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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만가서점 영웅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06.26 17:42
최근연재일 :
2022.10.01 12:0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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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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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3화

DUMMY

적토단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후.

회천단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끌어 근처의 동굴로 향했다.

이곳이라면 마인들도 그들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대당가. 저희가 움직인 흔적을 모두 지우고 왔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지 문주님. 문주님께서도 힘드실 텐데 어서 쉬십시오.”

“저야 무공이 별 볼일 없어 전투에 도움된 것도 없으니 이렇게라도 쓸모가 있어야지요.”

“지금까지의 길과 이 동굴도 문주님께서 알려주신 곳인데 도움이 안 됐다니요. 문주님께는 항상 고마울 뿐입니다.”

“하하, 그럼 대당가 저는 이만.”

“예. 편히 쉬고 계십시오.”


길을 떠나기에는 다들 상태가 좋지 않다.

최대한 기력을 회복해서 움직여야 남경까지의 먼 길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곳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저 멀리 널브러져 있는 적토단의 시체를 보면 미친 듯이 그들을 찾을 것이기에.


“아이고, 죽겠다. 근데 상철이는 왜 이렇게 안 와?”

“막내랑 먹을 것을 구하러 간지 아직 일각도 안 지났소. 정 못 기다리겠으면 형님이 가시던가.”

“내가 어떻게 움직이냐? 마인들에게 금방 들킬 텐데.”

“그러니까 좀 참고 있으시오.”

“아니, 난 우리 수백이가 배고플까 봐 그러는 거지.”

“수백이는 형님보다 어른스럽게 잘 참고 있으니 핑계는 그만 대시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던 차상철과 선혜성이 돌아왔다.

그들의 손에는 정체불명의 열매들이 한가득이었다.


“형님 저희 왔습니다.”

“어, 그래. 근데······.”

“왜 그러십니까?”

“열매만 따왔냐? 몸이 허할 때는 고기를 먹어 줘야 하는데.”

“형님, 헛소리 좀 하지 마시오. 토끼라도 잡아왔다고 해도 먹을 방법이 없는데 무슨 고기 타령이오?”

“그냥 아쉽다는 거지.”


추격을 피해 도망치는 신세에서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짓이 바로 불을 피우는 것이다.

불을 피우게 되면 연기가 발생하고 그것이 적에게 위치를 가르쳐 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해서 차상철도 사냥을 하는 것 대신 열매를 가져온 것이다.

선우진은 헛기침을 하며 사람들을 불렀다.


“다들 오셔서 이것을 받아 가십시오. 배를 채우기에는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언제 이런 것을 구해왔데? 잘 먹을게.”

“예. 형님. 그리고 정백대 친구들도 와라. 너희도 빨리 받아 가.”

“알겠소. 고맙소”

“근데 팽씨. 남궁은 아직도 안 돌아왔어?”

“아무래도 총관님의 유언을 듣는 것이니 단주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소. 가야 할 길이 먼 것은 알고 있으나 조금만 기다려 주시오.”

“당연하지. 그냥 조금 걱정돼서 그런 것뿐이야.”


지금 남궁위는 동굴 깊은 곳에서 남궁척의 마지막을 보내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지 꽤 되었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큰 모양이었다.

그로부터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수척해진 얼굴의 남궁위가 돌아왔다.

선우진은 가만히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했다.”

“아니다. 그보다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뭔데?”

“너를 따르는 사람 중에 하오문이 있다지. 그들에게 이 동굴의 위치를 기록해 달라고 해줘.”

“그래. 알았다.”


정보를 다루는 개방이나 하오문은 지리를 기억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남궁위는 나중에라도 천하가 해방되고 안정이 되었을 때 남궁척의 시신을 가문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동굴의 위치를 기록해 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소걸아가 함께 있었으면 그에게 맡겼을 것이나 그는 구진과 함께 길을 떠났다.

그러니 부탁할 사람은 하오문밖에 없었다.

남궁위가 충격에 비틀거리자 제갈약란이 얼른 다가와 그를 부축하며 열매를 먹였다.

그렇게 일각이 지나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선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쉴 만큼 쉬었지? 그러면 이제 다시 길을 떠나자고. 문곡아, 혹시 모르니 은신부 좀 싹 다 돌려라.”

“예. 형님. 쉬는 동안 만들어 두었으니 다들 한 장씩은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고생 많았다. 근데 그 많은 피를 뽑은 거야?”

“제 피로 그 많은 양의 부적을 어떻게 쓰겠어요? 죽은 지 삼 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의 피도 충분히 효과가 있으니 걱정 마세요.”


아까 문곡이 지삼천에게 뭔가를 부탁하더니 적토단 마인들의 피를 뽑아 달라고 한 모양이다.

그들이 죽인 마인의 피로 부적을 만들었다는 말에 찝찝한 기분이 들었으나 어쩔 수 없이 품에 넣었다.


“자, 그럼 준비 끝났으니 가자.”

“잠깐. 선우진.”


회천단 무인들이 모두 부적을 받고 동굴을 나가려던 그때 남궁위가 선우진을 불렀다.


“왜?”

“넌 바로 남경으로 향할거지?”

“여기 대청산을 떠나서 마인들의 추격을 따돌리면 남경으로 갈 거야. 왜?”

“그렇다면 우린 여기서 찢어지자.”

“갑자기?”

“아버지 유언으로 가야 할 곳이 있다. 그러니 여기서 헤어지자.”

“그럼 정백대는 어쩔 생각이냐?”

“그들도 내가 데려가겠다.”


남궁위의 말에 동의하는지 정백대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사파인 선우진을 따르는 것보다 같은 정파인이자 긴 시간을 함께한 남궁위를 따르고 싶을 것이다.


“그래. 그럼 언제 돌아올 거냐?”

“글쎄? 일이 다 끝나면 남경으로 가지.”

“알았다. 몸조심하고.”

“나중에 남경에서 보자. 그땐 마도연합에게 이번 일의 빚을 갚아주자고.”


혁련세광 등 무림맹의 노고수들이 마교와 패왕총의 마인들에게 당했으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무림맹에는 아직 남궁위나 선우진 등 살아남아 마도연합과 맞서 싸우려는 무인들이 남아있다.

두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나 함께 싸울 날을 그리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선혜성은 현기증을 느끼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


“뭐해? 다 끝났어.”


사관의 목소리에 선혜성은 눈을 떴다.

온통 새하얀 세상에 온 것을 보니 4장이 끝났다는 게 실감되었다.


“태자 전하의 얼굴을 본 느낌은 어때?”

“글쎄? 근데 그분이 진짜 태자 전하가 맞아?”

“맞는데?”

“정말이라고? 근데 왜 서점에 찾는 학자들은 황제 폐하를 욕하는 거지?”


긴 시간을 일하지는 않았지만 만가 서점에서 일하며 많은 학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책을 고르며 황제에 대한 욕을 하곤 했다.

시험에 부정이 많다느니 관직이 황제의 기분에 따라 결정된다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여색과 주지육림은 어찌나 밝히는지 항상 얼굴에 붉은 기가 지워지지 않는다고 험담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4장에서 본 태자는 자신을 낮추고 작은 무례에도 웃어넘기는 사람이었다.


“큰형님이 계속 무례하게 행동해도 넘어가고 도박장에서 매관매직이 일어났을 때 분개하던 그분이 그럴 리가 없잖아.”

“물론 태자 전하는 좋은 분이시지. 그분과는 약간 연적 비슷한 느낌이 있어 항상 투닥거리곤 했지만 말이야.”

“그럼 왜?

“그야 그분이 계속 황위에 있었으면 지금과 달랐겠지.”

“뭐?”

“됐다. 황실의 일은 네가 신경 쓸 것이 아니야. 그보다 무림맹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무림맹?”

“그래. 앞으로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림맹은 천하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해.”

“왜? 비록 습격을 당하긴 했지만 태자 전하도 계시고 사천과 섬서의 무인들도 있잖아.”

“그들은 모두 마교와 패왕총에게 당하게 된다.”


천세존은 치밀하고 무서운 자였다.

사천과 섬서를 일부러 내주고 무림맹의 무인들을 분산시킨 뒤 위치를 알아내 공격을 했으니 말이다.

호화호특에서 재기를 노리던 무림맹은 그렇게 천세존에게 짓밟혀버렸다.


“그럼 어떻게 무림맹이 이길 수 있었던 거야?”

“그건 미리 알면 재미없고. 그보다 4장에서 맹주님이 그분께 하신 말씀을 들었지?”

“맹주령을 말하는 거야?”


천세존이 마교와 패왕총의 마인들을 이끌고 쳐들어왔을 때.

혁련세광은 선우진에게 금패를 주며 무림맹의 미래를 부탁했었다.


“사실 맹주님은 무림맹이 마도연합과 싸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셨다. 해서 수백이를 키우고 계셨지.”

“수백이를?”

“그래. 그분의 나이도 있으니 자신의 모든 것을 이을 후계를 만들고자 하셨고 그게 혁련수백이다.”


사관이 말하길 혁련세광은 그동안 폐관수련을 하며 천세존의 두려움이 커진 상태라고 했다.

아무리 수련을 해도 그 격차가 좁혀졌단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이제는 무림맹의 미래가 걱정되었다.

경지가 깊어질수록 수명이 늘어나게 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혁련세광이 죽고 난 후에도 천세존이 건재하다면 그를 상대할 사람이 없으니 숨을 죽이고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랬던 생각이 선우진의 등장과 맹도들의 투지로 바뀌었다.


“그분을 만난 맹주님은 정파와 사파가 힘을 합하면 어쩌면 마도연합을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셨다. 또한 맹주님만이 천세존을 감당할 수 있으니 맹도들 모두가 싸움을 원하는 이때가 적기라고 생각하신 거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맹주님께 직접 들은 얘기다. 아무튼 그래서 더더욱 그분께 맹주직을 맡기신거야.”


선혜성이야 영웅록의 단편적인 순간만을 봤기에 체감하지 못했겠지만 정파인들에게 선우진의 위상은 제법 높다.

선우진이 마인들로부터 구해준 사람도 있었고 승리한 전투도 많았기에 그를 보는 정파인들의 시선은 꽤 호의적이었다.

그러니 나중에 맹도들을 불러 모을 때 정파인의 반발이 적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또한 맹에서 가장 신망이 두터운 남궁위가 그의 벗이니 정파 측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 여겼다.

반면 사파는 달랐다.

그들은 오직 선우진을 중심으로 뭉친 자들이다.

선우진이 아닌 다른 자가 명령을 하려고 한다면 반발하고 듣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맹도들이 다시 뭉친다고 한들 얼마 못 가 분열될 것이고 마도연합과의 승부에도 이길 수 없다.

해서 가장 최적의 선택으로 선우진을 고른 것이다.

물론 그의 제자인 혁련수백이 선우진의 밑에서 더 잘 크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맹주님의 예상과는 달리 정파인들은 쉽지 않았어. 맹주령에 모인 자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무시했지.”

“그러면 어떻게 무림맹이 마도연합을 이긴 거야?”

“그건 앞으로 영웅록 속에 들어가서 확인하라니까.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분은 결국 무림맹주가 되지 않았다는 거야.”

“어째서?”

“그것 역시 다음 장에서 확인하고.”

“그럼 이것만 말해줘. 대체 내 아버지는 누구야?”


사실 선혜성은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4장에서 지내며 아무리 아버지를 유추해 보려고 해도 단서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이가 있을 거라던 두 사람은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이가 있는 남은 사람은 선우진 뿐인데 사흑련 련주이자 흑사방 방주인 그가 아버지라면 선혜성이 이렇게 힘들게 살 리가 없었다.

선혜성이 골머리를 앓고 있자 사관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역시 영웅록 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 거야.”

“그게 언젠데?”

“글쎄? 한 가지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너 또한 영웅록 속에 등장한다는 거야.”

“내가? 왜?”

“왜겠어? 마도연합과의 전쟁이 끝난 후 네 아버지가 널 보러 갔으니 나왔지. 네가 어렸을 때는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설마 내가 어렸을 때 널 봤다고?”

“그래.”


상당히 충격적인 말이었다.

어머니와 그를 버리고 떠났다던 아버지가 찾아왔었다니.

그렇다면 왜 그는 어머니와 자신이 힘겹게 사는 것을 방치했단 말인가?

선혜성은 갑자기 기분이 확 상해버려 사관에게 말했다.


“됐고. 빨리 교육용 자료나 틀어. 그거 보고 나가게.”

“아, 알았어. 이번에도 잘 감상하라고.”


어김없이 동경은 빛을 뿜었다.

그 안에 비친 풍경은 대청산의 동굴 깊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남궁위와 남궁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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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22.07.29 47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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