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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님의 서재입니다.

업적 따면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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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작품등록일 :
2020.09.19 20:01
최근연재일 :
2020.10.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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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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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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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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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코볼트 검수](2)

DUMMY

자세를 낮추고 타이밍을 재던 성우가 어느 순간 앞으로 튀어나갔다. 단검을 날렸던 경로와 완전히 같은 방향이었다. 단검이야 금속이니 튕겨나가는 선에서 그쳤다지만, 성우의 머리는 단지 튕겨나가는 수준으로는 끝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성우는 미리 확인해둔 지점에 도달하자마자 발을 강하게 내딛으며 몸을 활처럼 뒤로 젖혔다. 반동과 무리한 움직임에 온몸이 삐걱거렸다.


후웅!


그 순간 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성우의 코앞을 스쳐지나갔다. 직후 강렬한 풍압이 성우를 덮쳤다. 곧바로 뒤로 물러나며 다시 거리를 벌리고 자세를 바로잡은 성우의 등에 재차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빠르잖아.'


검수가 자로 잰 것 마냥 내리친 곡괭이와 그 풍압 탓에 생겨난 바닥의 흔적을 보고 대강의 리치를 재긴 했지만, 까딱했으면 코가 사라져버릴 뻔했다.


다시 답답한 대치가 재개됐다. 코볼트 검수는 여전히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는 채다. 본인이 공격해올 생각은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성우는 긴장한 채로 다시 슬금슬금 검수에게 다가갔다. 서로 팔만 내밀면 무기끼리 부딪칠 정도의 거리. 그럼에도 검수는 미동도 없었다.


"무슨 로봇도 아니고...."


옆구리를 노리는 단검에 반응하지 못한 걸 보면 방향전환도 느리고 세로베기 외의 다른 공격은 하지도 못하는데다 제자리에서 꼼짝도 않는 이상한 놈인 것 같은데, 하필 그 세로베기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했다. 방패로 막아볼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곡괭이를 휘두르게 해서 빈틈을 만들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성우는 한참 눈치를 보다가 곡괭이의 간격 안으로 검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의외로 아무 반응도 없자 잠시 멈칫한 성우가 이젠 아예 검 끝으로 성우를 향해 앞으로 쭉 뻗어있는 곡괭이를 툭툭 두드렸다. 그럼에도 검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성우는 이번엔 검으로 바닥에 명확한 경계선을 그어낸 후 발을 뻗어 선을 순식간에 밟았다가 뒤로 뺐다.


후웅!


어김없이 풍압이 날아들었다. 발등에 곡괭이가 박히는 상상을 하자 발바닥이 축축해졌다. 자신에 대한 공격이나 성우가 직접 범위 안에 들어왔을 때만 공격을 해오는 것이 확실했다.


성우는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에겐 원거리 공격수단이 사실상 없으니, 결국 성우가 곡괭이의 간격 안에 들어가야 했다.


'방금처럼 몸으로 공격을 유도하고 어떻게든 곡괭이를 쳐내면 될 것 같기도 한데.'


단순히 피하기만 해봐야 들어갈 틈이 없을 테니 검으로 내리쳐지는 곡괭이를 쳐내 회수를 방해하고 그 사이에 공격한다. 이 수밖에는 없어보였다.


눈에도 안 보이는 곡괭이를 정확히 때려야 한다니. 성우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래도 시도해봄직은 했다. 검수의 공격은 지나칠 정도로 정교해서 그 범위나 위치가 한 치의 오차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심을 굳힌 성우가 다시 슬금슬금 발을 내밀었다.


"하앗!"


그리고 선을 밟은 순간 발을 빼며 온 힘을 다해 가로베기. 발을 노리고 내리쳐질 곡괭이의 옆면을 쳐서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어 무빙 포인트를 이용해 결정타를 날릴 생각이었다.


후웅!


그러나 성우의 검은 아무 것도 닿지 못하고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아무리 빠르다 해도 곡괭이 자체가 엄청 커서 맞추는 것 자체는 가능할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가 않았다.


성우는 지체 없이 다시 한 번 발을 내딛었다.


카앙!


이번엔 운 좋게도 성우의 검과 곡괭이가 부딪쳤다.


"큭!"


그러나 오히려 튕겨나간 건 성우의 검이었다. 그 탓에 가슴이 훤히 열리며 자세가 무너졌는데도 검수는 공격해올 낌새조차 없었다. 지독할 정도로 초지일관인 놈이었다. 성우로서는 다행인 일이긴 했다.


'손 겁나 아프네.'


검을 움켜쥔 손을 슬쩍 내려 보자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검이 닿음과 함께 느껴졌던 위력은 엄청나게 스탯이 상승한 성우가 느끼기에도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무게중심이 끝부분에 쏠려있는 무기인데다 2미터는 넘는 거구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내려치기 위해 엄청난 힘으로 휘둘렀을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곡괭이 자체를 튕겨내는 건 턱도 없을 것 같고, 끝부분을 노려서 궤도를 트는 게 한계겠는데.'


난이도가 한층 상승했지만 별 수 없었다. 될 때까지 해보는 수밖에. 성우는 가방도 풀어 대충 뒤에다 던져두고 별 도움이 안 되는 방패 역시 그 옆에 내려두었다.


카앙!

후웅!

카앙!

카앙!

카앙!


성우는 반복된 동작을 하고 하고 또 했다. 처음 몇 번은 빗나가기도 했으나 점점 코볼트 검수의 자로 잰 것 같은 위치와 타이밍에 익숙해지자 그런 일도 없어졌다. 잘 보이지 않으니 대강 감으로 느낄 뿐이었지만 타점도 점차 원하는 장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전에 손이 작살나겠는데?'


문제는 반동을 온전히 감당하고 있는 성우의 오른손과 팔, 그리고 검이었다. 손목은 잔뜩 부어올라 욱신거렸고 손아귀는 너덜너덜했다.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 피가 곳곳을 적신 검도 곳곳이 이가 나가 보기 흉할 정도였다. 지금껏 부러지지 않은 게 용했다.


성우는 일단 뒤로 물러나 가방에서 포션을 꺼내 어깨부터 손끝까지 골고루 부었다. 고통은 좀 가셨지만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얼마나 더 시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코볼트 검수는 성우가 하는 행동을 여전히 무감정한 눈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이름으로 보나 자세로 보나, 평생을 단련에 매진해온 무인과도 같은 분위기가 녀석에겐 있었다. 하필 손에 들린 게 그놈의 곡괭이만 아니었어도 그랬겠지. 놈과 눈을 마주친 성우는 한 차례 코웃음을 치고 바닥에 침을 퉤 뱉고는 다시 검을 들어올렸다.


'발을 빼느라 자세가 무너지는 게 문제야.'


곡괭이에 찍히는 걸 피하기 위해 미끼로 쓴 발을 황급히 빼다보니 생기는 틈. 그 탓에 검에 온전히 힘을 담기도 어렵고 타이밍을 재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만약 발을 빼지 않고 그대로 검을 휘두른다면 성공률은 한참 올라갈 게 분명했다. 실패하면 발등과 발바닥을 잇는 커다란 구멍이 생길 테지만.


"내가 너무 안전하게 가려고만 했나보다. 안 그래?"


이대로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시도하면 분명 안전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더 이상 검을 휘두를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사냥은 실패하고 업적을 놓치겠지. 혹시 누군가가 지나가다 검수를 발견하고 날름 잡기라도 하면 평생 배가 아플 것이 분명했다. 그냥 아픈 정도가 아니라 창자가 뒤틀릴 것이다.


성우의 발이 다시 선을 밟았다. 코볼트 검수의 어깨가 흐릿해졌다.


성우는 발을 빼지 않고 오히려 단단히 딛은 뒤 허리를 뒤틀어 온 힘을 자신의 검 끝에 담았다. 수차례에 걸친 시도로 거의 파악한 곡괭이의 위치가 눈에 아른거리는 순간, 성우의 검이 큰 호를 그렸다.


카아앙!


처음으로 내려베기 중에 곡괭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끝부분을 정확하게 타격한 성우의 검이 내려치는 기세를 이겨내고 곡괭이의 대가리를 반쯤 돌려내자 그 속도가 확연하게 떨어졌던 것이다.


그 대가로 성우의 검도 튕겨나갔지만, 다시 허리에 힘을 빡 줘서 바깥으로 향하려던 검을 억지로 자신의 가슴께로 당겼다. 팽팽하게 한계까지 당겨진 팔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댔다.


마침내 찌르기 동작에 들어가기 위한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 성우가 검을 내지르며 스킬 무빙 포인트를 사용하기 직전.


'...!'


순간적으로 코볼트 검수의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과 눈이 마주친 성우는 알 수 없는 불길한 직감에 허리를 꺾으며 뒤를 향해 몸을 던졌다.


후우웅!


그 직후 오늘 몇 번이고 느낀 강렬한 풍압이 성우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곡괭이와 함께 손목도 돌아갔을 텐데도, 어느 새 자세를 고쳐 잡은 코볼트 검수가 검을 찌르기 위해 간격 안으로 들어온 성우를 내려찍었던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속도였다. 자칫 어깨부터 오른팔이 다 찢겨나갈 뻔한 성우가 몸서리쳤다.


'그래도 거의 다 왔어.'


딱 한 걸음이 부족했다. 성우는 가방과 함께 내려놓았던 방패를 다시 손에 쥐었다. 곡괭이를 막을 수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 작은 방패. 요녀석이 마지막 한 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성우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또 다시 검수의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다시 한 번 선을 밟는 발. 예정된 조화처럼 떨어지는 곡괭이와 그 끝을 쳐 대가리를 돌려버리는 성우의 검. 마치 반복재생을 한 것처럼 아까와 똑같이 진행된 수순.


그리고 성우는 검을 당기는 동시에 앞으로 달려들었다. 분명 곡괭이를 회수했을 검수가 성우의 머리통을 조준하고 내려치기를 하기 직전 아슬아슬한 순간에, 성우가 뻗은 손 끝에 쥐어진 방패가 검수의 가슴에 닿았다.


그리고 성우는 스킬 방패 밀쳐내기를 발동했다.


쾅!


방패의 표면에서 뿜어져 나온 충격파 같은 무언가가 이미 곡괭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던 검수의 가슴을 후려쳤다. 그 힘은 코볼트 검수의 거구를 넘어뜨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세를 무너뜨리기엔 충분한 수준이었다. 순간적으로 상체가 뒤로 꺾인 검수의 활짝 열린 가슴에 이번엔 성우가 검을 찔러 넣었다.


"...!"


그러나 검이 검수의 가슴에 꽂히는 순간, 성우는 검이 이미 중간쯤에서 부러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마지막에 곡괭이를 튕겨내면서 한계를 맞이했던 것이다. 반 토막난 검이 코볼트 검수의 몸을 완전히 관통하지 못하고 갈비뼈에 막히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하지만 성우는 이를 악물고 오히려 온몸의 체중을 실어 검을 밀어 넣으며 이미 자세가 무너진 코볼트 검수를 뒤로 쓰러뜨렸다. 그와 동시에 자신도 덩달아 몸을 던져 마운트 자세를 잡은 성우가 반 토막난 검을 잽싸게 뽑아 이가 빠져 톱날처럼 되어버린 반 쪼가리 검날로 검수의 목에 밀어 넣었다.


마지막 순간 검수와 성우의 눈이 마주치고, 검수는 어딘가 차분해진 눈으로 성우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거 무기로 곡괭이 쓰는 놈이 폼은 겁나게 잡네."


성우는 헛웃음과 함께 검을 그었다. 검수의 목이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고, 잠시 뒤에는 그 커다란 육체와 함께 가루가 되어 소멸했다. 검수의 시체가 사라진 바닥에는 수박만한 하급 마정석과 검수가 들고 있던 커다란 곡괭이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귓가에 울리는 띠링띠링 거리는 소리에 성우는 가방에서 꺼낸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업적창을 확인했다.


[코볼트 검수의 적수]

- 코볼트 검수에게 도전 자격을 얻어 쓰러트렸다.

- 힘, 체력, 민첩 +60

- 활성화 : 스킬 - 코볼트 검수 곡괭이류 상단베기


"좋아!"


스킬이름을 확인한 성우가 손을 움켜쥐며 기뻐했다. 그 어처구니없게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곡괭이 상단베기를 스킬로 주다니. 고생한 보람이 넘치는 보상이었다.


[나도 이제 엘리트!]

- 엘리트 몬스터를 5마리 사냥했다. (3/5)

- ???

- ???


[위기감지 첫걸음]

- 전투 중 오감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통해 위기를 감지했다.

- 기교 +20

- 활성화 : 스킬 - 위기감지 Lv. 1


[검을 3개 정도는 해먹어야 검사지!]

- 전투 중에 검이 부러졌다 (1/3)

- ???

- ???


"위기감지...?"


짐작 가는 게 있긴 했다. 전투 중에 느껴졌던 등골이 오싹해지는 불길한 예감. 그게 아니었으면 그대로 팔을 잃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Lv.1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감이 잡히진 않았지만, 만약 그때의 감각을 항상 느끼는 게 가능해진다면 보통 도움이 되는 게 아닐 것이다.


채워지는 업적들과 마음에 드는 보상들에 히죽거리던 성우의 의식이 대충 내려둔 자신의 검과 방패로 향했다. 검은 허리부터 부러져 아예 새로 구하는 게 나을 게 분명했고, 방패 역시 마지막 방패 밀쳐내기 스킬을 쓰는 순간 충격파의 반동에 너덜너덜하게 망가져 있었다.


"새 장비를 구해야겠는데."


성우가 업적노가다를 하며 사무실에 보냈던 잡템들은 보통 양이 아니었다. 확인은 안 해봤지만 그 정도면 돈이 나름대로 쌓였을 법 했다. 쓰기에 나쁘지 않았던 초보자용 장비였으나 망가진 이상 새로운 장비를 구입해야 할 것이다.


대강 정리를 끝낸 성우는 수박만한 마정석은 가방에 쑤셔 넣고, 커다란 곡괭이를 들어 어깨에 걸친 뒤 던전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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