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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가서점 영웅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06.26 17:42
최근연재일 :
2022.10.01 12:09
연재수 :
2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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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7,852

작성
22.08.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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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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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76화

DUMMY

숨 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다.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의 기싸움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침조차 삼키지 못했다.

어느덧 충혈된 두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사내들의 싸움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 이제는 얼굴에서 경련마저 일어나던 차상철이 선혜성을 툭툭 쳤다.

갑작스러운 신호에 선혜성은 차상철을 바라봤다.


“형님?”

“······.”


눈싸움에 열중인 차상철은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선혜성이 착각이었나 싶어 가만히 있자 차상철은 ‘악’ 소리가 튀어나올 뻔할 정도로 그를 세게 쳤다.

차상철은 고개는 남궁위에게 고정한 채 눈동자만 굴려 선혜성을 쳐다봤다.

그제야 무슨 뜻인지 이해한 선혜성은 크게 외쳤다.


“형님,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니에요. 큰형님이 늦으면 크게 혼내실 거예요.”

“어, 어? 참, 그렇지 막둥아. 빨리 임무를 위해 하북으로 가야 하는데 이런 곳에서 지체할 수 없지.”


선혜성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차상철은 그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짧은 찰나에 삼십 번은 눈을 감았다 뜬 차상철은 어쩐지 시원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자 남궁위가 피식 웃었다.


“왜, 왜 웃는 거요?”

“됐다. 내가 너 따위와 이러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뭐요?”


차상철이 다시 한번 발작을 일으키려 하자 선혜성은 급히 그를 말렸다.

이러다가는 하루 종일 이곳에서 발이 묶이게 생겼다.


“형님 진정하세요. 우린 중요한 임무를 앞두고 있잖아요.”

“어, 그렇지. 이보쇼 남궁. 운 좋은 줄 알아. 임무만 아니었으면 당신은 몇 날 며칠은 이 자리에서 눈만 뜨고 있었어야 했어.”

“난 얼마든지 괜찮으니 계속해 봐라. 아니면 저번에 못 춘 춤이라도 추고 싶은 거냐?”

“뭐? 이 새끼가!”


다시 또 그때의 악몽이 떠오른다.

그날 남궁위를 골탕 먹이려다 걸려 선우진에게 뒤지게 맞을 뻔했다.

전우에게 무슨 짓이냐며 화를 내던 그의 모습에 질풍노도의 시절 멋모르고 반항하다 처맞았던 그때가 떠오를 정도였다.

만약 그때 남궁위가 선우진을 말리지 않았다면 삼일은 침상 위에서 지냈어야 했을 것이다.


“괜찮다며 마음 넓은 척은 다 해놓고 감히 그딴 것을 시키려고 해?”

“일개 단원이 단주에게 장난질을 쳤는데 당연한 것이지. 넌 선우진이 아니었으면 그날 정말 알몸으로 춤을 췄을 것이다.”

“웃기고 있네. 됐고, 이번에 임무를 위해 함께 갈 사람이나 내어 주쇼.”

“쯧, 태자 전하를 모시러 가는 일인데 너희를 보내다니. 대체 맹의 어른들은 무슨 생각이신지. 팽 대주.”

“예. 단주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못마땅한 표정과는 달리 남궁위는 이미 준비를 끝내 놓았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사파와 함께 움직이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을 보내줬다.

바로 풍운대와 의천단 출신의 무인들이었다.

차상철도 그들과 함께한다는 말에 반색했다.

안 그래도 새로 정백대에 포함된 인물들 중 사파인 그들을 좋게 보는 자가 없어 걱정했는데 저들이라면 괜찮았다.

그럼에도 그는 남궁위를 향해 툴툴거렸다.


“겨우 백 명 가지고 생색은. 그럼 우린 가 보겠소.”

“그래. 그리고 다음에 만날 땐 제대로 된 예의를 갖추거라. 나도 벗의 의제를 벌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말이야.”

“퉤! 벗은 개뿔. 당신이야말로 애처럼 눈물 흘리기 싫으면 형님께 똑바로 하시오.”


남궁위는 몇 번을 생각해도 재수 없는 놈이었다.

하는 짓거리는 선우진을 아랫사람 대하듯 하면서 말로는 벗이란다.

뻔뻔하게 웃는 그를 노려본 차상철은 신경질적으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


다시 사흑련으로 돌아가던 중 팽도후는 조심스럽게 차상철에게 말했다.


“저, 차 소협. 그래도 단주님이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 거요.”

“아니긴. 그동안 한 짓이 있는데. 그리고 제대로 따져보면 우리 형님이 남궁위와 같은 위치요?”


남궁위는 겨우 남궁세가의 소가주 신분이지만 선우진은 한 방파의 주인이자 사파의 열다섯 방파를 이끄는 수장이다.

어떻게 보더라도 선우진은 남궁척과 동등한 위치였지 남궁위가 비빌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그 나이가 문제였다.

하필 선우진이 청년층에 속하는 나이라 무림맹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웅 방주님 앞에서는 말도 꺼내지 못할 놈들이.”

“그, 그래도 맹에서 사흑련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잖소. 최근 맹도들 사이에서 얼마나 칭찬이 자자한데.”

“그럼 뭐 하오? 단주도 아닌 부단주인데. 제길, 규성 형님은 머리도 좋다는 분이 그때 뭘 하고 계셨는지.”


사흑련의 합류로 무림맹에서는 말이 많았으나 혁련세광이 나서자 그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제는 선우진의 처우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비록 그가 사파 연합의 수장이나 그의 나이가 젊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를 다른 장문인들과 동일한 대접을 하자니 나이가 걸렸고 그렇다고 일반 맹도 취급을 하자니 사파의 대표라는 이름이 문제였다.

그러자 남궁척은 정사연합의 단을 창설하여 그 자리에 선우진을 넣자고 제안했다.

선우진은 사파인을 걸고 은근히 쏟아지는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해야만 했다.

그 자리가 부단주였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내가 다른 게 아니꼬운 것이 아니오. 형님이 남궁 밑이면 웅패심 방주님도 그의 밑이게?”

“배분으로 따지면 비할 바가 아니지만 어쩌겠소. 이미 결정된 것을.”

“아무리 그래도 대우는 똑바로 해야지. 이건 뭐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그런데······ 참, 문곡 소협은 어떻게 지내고 있소? 사흑련과 함께 한다고 듣기는 했소만.”


껄끄러운 주제가 계속되자 팽도후는 말을 돌렸다.

맹의 어른들이 결정한 것에 그가 뭐라 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문곡 소협이 정말 완전히 사흑련에 들어간 것이오?”

“뭐, 그렇게 됐소. 우리도 문곡 형님이면 환영하니 말이오.”


무림맹에서 겉돌던 문곡은 완전히 흑사방과 함께하게 되었다.

개편 과정에서 소속이 없던 문곡을 사흑련에 맡긴 것이다.

이에 만규성은 처음으로 무림맹이 마음에 드는 짓을 했다며 기뻐했다.


“덕분에 규성 형님만 신났소. 하루 종일 술법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며.”

“그래도 문곡 소협도 그렇고 흑사방도 다시 웃음을 찾아 다행이오.”

“우리야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사람들 아니오. 아우들도 빨리 보내 줘야지.”


갑자기 차상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제는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아직도 죽은 형제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그렇게 말없이 걷다 보니 사흑련의 천막에 도착했다.

선우진은 밖에 나와 서성이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야! 뭐 했는데 이렇게 늦게 와?”

“형님, 그게 아니라······.”

“아니긴. 너 또 남궁이랑 싸우다 왔지?”

“아, 아닙니다.”

“웃기고 있네. 안 그래도 빨리 가야 하는데 왜 그러냐?”


내미당에서 보내준 물자가 도착한지 한 시진이 넘었다.

그런데도 이제야 차상철이 나타난 것을 보면 무엇을 하다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왔으면 된 거 아닙니까? 거 왜 이렇게 서두르시는지 모르겠네.”

“시끄럽고 곧 출발할 것이니 준비하고 나와. 정백대 친구들도 그리 알고 있고.”

“저기 선우 방주. 태자 전하를 뵙기로 한 날은 아직 한참 남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리 서두르시오?”

“계획을 바꾸기로 했어. 하북이 아닌 북경으로 가기로.”

“에? 무엇 때문에 북경에 간단 말이오? 그 위험한 곳에?”


태자와 하북에서 만나기로 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북경에는 그 무시무시한 마교의 마두들이 도사리고 있기에 태자도 그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인 것이었다.

팽도후는 굳이 북경으로 가려 하는 선우진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선우진은 헛기침을 했다.


“험험,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야.”

“형님, 내가 그 더러운 속셈 모를 줄 아시오? 형수님과 조카가 보고 싶어서 그러는 것 맞죠?”

“그럴 리가 있냐? 설마 내가 사욕을 채우겠다고 형제를 위험에 빠트리겠어?”

“글쎄요.”

“다 태자 전하가 위험해질까 봐 이러는 것 아니야.”


차상철의 눈이 가늘어졌다.

평소 관의 인물이라면 여선학을 제외하면 학을 떼던 사람이 갑자기 이러자 수상했다.

게다가 평소 선우진이 태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의심은 더욱 커졌다.


“뭐?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난 믿습니다. 형님이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형제들을 사지로 끌고 가지 않을 거라고.”

“다, 당연하지. 날 뭘로 보고.”

“대당가의 말이 맞네. 다 깊은 뜻이 있어 북경으로 가자는 거야.”


모든 준비를 마친 웅패심이 사흑련 무인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는 선우진의 편이 되어 대변했다.


“무림맹에서 준 임무의 내용을 봤는데 누가 짠 것인지 영 아니더라고.”

“예?”

“아니 생각해 봐. 태자가 하북으로 가면 얼마나 많은 놈들이 함께 움직일 것이며 과연 그들이 마인들의 감시를 뿌리칠 수 있을까?”


현을 다스리는 지현의 행차에도 수십의 사람들이 함께 움직인다.

그러니 태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대동하고 움직이겠는가.

물론 태자나 여선학이 그렇게 생각 없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격식을 중시하는 황실의 인물들 특성상 쓸데없는 격식을 차릴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하북으로 가는 것도 그래. 사흑련과 정백대를 합해 천 명이 움직이는 일인데 마교가 장님도 아니고 모르겠나?”

“하긴. 그렇겠네요.”

“해서 작전을 달리하기로 했네. 자네들 흑사방이 먼저 북경에 들어가 태자를 데리고 나오게.”

“저희가요?”

“그래. 북경에도 하오문 문도가 있으니 그들이 마련한 비밀통로로 빠져나오면 돼.”


때로는 가장 위험해 보이는 길이 안전한 법이다.

비록 북경이 마교주가 있는 복마전이라 하나 위험을 감수해야 태자를 안전히 무림맹으로 모실 수 있다.

어차피 마교주는 황성에만 있을 것이니 그리 위험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선우진이 먼저 북경에 가서 태자를 데려온다면 최소한의 인원으로 누구보다 안전하게 호위할 수 있으니 최선의 방법이었다.


“나와 다른 이들은 흩어져서 하북에 들어가겠네. 그리고 최대한 멀리서 호위하도록 하지. 이러면 마교에게 틀길 일은 없을 거야.”

“들었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리하자는 거였다고.”

“아, 예. 알겠습니다.”


웅패심에게 북경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들었음에도 차상철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던 것이다.

그러자 선우진의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왔다.


“근데 이 새끼가. 눈 똑바로 안 해?”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형님, 다들 준비됐죠?”

“응? 아, 물론이네.”

“좋습니다. 우린 먼저 북경에 갈 테니 정해진 날짜에 보는 것으로 합시다. 팽씨도 자세한 내용은 형님께 듣고 알아서 와.”

“알겠소.”

“그럼 가자. 북경으로.”

“예? 형님 저는 아직 준비 안 됐는데요. 아직 짐도 안 챙겼는데······.”

“그동안 뭐 했는데? 됐고. 너 때문에 일정을 늦출 수 없으니 그냥 가.”


단단히 삐진 선우진은 단호했다.

차상철이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챙겨야 할 것이 있든 말든 무작정 길을 나섰다.


“참, 수백이는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수련은 빼먹지 말고.”

“예. 방주님.”

“그럼 갔다 올게.”


혁련수백도 흑사방 방도였으나 아직 나이가 어려 임무에 데려갈 수 없었다.

그에게 몇 가지 해야 할 일들을 알려준 선우진은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물론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차상철의 시선을 무시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흑사방은 십만마도의 정점이자 천하제일인이 있는 곳.

무림맹 무인들에게는 절대 금지라고 불리는 북경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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