 너무나 익숙한 반투명의 창.


--------------------------------


스테이터스 / 업적


힘 : 10

체력 : 10

민첩 : 10

기교 : 10

마나 : 10

마력 : 10


활성화된 업적


[신의 사도] - 모든 능력치 500 상승.


--------------------------------


"가지가지 한다, 진짜."


그것을 읽어내린 성우가 어이가 없다는 양 중얼거렸다. 시선이 향하는 곳을 부드럽게 따라오는 반투명한 푸른색의 창. 그 안에 적혀있는 일련의 숫자들.


누가 봐도 스테이터스 창이었다. RPG게임에서 흔히 등장하는.


'무슨 게임 하는 것 같네.'


연달아 이어진 비현실적인 상황에 더해 이런 익숙한 화면까지 마주하고 있자니 아닌게 아니라 어디 게임에라도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그렇게 받아들이는 쪽이 지금의 상황을 넘기는 데에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꿈이건 뭐건 간에, 어쨌거나 성우의 눈앞에는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 말 듯 하고 어깨넓이가 싱글사이즈 침대의 가로폭만한 괴물딱지가 박력 터지는 모양새로 주먹을 내뻗고 있었으며 언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성우는 마음을 다잡고 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보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먼저 '스테이터스'라고 써진 글자 옆에서 반짝이는 '업적'이라는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자고로 게임에서 느낌표, new, 반짝이는 효과가 떠있는 버튼은 일단 눌러봐야 하는 법이었다.


성우는 손가락을 가져가 업적 버튼에 가져다 대었다. 아무 느낌도 없었지만, 마치 터치패드처럼 성우의 손이 닿은 화면이 전환되며 다른 정보를 표시했다.


--------------------------------


업적


[신의 사도]

- [업적 시스템] 사용가능

- 활성화 : 모든 능력치 500 상승


--------------------------------


업적 창에는 단 하나의 업적만이 표시되고 있었다. [신의 사도]라는 글자 옆에는 작게 그림도 있었다. 검을 쥐고 있는 천사 형태의 아이콘.


혹시나 싶었던 성우가 손으로 그것을 눌러보자, 금빛으로 빛나고 있던 아이콘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다시 스테이터스 창으로 돌아와 확인해보니 '활성화된 업적' 항목 아래에 써있던 [신의 사도] 부분이 사라져 있었다. 이 버튼을 누르는 것이 활성화를 의미하는 모양이었다.


다시 업적 창으로 돌아와 [신의 사도]를 활성화시킨 성우가 그 내용을 읽어 내렸다.


"난 종교 안 믿는데."


게임에서 '업적'이란 게임 내에서 제시된 특정한 상황을 달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트로피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성우는 이 [신의 사도]라는 업적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 다음 줄. [업적 시스템]이란 정확하진 않지만 성우가 지금 보고 있는 이 화면과 관계가 있어 보였다. 중요한 건 그 다음 줄이었다.


모든 능력치 500 상승.


"500이면 어느 정도지?"


스테이터스 창에 표시된 성우의 현재 스텟은 전부 10. 여기에 500을 더한다고 생각하니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단순히 지금 신체능력의 50배 이상으로 강해진다는 건지, 혹은 따로 계산식이 있어서 그만큼 강해지는 건지 아닌지도 알 수가 없다.


성우는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 스테이터스창의 이곳저곳을 건드려보다가 옆으로 슬라이드하듯 휙 밀어버리고서야 창을 없앨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남은 것은 거인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근육덩어리 몬스터.


숨이 턱하고 막힌 성우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주먹이 날아올 때 경황이 없는 중에도 느꼈던 그 끔찍한 공포심이 다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길 수 있을까...?"


몸무게가 얼핏 봐도 자신의 네 배는 한참 넘어 보이는 몬스터의 외견을 보자 자신감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다.


스텟이 510이면 뭐하겠는가? 비교할 수치가 없으니 그게 얼마나 강한 건지도 알 수가 없는데. 막말로 이 몬스터의 스텟이 9999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리도 안 움직이고. 환장하겠네."


게다가 여전히 하반신은 굳은 것처럼 침대에 딱 붙어있는 상황.


성우의 시야에 다시 창이 떠오른 건 그때였다.


--------------------------------


10


--------------------------------


"뭐야?"


무심코 의문을 내뱉은 성우였지만, 이내 10이라는 숫자가 뭘 뜻하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충 1초마다 1씩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씨발.... 설마 시간 멈춘 게 끝난다고?"


성우가 욕을 하건 말건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이내 0까지 줄어들자 푸른 창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순간, 끊어졌던 몬스터의 기성이 마치 중간에 멈췄던 음악을 재생하듯 이어져 성우의 원룸 안에 울려 퍼졌고, 이미 반쯤 뻗어 나왔던 바윗덩어리 같은 주먹이 성우의 머리를 향해 쏘아져왔다.


머리를 향해 뻗어져 오는 주먹을 피해, 성우는 온 힘을 다해 몸을 굴렸다. 카운트다운을 깨닫자마자 준비하고 있던 형태 그대로.


쉬이익!


몬스터의 주먹이 바람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고, 성우는 그 겨드랑이 밑을 빠져나와 방바닥을 한차례 구르고는 몬스터와 거리를 벌리며 재빨리 다시 일어섰다.


'와, 몸이 내 몸 같지 않네.'


마치 게임에서 적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구르기처럼 멋들어진 구르기.


코앞에서 찔러오는 주먹에 반응한 것도 그렇고, 움직임 자체도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고 재빨랐다. 500이라는 수치가 아무래도 제대로 일을 한 모양이었다. 정확히는 몰라도 상승한 '민첩' 스텟이나 '기교' 스텟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리라.


콰지직!


몬스터의 빗나간 주먹이 침대를 때려 부수는 소리였다. 매트리스가 터져나가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내가 맞았다간....'


자신의 머리통이 저 침대처럼 박살나는 장면을 상상한 성우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크르르르...."


정체불명의 몬스터는 성우가 자신의 공격을 피할 줄은 몰랐는지 잠시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뒤돌아 성우를 마주보며 목을 울렸다.


성우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했다. 엉겁결에 피하긴 피했는데, 하필 방문과 거리가 꽤 있는 위치였다. 방을 나가려면 몬스터를 넘어가야했다.


물러나던 성우의 뒤꿈치에 뭔가가 닿았다.


"아!"


곁눈질로 그것을 내려다본 성우가 탄성을 흘리며 서둘러 양손으로 그것을 들어올려 몬스터에게 겨눴다.


대형 게임회사에서 선물 받았던 그 1:1 사이즈의 모형 검.


모형이라고는 하나, 날만 없다뿐이지 진짜 합금으로 만들어진데다가 게임 속의 무기를 본 딴지라 쓸데없이 컸다. 원래라면 그냥 들고 있기만 해도 힘들 정도로 무거웠을 텐데, 지금은 무슨 나무 막대기라도 든 것처럼 가벼웠다.


"크아아아아아아!"


갑자기 무기를 든 성우를 경계어린 눈으로 관찰하던 몬스터는 별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건지 재차 괴성을 질러대며 성우에게 달려들었다.


'느리네?'


펀치를 날리기 위해 주먹을 뒤로 한껏 당긴 채로 달려드는 몬스터의 움직임은 무슨 물속에서 움직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굼떴다.


보는 이가 답답할 정도로 느릿느릿한, 마치 슬로우 모션 같은 움직임.


방금 전 구를 때의 자신의 움직임과 가볍디 가벼운 검. 그리고 빤히 보이는 몬스터의 움직임까지.


"해볼만 하겠는데."


약간 자신감을 얻은 성우는 이를 악물고 양손에 쥔 모형 검을 꽉 쥔 채로 몬스터를 향해 뛰쳐나갔다.


원룸이다 보니 절대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성우의 방.


기껏해야 두발자국 정도면 서로의 손이 닿을 거리였기에 눈 깜짝할 사이에 성우가 몬스터의 지척까지 다가갔다.


설마 자신에게 달려들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지 몬스터가 당황한 기색으로 제대로 힘이 담기지 않은 주먹을 내질렀다.


성우는 그 느릿한 일격을 상체를 뒤틀며 간단히 피하고는, 달려드는 속도 그대로 몬스터의 가슴팍에 모형 검을 찔러 넣었다.


"뒤져!"


푹!


증가한 힘 스텟 덕인지 날도 서있지 않은 모형 검은 몬스터의 가슴팍을 손쉽게 관통하고 등으로 빠져나왔다. 그러고도 여력이 남아 몬스터의 몸이 붕 뜨며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쿠아아아악!"


하지만 즉사하지 않은 건지, 몬스터는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면서도 발버둥을 치며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러댔다.


"헉!"


자신이 봐도 놀라운 위력의 공격에 잠시 넋을 놓았던 성우가 기겁하며 허리를 틀며 그 공격을 피해냈다.


쉬이이익!


코끝을 스쳐지나가는 고블린의 수박만한 주먹과 뒤늦게 몰아치는 강풍.


아무렇게나 휘두른 그 주먹에 담긴 무시무시한 위력이 똑똑히 전해져오자, 성우의 등허리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퍼억!


"구억!"


성우는 검을 쥔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몬스터의 복부를 힘껏 발로 차 밀어냈다.


쿵!


발에 차인 몬스터가 큰 소리를 내며 벽에 처박히고, 그 여파로 몬스터의 가슴팍에 꽂혀있던 모형 검이 뽑혀 나왔다.


성우는 지체하지 않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몬스터에게로 달려갔다.


"죽어라!"


성우는 모형 검의 손잡이를 으스러져라 꽉 쥔 채로 몬스터의 머리를 향해 찔렀다.


방금 전처럼 혹시 살아남아 반격이라도 당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성우는 반드시 놈의 머리를 꿰뚫어버리겠다는 일념으로 지금 낼 수 있는 온 힘을 검에 담았다.


파삭!


다행히도 모형 검은 몬스터의 머리를 앞뒤로 관통해버리고는, 그것도 모자라 뒤의 벽까지 깊숙이 박혔다. 마치 스티로폼을 젓가락으로 찌르는 것처럼 간단하게.


'...푸른 빛? 잘못 봤나.'


모형 검이 몬스터를 찌르기 직전 검 주변에 언뜻 푸른색의 뭔가가 반짝이던 것을 본 성우가 잠시 의문을 품었지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었기에 다시 몬스터에게로 의식을 돌렸다.


머리가 거의 쪼개져버린 몬스터는 확실히 죽었는지 그 몸이 서서히 빛의 입자로 분해되더니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바닥에는 길쭉하고 두꺼운 뼈만 하나 덩그러니 남았다. 흔히 '드랍 아이템'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몬스터를 잡으면 일정 확률로 나오는 그들의 유품이었다.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초인들, '다이버'의 주 수입원이기도 했다.


"얼떨결에 이기긴 했네."


몬스터가 사라지고 나서야 성우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냈다.


방금 전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주저 없이 싸울 수 있었는지. 새삼 다시 떠올려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워낙에 급박한 상황이었고, 그만큼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뭐, 어쨌든 살았으니 된 거지...어?"


아직까지도 벽에 처박혀있는 모형 검을 뽑으려고 힘을 준 성우였지만, 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띠링!


'이건 또 뭐야.'


양손으로 부여잡은 검을 뽑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던 성우의 귓가에 요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게임에서 새로 갱신된 사항을 알리는 듯한 기계적인 알람소리.


성우는 뽑힐 생각을 안 하는 검에서 손을 뗐다. 혹시나 싶어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확인해야하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상황.


일단 머릿속으로 아까 본 스텟창을 떠올려보니, 다행히도 곧바로 눈앞에 아까 전과 같은 창이 떠올랐다.


--------------------------------


스테이터스


힘 : 10

체력 : 10

민첩 : 10

기교 : 10

마나 : 10

마력 : 10


활성화된 업적


없음


--------------------------------


"뭐지? 분명히 신의 사도인지 뭔지가 활성화 중이었는데."


성우는 업적 탭을 눌러 화면을 전환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신의 사도] 업적 아이콘의 불이 꺼져있었다. 왜 꺼진 거지? 하는 의문과 함께 아이콘을 다시 눌러본 성우였지만, 마치 오류메세지가 떠오르듯 작은 창이 팝업 됐다.


[활성화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활성화 조건? 이건 또 뭔... 어?"


금세 사라진 경고 창을 되뇌며 투덜거리던 성우는 [신의 사도] 아래쪽에도 몇 가지 추가된 항목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나도 이제 엘리트!]

- 엘리트 몬스터를 5마리 사냥했다. (1/5)

- ???

- ???


--------------------------------


그 중 대다수는 이런 식으로 조건만 적힌 채 회색으로 물들어있었지만, 스크롤을 쭉 내려 보니 그 중 두 가지만은 [신의 사도]처럼 문구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


[사냥 성공]

- 처음으로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 힘, 체력, 민첩 +3

- 활성화 : 전체 스텟 10% 증가


[애송이 검사]

- 검을 이용해 처음으로 전투에서 승리했다.

- 힘, 체력, 민첩 +5

- 활성화 : 검술의 이해도 소폭 증가


--------------------------------


"아까 그 소리가 업적이 갱신됐다는 뜻인가 보네."


성우는 두 업적의 아이콘을 눌러 활성화 시키고는 스텟 창을 확인했다.


--------------------------------


스테이터스


힘 : 10 +8

체력 : 10 +8

민첩 : 10 +8

기교 : 10

마나 : 10

마력 : 10


활성화된 업적


[사냥 성공] - 전체 스텟 10% 증가 / [애송이 검사] - 검술의 이해도 소폭 증가


--------------------------------


"이거 재밌겠는데."


성우의 시선은 업적 창에서 아직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 잠겨 있는 업적들에 못박혀있었다.


단순히 업적을 따는 것만 아니라, 실제로 성우 자신이 강해지기까지 하다니. 게임에서 업적을 얻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달성감과 흥분이 성우의 전신을 채우고 있었다. 방안에 갑자기 몬스터가 등장해 죽다 살아나니 현실에서 업적을 딸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될 줄이야.


왜 이런 능력이 생긴 것인지. 애초에 왜 몬스터가 방에 나타났는지. 그리고 시간이 멈췄던 이유는 무엇인지.


여러 가지 의문은 남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사실은 이 [업적 시스템]이라는 것이 꿈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신의 사도]가 왜 갑자기 비활성화된 건지도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지금처럼 업적들을 따면 딸수록 성우 자신의 스탯이 올라갈 거라는 것만은 일목요연했다. 이보다 성우에게 어울리는 힘이 있을 리 없다.


"다이버에는 별 관심 없었는데...한 번 해봐?“


다이버. 10년 전 세계 각지에 나타난 던전들에 뛰어드는 초인들.


다이버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업적을 따는 일 외에는 세상만사에 흥미가 없었던 성우였지만, 지금 얻은 업적들도 그렇고 아직 잠겨있는 업적들도 그렇고 대부분이 몬스터와 싸우는 것으로 달성 가능한 업적들뿐이었다.


업적충인 성우가 이 업적들을 그냥 내버려 둘 리도 없고, 이런 업적들을 따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다이버가 되어야만 했다. 아무나 던전에 들여보내주진 않으니까.


성우가 업적창을 뚫어져라 보며 미래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였다.


"302호 총각! 대체 뭘 하길래 쿵쾅쿵쾅...아니, 이게 다 뭐야!"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중년의 여성이 들어와 방 안의 모습을 보고 호들갑을 떨어댔다. 집주인 아주머니였다.


"아, 아니. 그게 저...."


성우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방의 참상을 살폈다.


반쯤 박살이 난 침대와 사방에 튄 파편.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균열이 생긴 벽과 그 중심에 처박힌 모형 검까지. 당장 방을 빼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난장판이었다.


"평소에 집세 꼬박 꼬박 잘 내서 좋게 봤는데, 이건 아니지."

"죄송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냐면...."

"변명은 됐고, 수리비나 이런저런 걸로 얘기 좀 해야겠으니 잠깐 따라와요."

"아, 네...."


성우는 아주머니를 따라 방을 나서며 다시 한 번 방 안의 모습을 살폈다. 척 봐도 한두 푼으로는 넘어갈 수 없을 참상이 눈에 들어왔다.


"방송으로 번 돈 다 털리게 생겼네. 젠장."


성우가 다이버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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