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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님의 서재입니다.

업적 따면 강해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림괴
작품등록일 :
2020.09.19 20:01
최근연재일 :
2020.10.04 18: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078
추천수 :
86
글자수 :
90,539

작성
20.10.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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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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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코볼트 검수](1)

DUMMY

"뭔 게임인지나 알고 말해요?"


갑작스레 도발을 당한 소연이 퀭한 얼굴을 한층 더 굳히며 쏘았다. 집중하던 걸 방해받은 데다가 자신의 플레이를 대놓고 비웃은 거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라본느 대륙의 전설'이잖아요. 저도 많이 했던 건데."


성우가 진짜로 자신이 하는 게임을 알고 있자 소연의 표정이 잠시 누그러졌다. 그러나 성우는 깐족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와, 플레임소드 들고 계시네. 설마 그 상태로 지옥파리왕 잡으려는 건 아니죠? 안 될 텐데."

"네?"

"아뇨. 신경 쓰지 말아요. 오랜만에 보는 게임이라 반가워서 그러는데 좀 봐도 되죠?“


소연은 미심쩍은 얼굴로 성우를 한참 쳐다보다가 대답도 안 하고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상대하기 귀찮으니 맘대로 하라는 듯한 태도였다. 성우 역시 그녀가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신경을 돌렸다.


소연은 옆에 서있는 성우가 신경도 쓰이지 않는 것 마냥 능숙한 조작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이동시켜 보스방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거대한 곤충형의 괴물이 엄청난 속도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녀가 접근하자 전투가 시작됐다.


퍼억!


"아, 그 패턴은 오른쪽으로 피해야 타이밍 맞는데."


서걱!


"와. 똑같은 낚시패턴에 또 당하네."


푸욱!


"방패는 후려치려고 들고 다니는 건가? 막지를 않네."

"...."


현란하고 재빠른 지옥파리왕의 공격에 소연의 캐릭터는 단 한 대도 공격하지 못하고 줄창 얻어맞으며 바닥을 정신없이 굴러댔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꾸 한마디씩 내뱉으며 신경을 긁어대는 성우.


소연의 짜증이 슬슬 임계점에 이르렀을 무렵, 성우가 마침 생각났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왼쪽 기둥 뒤에 상자가 있었던가? 그걸 열면...."


소연의 캐릭터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을 대굴대굴 굴러가 기둥 뒤로 몸을 피했다. 성우의 말대로 절묘하게 숨겨져 있는 상자를 발견한 소연은 버튼을 연타해 상자를 열었다.


쾅!


그러자 큰 소리와 함께 상자가 폭발하며 소연의 캐릭터가 허공을 날아 벽에 처박혔다.


"함정이 발동해서 피가 엄청 깎였었지. 처음에 당했을 때 진짜 황당했는데."


무슨 말을 하든 무시하던 소연이 성우를 한번 죽일 듯 째려보고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체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져 보스전은 망해버린 상황. 소연은 캐릭터를 지옥파리왕에게 막무가내로 돌진시켰다. 한 대라도 때려보고 죽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운 좋게 타이밍이 들어맞아 멋들어지게 불타오르는 이펙트를 가진 플레임소드가 보스의 몸에 꽂혔다.


"어?"


그러자 지옥파리왕의 온몸이 불타오르더니 불로 이루어진 날개가 한 쌍 더 돋아났다. 데미지를 입지도 않았는지 체력바는 여전히 만땅이다. 소연이 어어하는 사이 아까의 두 배쯤 되는 속도로 날아온 지옥파리왕이 소연의 캐릭터에게 몸을 들이박았고, 화면에 게임 오버라는 글자가 크게 오버랩되었다.


"아이고. 그러게 안 된다니까. 여기 세이브포인트도 엄청 먼데. 쯧쯧.“


고개를 푹 숙인 소연의 손에 쥐어진 마우스에서 플라스틱이 찌그러지기 직전에 내는 단말마 같은 소리가 새어나왔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정말 어지간히 약이 오르는 모양이었다. 성우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내려보다가 이내 발을 돌려 사무실 문으로 향했다. 이대로 사무실에 계속 있기도 뭐하고, 적당히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때 성우의 뒷덜미가 팍 붙잡혔다.


뒤로 넘어지려던 몸을 유연한 반응으로 추스린 성우가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붙잡았던 소연의 모습이 보였다. 눈가에 맺힌 습기와 귀까지 빨개진 얼굴.


'설마 울었나?'


울기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성우가 내심 뜨끔했다. 약 올라서 짜증내고 화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 울리고 싶었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야 정면으로 마주본 소연의 얼굴이 생각보다 너무 예뻐서 당황하기도 했다. 검고 긴 생머리와 오밀조밀한 얼굴. 그리고 울먹거리는 표정의 조합이 묘한 매력을 풍겼다.


"이 보스 공략법 알고 있는 거죠?"

"네? 아, 네. 알고 있죠."


욕이라도 할 줄 알았던 소연이 뜬금없는 질문을 하자 성우는 당황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좀 도와줘요."

"뭘요. 공략을? 이 게임?"

"네. 깨고 싶은데 갈수록 너무 어려워서.... 그래서 아까도 괜히 무례하게 굴고.... 죄송해요. 계속 죽기만 하니까 신경이 날카로워졌나 봐요. 그러고 보니 소개도 안했네요. 청호 소속 다이버 김소연이에요."

"아, 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성우입니다."


소연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제야 성우의 눈에 소연이 앉았던 의자 뒤로 한가득 쌓인 에너지드링크와 컵라면용기가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의 빛이 소연에게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이내 고개를 든 소연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눈가에는 거뭇한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는 것이, 피시방 폐인 아저씨가 따로 없었다.


"게임 좋아 하시나 봐요."

"네. 엄청 좋아해요. 그, 잘 하지는 못한다는 게 문제죠."


소연이 시선을 피하며 힘없이 웅얼거렸다. 게이머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엄청나게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사과도 받고 오해도 풀린 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일단 장비부터 바꿔요. 지옥파리왕은 불 속성 공격에 맞으면 강화돼서 특수패턴이 나오는데 어지간한 실력으론 절대 못 잡거든요."

"네? 근데 마을에 있던 어떤 NPC가 분명 화염이 약점이랬는데요."

"연계퀘스트 안 깨셨구나. 걔는 지옥파리왕의 추종자인 마녀에요. 일단 물속성 마법 지팡이부터 구하죠. 지옥파리왕 날개가 물속성이 약점이라 부위파괴에 유리하거든요. 그리고...."


성우는 소연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깰 수 있을 만큼 상세한 공략법을 물 흐르듯 설명해갔고, 소연은 급히 메모장을 켜 그 내용을 허겁지겁 받아 적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드디어 깼다!"

"축하해요. 공략대로 하니까 할만 하죠?"


다크서클이 이제 턱 끝까지 내려와버린 소연은 밝게 웃으며 성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그대로 책상에 푹 쓰러졌다.


"진짜 고마워요. 하루 종일 잠도 안자고 이것만 했는데 이제야 반...."

"그럼 이제 아이템 루팅하고 저기 사다리를 올라가서.... 자요?"


소연은 말도 하다말고 그대로 잠들어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게임에 잔뜩 신나있던 성우가 그제야 입을 닫았다.


'나쁜 애는 아니네.'


처음엔 싹퉁바가지 없는 여자인줄 알았는데, 그냥 잠도 못자고 한 게임이 잘 안 풀려서 화나는 와중에 옆에서 자꾸 말 걸어서 짜증난 게임폐인이었다. 사과도 받았으니 됐고, 고작 게임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는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성우는 게임을 세이브한 후 컴퓨터를 종료시키고 근처에 널부러져 있던 담요를 가져와 소연의 어깨에 덮어준 뒤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볼일이 없는 2층을 후다닥 통과한 성우가 코볼트들의 영역인 3층에 발을 디뎠다.


"이거 5층이나 6층에서 업적작 할 때는 좀 귀찮겠는데."


1층에 존재하는 던전이동기는 보스몬스터가 있는 10층 단위 층의 구석으로밖에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외의 층으로 가려면 심층으로 가서 계단을 올라오든 저층에서 내려가든 해야 했다. 지금이야 금방 통과할 수 있지만 심층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한 층의 넓이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넓어진다.


"그나저나, 진짜 아무도 없네."


밤 10시. 코볼트가 곡괭이질을 하는 소리만 들려온다는 점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씩 지나쳐가는 다이버들을 볼 수 있었던 낮과는 다르게 지금은 전혀 인기척이 없다. 찬수에게 받았던 자료에 적혀있는 대로였다. 지금부터 성우가 하려는 일에는 딱 맞았다.


코볼트들을 피해서 한참동안 발걸음을 옮긴 성우는 낮에 눈여겨봐뒀던 장소에 도착했다. 유독 넓고 텅 비어있으며 주변에 코볼트가 없는 장소.


"엘리트 소환하기 딱 좋네."


[코볼트의 지배자]

- 코볼트를 1000마리 사냥했다.

- 힘, 체력, 민첩 +60

- 보상 : ‘코볼트 검수’를 소환해서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즉시 소환-


업적창을 킨 성우가 소환 버튼을 꾹 눌렀다.


고블린 킹 때와 마찬가지로 소환진이 바닥에 펼쳐지며 빛났다. 잠시 뒤, 빛이 사그라들며 몬스터 한 마리가 나타났다.


놈의 모습은 코볼트라기 보단 트롤에 가까웠다. 푸른 피부. 2미터가 넘어 보이는 큰 키와 길쭉한 팔다리. 그리고 상단베기 자세로 들고 있는 커다란 곡괭이.


"검은 어딨는데?"


코볼트 검수라는 이름인 주제에 코볼트 같지도 않고 검도 들고 있지 않다니. 맥이 빠진 성우가 중얼거리는데도 코볼트 검수는 몬스터답지 않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성우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날카로운 기세를 느낀 성우도 자세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서로의 거리는 5미터 정도. 성우는 검수의 주변을 슬금슬금 돌거나 한걸음을 내딛는 둥 반응을 살폈으나, 놈은 자세를 유지한 채로 방향만 조금씩 바꾸며 성우를 견제했다.


이상함을 느낀 성우가 검을 납도하고 허리춤의 유틸리티 벨트에 달려있는 단검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고블린들이 가끔 드랍하는 그 싸구려 단검. 성우가 부지불식간에 그것을 코볼트 검수를 향해 던졌다. 일반인의 눈에는 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와 가공할 힘이 담긴 단검은 마치 한줄기 빛처럼 쏘아져 검수의 머리를 향해 날았다.


캉!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단검이 곡괭이에 튕겨나가는 소리였다. 문제는 그 곡괭이가 언제 휘둘려졌는지 성우의 눈으로도 제대로 보질 못했다는 점이었다. 실로 엄청난 속도였다.


검수는 언제 내려왔는지 모를 곡괭이를 다시 천천히 들어 올려 상단베기 자세를 유지한 채로 성우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다.


"젠장. 하여간 쉽게 가는 법이 없구만."


성우의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멋모르고 다가갔으면 앗하는 사이에 머리가 쪼개졌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성우는 재차 단검을 잡았다. 이번엔 두 개. 먼저 하나를 던진 뒤 한 호흡 뒤 다시 하나를 던졌다.


카강!


내려친 뒤 천천히 자세를 잡길래 혹시 내려치기 사이에 딜레이라도 있을까 싶어 시도해봤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렇진 않은 모양이었다. 내려칠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속도로 곡괭이를 회수한 코볼트 검수가 두 번 연속으로 단검을 튕겨냈다.


처음과 완벽하게 같은 자세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혹시....'


성우는 한 번 더 마지막 남은 두 개의 단검을 쥐어 던졌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 타이밍. 그러나 두 번째 단검은 정면이 아닌 옆구리로 향했다.


캉!


이번에 울린 소리는 하나뿐이었다. 정면으로 날아간 단검은 어김없이 튕겨나갔으나, 검수의 옆구리를 노린 단검은 목표를 이뤘다. 비록 겉가죽뿐이지만 분명히 코볼트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간 것이다.


"그렇단 말이지."


그 사실을 확인한 성우가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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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블린 학살자](2) +2 20.09.26 124 4 12쪽
6 [고블린 학살자](1) +3 20.09.25 148 4 17쪽
5 [신입 다이버](2) +3 20.09.24 159 4 18쪽
4 [신입 다이버](1) +2 20.09.23 168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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