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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만가서점 영웅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06.26 17:42
최근연재일 :
2022.10.01 12:09
연재수 :
2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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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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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4화

DUMMY

어두컴컴한 동굴 안.

남궁위는 횃불 하나에 의지하며 누워있는 남궁척을 바라봤다.

지금 남궁척은 대법을 펼쳐 간신히 마지막 숨을 붙잡아 둔 상태였다.

이제 혈도를 짚어 깨우면 그는 일각 후에는 반드시 죽게 된다.

남궁위가 망설이자 암혼이 그를 채근했다.


“소가주님 어서 가주님을 깨우셔야 합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의식을 깨우면······.”

“가주님께서는 소가주님께 마지막 한마디를 전하고자 대법까지 쓰셨습니다. 부디 그분의 뜻을 들어주십시오.”

“······.”

“정 힘드시면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다. 내가 하겠다.


결국 남궁위는 떨리는 손을 들어 혈도를 눌렀다.

이것은 혈을 짚어 몸의 모든 신체활동을 정지시켜 목숨을 유지하는 귀식대법의 변형.

남궁위가 대법을 풀자 남궁척은 피를 토해내며 의식을 되찾았다.


“쿨럭. 위구나.”

“예. 아버지. 접니다.”

“다행히 암혼이 일을 제대로 했구나.”

“그보다 어떻게 되신 것입니까? 정말 패륵이 아버지를······.”

“됐다. 시간이 없으니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자. 그보다······ 울컥!”

“아버지!”


또 다시 남궁척이 검은 피를 토해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그는 숨 쉬는 것조차 불편해 보였다.

남궁위는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봤다.


“위야. 내가 대법까지 쓰며 너에게 온 것은 네게 해야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입니까?”

“이제 무림맹은 끝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희망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예?”

“은의단을 찾아 그들에게 가거라. 그들의 힘을 얻고 태자와 힘을 합쳐 마도연합을 몰아내거라.”


은의단이란 남궁, 제갈, 팽가, 개방, 청성, 공동의 제자들로 구성된 특수부대다.

육백 명으로 이뤄진 그들은 각 문파의 절대신공을 전수받아 수련하고 있으며 온갖 영약을 복용해 지금쯤 엄청난 고수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들이 수련하고 있는 곳에는 여섯 문파의 진정한 힘이 있다. 다섯 문파의 절대 신공 또한 그곳에 있지.”

“은의단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들의 위치는 약란이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받아라.”

“이, 이것은······.”

“남궁세가의 가주임을 증명하는 신물이다. 이것이라면 은의단도 널 알아볼 것이다.”


남궁척이 부들거리는 손으로 건넨 하늘색 반지.

창천이라고 새겨진 그 반지야말로 남궁세가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물건이다.

남궁위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 자신의 손가락에 끼웠다.


“그리고 내 품에 비급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꺼내라.”

“이것은 무엇입니까?”

“이 비급이 바로 세가의 가주만이 익힐 수 있는 천고의 절학 제왕검형(帝王劍形)의 전반부이니라.”

“제왕검형!”


남궁위는 너무나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제왕검형이란 무엇인가.

수많은 남궁세가의 검법들 가운데 으뜸이며 제왕의 기운을 담아 감히 대적할 자가 없다는 절대의 무공이다.

정마대전 이후 안휘의 남궁세가가 무너지며 실전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남궁척이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다.


“이것을 익히면 은의단을 네 밑에 둘 수 있으나 마교주 천세존은 이기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너는 은의단을 거두면 안휘의 본가로 가서 제왕검형의 후반부를 취해라.”

“아버지······.”

“비록 우리의 계획이 어그러지기는 했으나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 그러니 너는 앞으로 약란과 모든 것을 상의하여 남궁의 천하를 만들거라.”

“예.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네가 도저히 마도연합을 상대로 이길 수 없겠다고 느낀다면 약란에게 그들을 부르자고 하거라.”

“그들이 누구입니까?”

“위기의 순간 널 도와줄 사람이다. 단, 굳이 알아서 좋을 것 없는 자들이니 때가 되지 않으면 알려고 하지 말거라.”


남궁척은 말하는 동안에도 내내 피를 토해냈다.

맥박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 죽은 자와 다름없었다.

남궁척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마지막 힘을 짜내 남궁위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명심하거라. 오직 남궁을 천하제일로 만들기 위해 네 모든 것을 바쳐야만 한다. 알았느냐?”

“예. 명심하겠습니다.”

“또한 남궁의 이름에 흠이 되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거라.”

“예.”

“그래. 이제 이 아비는 저승에서 네가 남궁을 강호 제일로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겠다. 그러니··· 그러니······!”


남궁척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모든 말을 전한 그는 한결 편안한 얼굴이었다.

남궁위는 깊은 잠에든 남궁척의 손을 붙잡고 오열했다.

그리고 동경의 빛이 멎었다.


***


“난 항상 궁금했어. 남궁척이 가진 그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일까? 왜 온 힘을 모아 싸워도 모자랄 판에 정치질을 하는 것일까?”


사관은 그 시절 남궁척이 행한 만행에 대해 간단히 말해줬다.

맹주 대행이자 총관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자신의 세력에게 공을 몰아주고 다른 사람들의 공은 축소했으며 요직에는 그의 사람을 채워 넣었던 것들을.

그런 그의 노력으로 남궁세가의 명성은 어느덧 구파일방과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었다.


“나중에 보게 되겠지만 남궁세가와 다섯 문파가 작정하고 키운 은의단은 대단했어.”


마도연합은 정마대전 당시와는 달리 분열된 상태.

그런 그들은 무림맹과 남궁척이 은밀히 기른 은의단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황제에게 실망하고 태자를 따르는 군대과 힘을 합친다면 마도연합을 이기는 것은 꿈이 아니었다.


“남궁척의 계획대로라면 혁련세광은 천세존과 동귀어진하고 은의단이 마도연합을 쓸어버리지. 해방된 천하는 남궁과 다섯 문파의 아래에 놓이게 되고 말이야.”


천세존의 기습으로 그러한 계획이 몇 년 미뤄지기는 했으나 결국 남궁위가 그 꿈을 이뤄주게 된다.

물론 그의 힘만으로 이룬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남궁위는 은의단을 바탕으로 정파인을 모았고 그분의 사흑련과 연합해 결국 천하를 마도로부터 해방시켰지.”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는데 천세존은 누가 상대했어? 설마 남궁위나 큰형님이 그만한 경지에 오른 거야?”


그동안 영웅록 속에서 크고 작은 전투를 치르다 보니 선혜성에게도 눈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는 무인들의 전쟁이란 숫자가 아닌 한 명의 고수로 승패가 정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림맹이 아무리 마도연합보다 강하다고 한들 천세존이 나서면 파리 목숨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건 아니야.”

“그럼 어떻게 천세존을 이길 수 있었던 거야?”

“글쎄? 그건 앞으로 영웅록 속에서 보면 알게 될 거야.”

“뭐야.”

“그보다. 이 기특한 자식. 드디어 영웅록에 몰입할 준비가 되었구나.”


사관은 선혜성을 끌어안으며 얼굴을 비볐다.

처음 영웅록을 대할 때의 태도와는 완전히 바뀐 선혜성의 모습이 꽤나 흡족한 모양이었다.

선혜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 그를 밀쳤다.


“이거 왜 이래? 빨리 박으로 보내주기나 해.”

“그래. 알았다. 나가면 너도 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빨리 보내줘야지.”

“응? 할 일이 많다니?”

“아마 밖은 시간이 만이 지났을 텐데 그동안에 어디 있었는지 변명을 해야 할 것 아니야.”

“뭐? 내가 4장에 들어온 날부터 얼마나 흘렀는데?”


선혜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4장에서 보낸 시간이 석 달이다.

밖의 시간이 많이 지났어 봐야 칠일이라고 예상했는데 사관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것보다 더 흐른 것 같았다.

그가 사라졌던 이유에 대해 주변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자 사관이 배꼽을 잡고 쓰러졌다.


“하하하, 네 표정 정말 걸작인데?”

“웃지 말고 빨리 말해봐. 얼마나 지났냐고.”

“한 삼일?”

“삼일?”

“그래. 네가 영웅록에 들어온 후 밖은 사흘이 지났어.”

“정말이야. 후, 다행이다.”


사흘이라면 어느 정도 변명거리를 생각해 낼 수 있다.

서점 일이 문제긴 했으나 앞으로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으로 갚겠다고 다짐했다.


“자, 그럼 또 달포 뒤에 보자고.”


사관이 영웅록을 펼쳤다.

책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선혜성을 밖으로 내보냈다.


***


빛이 사라지고 선혜성은 눈을 떴다.

그는 혹시나 전처럼 이상한 산속에 버려진 것은 아닐까 주변부터 확인했다.

낯선 천장과 벽, 집에서는 있을 수 없는 두꺼운 이불까지.

이곳이 집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여긴 또 어디야? 그리고 이건 무슨 냄새지?”


의방에서나 느껴질 법한 약재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 방 안에 있는 것들을 보면 분명 의방은 아니었다.

사람을 치료하는 곳에 황금거북이가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선혜성은 몸을 일으켜 탁자 위의 거북이를 만져봤다.


“집도 아니고 서점도 아니면 여긴 대체 어디지? 그나저나 이 거북이 귀엽네.”


누런빛을 내는 거북이의 머리는 참으로 반들반들했다.

황금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촉감 또한 너무나 좋았다.

그렇게 선혜성이 거북이를 가지고 놀고 있을 때 누군가 방에 들어왔다.


“아, 깨어나셨군요.”

“예? 아, 아니 당신은?”


선혜성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거북이에게서 손을 때며 사내를 바라봤다.

방 안에 들어온 사내는 그도 잘 알고 있는 소하상단의 막내 막성혜였다.


“무사님 아니십니까? 근데 절 데려오신 분이······.”

“예. 서점에 쓰러져 계시길래 제가 데려왔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나저나 어르신께 듣던 대로 정말 몸이 약하신가 봅니다.”

“예?”

“소형제는 사흘 만에 깨어났어요. 어르신도 길을 떠난 후라 자리에 안 계신데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랬군요.”


선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막성혜가 그를 발견해 준 덕에 이상한 곳에서 발견되지 않을 수 있었다.

막성혜는 선혜성의 맥을 짚어보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며 기뻐했다.


“다행히 몸에는 문제가 없군요.”

“그동안 절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참,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 상단주님을 뵙지 않으시겠습니까?”

“아, 여기가 소하상단이었나요?”

“예. 상단주님도 소형제의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셨군요. 당연히 상단주님을 뵙고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죠.”

“그럼 따라오십시오.”


막성혜는 선혜성을 데리고 소하상단 상단주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선혜성은 상단주의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 놀라 입이 절로 벌어졌다.


“오랜만이네.”

“아니 초작에서 뵈었던 장주님 맞으세요?”

“맞네. 그리고 소하상단의 상단주이기도 하지.”


국주의 정체는 예전 책을 배송하기 위해 간 초작의 장원에서 본 노인이었다.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선혜성을 반겼다.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반갑네.”

“저도 반갑습니다. 그리고 절 이틀간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아니야. 자네와 내가 어디 보통사이던가? 당연히 내가 잘 돌봐야지.”

“예? 저희가 무슨 사이인데요?”

“고객과 장사치 사이지 뭐겠나? 앞으로도 만 노인에게 우리 상단을 잘 이용해 달라고 하게.”

“아. 하하. 예 알겠습니다.”


그 후로도 선혜성과 상단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차를 마셨다.

선혜성은 국주와 있는 동안 이상하게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것이 수천 명의 사람을 상대한 상단 주인의 화법이라고 생각하며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하, 이것 참. 내가 바쁜 사람 붙잡고 너무 시간을 끌었구만.”

“아, 아닙니다. 저도 대화가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몰랐는걸요.”

“그랬다면 다행이고. 그보다 잠깐 안아 봐도 괜찮겠나?”

“예?”

“자네를 보니 내 손자가 생각나서 말이야. 그 녀석이 몹쓸 병에 걸려 치료를 위해 서역에 갔는데 자네를 보니 그 아이가 생각나는구만.”

“그러셨군요. 전 괜찮습니다.”


선혜성은 팔을 벌려 상단주를 끌어안았다.

상단주는 타지에 있는 손자가 생각이 나는 듯 한참 동안 여운에 빠졌다.

잠시 후 상단주는 선혜성을 놓고 몸을 돌렸다.


“그럼 이제 가 보게. 앞으로 몸조심하고.”

“예. 가보겠습니다.”

“소형제. 나중에 서점에서 봅시다.”

“예.”


선혜성이 나가고 집무실에는 상단주와 막성혜만이 남아 있었다.

국주는 소매로 눈가를 훔치고 말했다.


“전에도 봤지만 정말 잘 커 주었어. 그렇지 않나?”

“예. 바르게 잘 자란 것 같습니다.”

“하긴 누구 핏줄인데 당연하지. 또 그 아이가 자식 교육을 얼마나 열심히 했겠어.”


딸이나 다름없었던 질녀의 자식이다.

초작의 장원에서와는 달리 제법 긴 이야기를 나누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상단주는 막성혜에게 주머니를 건넸다.


“이번 달 자금일세.”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그 녀석은 뭐 그리 바빠서 모습도 안 보인단 말인가?”

“일이 있어 천산에 가셨습니다. 그 일만 마무리되면 돌아오실 겁니다.”

“에잉. 그 먼 곳에 무엇이 있다고. 아무튼 난 황제의 감시 때문에 가 봐야 하니 자네가 앞으로도 그 아이를 잘 돌봐줘.”

“예. 걱정 마십시오.”

“그럼 난 가겠네.”


상단주가 나가고 막성혜도 자리를 떠났다.

곧 방 안의 불이 꺼지고 고요속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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