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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괴 님의 서재입니다.

업적 따면 강해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림괴
작품등록일 :
2020.09.19 20:01
최근연재일 :
2020.10.04 18: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067
추천수 :
86
글자수 :
90,539

작성
20.09.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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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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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업적 시스템](1)

DUMMY

성우는 들고 있던 대검을 큰 동작으로 휘둘렀다. 아니나 다를까 바짝 붙어서 손톱을 휘두르려던 도마뱀 인간 같은 모습의 괴물, ‘레비아탄’이 펄쩍 뛰어 뒤로 물러났다.


이 민첩하고 교활한 놈은 특정한 공격을 마주하면 반드시 한차례 거리를 벌리는 습성이 있었다. 수도 없이 레비아탄과 싸워온 성우가 파악한 여러 가지 패턴 중 하나였다.


"캬아아악!"


성우가 대검을 회수하며 자세를 고치는 사이, 몸을 잔뜩 움츠린 괴물은 시끄럽게 기성을 질러대며 물러난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재차 달려들었다.


"하앗!"


콰직!


수백, 수천 번은 봐왔을 돌격.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성우의 대검이 괴물의 정수리로 처박히고, 거기에 적중당한 괴물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빛이 되며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이 녀석으로 성우가 쓰러뜨린 최상급 몬스터 '레비아탄'은 총 1만 마리.


빛으로 흩어져 사라진 레비아탄이 드랍한 전설급 아이템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성우는 오른쪽 하단에 떠오른 작은 창을 확인했다.



업적 달성 - [레비아탄의 지배자]



"으아아! 드디어 끝냈다!"


그 문구를 확인한 성우는 들고 있던 마우스도 집어던지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동시에 성우가 하고 있던 게임을 표시하던 모니터의 옆, 두 번째 모니터에 표시된 채팅창에서 성우를 축하하는 글과 후원금들이 터져 나왔다.


성우가 게임을 하는 동안 함께 켜둔 인터넷 방송의 채팅창이었다.


- 와, 이걸 깨는 사람이 있네.

- 이런 업적 만든 놈도 제정신 아니고 깬 놈도 제정신 아님

- 이제 드디어 잘 수 있겠다

- 저도 이거 깨는 거 보고 자려고 하루 꼬박 보고 있었음ㅋㅋ

- 진짜 이성우 이거 미친놈이네. 안 지겹나?


"뭐가 지겨워. 이게 내 낙인데."


채팅창을 보는 둥 마는 둥 훑어본 성우는 다시 자리에 앉아 방금까지 조종하고 있던 자신의 캐릭터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장장 24시간에 걸친 노가다를 끝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 업적 보상 보여주세요!


"맞아, 보상 뭐 주려나?"


한 시청자의 채팅에 성우도 그제야 업적 창을 켰다. 그러자 화면 가득히 지금까지 성우가 달성한 수천 개의 업적들의 목록이 떠올랐다.


성우가 그중 새로 갱신된 [레비아탄의 지배자] 업적을 누르자 상세 정보가 떴다.


[레비아탄의 지배자] - 레비아탄 10,000 마리 토벌.

- 테이밍 스킬 개방.

- 레비아탄을 최대 3마리까지 테이밍 가능합니다.


"테이밍? 이 게임에 테이밍 시스템이 있었나?"


성우가 지금 진행 중인 게임은 유명 온라인 RPG인 [라 그라시아]. 이미 출시된 지 상당시간이 지난 게임으로, 짜잘한 업데이트는 간혹 있었지만 지금까지 테이밍과 관련된 시스템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던 성우였다.


빠르게 다른 화면들을 훑던 성우는 그 외에도 새로 개방된 업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이밍 첫걸음] - 테이밍 스킬을 사용해본다.

- ???


"뭐야 이거. 이 스킬 써본 사람 있냐?"


처음 보는 스킬과 업적에 성우가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이미 ?를 가득 띄우고 있던 채팅창에 답변이 폭발적으로 생성된다.


- 있겠음?ㅋㅋ

- 있는 줄도 몰랐지

- 신 스킬인가보네. 대단ㄷㄷ

- 나도 테이밍 뚫으러 간다

- 미친 난 알아도 못 하겠다ㅋㅋ


시청자들도 역시나 금시초문이라는 반응. 성우가 가장 먼저 발견한 스킬임에 틀림없었다.


게다가 새롭게 생겨난 관련 업적들까지.


오히려 스킬보다 이쪽에 관심이 간 성우는 24시간 동안 게임을 하느라 점차 몽롱해지고 있던 정신이 다시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새 업적이 떴으면 당연히 따야지.


"오케이. 그럼 지금 바로 테이밍 관련 업적 다 열러 간다."


잔뜩 신이 난 성우가 그렇게 말하자, 다시 채팅창이 달아올랐다.


- 아니 안자?

- 님 지금 방송 시간 24시간 넘었음

- 이거 미친놈이네ㅋㅋㅋㅋㅋ

- 방송 원데이 투데이 보시나 얘 이럴 줄 알았음

- 업적충 또 눈 돌아갔죠?

- 오늘 이거 업적 따신 것들 블로그에 정보 꼭 올려주세요!


대부분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


그도 그럴 것이 성우는 뭔 게임을 실황하든 그 게임의 업적이란 업적은 죄다 달성하는, 소위 말하는 '업적충'이었던 것이다.


캐릭터의 강화? 빠른 보스 클리어? 그런 건 성우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물론 그 행위가 업적을 준다면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성우의 관심사는 오로지 업적 100%달성뿐이었다.


똑같은 몬스터를 수천마리씩 잡거나, 게임의 모든 지역을 돌아다니거나, 혹은 하루 종일 경매장을 열어두고 온갖 잡템이란 잡템은 다 긁어모으는 기괴한 플레이스타일.


당연하게도 성우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은 유명세에 비해 그다지 인기가 없는 편이었다. 가장 많을 때라고 해봐야 시청자는 고작 500여명 정도.


하지만 큰 업적 달성시마다 후원금은 잘 터져서 먹고 살기엔 부담이 없었고, 게다가 갱신속도는 느려도 게임의 자잘한 히든 업적들 하나하나까지 다 정리된 성우의 블로그는 그 엄청난 정보량 덕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할 정도였다.


"자, 그럼 어디부터 가볼까. 뭔 정보가 아무 것도 없어? 테이밍, 테이밍이니까.... 모렌 마을 촌장이 옆에 이상한 몬스터 데리고 다니지 않았나?"


성우는 시청자들을 향해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며 캐릭터를 이동시켰다.



-----------



6시간이 더 지나서야 성우는 마우스를 놓고 기지개를 폈다.


아직 달성할 업적들은 남아있지만, 일단 조건들은 전부 알아낸 상황.


마음 같아선 전부 달성해버리고 싶어도 이 이상은 피로와 졸음 때문에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같이 봐주느라 수고 많았다."


- 아 나 지금 왔는데 좀 더 해줘

- 틀어놓고 딴 거하기 딱 좋았는데

- 저 과제 곧 끝나니까 그때까지만 더 해줘요

- 이왕 30시간 넘긴 거 연속 방송 시간 기록 세우러 가즈아ㅏㅏㅏㅏㅏ


방송 종료 멘트에 잔뜩 뿔이 난 시청자들의 반응에도 성우는 알 바 아니라는 듯 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됐고. 난 자러 간다. 수고."


성우는 곧바로 방송을 종료했다. 채팅창에는 여전히 시청자들이 남아 아우성을 쳐대고 있었지만 역시 30시간 연속방송은 성우에게도 제법 고된 일이었다.


세수라도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성우는 갑자기 찾아온 현기증에 몸을 비틀거렸다.


"억! 아 씨, 뭐야."


그 와중에 새끼발가락을 딱딱한 물건에 부딪친 성우가 성질을 냈다. 바닥을 확인하니, 쓸데없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검 하나가 보였다.


"아, 이거 진짜 더럽게 거슬리네. 내 이름 새겨져 있는데 버릴 수도 없고. 돈이나 줄 것이지 왜 이런 걸 줘서는."


그 검의 정체는 성우가 작년 한 대형 게임회사에서 받은 선물이었다. 자사의 모든 게임을 100% 클리어 한 성우에게 준 보상. 아직도 서비스 중인 한 온라인 게임의 최종보스가 들고 있는 검의 1:1 모형이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업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받는 순간은 기뻤던 성우였지만, 그것도 그 순간뿐. 게임에서 업적 100%를 찍을 때의 그 쾌감과 달성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현실에서 뭘 하든 업적은 달성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 글로 남는 것이 없다면 업적 달성의 쾌감 역시 없다는 사실만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었다.


발로 대충 그 검을 구석에 밀어둔 성우는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약간이나마 피로를 풀었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


샤워 후, 노곤하게 풀린 몸을 침대에 누인 성우의 감상이었다.


누군가 들었다면 하루가 넘도록 게임만 하고서 대체 뭐가 보람차냐며 코웃음을 칠 말이었지만, 성우는 그만큼 업적을 달성하는 작업이 좋았다.


눈에 명확하게 보이는 목표. 제시된 수치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충실감과 달성했을 때의 확실한 보상. 거기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


'내일은 테이밍 업적을 전부...응?'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성우가 잠들려던 그 때, 감은 눈꺼풀 너머로 갑자기 붉은 빛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우는 눈을 뜨고 몸을 반쯤 일으켰다. 분명 전등을 껐을 터인 방 안은 마치 불그스름한 조명을 켠 것처럼 어슴푸레하게 그 형상을 드러내고 있었고, 방바닥에는 누가 봐도 마법진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문양이 붉은 빛을 뿜어내며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뭐야?"


어안이 벙벙해진 성우가 그것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곧 빛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드러났다.


천장까지 닿고도 남는 키. 원룸을 꽉 채우는 커다란 근육질의 체구. 힘줄이 불끈거리는 녹색의 피부까지.


"모, 몬스터...?“


뒤를 돌고 있어 72인치 TV마냥 널찍한 등짝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영상으로나 보던 몬스터가 틀림없었다.


"말도 안 돼. 몬스터는 던전에서만 나오는...."


너무 피곤해서 환상을 보고 있는 건가?


하며 성우가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몬스터가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리고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크아아아아아아!“


성우를 보자마자 흉측한 얼굴을 한층 더 구기며 몬스터가 괴성을 내질렀다.


"씨발!"


그 쩌렁쩌렁하니 온몸이 다 울리는 포효는 압도적인 현실감을 가지고 있었고, 비몽사몽 하던 성우의 정신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그제야 제대로 사태를 파악한 성우가 욕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성우가 채 침대를 벗어나기도 전, 몬스터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혀 성우의 몸통만큼 굵은 팔을 들어올렸다.


'피해야....'


어떻게든 몸을 굴려 그것을 피해보려고 한 성우였지만, 몬스터의 주먹은 너무 빨랐다.


거의 수박만한 몬스터의 꽉 쥔 주먹이 자신을 내려치는 모습을 차마 직시하지 못한 성우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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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고블린 학살자](3) +4 20.09.27 11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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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고블린 학살자](1) +3 20.09.25 148 4 17쪽
5 [신입 다이버](2) +3 20.09.24 158 4 18쪽
4 [신입 다이버](1) +2 20.09.23 167 5 15쪽
3 [다이버 자격증] +2 20.09.22 189 5 12쪽
2 [업적 시스템](2) +2 20.09.21 227 8 19쪽
» [업적 시스템](1) +3 20.09.20 294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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