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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가서점 영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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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06.26 17:42
최근연재일 :
2022.10.0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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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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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1화

DUMMY

무림맹의 맹도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필사적으로 달렸다.

혁련세광을 비롯한 오십 인의 고수들이 목숨을 버려가며 만들어 준 기회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기에 버리고 마인들에게 도망쳐야 한다는 수치심을 버리고 경공을 펼쳤다.

그렇게 호화호특 북쪽에 위치한 산, 다청산의 중턱에 다다랐을 때 선우진이 맹도들을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

“무슨 일이오?”

“이렇게 무작정 도망친다면 마인들의 추적은 영원히 따돌리지 못할 것이다.”

“헛소리. 맹주님과 다른 장문인들께서 막고 계시는데 그리 빨리 뚫릴 것 같소?”

“적의 수는 그분들의 몇십 배야. 아무리 좁은 곳에서 적을 막고 계신다고 하나 놈들이 우릴 쫓는 것은 금방일 거라고.”


아무리 혁련세광이 어검술을 쓰는 절대 강자라고 하나 마교에는 그와 같은 경지의 천세존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패왕총의 총주 패륵과 마교와 패왕총의 마인 수천이 함께 있다.

무림맹의 고수 오십 명이 많은 시간을 벌어줄 수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패왕총의 말들은 목책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었기에 좁은 곳에 있는 의미가 줄어들었다.

그러니 마인들이 추격을 시작할 시간은 더욱 줄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놈들이 우릴 쫓을 수 없게 혹은 추격의 속도를 늦출 수 있게 함정을 설치하자.”

“함정이라.”

“설마 무인이 어찌 함정을 파냐는 등 반대하지는 않겠지?”

“명예도 살아 있어야 따질 수 있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아오. 헌데 무슨 수로?”

“자, 여기서 제갈 세가와 당가 사람 거수.”


선우진의 물음에 두 세가 출신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적당했다.


“좋아. 그리고 문곡아.”

“예. 형님.”

“너와 제갈세가 사람들은 이 주위에 진을 쳐 놔라. 그리고 당가 사람들은 이 일대를 모두 독지로 만들어 버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지금 이 산에 진법을 펼쳐 두면 마인들은 추격에 차질을 빚을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 화탄이 있어 얼마든지 진을 부술 수 있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은 벌어주리라.

그리고 당가의 독은 지독하기 그지없으며 화탄으로도 뚫을 수 없다.

사천의 당가 장원이 그 누구의 침입도 불허한 것을 보면 마교나 패왕총에는 당가의 독을 대처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대충 이 주변에 몇 가지 독만 뿌려 놔도 마인들의 추격을 긴 시간 동안 막을 수 있다.


“나머지는 저 사람들을 도와 빨리 끝내자고. 우리가 움직인 흔적을 숨길 수 있게 최대한 현장을 어지럽히고 말이야.”

“알겠소.”


무림맹 무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잠시 뒤.

공력이 부딪히며 터지고 창칼이 부딪히며 소란스럽던 무림맹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그러자 선우진은 조용히 눈을 감고 눈물 한 방울을 훔쳐버렸다.

그는 눈치챈 것이다.

무림맹이 있는 방향이 조용해졌다는 것은 오십 인의 고수들이 모두 유명을 달리했다는 뜻임을.

잠깐 동안 묵념에 잠겼던 선우진은 눈을 떴다.


“대충 마무리하고 가자. 시간이 없다.”

“형님, 진법은 요 앞에 두세 개 정도 설치했소. 시간이 부족해 더 만드는 것은 무리이나 추격을 지체시키는 것은 문제없소.”

“좋아. 당가는?”

“우리는 이미 끝난지 오래요. 이 주변의 땅들은 모두 독지로 변했소.”

“잘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사람들에게 해독단을 나눠 줘.”

“알겠소.”


당가의 무인이 준 해독단을 먹은 선우진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곳은 진법에 의해 공간이 왜곡되어 보였고 땅의 색은 독에 의해 검었으며 구덩이가 여기저기 파 져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들이 올라왔던 길은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곳처럼 엉망으로 변해 있었다.

역시 보통 사람들의 몇 배나 되는 노동 효율을 발휘하는 무인들 다웠다.


“이 정도면 놈들도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 자, 그럼 어서 떠나자.”

“형님, 어디로 갈 생각이시오?”

“음, 섬서나 사천은 패왕총의 영역과 가까워 불안하군. 차라리 태자 전하가 계신 남경으로 가자.”

“대당가. 그러면 저희 하오문의 연락통을 이용해 사천과 섬서에 전서를 넣어 두겠습니다. 그들도 그리 오라고 말입니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잠깐!”


그때 전 무화단 단주이자 현 무림맹 무림군 제 일 단주 구진이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뭔가 심사가 잔뜩 뒤틀린 것이 있다는 게 드러나 있었다.


“이대로 당신이 우릴 이끌 생각이오?”

“누가 이끄는지가 중요한가? 지금은 빨리 움직여서 마인들에게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아닌가?”

“그거야 그렇지만 겨우 부단주에 불과한 자가 나서는 것이 웃겨서 말이오. 다들 그렇지 않소?”


무림맹 팔단의 단주들은 모두 구진의 말에 동의했다.

선우진이 사파인 것은 그동안 세운 공이 있으니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부단주에 불과한 그가 나서서 맹도들을 이끈다는 것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되었다.


“회천단이 아무리 정파와 사파가 합쳐져서 만들어져 우리와 다른 이름을 가졌다고 하지만 엄연히 당신은 부단주. 그러니 빠져 있으시오.”

“맞소. 앞으로 맹의 행보는 우리 단주들이 정할 테니 부단주는 가만히 있으시오.”

“이것들이 뭐라는 거야? 다들 안 닥쳐? 그렇게 따지면 난 사파연합의 련주야.”

“험험, 아무튼. 남궁단주 뭐 하시오. 당신네 부단주 좀 어떻게 해 보시오.”

“근데 이것들이. 내가 누군 줄 알고······.”


선우진은 혁련세광에게 받았던 맹주령을 꺼내려다 말았다.

마인들의 추격이 시작된 이상 이렇게 시간 끌 여유가 없었다.

맹주령을 꺼내면 놈들은 죽어라 달려들어 또 분란이 생길 게 분명하니 선우진은 짜증을 애써 억눌렀다.


“일단 움직이자고. 함정을 설치하긴 했어도 마인들의 발을 그리 오래 묶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야.”

“그 말에 동의는 하나 부단주인 당신이 나설 일이 아니란 말이오.”

“미치겠구만. 그럼 급박한 이 상황에서 회의라도 열자는 말이냐?”

“차라리 이렇게 합시다. 각 단끼리 사방으로 흩어져 떠난 뒤 추격이 뜸해지면 남경에서 만나는 것으로 말이오.”


곧 죽어도 선우진의 명령만은 따를 수 없었던 구진은 마지막 방법을 꺼냈다.

잠깐 생각해 보던 선우진은 그 제안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뭉쳐서 다녀 봤자 마인들에게 한번 포위당하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흩어진다면 그들 중 몇 사람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처럼 말도 많고 불만도 많은 상황에서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하자고. 남궁 너는 어떻게 할래? 나와 같이 갈 거야?”

“우린 회천단 아닌가. 함께 가지.”

“좋아. 그러면 우린 동쪽으로 나가서 산맥을 타지.”

“알았소. 그럼 살아서 나중에 남경에서 봅시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기는 하나 선우진도 무림맹의 사람.

단주들은 서로에게 무운을 빌어주고는 각자가 선택한 방향으로 흩어졌다.

선우진은 그들이 떠날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다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래도 같은 전우들인데 도와야 되지 않겠냐? 대충 지나간 흔적을 지워 주자고.”

“선우진. 곧 놈들이 올 텐데 굳이 그래야 하겠나?”

“함정을 설치해 뒀으니 어느 정도 시간은 있어. 그리고 우리가 맹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맹도들을 잘 보살펴야지.”


혁련세광이 차기 무림맹주로 선우진을 지목한 이상 무림맹의 맹도들은 그들의 부하다.

제아무리 그들이 불복종적이고 뻗대는 놈들이라고는 하나 부하인 이상 대장인 그가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우진은 검기를 날려 모든 곳을 헤집어 놓은 뒤 길을 떠났다.


***


세간에서 과장된 말로 무인은 말보다 빠르며 하룻밤에 천리를 간다고 한다.

물론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으나 내공이 심후한 고수들은 그런 기적을 보이고는 한다.

그러나 회천단은 그 정도 경지에 오른 고수가 없었다.

그들도 말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는 있으나 내공이 빨리 소모되고 체력이 바닥나 쉬어야만 한다.

지금처럼.


“다들 편히 쉬어. 마인들 중에 문곡의 진법을 눈치챌 놈들은 없으니 말이야.”


상당히 먼 거리를 경공을 펼치며 달린 회천단은 모든 내공이 바닥나고 지쳐버려 쉬고 있는 중이다.

회천단은 서둘러 운기조식을 했다.

문곡이 주위에 환상진을 펼쳐 그들이 있다는 것을 숨겨준 덕에 들킬 수 있다는 부담은 줄었다.

그때 그들의 앞에 누군가를 업고 달려오는 그림자가 보였다.

회천단은 혹시나 마인들이 추격해 온 줄 알고 잔뜩 긴장했다.


“모두 숨소리를 최대한 죽여. 어차피 진 때문에 놈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몰라.”

“예. 알겠습니다.”


그림자가 가까워지고 그의 얼굴을 본 남궁위는 깜짝 놀랐다.

그는 선우진이 말릴 새도 없이 진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남궁위! 뭐 하는 거야?”

“선우진. 시간이 없다. 어서 이 자를 진 안으로 들여보내 다오.”

“누구기에 그러는 거야? 아무튼 알았어. 문곡아.”


문곡이 잠깐 동안 진의 한 쪽을 열어주자 남궁위는 그림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이 안전함을 확인하자 그림자는 등에 업고 있던 사람을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아니, 이 사람은 총관이잖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나도 그게 궁금하군. 암혼, 다른 분들은 어떻게 되었고 왜 아버님은 이리 되신 거냐?”


그림자의 정체는 남궁세가의 비밀 무사 암혼과 남궁척이었다.

그는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는지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침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잠깐 동안 운기하며 기를 안정시킨 암혼은 입을 열었다.


“다른 분들은 마인들의 공격에 의해 그만······.”

“뭐, 뭐라고? 그럼 맹주님은?”

“맹주님께선 천세존과 맞서 순식간에 수천 합을 나누셨으나 결국 마교주의 검에 심장이 찔려 돌아가셨습니다.”

“이런 젠장!”


혁련세광의 비보에 선우진은 땅을 쳤고 혁련수백은 소리 없이 오열했다.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그의 죽음을 듣게 되니 충격이 컸다.

남궁위는 계속해서 암혼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어찌 된 것이냐?”

“가주님께서는 홀로 패왕총주와 맞서다 그의 창과 말에 차여 심각한 내상을 입으셨습니다.”

“정말인가? 그런데 맥은 멀쩡해 보이는데?”

“소가주님께 전해야 하는 말이 있으시다며 몸에 대법을 펼쳐 가사상태에 드신 것입니다. 만약 의식을 되찾으시면 일각도 버티지 못하실 것입니다.”


남궁위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는 차마 암혼에게 대법을 풀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남궁위는 아직 남궁척의 유언을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지축이 흔들리며 암혼이 나타났던 방향에서 먼지 구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회천단은 숨을 죽이며 그 방향을 주시했다.

잠시 뒤. 먼지 속에서 나타난 것은 패왕총의 마인들이었다.

그들은 암혼을 쫓아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단주님. 흔적이 여기서부터 끊겼습니다.”

“샅샅이 뒤져봐라. 놈들이 갈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아.”

“그보다 단주님. 잠깐 이곳에서 쉬었다 가면 안 되겠습니까?”

“뭐라?”

“정파 놈들이 설치해둔 함정을 지나느라 다들 많이 지쳤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선우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괴로워하는 패왕총 마인들의 말을 들으니 그가 준비했던 것들이 헛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패왕총의 단주라는 마인은 잠깐 생각해 보더니 끄덕였다.


“좋다. 어차피 놈들이 도망쳐 봐야 우리 말을 따돌릴 수는 없을 테니 일각만 쉬도록 하자.”

“감사합니다.”


선우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필 왜 이곳에서 쉰다는 말인가.

덕분에 오랫동안 불편하게 숨을 내쉬어야만 하게 생겼다.

마인들이 말에서 내리고 자리에 앉아 쉬었다.

단주도 말을 쓰다듬으며 휴식에 들어갔다.


“흑귀마야 조금만 힘내자. 곧 놈들의 피를 먹을 수 있을 거다.”

“푸르릉”

“그래 너도 기대가 되지? 근데 왜 아까부터 코를 벌렁거리는 거냐? 무슨 냄새라도 나는 것이야?”


말은 코를 킁킁거리더니 어딘가로 움직였다.

이에 회천단은 사색이 되어 모든 것을 멈추고 숨을 참아야만 했다.

말이 조금씩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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