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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님의 서재입니다.

업적 따면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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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작품등록일 :
2020.09.19 20:01
최근연재일 :
2020.10.04 18:1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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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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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수 :
90,539

작성
20.09.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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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블린 학살자](3)

DUMMY

성우가 쥔 평범한 형태의 롱소드가 가볍게 휘둘러지며 제각각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석둑석둑 썰어댔다.


전투가 시작된 지도 한참. 성우는 이미 2층 깊숙한 곳에서 홀로 고블린들과 싸우는 중이었다. 주변을 에워싼 고블린들은 자신들의 쪽수를 믿는 것인지 정신없이 달려들었지만, 이런 놈들은 문제가 아니었다.


"저놈들 진짜 성가시네."


어제도 느꼈지만, 정보와 달리 고블린들 중에는 머리가 좀 돌아가는 교활한 놈들이 섞여있는 게 확실했다.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멍청한 동료들의 뒤에 숨어 거리를 유지하는 놈들.


'딴 놈들보다 코가 좀 짧은 것 같은데.'


이 코가 약간 짧은 고블린들은 은근슬쩍 성우의 뒤로 돌아와 등을 찌른다든가, 성우가 다른 고블린을 상대하느라 반응하기 곤란한 타이밍을 노려 공격하기도 했다.


성우도 이놈들을 발견하면 괜히 신경이 분산되는지라, 새로운 업적보너스로 한층 강해진 스탯으로도 좀처럼 어제처럼 시원한 싸움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문제는 이놈들뿐만이 아니었다.


퍼억!


마침 옆에서 달려든 고블린 한 마리를 방패로 쳐 날린 성우의 시선이 약간 떨어진 곳에 솟은 바위더미를 훑었다.


"키엑! 키에에엑!"


그 위에 올라선 한 고블린이 마구 기성을 지르며 성우 주변에 모인 고블린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코가 유난히 짧은 놈이었다.


"저 자식...."


누가 봐도 다른 고블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게 분명한 모습에 성우가 이를 갈았다. 고블린들이 이상하게 합을 맞춰서 공격해오기 시작한 것도 저놈이 등장한 이후였다.


"비켜!"


일단 저놈을 먼저 잡아야겠다고 판단한 성우가 바위더미 쪽으로 달려들려 했으나, 그 방향은 유난히 고블린들의 밀도가 높았다. 우글거리는 고블린 무리들이 성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콰직!


성우의 앞에 버티고 선 고블린 한 마리가 성우의 검을 몽둥이를 들어 막았다.


서걱!


물론 성우의 높은 힘 스탯이 그대로 반영된 검은 막아선 몽둥이와 함께 고블린의 몸까지 베어 넘겼으나, 그냥 몸만 베고 지나갈 때보다 한층 시간이 걸리는 일은 어쩔 수 없었다.


"키에에엑!"


그 사이에 주변에 있는 고블린들이 성우의 빈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젠장!"


성우는 급하게 몸을 틀며 방패로 미처 피하지 못한 공격들을 쳐내고 뒤로 뛰어 물러났다.


아까부터 반복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성우는 지휘관으로 보이는 놈을 죽이기 위해 고블린들의 포위망을 뚫으려 하고, 그럴 때마다 숫자에 밀려 되돌아가는 악순환.


성우의 스탯 상황만 보면 이 정도 수의 고블린들을 돌파하는 것 따윈 간단한 일처럼 보였지만, 성우가 죽이는 속도보다 저놈들이 포위망을 재구성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 문제였다.


한두 놈을 죽이고 태세를 정비하는 사이 주변에서 공격받고, 그걸 피하느라 공격이 끊어진 틈에 다시 포위망이 메꿔지는 환장할 상태.


'이대로는 안 돼.... 좀 더 움직임이 이어져야 하는데....'


하지만 성우는 검술 같은 걸 배운 적도 없고, 지금처럼 싸울 수 있는 것도 업적의 효과 덕분이었다.


[검의 길 – 초급]

- 검이 나아가는 방향을 아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 검술의 이해도 증가.

- 활성화 : 검 관련 스킬 강화


효과를 알아볼 요량으로 던전에 들어오기 전 활성화시켜두었던 업적. 그 내용을 떠올리던 성우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검이 나아가는 방향을 아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성우는 잠시 숨을 돌리느라 내렸던 검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리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고블린 한 놈에게 접근했다.


검술의 이해도가 늘어난 덕에 성우는 검을 어떤 힘으로, 어떤 자세로 휘둘러야 하는지는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 그 이상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적을 향해 휘두를 뿐.


'이건 게임이 아냐. 타겟이 죽는다고 해도, 내 공격이 끝나지는 않는다.'


성우는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고블린 두 마리를 횡으로 나란히 베어버렸다.


원래라면 이 직후 검을 든 손을 끌어당기고, 회수한 검으로 다음 적을 공격했을 것이다. 그 틈을 노린 고블린들의 공격에 결국 물러나게 될 테고.


"키아아악!"


하지만, 성우는 두 번째 고블린의 목을 베어버린 시점에서 손목과 허리를 틀어 그 옆에서 틈을 노리던 고블린의 허리를 석둑 끊어버렸다.


푸슉!


그리고 곧바로 사선으로 올려치며 뛰어올라 몽둥이를 내려치던 고블린을 두 동강 내고, 곧바로 앞으로 발을 내딛으며 점프한 놈 뒤에서 얼을 타던 놈을 머리부터 양단.


한 걸음 더 나아간 성우는 곧바로 최단거리로 검을 찔러 올리며 그 가슴팍을 꿰뚫었다.


한 호흡도 쉬지 않고, 틈을 보이지 않으며 순식간에 여러 고블린을 처리한 성우의 움직임은 물이 흐르는 듯 자연스러웠다.


어제처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두세 마리씩 베어 넘기던 호쾌한 맛은 없었지만, 마치 고블린들이 알아서 검 앞에 와 죽어주는 것처럼 보일 정도의 부드러운 검로.


길게 이어진 난전 탓에 놈들의 공격 패턴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던 탓이다. 그것을 한 호흡에 전부 베어 넘긴다는 발상에 이르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캬악! 키아아악!"


그 때 명령을 내리던 고블린이 크게 울부짖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 손가락이 성우를 향하자, 고블린 한 마리가 앞에 있던 고블린을 밟고 크게 점프하며 성우를 덮쳤다.


성우는 당황하지 않고 자세를 바로잡아 놈을 공중에서 찔러 떨어뜨리려 검을 끌어당겼지만, 놈의 등에 언뜻 비친 그림자에 눈을 크게 떴다.


한 마리가 아니라, 거의 동시에 네 마리가 크게 뛰어 성우를 사방에서 덮치려 한 것이다.


'자세를 바꾸기엔 이미 늦었어...!'


성우의 몸에 긴장이 달리자 주변의 모든 것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느릿느릿한 세계에서, 성우는 가장 먼저 뛰어 몽둥이를 내려치려는 고블린에게 망설임 없이 검을 찔러 넣었다.


그 검 끝이 고블린의 몸에 박히는 순간, 성우는 자신의 유일한 스킬을 발동시켰다.


'무빙 포인트'.


노리는 것은 그 바로 옆에서 떨어지는 놈의 심장. 원래라면 찌르는 포인트를 옮겨주는 스킬이었지만, 이미 반쯤 첫 놈의 몸을 꿰뚫은 검이 스킬의 영향으로 옆 고블린의 몸통으로 옮겨갔다.


푸욱!


'한 번 더...!'


그 순간, 다시 한 번 3마리째에게 무빙 포인트를 발동. 또 다시 검의 끝이 순간이동 하듯 움직이며 세 마리째의 몸통을 꿰뚫었다.


그 모든 게 일어난 시간은 거의 한 순간. 옆에서 본다면 성우의 검이 마치 셋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일 게 분명했다.


집중이 끝났는지 주변의 속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순간.


푸슉!


첫 번째와 두 번째 고블린의 가슴에서 피가 터져 나오고, 세 번째 고블린이 검에 꿰뚫린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고블린의 공격을 방패로 어렵지 않게 막아낸 성우는 뽑아낸 검으로 네 번째 놈의 목을 날려버렸다.


[검의 길 – 초급]

- 검이 나아가는 방향을 아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 검술의 이해도 증가.

- 활성화 : 검 관련 스킬 강화


"검 관련 스킬 강화. 이런 의미였나."


마침 검이 세 개로 늘어난 것만 같은 감각. 아리송했던 활성화 효과의 의미를 체감한 성우였다.


사실 네 번째 놈도 동일한 방식으로 죽이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스킬이 전혀 발동되지 않았다. 아마 세 마리까지가 무빙 포인트 스킬의 강화 효과의 한계인 모양이었다.


"키이이익..."


문득 바위더미 쪽을 바라본 성우의 눈에 지휘를 내리던 고블린이 바위더미를 기어 내려와 도망치려는 모습이 보였다.


놈이 도망치려 하자, 주변의 고블린들도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지휘관 놈을 죽이기엔 절호의 찬스였다.


"거기 서...헉!"


크게 외치며 놈을 쫒으려던 성우는 갑자기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간 듯한 감각에 몸을 휘청거렸다.


'스킬을 써서 그런가...?'


성우의 마나 스탯은 아직 다른 스탯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방금 전의 강화된 스킬을 사용하기엔 꽤 아슬아슬했던 모양이었다.


"키야아악!"


성우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본 지휘관 고블린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기성을 지르며 몸을 돌렸다.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주변 고블린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도 모자라 자기 자신까지 허리춤에 달고 있던 단검을 빼들고 달려드는 놈의 모습.


성우는 혼란을 회복하고 다시 주변을 감싸는 고블린들의 무리에, 이를 갈며 검을 들어올렸다.


"너는 꼭 방패로 패 죽인다."


.

.

.


무진장하게 솟아나오는 게 아닐까 싶었던 고블린들의 무리도 이제 전부 사라져 있었다. 성우가 싸우던 넓은 공동에는 온통 고블린들이 드랍한 잡템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단 한 마리. 그 코가 유난히 짧았던 지휘관 고블린만이 홀로 남아 단검을 꼬나 쥐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이리 와, 이 자식아."


성우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놈에게 다가가자, 겁을 집어먹은 고블린이 뒤돌아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성우가 더 빨랐다.


퍼억!


성우는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짜 방패를 휘둘렀다.


마지막 고블린은 마치 하늘을 나는 연처럼 너울너울 공간을 날아오르다 결국 뼈 장식 목걸이만을 남기고 빛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숨을 몰아쉬며 다가가 그것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성우는 주변에 널린 아이템들을 보다가 일단 업적 창을 확인하기로 했다. 갱신되는 소리는 몇 번인가 들렸는데, 전투 중이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의 길 – 중급]

- ???

- ???

- ???


"아까 느낌으로는 뭐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나?"


아쉽게도 아까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검의 길 - 중급]은 여전히 아무 정보도 표시되지 않은 채였다.


"응?"


그대로 다른 업적들을 확인하기 위해 창을 스크롤하던 성우는 지금까지와 다소 다른 내용을 발견하고 손을 멈췄다.


[고블린의 지배자]

- 고블린을 1000마리 사냥했다.

- 힘, 체력, 민첩 +60

- 보상 : ‘고블린 킹’을 소환해서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10분 뒤 자동 소환. 자동 소환을 거부하면 후에 다시 원할 때 소환가능. 자동 소환까지 남은시간 00:02) -자동 소환 거부-


[고블린 킹 슬레이어]

- 고블린 킹에게 도전 자격을 얻어 쓰러트렸다. (0/1)

- ???

- ???


[방패도 무기다!]

- 방패로 호쾌한 공격을 성공 시켰다.

- 방패 사용 숙련도 증가

- 활성화 : 스킬 – 방패 밀쳐내기


내용을 채 다 읽기도 전에 성우의 손이 재빨리 '자동 소환 거부'라고 써진 버튼으로 향했다.


수많은 고블린들과의 연전으로 이미 한계에 가까운 상황. 고블린 킹인지 퀸인지가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절대로 지금 맞닥뜨리고 싶은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성우의 손이 닿기 직전, 초시계는 00:00을 가리키고 말았다.


번쩍!


그 순간 아이템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던 바닥에 거대한 보라색의 마법진이 생겨나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으로 성우가 몬스터와 마주쳤던 그 때처럼.


강렬한 빛 탓에 무심코 눈을 감았던 성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놈은 이미 그 자리에 서있었다.


천장에 닿을 듯 말듯 한 커다란 키. 오우거라고 해도 믿을 만큼 두툼하고 울끈불끈한 근육으로 뒤덮인 몸.


얼굴 생김새만 고블린을 좀 닮았다 뿐이지 누가 봐도 고블린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외모의 거인.


그 손에는 마치 동굴의 종유석을 그대로 잘라 만든 것처럼 생긴 거무튀튀한 바위 몽둥이가 들려있었다.


고블린 킹은 자신의 상대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돌려 성우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시발...."


성우는 낮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검을 쥔 손에 다시 힘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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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코볼트 검수](1) +1 20.10.01 94 6 12쪽
11 [새로운 만남] +4 20.09.30 109 5 14쪽
10 [고블린 킹 사냥](2) +2 20.09.29 102 6 8쪽
9 [고블린 킹 사냥](1) +3 20.09.28 114 7 12쪽
» [고블린 학살자](3) +4 20.09.27 119 6 12쪽
7 [고블린 학살자](2) +2 20.09.26 124 4 12쪽
6 [고블린 학살자](1) +3 20.09.25 148 4 17쪽
5 [신입 다이버](2) +3 20.09.24 159 4 18쪽
4 [신입 다이버](1) +2 20.09.23 168 5 15쪽
3 [다이버 자격증] +2 20.09.22 189 5 12쪽
2 [업적 시스템](2) +2 20.09.21 228 8 19쪽
1 [업적 시스템](1) +3 20.09.20 294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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