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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님의 서재입니다.

업적 따면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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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작품등록일 :
2020.09.19 20:01
최근연재일 :
2020.10.04 18:1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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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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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수 :
90,539

작성
20.09.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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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블린 킹 사냥](1)

DUMMY

움직이지 않고 낮게 그르렁거리며 성우를 노려보는 고블린 킹. 크기로만 따지면 예전 성우의 집에 소환됐던 그놈보다 훨씬 커다랗다.


성우는 검을 겨눈 채로 놈을 마주 노려보며 조심스레 백팩을 풀어 안을 뒤졌다.


'찾았다.'


더듬거리던 손에 잡힌 것은 작은 플라스틱 병. 꺼내 보자, 그 안은 새빨간 액체로 가득 차 있었다. 희성이 비상용으로 지급해줬던 포션이다.


'드럽게 비싸다고 하긴 했지만 별 수 없지.'


그 가격 탓에 희성은 제대로 수익이 돌기 전까지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며 신신당부하긴 했지만, 계속된 전투 탓에 온몸에는 피로가 한가득 내려앉은 상태. 쓰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도망친다, 라는 선택도 있긴 했지만 업적의 내용이 영 마음에 걸리는 성우였다. 지금 소환된 이놈을 직접 쓰러뜨리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그 찝찝함이 눈앞의 거대한 몬스터의 위압감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주고 있었다.


'안될 것 같으면 그때 튀자.'


물론 현실은 게임이 아니고, 목숨은 단 한개.


업적에 목을 매다 진짜 죽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본말전도라는 것은 성우도 잘 알고 있었다.


꿀꺽.


"크아아아!"


한 손으로 뚜껑을 연 포션을 성우가 들이키자, 고블린 킹은 기다렸다는 듯 그 거대한 덩치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민첩하게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앙!


그 손에 들린 검은 바위 몽둥이가 성우가 있던 지면을 내려쳤다.


놈의 힘이 어찌나 강한지, 격돌의 순간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지면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그 여파로 박살난 바닥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주변은 온통 흙먼지로 자욱해졌다.


"콜록! 콜록! 이 씹, 이 비싼 걸 도로 뱉을 뻔...으악!"


그 갑작스러운 공격을 간신히 피해내고 마시던 포션에 사레가 들어 기침을 토해내던 성우였지만, 곧바로 휘둘러지는 고블린 킹의 몽둥이가 몸통으로 날아오자 기겁하며 크게 뛰어올랐다.


퍽!


그러자 공중에 뜬 성우를 향해 고블린 킹의 왼손이 작렬했다.


"큭!"


급한 대로 방패를 들어 그것을 막아낸 성우였지만, 그 충격으로 멀찍이 날아가 벽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으...."


땅에 떨어져 축 늘어졌던 성우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왼손에 들고 있던 방패는 방금 전의 충격으로 완전히 구겨져 있었다. 그것을 미련 없이 바닥에 내던진 성우는 다시 백팩을 뒤졌다.


'포션을 마셨는데도 피로가 거의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성우가 이번에 꺼낸 것은 푸른색의 포션.


일반적으로 다이버들이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소모되는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마나 포션이었다.


당연히 포션과 마찬가지로 그 가격이 무시무시했지만, 아까부터 성우의 몸을 옥죄던 피로는 포션을 마신 후에도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교육받은 내용 중 하나를 언뜻 떠올린 성우가 그것을 그대로 들이켰다.


"후우. 역시 마나부족 때문이었나."


그러자 성우의 전신을 감쌌던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예상대로 마나를 급격히 소모하면 생긴다는 탈진 상태였던 것이다.


한결 여유를 찾은 성우가 멀찍이 떨어져 천천히 다가오는 고블린 킹을 향해 자세를 잡자,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 보호구에 금이 가더니 그대로 조각나 땅에 떨어졌다.


"슈트 덕에 목숨 하나 벌었군...."


그 튼튼했던 방패가 구깃구깃 찌그러져버릴 정도의 힘이다. 그런 주먹에 얻어맞고 벽까지 날아갔는데도 거의 타격이 없던 것이 의아했는데, 슈트의 기능이 충격을 대부분 흡수해준 모양이었다.


"크아아아!"


성우가 바스러진 가슴보호구 외의 다른 부위에는 이상이 없나 점검하는 순간, 고블린 킹이 다시 몽둥이를 높게 들어 올리며 성우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제법 거리가 있었음에도 몇 걸음 되지 않아 지척까지 육박한 고블린 킹.


놈이 들어 올렸던 몽둥이를 성우에게 내려쳤다.


콰앙!


또 한 번 지반을 진동시키며 내리꽂히는 고블린 킹의 몽둥이.


성우는 그것을 여유롭게 피하며 파고들어, 눈앞에 있는 놈의 무릎 뒤를 검으로 베었다.


서걱!


"크아아아악!"

"뭐 이리 질겨?"


고블린 킹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날뛰었지만 성우의 입장에서는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다른 고블린들을 어렵지 않게 두 동강내던 성우의 강력한 베기가 놈의 피부를 살짝 가르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날뛰던 고블린 킹은 자신의 뒤로 돌아간 성우를 발견하고 곧바로 몽둥이를 크게 휘둘렀다.


아까 전과 같은 상황에 성우가 이번엔 뒤로 크게 뛰며 공중제비를 돌았다.


'너무 높이 뛰면 또 저 긴 팔에 맞을 테고.'


거리를 벌려 착지한 성우는 분을 못 이기고 씩씩거리는 고블린 킹을 보며 숨을 돌렸다.


'빠르고 크긴 한데 그게 다네. 패턴도 단순하고, 움직임도 읽기 쉬워. 충분히 할만하다.'


자신감을 얻은 성우는 이번엔 자신 쪽에서 달려들기로 했다.


쉭!


땅을 찬 성우의 몸이 일순간 앞으로 튀어나갔다.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고블린 킹이 한참 뒤를 몽둥이로 내려치는 모습을 뒤로한 성우는 방금 베었던 놈의 오른쪽 다리의 오금을 재차 베며 스쳐지나갔다.


서걱!


"크오오오!"

'좀 높았나?'


동일한 위치를 베려는 목적이었지만,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


하지만 성우는 초조해하지 않고 다시 기회를 엿보며 고블린 킹의 빈틈을 살피다가, 몇 번이고 계속해서 놈의 오른쪽 오금을 마구 베어댔다.


원래 게임을 할 때도 업적을 위해서라면 부러진 칼 하나만 들고서 몇 시간동안 한 보스몬스터를 약점공략만으로 잡은 경험도 있는 성우였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성우는 어지간해선 실수를 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 성우의 몸에 그렇게 오랫동안 싸울 지구력이 남아있을지 의문이긴 했지만,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다.


'강화한 무빙 포인트로 머리를 노린다.'


무릎 뒤만 계속 노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지금은 너무 큰 키 탓에 검 끝이 놈의 머리에 닿지 않지만, 한쪽 다리를 부수고 무릎을 꿇리기만 한다면 단숨에 머리를 공격해 끝낼 요량이었다.


성우는 계속해서 단순해빠진 고블린 킹의 공격을 피하며 기회를 엿보다가, 약간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곧바로 달려들어 무릎 뒤를 집요하게 베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기회를 넘기고 다음 빈틈을 찾았다. 괜히 욕심 부려서 억지로 공격을 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조심하고 있는 한 놈의 공격은 이쪽에 닿지 않고, 회복수단이 없다면 언젠가 놈은 무릎을 꿇게 될 테니까.


"크으, 크아아아아!"


10분? 20분? 얼마나 그 작업을 반복했을까. 고블린 킹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고통 때문인지, 그 위협적인 바위 몽둥이마저 손에서 떨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지금!'


여전히 그 머리통은 높이 위치해 있었지만, 그래도 점프한다면 닿지 못할 높이도 아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를 얻어낸 성우가 검을 움켜쥐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대로 뛰어올라 놈의 머리에 무빙 포인트를 통한 연격을 먹여줄 생각이었다.


'어?'


그 때, 성우는 갑자기 등골이 저릿저릿 떨리는 듯한 소름끼치는 감각에 휩싸여 앞으로 달려 나가던 몸을 억지로 세웠다.


간신히 멈춰선 성우는 직감에 몸을 맡기고 반쯤 넘어지듯 뒤로 몸을 날렸다. 그 직후, 고블린 킹의 거대한 주먹이 그 자리를 내려쳤다.


콰아앙!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무방비한 상태가 돼 있는 줄로만 알았던 고블린 킹의 반격. 마치 거대한 쇠망치와도 같은 일격에 바닥에 그대로 주먹 자국이 생겨났다.


"크오오오오오오!"


쾅쾅쾅쾅쾅!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는지 고블린 킹은 눈이 반쯤 뒤집어진 채로 주변의 땅을 연달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때마다 퍼지는 진동과 피어오르는 흙먼지. 몽둥이나 저 주먹이나, 성우가 맞으면 그대로 끝장날 거라는 점은 별 다를 것도 없었다.


"후우, 2페이즈인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훔쳐낸 성우가 한숨을 내뱉었다. 마구 날뛰던 고블린 킹이 주먹질을 멈추고 성우에게로 핏발선 눈을 향했다.


몇 번이나 일어나려 하지만,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계속해서 실패하는 상태. 결국 머지않아 일어서길 포기한 놈은 그대로 양 주먹을 가슴께로 들어 올리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성우도 숨을 고르며 놈을 노려보고, 그대로 눈싸움이 시작됐다.


'어떻게 할까...?'


오히려 일어서 있을 때보다 더 성가시다는 느낌이다. 느려터지고 한 번 휘두르면 빈틈도 컸던 몽둥이와 달리, 주먹은 둘인데다가 그 빈틈도 적다.


게다가 노리려는 머리는 여전히 높은 위치에 있는 상황. 제자리에서 뛰어봐야 닿지도 않을 테고, 어느 정도 도움닫기가 필요한 높이다.


하지만 연속으로 내리꽂히는 주먹을 피해가며 그런 일이 가능할까?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던 성우의 시선이 고블린 킹의 꽉 쥐어진 주먹에 향했다.


'한 번 해볼까.'


문득 가능성을 떠올린 성우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상당히 위험하고, 확신도 없었지만 어쨌든 시도해봄직한 작전.


성우는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땅을 차며 고블린 킹의 오른쪽으로 파고들어갔다.


"크아아!"


당연히 고블린 킹은 성우에게로 주먹을 내리쳤다. 금방이라도 납작해질 것 같은 상황에 성우가 다리에 힘을 주며 몸을 급제동시켰다.


쿵!


코앞에 떨어지는 고블린 킹의 오른 주먹. 그것이 되돌아감과 동시에 왼쪽 주먹이 재차 성우에게로 쇄도한다.


'지금!'


성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뛰어올랐다. 당연히 도움닫기도 거치지 않은 제자리 점프로는 머리까지 한참이나 모자랐지만, 성우는 가슴 근처로 되돌아가고 있는 고블린의 오른쪽 주먹을 밟고 재차 뛰어올랐다.


쿵!


뒤늦게 놈의 왼쪽 주먹이 땅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놈은 눈앞까지 뛰어오른 성우의 모습에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이미 뭘 하기엔 늦어버린 상태.


성우의 검이 고블린 킹의 눈을 노리고 뻗어나갔다.


쉬이익!


강화된 무빙 포인트로 인해 3갈래로 갈라지는 칼끝. 그것들은 동시에 고블린 킹의 양 눈과 미간을 깊숙하게 찌르며, 그 안까지 파고들었다.


푸슉!


"끄아아아아아!"


고블린 킹이 목을 젖히며 비명을 지르자, 균형을 잃은 그 몸이 기우뚱 앞으로 넘어졌다.


검을 뽑고 떨어져 땅에 다리를 내딛은 성우도 기회를 놓칠 새라 앞으로 엎드린 놈의 머리 쪽으로 달렸다.


"끄으으...."


땅에 얼굴을 처박은 채로 가늘게 떨고 있는 고블린 킹. 재빨리 다가간 성우가 뛰어올라 그 뒷목에 온 힘과 체중을 실어 검을 내리꽂았다.


"뒤져!"


푸슉!


손잡이만 남기고 깊게 박히는 검. 고블린 킹은 비명도 내지 못하고 잠시 꿈틀거리나 싶더니, 곧 빛이 되어 사라졌다.


딸그랑.


그리고 거체가 사라져버린 바닥에 고블린 킹이 들고 있던 바위 몽둥이와 비슷한 색의 단검과 거의 메론 만한 크기의 하급 마정석이 떨어졌다.


"휴우."


그것을 주워 가방에 대충 쑤셔 넣은 성우가 그제야 자리에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띠링!


반가운 소리. 업적이 갱신되는 그 소리에 성우가 눈을 빛내며 업적 창을 확인했다.


"...어?"


어떤 업적과 보상이 표시되어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에 싱글벙글했던 성우의 얼굴이, 그 내용들을 읽자 딱딱하게 굳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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