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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만가서점 영웅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06.26 17:42
최근연재일 :
2022.10.0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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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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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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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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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70화

DUMMY

“으음. 여긴 어디지?”


선혜성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동경 속에서 무언가를 본 사관은 황급히 선혜성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는 이번엔 달포 뒤에 찾아가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여느 때처럼 묘한 기분과 함께 눈을 뜬 선혜성은 그가 딱딱한 돌바닥 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지? 난 분명 방 안에 있었는데?”


사관에게 끌려가기 전 선혜성은 그의 방 안에 있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이곳은 그의 방이 아닌 동굴 안이었다.

단지 횃불 몇 개만이 불을 밝히고 있는 그곳은 너무나도 적막했다.

선혜성은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동굴 밖에 나왔음에도 막막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기가 산속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어느 산인지 이곳이 개봉은 맞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산이야 영웅록 속에서 밥 먹듯이 올라 익숙하니 내려가서 마을만 찾는다면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저 멀리 수풀이 들썩였다.

선혜성은 호랑이라도 나타난 줄 알고 긴장했다.

혹시 몰라 주변에 있던 돌멩이를 쥐고 숨을 죽였다.

잠시 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짐승이 아닌 사람이었다.


“아이고, 난 또 산짐승인 줄 알고 괜히 긴장했네. 근데 이 산에는 무슨 일이래?”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눈을 떠 보니 이곳이었어요.”

“그게 정말이야? 허, 참. 이 곳은 아는 사람이 드문데 이상하네?”


수풀 속에서 나타난 사내는 자신을 약초꾼 백씨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산이 산세가 험해 사냥꾼도 찾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거 요상한 일이네. 아무튼 길을 잃었다 이거지?”

“예.”

“집이 어딘데?”

“개봉이요.”

“개봉? 여기서 가깝네. 날 따라와라. 내가 데려다 주마.”

“정말요? 감사합니다.”


백씨는 선혜성에게 자신을 만난 것이 천운인 일이라고 했다.

워낙 산세가 험해 여기 동굴까지는 오는 사람이 없는데 그는 오늘 이곳에서만 나는 약초가 필요해 왔다고 했다.

만약 혼자서 산을 내려가려 했다면 길을 잃었을 거라며 선혜성에게 잘 쫓아오라며 앞장섰다.

마침 산 아래에는 그가 타고 온 마차가 있어 선혜성은 그것을 타고 무사히 개봉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백씨의 도움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선혜성은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은혜를 갚고 싶다는 선혜성의 말에 길 잃은 아이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럼 가 봐라.”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다음부터는 길 잃지 말고 조심해.”

“예. 그럼 안녕히 가세요.”


백씨는 손을 흔들며 그렇게 떠났다.

그가 떠나고 선혜성은 문득 어머니가 떠올라 마음이 급해졌다.

또한 영웅록 속에서 있으며 며칠이 지났을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

선혜성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떼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그를 불렀다.

한동안 서점을 비웠던 만 노인이었다.


“혜성이냐?”

“어르신?”

“아이고, 이놈아. 대체 백 일간 무엇을 하다 이제 나타난 거야?”

“예? 배, 백 일이요?”

“그래. 그동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백 일이라니.

영웅록에 있었던 시간이 그렇게 길었단 말인가?

그동안 영웅록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흘러간 시간이 달포를 넘지 않았었다.

이번 3장에서 있었던 시간이 다른 때와 달리 특별히 길게 있지도 않았는데 백일이 지났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선혜성은 일단 혼란스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려 했다.

한 달 동안 집에 없었으니 어머니께서 얼마나 속앓이를 하고 계실지 걱정이 되었다.


“어르신 죄송하지만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어머니가 걱정하고 계실 거예요.”

“잠깐만. 지금 집에 가면 안 된다.”

“예? 왜요?”

“지금 무림맹에서 널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어. 그러니 일단 몸을 피해라.”

“무림맹이 절 왜요?”

“이유야 모르지만 심상치 않아. 그러니 얼른. 내가 소하 상단에 말해 두었으니 표사를 따라가서 숨어 있거라.”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만 노인이 주변을 살피며 선혜성을 데려가려던 순간 이명걸이 나타났다.

그는 어느새 척마단 단원들과 함께 선혜성과 만 노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녀석은 나와 함께 가야겠는데?”

“이 시정잡배 같은 놈들. 썩 꺼져라. 내게 무엇이 있는지 잊었느냐?”

“영감. 미안하지만 이번 명령은 맹주님께서 직접 내리신 것이라 그 대단하신 천공금패가 안 통하는데 어쩌지?”

“이, 이놈이······.”

“훗, 어서 압송해라.”

“예. 단주님.”

“이, 이러지 마요. 왜 이래요?”


선혜성은 척마단 단원들의 손에 이끌려 끌려갔다.

만 노인은 그 모습을 힘없이 허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명걸을 막지 못하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만가 서점에 들어갔다.

만 노인이 서점의 불을 켜는 순간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며 누군가를 불렀다.


“수백아, 혜성이를 데리고 멀리 떠나랬더니 어찌 데려온 것이냐?”


서점의 책장 사이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선혜성을 개봉까지 데려다준 약초꾼 백씨였다.


“어차피 한 번은 호굴에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남궁위 그놈이 혜성이를 만났다면서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무림맹은 호굴이 아니라 악귀들이 가득한 귀굴이야! 그곳에서 혜성이가 어떤 꼴을 당할지 몰라서 그래?”

“피한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혜성이를 돌볼 수는 없으니 정면돌파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대신 그 아이는 고문을 받아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왜 그런 것이야!”

“그 덕에 남궁위의 의심을 피할 수 있겠죠.”

“그래도 이건 아니야!”


만 노인과 백씨의 시선이 팽팽하게 맞섰다.

백씨의 얼굴에는 한치의 잘못도 없다는 고집이 담겨있었다.

그러자 만노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그 아이가 잘못되면 어쩔 것이냐?”

“걱정 마십시오. 제가 혜성이에게 해가 되는 일을 했겠습니까? 무림맹에 심어 둔 사람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

“후, 그래.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 더 말해 뭐 하겠냐? 명심하거라. 혜성이가 털끝 하나라도 다친다면 네게 줬던 권한을 회수하겠다.”

“걱정 마십시오. 아무 문제없을 것입니다.”


선혜성이 걱정되기는 했으나 사실 언젠가는 겪었어야 할 일이다.

그들은 한창 무림맹과의 전쟁으로 바빴고 천하에는 남궁위의 눈이 퍼져 있으니 차라리 고육지계를 써 의심을 피하는 것이 나았다.

선혜성은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고 있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후, 다 내 잘못이다. 그때 혜성이를 막았어야 했어.


선혜성이 남궁위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이 컸다.

사파인의 자식이 무림맹으로 들어가 남궁위를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것만 막았어도 지금보단 상황이 나았을 테지만 이미 벌어진 일 후회해 봐야 소용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무림맹에 그들의 사람이 있으며 선혜성은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남궁위가 아무리 발악을 해도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또한 이번 일만 잘 넘어가면 남궁위도 더는 선혜성을 의심하지 않을 테니 백씨의 말대로 다행일지 몰랐다.


“그보다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느냐?”

“무림맹 지부를 공격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래. 최대한 몸을 회복해 두라고 해. 다음 목표는 육천 소속 속가문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참, 그리고 단심휘에게 오라고 전해라.”

“무슨 일 있으십니까?”

“천산에 선물로 보내야 할 것이 남궁위에게 있더라. 그들도 무림맹에 유감이 많으니 손을 잡아도 괜찮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백씨는 죽립을 쓰고 망태기를 고쳐 들며 만가 서점을 떠났다.

만 노인은 그가 나간 후에도 선혜성에 대한 걱정으로 한참 동안 자리에서 떠나질 못했다.

그의 고심은 초가 다 탈 때까지 이어졌다.


***


선혜성은 오랜만에 무림맹의 뇌옥에 갇혔다.

그들은 그를 잡아 두고 며칠 동안 밥과 물을 주지 않으며 방치했다.

선혜성의 정신이 피폐해져 가고 무너졌을 때 무림맹 무인들이 나타나 그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곳은 어느 어두컴컴한 밀실이었다.

가운데에는 오래된 의자가 있었는데 선혜성은 그곳에 앉혀지고 묶였다.

손과 발의 자유가 없어지고 눈마저 천으로 가려져 꼼짝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밀실 안에서 홀로 겁에 떨고 있은 지 하루가 지났다.

드디어 밀실에 사람이 들어왔다.

선혜성은 그들에게 소리쳤다.


“나, 날 왜 잡아온 거예요? 빨리 풀어주세요.”

“쯧쯧. 아직 힘이 덜 빠졌군. 이봐 좀 더 굶겨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닙니다. 맹주님. 어느 정도 기력이 있어야 고문에도 빨리 죽지 않고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흠. 과연 일리가 있구나.”


선혜성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남궁위가 이 자리에 있음을 알았다.

그는 몸을 바둥거리며 소리쳤다.


“매, 맹주님!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러시는 겁니까? 제발 풀어주세요!”

“저리 펄떡이는데 괜찮겠나?”

“하하, 저만 믿어 주십시오. 맹주님께선 잠시 다른 곳에 가 계십시오. 그동안 전 이놈을 대화하기 적당한 상태로 만들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나갔다.

그리고 남은 사람은 괴상한 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자, 이제 시작해 보자꾸나. 넌 가만히 앉아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는 먼저 선혜성에게 이상한 가루를 먹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잠시 뒤 밀실 안은 고통과 공포로 가득한 선혜성의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밀실 밖을 지키는 무인들은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들은 저 안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어린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알고 싶지 않았고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시간이 흐르고 밀실 안에서 사내가 나왔다.


“맹주님을 불러 주시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알고 싶소? 하긴 맹주님을 모셔오는 것은 한 명이면 충분하니 궁금하다면 직접 체험할 기회를 드리지.”

“아, 아닙니다.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럼 맹주님을 모셔오겠습니다.”


사내의 음흉하고도 섬뜩한 미소는 무림맹 무인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그들은 모두 남궁위를 데리고 오기 위해 달려갔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떠났던 무인들이 돌아온 시각은 그로부터 일각이 지났을 때였다.

밀실 안에 들어선 남궁위는 참을 수 없는 악취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냄새인가?”

“원래 고문이라는 것이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단한 고문을 한 것 치고는 놈이 너무 멀쩡한데?”

“멀쩡하다니요. 맹주님께선 썩은 동태 눈깔이 되어 침을 흘리고 있는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건 그런데. 손톱이나 발톱도 멀쩡하고 이도 모두 제자리에 있지 않나. 정말 고문한 것이 맞는가?”


언뜻 보기에 선혜성의 모습은 처참해 보였으나 고문을 당한 사람 치고는 양호했다.

가죽이 벗겨진 것도 아니고 손발톱이 뽑힌 것도 아니었으며 혀를 뽑거나 인두를 지진 것도 아니었다.

단지 오줌을 지리고 온몸에 채찍으로 맞은 듯한 상처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러자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 바닥의 전문가입니다. 절 못 믿으십니까?”

“자네의 실력은 알지만 그동안의 사람들과 상태가 너무 달라서 말이야.”

“상대는 어린아이입니다. 심한 고문을 버틸 정도의 정신력은 없지요. 그리고 묻는 말에 답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도 그렇군.”

“고문의 극의는 몸이 아닌 정신을 제압하는 것. 저 아이의 정신을 제압해 놨으니 맹주님께선 의심치 마십시오.”

“하하, 과연 달인의 경지에 오른 자는 다르군. 수고했네 백산.”

“그럼 전 이만 나가 볼 테니 맹주님께선 묻고자 하는 것을 물으십시오.”


사내가 나가고 밀실에는 남궁위와 선혜성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남궁위는 축 처진 선혜성의 머리를 들어 올리곤 물었다.


“말해라. 넌 회천단과 무슨 관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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