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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님의 서재입니다.

업적 따면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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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작품등록일 :
2020.09.19 20:01
최근연재일 :
2020.10.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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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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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539

작성
20.09.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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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블린 학살자](2)

DUMMY

성우는 자신의 장비를 담은 큰 가방에 더해 자루까지 짊어진 채 '청호'의 사무실로 향했다.


구석진 장소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의 4층. 그중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 멀찍이 떨어진 구석에 자리한 작은 임대사무실.


성우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희성과 경리인 하나가 각자 자신의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 성우 왔어?"


성우를 눈치 챈 희성이 반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로 다가간 성우가 입을 열었다.


"바쁘다고 하더니, 커피 마시느라 바쁜 거였어요?"

"아니, 바쁘긴 바쁜데. 잠깐 쉬기도 하는 거지. 그리고 사장님이 안계시니까 자리를 지켜야하는 것도 있고."


성우의 농담에 희성이 난처한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딱히 탓할 생각도 없었던 성우가 피식 웃으며 짊어지고 있던 자루를 근처에 내려놓았다.


"알았으니까 이거나 받아요."

의아한 얼굴로 자루 안을 살펴본 희성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커다란 자루 한가득 잡동사니 같은 아이템들이 가득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이게 다 오늘 잡은 몬스터에서 나온 거야?"

"오늘 잡은 게 아니면 제가 언제 던전에 들어갔겠어요."


성우의 대답에 희성의 시선이 사무실 한쪽 벽에 있는 시계로 향했다. 사실 확인할 것도 없이, 아직 점심도 먹기 전.


아무리 일찍부터 던전에 들어갔다 해도 몇 시간 싸우지도 못했을 시간이다.


"어...다른 사람들이 두고 간 거 주운 것도 아니고?"

"제 드랍아이템도 줍기 귀찮은데 다른 사람들 걸 왜 주워요."


당연히 희성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받아들이기엔 아이템들이 지나치게 많았다.


물론 대다수가 고블린의 평균적인 드랍 아이템인 고블린의 발톱이나 뼈 같은 잡동사니였지만, 그 사이사이에 들쭉날쭉한 크기의 하급 마정석이나 단검 같은 나름 괜찮은 아이템들도 섞여있었다.


"대충 보니까 고블린만 잡은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많이 잡은 거야?"

"아침 일찍 가니까 사람도 없고 고블린만 잔뜩 있더라고요. 혼자 크게 한 바퀴 돌았죠."

"2층을 혼자 한 바퀴... 고작 이틀 차에...."


희성은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입에 걸린 모양이었지만, 어제 직접 성우가 싸우는 모습을 봤던지라 곧 고개를 끄덕였다.


첫 전투부터 이미 고블린 5마리를 한순간에 제압하던 성우였다. 아무리 그래도 페이스가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싶긴 했지만, 본인이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데 더 할 말도 없다.


"그래. 아무튼 수고 많았어. 이건 하나씨한테 가져다줄래?"


희성이 가리킨 방향에는 방금까지 희성과 담소를 나누던 경리 하나가 눈만 껌뻑대며 앉아있었다.


"아, 둘은 아직 초면이었지? 저번에 성우가 왔을 땐 하나씨가 자리에 없었으니."


눈이 마주친 성우와 하나가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본 희성이 아차 싶은 표정으로 손바닥을 마주쳤다.


"서로 인사 나눠. 이쪽이 우리 회사 신입 다이버인 이성우. 그리고 이쪽은 우리 회사의 유일한 경리 한하나."


희성의 소개에 다시 한 번 서로에게 인사하는 성우와 하나. 성우는 자루를 들어 하나의 자리 옆에 내려놓았다.


그 안을 들여다본 하나의 표정이 창백해지는 걸 뒤로한 성우가 희성에게 물었다.


"이 아이템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단 정가제로 팔리는 물건과 감정이 필요한 물건으로 나눈 다음에 정가제의 아이템은 곧바로 거래소로 보내야겠지."


하나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자루만큼 커다란 자루 안에 한가득 들어있는 아이템들을 전부 분류해야 한다니.


"그리고 감정이 필요한 물건은 감정사에게 보내고, 감정 후에 되돌아오는 아이템의 정보를 참고해서 가격을 매기고 거래소에 올리는 거야."


"감정사라면 그, 아이템의 상세정보를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 말하는 거죠?"

"응. '감정' 카테고리의 능력을 얻은 사람들은 거의 다이버보다는 그쪽으로 많이 빠지지. 안전하고 월급도 꽤 되니까."


감정사.


보통 포션의 효과, 유니크 장비 아이템의 특수능력 등 드랍 아이템이 가진 정보들을 수치화시켜 표시해주는 직업이다.


희성의 말대로 '감정' 카테고리에 속하는 능력을 얻은 다이버들이 최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일로, 상당히 희귀한 능력인지라 그 대우도 제법 괜찮았다.


'감정' 외에도 '탐색', '발화', '염동력' 등등 비슷한 능력들은 한 카테고리로 묶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대중적인 능력을 얻은 다이버들은 대체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손쉽게 성장시키기 쉬운 편이었다.


'난 해당 없지만.'


그런 의미에서 성우의 [업적 시스템]은 아무런 정보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내가야 했다. 애초에 능력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했지만.


"아, 아까 던전에서 공략 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람이랑 잠깐 얘기했었는데, 공략 팀이 정확히 뭐에요?"


자신을 공략 팀에 권유하던 태호에 대한 일을 떠올린 성우가 물었다.


"...말 그대로 던전 가장 깊은 층에서 던전을 탐사하며 계속해서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다이버들이야."


공략 팀이라는 말에 표정이 잠시 딱딱하게 굳었던 희성이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순수하게 던전을 탐험하는 데에 목적을 두는 경우도 있고, 회사의 스폰을 받아서 주목도가 높은 보스몬스터와의 전투 영상을 찍으며 수입을 얻는 게 목적인 경우도 있지. 또 그냥 보스몬스터가 드랍하는 유니크 아이템이 목적인 다이버도 있어."


촤르르륵!


한숨을 내쉰 하나가 자루에 담긴 아이템들을 사무실 바닥에 쏟아놓는 소리였다.


잠시 그쪽으로 향했던 성우와 희성의 시선이 다시 서로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아무 정보도 없는 던전 최심층을 탐색해야 하고, 필연적으로 10층마다 있는 보스몬스터와도 싸워야 하니 어지간한 다이버는 시도도 못하지. 일단 공략 팀 소속이라면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난 다이버라는 뜻이야."

"흠... 그렇겠네요."


던전들은 그 환경이나 몬스터들의 수준이 제각각 천차만별이었지만, 깊은 층일수록 강한 몬스터가 나온다는 점만큼은 동일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던전에서 10층마다 존재하는, 일반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진 보스 몬스터.


애초에 실력이 없는 다이버가 감히 끼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혹시 공략 팀에 관심이 있어?"


조심스럽게 묻는 희성은 어딘가 불안한 눈치였다.


"네? 아뇨. 저랑은 그다지 성향이 안 맞아서요."

"그럼 다행이네. 공략 팀은 너무 위험해.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보스와 싸워도 모자랄 판에 서로 먼저 잡겠다고 서두르기만 하고, 은연중에 방해하는 경우도 있는데다가..."


희성은 투덜거리면서 공략 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유는 몰라도, 어지간히 공략 팀에 대해 좋은 인상이 없는 모양이었다.


공략팀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어도, 물론 보스 몬스터 쪽에는 관심이 있는 성우였다. 당장 방금 전만 해도 보스와 관련된 업적이 업적창에 갱신된 참이니까.


하지만 게임을 하던 시절부터 성우는 파티 플레이와는 영 맞질 않았다. 애초에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업적을 위해서라면 효율도 등한시하고 엉뚱한 기행도 마다않는 성우의 플레이스타일을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여줄리 만무했다.


그러다보니 성우는 파티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홀로 사냥하는 방식이 몸에 배었고, 직접 싸우고 있는 지금 역시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어지간하면 성우가 공략팀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게 분명했다.


이번 보스 레이드도 아쉽긴 하지만 아직 50층이나 되는 장소의 보스와 지금의 자신이 싸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 리젠되길 기다려 다음을 노려볼 생각이었다.


"아, 그리고 드랍 아이템은 앞으로 직접 여기까지 안 가져와도 괜찮아. A-07던전 옆에 다이버 센터 있지? 거기 창구에다 맡기면 알아서 사무실까지 보내줄 거야."


그 말에 성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마침 드랍 아이템을 전달하기 위해 매번 사무실까지 들르기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이버 센터란 성우가 로커룸을 이용했던 그 다목적건물을 의미했다. 던전에 들어가는 다이버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있었는데, 택배 서비스까지 해주는 모양이었다.


"그럼 전 사무실에 올 일이 아예 없겠네요?"

"그렇게 되겠지. 다른 회사 같은 경우엔 아침마다 모여서 회의 같은 거 하긴 하는데, 우린 지금 사장님도 안계시고 너도 그런 건 싫어할 거 아냐."

"당연하죠."


단호하게 대답하는 성우의 모습에, 희성은 그럴 줄 알았다며 씩 웃었다.


"그래도 던전 들어가기 전에 뭐 할지 문자 정도는 보내주면 좋겠어. 들어갈 층이라든가, 목표로 할 몬스터라든가."

"네. 그 정도는 쉽죠."

"그래. 아, 오늘은 이제 쉴 거지?"


워낙에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아침부터 저만한 수의 고블린을 잡았으니 아무리 그래도 지쳤을 거라 짐작한 희성이 물었다.


"네. 바로 집에 돌아가려고요."

"그게 좋겠네. 그럼 오늘 수고 많았고, 들어가서 푹 쉬어."


성우는 그런 희성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한참 아이템들을 분류하고 있던 하나에게도 인사를 한 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

,

,


그리고 바로 다음날.


성우는 어제보다 약간 늦은 시간에 A-07던전 앞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다 말고 희성에게 문자를 보냈다.


-목표 : 고블린


내용은 그게 끝. 그 외에 더 써야할 내용도 없다. 오늘도 성우는 죽어라 고블린만 잡을 테니까.


그대로 로커룸에 핸드폰을 두고 가려던 성우는, 잠시 고민하다 슈트의 주머니에 폰을 챙겨 넣었다.


"어차피 2층까진 미약하긴 하지만 신호도 통하니까."


혹시 고블린 몽둥이에 맞아 부서지기라도 한다면 낭패긴 했지만, 맞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장비를 챙긴 성우가 장비를 체크하며 1층에 내려오니, 어제보다도 더 많은 다이버들이 이동기 앞에 늘어서 있었다.


개중에는 무기도 없이 방송사 로고가 붙어있는 카메라를 짊어진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오늘 보스 레이드를 한다더니, 그것을 촬영할 목적인 모양이었다.


2층행 계단으로 향하며 그들을 훑어보던 성우는 태호로 보이는 뒷모습을 발견하곤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 장소를 벗어났다.


'괜히 또 마주치면 귀찮고.'


안 그래도 어제 성우에게 레이드를 구경하러 오라고 권유했던 태호다.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 성우에겐 고블린 관련 업적을 클리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떤 보상을 주려나?'


업적을 얻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인데, [업적 시스템]은 그에 더해 스탯 보너스와 특수한 활성화 보너스까지 얹어준다.


업적광인 성우로선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서 빨리 고블린들을 모조리 때려잡고 관련 업적들을 전부 달성하고 싶어 좀이 쑤셨다.


곧 2층에 내려온 성우는 스탯 창을 열어 업적들의 활성화 상태를 확인하고는, 눈앞의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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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고블린 킹 사냥](1) +3 20.09.28 114 7 12쪽
8 [고블린 학살자](3) +4 20.09.27 118 6 12쪽
» [고블린 학살자](2) +2 20.09.26 124 4 12쪽
6 [고블린 학살자](1) +3 20.09.25 148 4 17쪽
5 [신입 다이버](2) +3 20.09.24 158 4 18쪽
4 [신입 다이버](1) +2 20.09.23 168 5 15쪽
3 [다이버 자격증] +2 20.09.22 189 5 12쪽
2 [업적 시스템](2) +2 20.09.21 228 8 19쪽
1 [업적 시스템](1) +3 20.09.20 294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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