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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가서점 영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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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06.26 17:42
최근연재일 :
2022.10.01 12:09
연재수 :
2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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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7,852

작성
22.08.0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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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82화

DUMMY

아무리 북경에 황성이 있다지만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

소림에도 측간이 있고 대낮에도 그림자가 있듯이 북경에도 왈패들이 있는 뒷골목이 있었다.

그들은 다른 곳과는 달리 양지에서 떳떳하게 고리대금업과 도박장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북경 뒷골목을 통일한 패거리 반의극파 두목 반의극의 수완 덕분이었다.

그는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진성 흑도 왈패로 어느 날부터 무슨 수를 쓴 것인지 고위 관료들을 등에 업고 세력을 키운 인물이다.

이후에는 힘보다는 인맥과 정치로 북경의 모든 흑도를 제압한 그는 도박장을 기반으로 여러 사업을 성공시켜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높은 자리에 올랐음에도 반의극의 욕망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사업인 매관매직으로 더 큰 꿈에 도전하고 있었다.


“대당가, 지금 성 대인이 도박장에 오셔서 대당가를 찾고 있습니다.”

“뭐? 성 대인이 누군데?”

“국자감의 오경박사 성신담 대인 말입니다.”

“오경박사? 종 8품?”

“예.”

“8품 따리가 누굴 오라 가라야? 거기서 좀 기다리라고 해.”

“그래도 한자리 받고 싶어서 좀 크게 들고 온 것 같던데요.”

“그래봤자 애들 촌지 받은 게 다일 것 아니야. 중요한 일이 있으니 기다리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부하를 돌려보낸 반의극은 하던 일을 계속 하려고 했다.

그는 지금 어느 어두컴컴한 방 안에 있었는데 그곳에는 피투성이의 사내가 묶여 있었다.

반의극은 그를 노려보는 사내에게 비릿한 미소를 보이며 뜨겁게 달군 인두를 들어 올렸다.


“나와 친한 사람 중에 동창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 그놈이 요긴하게 쓰라며 몇 가지 도구를 보내 줬는데 이건 그중 하나야.”

“······.”

“그 반항적인 눈빛 아주 좋아. 아직 도구는 많으니 끝까지 버텨 보라고.”

“······.”

“참, 다른 놈들도 곧 잡혀서 끌려갈 거야. 그러니 그전에는 말해야 한다. 내가 공을 세워야 하거든.”


반의극의 비열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고문 전문가처럼 인두를 몇 번 더 달구더니 천천히 고문을 시작했다.

붉게 달아오른 인두가 열기를 뿜으며 사내의 허벅지를 향해 다가갔다.

고기 굽는 소리가 나며 사내의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러나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그의 눈빛만은 꺾이지 않았다.


“참는 것은 좋은데 오래 끌지는 말자고. 나도 힘드니까. 그럼 이번엔 어느 것이 좋을까?”


보기만해도 섬뜩한 고문도구가 빛을 뿜었다.

반의극은 고심 끝에 집게를 집었다.

이 집게가 하나씩 손톱을 뽑아 버리면 눈앞의 사내도 비명을 지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으리라.

그렇게 희열에 가득 찬 반의극이 사내의 손톱을 뽑으려고 할 때 문이 열렸다.


“내가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게 아니라. 대당가, 잠깐 나오셔야겠습니다.”

“왜? 오경박사라는 놈이 나보고 당장 오래? 그 새끼가 간덩이가 부었나 누굴 감히.”

“성 대인이 아니라 다른 일 때문입니다. 지금 도박장에 그들이 왔습니다.”

“그들? 설마 그놈들?”

“예.”

“아니, 이 새끼들은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알았어. 갈게.”


반의극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집게를 내려놨다.

조금 더 즐기고 싶지만 괜찮다.

이놈 옆에 몇 명 더 전시해 놓고 고문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테니.

게다가 멋모르고 찾아온 그들이 지을 당황한 표정은 상상만으로도 그를 흥분시켰다.

반의극은 부하들에게 사내를 철저히 감시하라 명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


북경 최고의 도박장 일확천금장.

자신의 운에 전 재산을 건 사내들 중에 사내들이 모이는 그곳에는 일정한 자격을 지닌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특실이 있었다.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단순히 돈을 따기 위해 도박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돈을 걸고 얻으려고 하는 것은 입신양명의 꿈이었다.


“자, 짝입니다. 안타깝게도 홀에 거신 분은 운남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도박장의 직원은 통을 들어 올렸다.

그 안에는 두 개의 주사위가 있었는데 나온 숫자의 합이 칠로 홀수였다.

그러자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 중 홀에 재산을 걸었던 자가 절규했다.


“뭐, 뭐야? 그럴 리가. 분명 홀이었는데.”

“죄송하지만 여기에는 어떠한 속임수도 없습니다. 이로써 도박에 참가하셨던 두 분 중 양 대인은 운남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안 돼!”

“자, 그럼 다음 분들 모시겠습니다.”


직원은 냉정했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괴로워하는 사내를 무시하며 다음 판을 준비했다.

그러자 사내는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빌었다.


“잠깐. 하, 한 번만 다시 하세. 운남은 오지 아닌가. 난 그곳으로 갈 수 없어.”

“다시 하고 싶으시다면 판돈을 거십시오.”

“이 판에 은자 삼백 냥을 걸었어. 내가 그 많은 돈이 어디 있겠나.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사정을 봐주게.”

“이러지 마십시오. 운남 자리도 없어서 못 팝니다. 정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으셨다면 제값 주고 사세요.”

“아니 겨우 지방 현승 자리가 천 냥이 말이나 되는가?”

“저희는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으니 따져도 소용없습니다.”

“그래도······.”

“얘들아 대인께서 돌아가신단다. 어서 모셔라.”

“예.”


안쪽에서 건장한 사내 둘이 나와 도박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내를 잡았다.

사내는 버둥거리며 버텼으나 결국 추하게 질질 끌려 나갔다.

그런 그들을 한 쪽에서 못마땅한 눈으로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마교의 추적을 피해 도망 온 흑사방 방도들과 태자였다.

그들은 정확한 사정과 탈출로를 안내 받기 위해 하오문도가 운영하는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하오문도가 오기를 기다리며 구경하고 있자니 주변에 들리는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저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자네는 알고 있었나?”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무슨 꼴인지.”


도박장에서는 방금 끌려 나간 사내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도박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엄청난 거금을 걸며 관직명을 불러댔다.

태자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밑기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감히 천자가 계신 북경에서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믿을 수 없는데 저 소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매관이라도 하는 게야?”

“하하, 농담도. 저들이 무슨 수로 관직을 판답니까?”

“아니, 이상하지 않나. 도박으로 건 상품이 모두 관직의 이름이야.”

“우연이겠죠. 분명 다른 것일 겁니다.”

“아니야. 그러고 보니 여긴 아는 얼굴이 몇몇 있군. 아무래도 수상해.”

“참나, 흑도 나부랭이가 무슨 관직입니까? 어이, 이분의 의심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설명해 봐.”


매관매직도 권력의 핵심이나 벌이는 짓이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주먹질밖에 모르는 밑바닥 인생들이 손댈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태자의 의심에 선우진은 처음 그들을 안내했던 하오문도, 장오에게 물었다.

그 말에 장오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아이고, 무슨 그런 큰일 날 말씀을 하십니까? 설마 저희가 관직을 도박 상품으로 걸었겠습니까?”

“그럼 저것은 무엇인가? 왜 학사들과 상인들이 관직명을 부르짖으며 돈을 걸고 있냔 말이야?”

“저희 두목께서 도박장 외에도 기루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지금 벌어지는 도박은 그곳을 위한 것들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자네는 내가 바보로 보이나?”

“정말입니다. 저희 기루에서는 색다른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역할극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위한 것입니다.”


장오가 설명하기를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기루는 다른 곳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한 가지 역할극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관료 놀이였다.

그들은 손님에게 정 3품부터 종 9품까지 관직을 부여해 기루에서 특별한 접대를 받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사내들에게는 누구나 권력욕과 색욕이 있지 않습니까? 높은 직위의 자가 낮은 직위의 사람을 부리며 최고급 기녀를 끼고 놀게 하는 것입니다.”

“아까 듣자 하니 운남이니 하는 소리가 들리던데 그것은 무엇인가?”

“기루의 객실 이름입니다. 운남과 같은 지방에는 상대적으로 미색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들어가지요.”

“정말인가?”

“예. 이게 다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저희 두목의 계책이지요.”


과연 듣다 보니 그럴싸했다.

사내란 누구나 권력을 원하며 아름다운 여자와의 하룻밤을 원하는 법이다.

그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놀이라면 저렇듯 돈 많은 자들이 애원할만했다.


“아무튼 저희를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래도 영 마음에 안 드는군. 황궁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말이야.”

“에헤이, 태자 전하. 북경은 사람 사는 곳 아니랍니까?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넘어갑시다.”


그때 일확천금장의 특실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의 등장에 소란스러웠던 도박장은 침묵에 잠겼다.

장오는 그를 보고는 선우진에게 속삭였다.


“저분이 북경 하오문을 책임지고 계시는 저희 두목입니다.”

“저 사람이?”


반의극은 번들거리는 비단옷을 입고 휘황찬란한 장산구를 차고 있었다.

멀리서 그를 본 소감을 말하자면 운 좋게 성공한 졸부의 느낌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선우진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대당가. 북경을 관리하고 있는 반의극이라 합니다.”

“반갑소. 선우진이오.”

“허허, 그보다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대당가를 이런 곳에 모시다니요.”

“난 괜찮소. 그보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가 급해서 말이오.”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가시지요.”


그때 도박장 직원이 반의극에게 다가왔다.

그는 진땀을 흘리며 말을 꺼냈다.


“저기 대당······ 크헉!”


반의극은 직원의 발을 세게 밟아 말을 막았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선우진의 눈치를 살폈다.


“어허, 지금 중요한 손님을 모시고 있는데 무슨 일이냐?”

“그, 그게 성 대인께서 두목을 찾으며 난동을 피우셔서.”

“그럼 너희들 손으로 처리하면 되잖아.”

“죄송합니다.”


반의극은 고개 숙이는 직원을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그러더니 그는 선우진에게 양해를 구했다.


“대당가 제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잠깐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소. 일 보고 오시오.”

“감사합니다. 장오, 네가 대당가를 그곳에 모셔라.”

“예. 두목.”

장오에게 선우진 일행을 맡긴 반의극은 직원을 따라 움직였다.


***


성 대인에게 간다던 그들이 도착한 곳은 특실의 측간이었다.


“오셨습니까? 대당가.”

“그래, 대체 뭐가 문제야?”

“성 대인이 못 떠나시겠답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때 유 대인께 사천 냥에 주신 건 있잖습니까?”

“아, 그거.”


그제서야 반의극은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떠올렸다.

일전에 오경박사가 되고 싶다며 청탁을 해온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오격박사 자리에 사람이 있어 그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반의극은 성 대인에게 좋은 말로 관직을 버리고 떠나라고 했었다.

반의극이 손짓하자 부하들이 똥간에 매달려 있던 성 대인을 끌어올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 어서 날 풀어주지 못할까?”

“그러니까. 이게 무슨 꼴이오? 순순히 자리 반납하고 내려갔으면 됐을 것을.”

“오경박사인 내가 왜 물러나야 하냔 말이야?”

“어차피 그 자리도 우리가 준 것이지 않소. 다음에 좋은 자리 나오면 줄 테니까 지금은 물러 납시다.”

“웃기지 마라. 내가 이 자리에 서려고 얼마를 들였는데. 버러지 같은 네놈이 뭔데 내 자리를 빼앗아!”

“뭐? 버러지?”


반의극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그는 성 대인을 발로 차 똥통에 빠트렸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측간 문 닫아라. 저 새끼 죽은 것 확인되면 잘 치우고 다시 개방해.”

“예. 대당가.”

“그리고 유 대인에게는 자리 났으니 걱정 말라고 하고.”

“예.”

“참, 발 빠른 놈 하나 골라서 황성에 보내. 그들이 왔다고.”


반의극의 명령에 부하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그들이 떠나자 반의극은 장죽을 꺼내 불을 붙여 한 모금 길게 빨았다.

뿌연 연기가 앞을 가리고 반의극은 중얼거렸다.


“원래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기는 법이고 사람은 줄을 잘 서야 성공하는 법이지.”


싸늘한 말투와 무감정한 얼굴.

알 수 없는 말을 뱉은 그는 장죽의 재를 털어버리고 어딘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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