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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가서점 영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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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06.26 17:42
최근연재일 :
2022.10.01 12:0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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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7,852

작성
22.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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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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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3쪽

83화

DUMMY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계시면 금방 오실 것입니다.”


장오가 흑사방을 안내한 곳은 북경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장원이었다.

선우진은 예상과 달리 장오가 멀쩡한 곳으로 안내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 왜 그러시오?”

“응? 아니 장오가 생각보다 멀쩡한 곳으로 데려와서.”

“왜 설마 기루라도 데려갈까 봐 걱정했소?”

“그거야 뭐. 솔직히 조금?”


아무래도 반의극이 하오문에 속한 사파인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다.

자칫 그를 대접하겠다고 기루에 데려갔다면 여선학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뻔했다.

선우진은 술 대신 내온 차를 마시며 잠깐의 평화를 즐겼다.


“그런데 상철이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러게 말이오. 분명 미리 하오문에 연락하기 위해 갔었는데 왜 소식이 없는지.”

“그것도 그렇고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야. 반의극 그자가 오면 물어볼 게 많아.”


그들이 황성에 들어가기 전. 차상철은 분명 하오문에 접촉해 탈출로를 준비하기 위해 떠났다.

그런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 장원 어디에도 말이다.

장오에게 물으니 차상철이 주변을 살피기 위해 나갔다는 답을 들었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다.

게다가 하오문에서 녹서를 통해 보내온 신호탄도 꺼림칙했다.

신호를 보내기 위한 방법은 상당히 많았다.

하늘에 연을 띄울 수도 있었고 천 같은 것을 약속된 장소에 매달아 놓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하오문에서 보낸 것은 너무나도 눈에 띄는 황색 연기가 나는 신호탄이었다.

그 덕에 마인들에게 위치가 들통나 큰 곤욕을 치렀다.

애초에 신호탄을 이용해 접촉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되었다.

차라리 장소를 정해 그곳에 오게 했다면 지금보다 상황은 나았을 것이다.

선우진은 이 모든 의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지금 그가 끙끙대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에이, 아무튼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다. 장인어른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시죠?”

“나야 자네 등에 업혀서 왔는데 힘들게 뭐가 있겠나.”

“그래도 언제든 아프시면 말씀하세요. 참, 이거 반의극에게 말해서 옷 좀 부탁해야겠네요. 북방이 제법 춥거든요.”


그때 빗소리가 들려왔다.

밖을 보니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고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다니 다행이오.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 같소 형님.”

“그게 왜? 난 축축해서 불쾌하기만 하는데.”

“이 비가 마인들의 추격을 방해할 것이오. 게다가 다들 비를 피하기 위해 우의나 죽립을 쓸 테니 우리 얼굴을 가리기도 좋고 말이오.”

“그래도 난 비가 싫어.”

“허허, 그래도 비가 내리니 그때가 생각나지 않는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말이야. 그때가 아니었으면 영이와도 만나지 못했겠지.”


밖을 내다보던 여선학은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한 삼사 년쯤 지난 그때 관제묘에서 있었던 일이.

그러자 흑사방 방도들과 태자의 이목이 여선학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은 항상 왜 여선학이 선우진과 여 부인의 혼인을 허락했는지 궁금했었다.

여선학은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당황했다.


“왜, 왜들 그러는가?”

“흠흠, 스승님. 반의극이라는 자가 오려면 한참 남은 듯한데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시지요.”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누이가 왜 제가 아닌 이 녀석을 선택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허참, 그리 대단한 사연은 아닙니다만. 사위 괜찮겠나?”

“뭐, 괜찮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선우진의 허락에 여선학은 목을 가다듬었다.

빗소리가 고요 속에서 울리고 그는 몇 해 전 여름. 관제묘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그때도 지금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었지······.”


***


장마철이 시작되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내리던 날.

여선학은 딸 여려와 함께 비를 피하기 위해 관제묘에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는 그들에게 양해를 구해 같이 불을 쬐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사내.

그는 자신의 키만한 대검을 지팡이 삼아 의지한 채 빗속을 걷고 있었다.

관제묘 안에 있던 사람들은 문 너머 작은 불빛에 비친 사내의 얼굴을 보곤 겁을 먹었다.

얼굴은 험악했고 덩치는 곰만 했으며 쥐고 있는 검에는 끈적한 피가 묻어 있었다.

사람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사내가 혹여 해코지를 할까 봐 덜덜 떨었다.

그런데 관제묘 안에 들어온 사내는 주변을 훑어보더니 이내 몸을 돌렸다.

여선학은 지쳐 보이는 사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상태가 위중해 보여 그에게 말했다.


“이보게 밖에 비가 쏟아지는데 어딜 가는가? 그러지 말고 여기 와서 불이나 좀 쬐게.”


그러자 같이 있던 사람들은 여선학을 노려봤다.

위험해 보이는 사내가 제 발로 가 준다는데 왜 잡느냐는 것이다.

그의 옆에 앉아있던 사내가 작게 속삭였다.


“영감님. 아 제 발로 간다는데 왜 잡으십니까? 그러다 저자에게 우리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내 호위들도 제법 검을 쓰니 걱정 말게. 만약의 순간 지켜주면 되지 않는가? 설마 저자가 다섯 손을 감당하겠어?”

“그래도······.”

“처지가 딱해 보이지 않나. 정 불안하면 간단히 치료만 해준 뒤 보내세.”


사내는 여선학의 말에 계속 반대를 하려 했으나 호위들의 서슬 퍼런 눈초리에 감히 나서지 못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여선학은 그에게 다시 권했다.


“그 상처로 빗속을 헤매면 얼마 못 가 쓰러질 거야. 그러니 고집 그만 부리고 들어오게.”

“맞아요. 저희 아버지께서 지닌 약을 쓰면 조금 나아지실 거예요.”

“신경 쓰지 마시······ 이런 젠장. 이봐. 다들 아무 데나 들어가서 숨어!”


부녀의 친절에도 인상만 쓰던 사내는 갑자기 소리쳤다.

그는 검을 들어 올리고 관제묘 입구를 막아섰다.

그러자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멀뚱히 눈만 껌뻑이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잠시 뒤 한 무리의 사내들이 나타났다.


“여기까지다 선우진.”

“하, 새끼들 더럽게 할 일 없나 보네. 야! 그만 좀 따라와.”

“지금이라도 순순히 우릴 따라온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됐고. 들어와 이 새끼들아. 마침 여기가 사당이니 니들 제사는 잘 치러주마.”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어쩔 수 없지. 놈을 죽여라!”


마기를 드러낸 다섯 명의 사내가 일제히 선우진을 향해 뛰어올랐다.

사내들은 합격진을 펼쳐 선우진을 공격했다.

쉴 새 없이 그의 주위를 몰아치는 검의 파도.

선우진은 마인들의 검에 베이면서도 단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버텼다.

그는 검을 몸으로 막으며 상대를 베는 고육지책을 써 마인들의 수를 줄여 나갔다.

그렇게 피에 물들어 혈인이 되고 눈에 보이는 적을 쓰러트렸을 때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악!”


어느새 사내의 이목을 속이고 관제묘 안에 들어온 마인이 한 사람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지?”

“검을 버리고 네 손으로 직접 마혈을 눌러라.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 있는 놈들을 하나씩 죽이겠다.”

“그게 무슨······.”

“일단 본보기다.”


마인은 거침없이 검을 그어 인질의 목을 베었다.

피가 분수처럼 높이 튀어 오르고 마인은 다음 사람을 붙잡았다.


“여, 여야!”

“아버지!”

“이 계집이 죽어 부녀가 생이별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여선학의 호위들은 어느새 목숨을 잃은지 오래였고 그의 딸에게 검을 들이밀고 있었다.

인질로 붙잡힌 여영은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흘렸다.

사내는 입술을 깨물며 지켜보다가 검을 떨어트렸다.


“자, 네가 하라는 대로 했다. 이제 그 여인을 풀어줘.”

“아직 네 혈도를 점하지 않았는데?”

“난 무식해서 그런 것 모른다. 너도 내 사부님이 누군지 잘 알 텐데?”

“그래 알지. 그래서 지부장께서도 네 부하들에게 마환을 먹이라는 것 아니냐. 근데 왜 거부하지?”

“개뿔. 내가 왜 그분께 충성을 다했는데? 마환 안 먹인다고 해서 그 모든 더러운 일을 한 거잖아. 근데 이제 와서 말을 바꿔? 더러운 놈.”

“지부장님을 욕하지 마라!”

“됐고. 내 혈도를 점하고 싶으면 네가 와. 설마 검도 버린 내가 무서운 것은 아니겠지?”

“알았다. 그럼 천천히 다가와.”


마인은 치밀하고 의심이 많았다.

혹시라도 혈도를 점하기 위해 갔다가 사내가 검을 주워 기습한다면 위험했다.

사내는 순순히 두 손을 들어 올리고 걸어왔다.


“그래도 넌 운 좋은 줄 알아. 지부장께서 널 아끼셔서 생포를 최우선으로 하라 하셨으니 말이야.”

“시끄럽고. 빨리 끝내자.”

“그래. 알았다.”


마인이 여영을 풀어주고 사내의 혈도를 점하기 위해 손을 든 순간 사내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는 마인의 손을 낚아채 사정없이 비틀어 버렸다.

손목이 뒤틀리고 마인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크헉!”


사내가 그의 숨통을 끊기 위해 머리로 주먹을 날린 순간 마인은 발버둥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검은 사내가 아닌 여영에게 향했다.


“꺄악!”

“영아!”


검이 찔러오자 여영은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시 후.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여영은 슬쩍 눈을 떴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는 태산 같은 사내의 등이 보였다.

그가 그녀 대신 검에 찔리며 마인을 죽인 것이다.

이후 사내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그때 그 사내가 사위라네. 쓰러진 그를 장원에 데려가 치료해 주었지.”

“어쩐지. 형님이 몇 달간 사라졌던 게 그 탓이었소? 우린 하남지부 마인들을 피해 도망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인마. 나도 검에 찔려 누워있었다니까.”

“그럼 뭐 하오. 형수님과 연애질을 하고 있었을 텐데. 맞죠, 어르신?”

“허허, 맞네. 영이가 사위의 간호를 해주다 정이 깊어졌지. 그러더니 어느 날 대뜸 혼인하겠다고 하지 뭔가.”

“스승님은 그것을 허락해 주셨습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요?”


태자는 황당하다는 듯이 여선학을 바라봤다.

당시 출신성분은 물론이고 이름 외에는 아는 것도 없고 흉악한 무인인데 왜 허락했는지 알 수 없었다.


“영이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 그때 사위가 끝까지 관제묘 문을 막고 싸웠던 것이 우리를 지키기 위함임을 알았기 때문이죠. 그런 그가 악인 일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어찌 압니까?”

“뭐, 제 나름대로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늦둥이 딸인 려아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때 제가 있었으면 누이와 이어지는 사람은 저였겠군요.”

“뭐요? 이보십쇼 태자 전하. 남의 부인에게 눈독 들이지 마시죠.”


선우진은 태자에게 이를 보이며 으르렁거렸다.

태자도 지지 않고 그를 노려봤다.

그들의 유치한 싸움이 깊어지려는 그때 만규성이 나서서 그들을 말렸다.


“그만 좀 하시오. 애들도 아니고.”

“아니, 전하가 계속 여 매를 건드리잖아.”

“됐고. 그나저나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반의극 그자는 왜 오는 건지.”

“그러게. 어? 근데 여기 있던 장오 어디 갔어?”

“글쎄요? 아까 한창 어르신 얘기가 이어지고 있을 때 밖으로 나가던데요?”

“그래? 측간에 간 건가?”


여선학의 이야기에 빠져 있느라 장오가 나가는 것도 알지 못했다.

선우진은 그저 그가 배가 아파져 볼일을 보러 갔겠거니 하며 신경을 거뒀다.

그때 어디선가 쥐의 소리가 들려왔다.


“찍찍!”

“이게 무슨 소리야? 규성아, 녹서 배고픈가 보다.”

“아직 밥때 되려면 한참 멀었소. 그리고 내 녹서는 자고 있구만 무슨.”


만규성은 품 속에서 곤히 자고 있는 녹서를 확인했다.

지금 들리는 쥐의 소리는 그냥 이 장원에 있는 놈의 것인 것 같았다.

그렇게 소리를 무시하려던 그때 선우진은 다리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그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녹색 빛의 쥐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거 하오문의 녹서 아니야?”

“맞는 것 같소. 이리 주시오.”


만규성은 녹서의 주둥이를 잡고 이빨을 살펴보더니 실을 발견하곤 잡아당겼다.

그러자 녹서의 입속에서 실에 매달린 작은 쪽지가 나왔다.

그는 쪽지를 펼쳐 그 안에 적힌 글을 읽었다.


“북경 지부 반의극 배신. 신속히 탈출할 것.”


모든 사람의 등줄기에 싸늘한 땀이 흘러내렸다.

그들은 동상이라도 된 듯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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