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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의 서재입니다.

금발마녀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녀르미
그림/삽화
Copilot GPT
작품등록일 :
2024.02.19 17:43
최근연재일 :
2024.05.06 20: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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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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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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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9장. 인과응보

DUMMY

‘이대로 강이까지 끌어들이게 할 수는 없다. 강이를 살리자고 저 자에게 무릎까지 꿇었는데, 이대로 저 자에게 끌려가서는 안 될 말이야. 여차직하면 이 자리에서 저 자와 손속을 겨루어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결단코 강이만은 안 돼.’

그렇게 마음을 굳힌 나준은, 바닥을 짚은 양 손에 양현에게 들키지 않을 선에서 최대한의 공력을 끌어 모으고 온 몸에 공력을 돌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면서도,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조용히 양현에게 물었다.

“모든 일은 소인이 저지른 일입니다. 소인이 내린 잘못된 명에 그저 따르기만 했던 제자나 수족들까지 징치(懲治)하시는 것이 천무황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이옵니까?”

“모든 일이 네 녀석 혼자 저지른 일이다? 허허, 어째 내가 들은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는구나.”

나준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덕에 그의 표정을 보지 못한 양현은 살짝 긴장을 풀며 나준에게 반문했다. 방금 전에 나준이 주위 사람들을 물리는 것을 보고 그가 완전한 악인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덕분이었다.

사실 양현은 자신이 지금 적진 한복판에 있다는 것조차 그다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는데, 어떤 것도 자신을 해칠 수 없다는, 그리고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나준을 처단하고 아무 문제없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했다.

“천무황께서 어디서 어떤 말씀을 전해 들으셨는지 소인이 알 수는 없사오나···”

“흥! 네 녀석이 내가 이곳에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분명 내가 살려 보냈던 네 녀석 수하들을 통해 나에 관한 소식을 미리 들었음이 뻔 하거늘. 네 녀석도 내가 누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익히 알고 있을 터, 모른다고 하면 그 말이 내게 통할 줄 알았더냐?”

양현은 코웃음을 치며 나준의 말을 끊었다. 다 알고 있으니 허튼 소리 말라고 호통을 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수인을 심문하는 관리와도 같았다.

‘장환! 이 쳐 죽일 놈. 대체 어디까지 입을 연 것이란 말이냐? 설마 강이가 주모자라는 것을 장환도 알고 있었다는 겐가? 아니, 아니다, 장환은 지난 육 년 동안 대막에 있다가 고작 두 달 전에서야 복귀해서 바로 사천으로 떠났다. 장환이 아는 내용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야. 보고서! 그래, 장환 그 놈이 강이에게서 넘겨받았던 보고서다! 장환은 분명 보고서의 내용만 전달 받았다. 그래, 거기 적히지 않은 이야기로 말을 돌려야 한다.’

순식간에 생각을 정리한 나준은 양현의 말을 인정하는 듯하면서 그의 관심을 돌릴 법한 화두를 던졌다.

“그렇습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사천에 보냈던 수하들로부터 장환이 천무황께 잡혀 전후사정을 토설했다는 사실과 천무황께서 이 일에 개입하셔서 원흉인 저를 쫓고 계신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하오나, 사정을 들으신다면 소인의 목숨을 거두시는 것으로 모든 것을 끝내주실 수도 있으실 것이옵니다.”

“흥, 사정? 그래, 말해 보거라. 어디 어떤 사정인지 들어는 주마.”

양현이 승낙을 하자 나준은 급히 말을 이었다.

“소인은 육십 년도 더 전에 소림의 문하로 들어가, 소림의 무학만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하오나, 못난 소인과 달리, 제자 녀석은 제가 가르칠 수 있는 소림의 무학으로도 만족할 수 없는 기재였습니다. 벌써 칠팔 년도 더 전에 이미 소인에게서 배울 것들을 모두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그 아이에게 좀더, 좀 더 나은 무공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욕심에 소인이 눈이 멀어 그리한 것입니다. 모든 잘못은 소인이 저지른 것이옵니다.”

“허허, 소림의 무공으로도 부족한 기재라서 그 그릇을 채워주고 싶었다고? 내 평생에 그런 말은 처음 듣는구나. 내 삼백 평생에 제 아무리 뛰어난 기재도 소림의 무공을 모두 대성하였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거늘,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더냐. 그 말인 즉, 결국 네 녀석 혼자 책임을 덮어 쓰고 죽겠다는 말인데··· 제자를 아끼는 네 마음이 가상하기는 하다만, 네 녀석을 뒤에서 조종했던 자가 사마강이란 녀석임을 내 익히 알고 온 것이니 더 이상 발뺌은 그만하거라.”

‘윽! 저 자가 어찌···?’

관심을 돌리려 했던 그의 기대와는 달리 핵심을 정확하게 찌르는 양현의 말에 나준은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놀랐다.

“소, 소인이 익힌 소림의 무공은 소림 무공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애초에 제가 배운 것만 제자에게 전수할 수 있도록 사문의 허락을 받았던 터라··· 그리고 제자가 저를 뒤에서 조종하다니요? 그 어인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나준은 놀란 속마음을 굳게 숨긴 채 곧바로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까지 치켜들고 반문했다. 고개를 든 나준의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의 굳은 표정과는 달리 눈만 크게 뜨고 있는 것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고, 수십 년 동안 권모술수를 겪어온 그의 관록이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보는 듯했다.


사실 양현이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거침없이 말하기는 했지만,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격이었고, 양현이 지레 짐작한 내용을 가지고 유도심문을 한 것에 불과했다. 방금 전에 나준의 심성이 본래 악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천으로 떠나오기 전에 장환으로부터 들었던 말을 떠올린 양현이 넘겨짚어 말한 것이었을 뿐, 양현도 사마강이 배후 조종자인 줄은 확실히 알지 못했던 것이다.

양현에게 설연을 노리던 음모의 전후사정을 알려준 장환도, 정의맹주인 나준이 설연과 양현 간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서 이 음모를 꾸민 것 같다는 짐작만 했을 뿐, 음모의 주재자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다만, 장환은 나준으로부터 사천으로 가라는 명을 받던 자리에 나준의 애제자이자 은영대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밀영전주 사마강이 함께 있었고, 또 관련 보고서도 맹주가 아닌 사마강으로부터 넘겨받았으니 그도 이 음모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양현에게 했을 뿐이었다.


“내가 이곳 개봉에 온 것이 벌써 열흘 전이다. 소문이라는 것이 괜히 나는 것이 아니지 않겠느냐? 그 열흘 동안 참으로 많은 말들을 들었고, 내 이곳에도 벌써 열 번도 넘게 다녀간 후에 너를 찾은 것이라는 말이다.”

‘소문? 소문이라고? 옳거니! 그럼 장환도 강이가 주모했다는 것은 모른다는 말이렷다. 저 자가 감히 섣부른 짐작으로 나를 떠보려고 하다니, 어림도 없지.’

양현은 이제 대놓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나준의 속내를 떠보고 있었지만, 소문을 언급하는 그의 말을 들은 나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는 지금까지 일흔다섯이 되도록 성혼도 하지 않았고, 슬하에 자식도 하나 없습니다. 이십칠 년 전에 들였던 첫째 제자 놈은 저보다 세 살이나 어린 사제의 자질을 시기하다 못해 벌써 십 수 년 전에 말도 없이 사라져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사옵고, 이제 제게 남은 것이라고는 강이 그 녀석 밖에 없습니다. 제자에게 무엇 하나 더 내어줄 것이 없는 못난 사부가 저지른 잘못을 왜 제자가 덮어 써야 하겠습니까? 천무황께서도 제자를 키워 보셨으니, 이런 소인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옵니다.”

고개를 들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말을 할 때에 나준의 눈가에는 살짝 눈물이 맺혀 들었고,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말로 마무리를 하며 나준이 고개를 숙이자 바닥에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양현의 눈에 들어왔다.

‘허허, 나준 이 자도 벌써 칠순이 넘은 이 커다란 단체의 수장일진데, 제자를 감싸기 위해 눈물까지 흘리다니. 비록 방향은 삐뚤어졌어도 제자를 위하는 마음만은 참으로 갸륵하지 않은가?’

“흠, 순전히 제자를 위하는 마음에 자네가 혼자 계획하고 지시한 일이라는 겐가?”

어느새 제자를 위하는 나준의 마음에 공감한 양현은 고개까지 끄덕이며 되물었고, 그렇게 되묻는 양현의 말투는 나준을 다시 자네라고 칭할 정도로 누그러져 있었다. 나준은 순간 자신의 계책이 제대로 먹혀들었음을 직감하고 다시 쐐기를 박았다.

“그렇습니다. 부디 소인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길 간절히 청하옵니다. 크흐흑.”

양현은 이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흐느끼기까지 하는 나준의 모습을 한동안 조용히 내려다보다가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다고는 해도, 내 자네를 그냥 용서할 수는 없음이네. 그건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심정적으로 이해는 하지만, 용서까지는 할 수 없다는 양현의 말은, 곧 사마강은 손대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준은 사마강을 놓고 벌인 양현과의 한 판 승부에서 자신이 승리했음을 깨닫고, 천천히 양 손에 모았던 공력을 단전으로 돌려보내면서 온 몸의 긴장을 풀었다. 관록 대 관록의 승부에서 먼저 무릎을 꿇고 눈물까지 보이며 상대방의 감정에 호소한 나준이 결국에는 승리를 쟁취한 것이었다.


나준은 이제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것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본래, 설연 그 아이와 그 부모에게 용서를 빌고 난 후에 목숨으로 죄를 갚는 것이 도리겠으나, 이렇게 천무황을 뵈었으니 그로 대신하고 이제 제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합니다.”

“허허허, 이것 참.”

끝까지 모질게 굴 수 없었던 양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하는 나준의 말에 결국 허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조금 주제넘지만, 천무황께서 제게 잠시 시간을 주셨으면 하옵니다.”

“응? 시간을 달라니?”

양현은 또 다시 시간을 달라는 나준의 말에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곧장 반문했고, 이어진 나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제가 지금 바로 사라지게 되면, 정의맹은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옵고, 흑도나 사파의 무리들이 준동하면 그 와중에 다치거나 상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사오니, 잠시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주셨으면 하는 것이지요.”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럼 얼마나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는가? 설마 며칠씩 말미를 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하하, 일 각이면 충분하옵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그 대책이라는 것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다녀오게나. 나는 여기 있겠네.”

“곧 돌아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제 완전히 마음을 놓아버린 양현은 곧 돌아올 것이라는 나준의 말을 믿고 그렇게 간단히 나준을 보내 주었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게 참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구나. 제자의 복수를 대신해 주러 온 것도 좋지만, 연이가 이 일을 알면 어찌 반응을 할 것인지 정말 그것이 걱정이구나. 아니야, 일단은 연이와 환이가 당장이라도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금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게야. 그리고 사마강이라는 아이가 설령 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나중에는 환이와 한 판 크게 겨루지 않으면 안 될 터,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니 환이에게 걸맞은 적수로 남겨두어도 좋겠지. 환이 녀석에게 좋은 상대가 될 수도 있음이야. 허허허.’


잠시 뒤, 나준은 옷은 달리 입었지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내 한 명을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왔고, 양현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니, 이게?”

“놀라지 마십시오. 제가 맹주라는 허황된 자리에 꽤 오래 있다 보니, 가끔 제 대역을 맡아 했던 사람이라서 제 얼굴과 똑같이 역용을 한 것일 뿐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대책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지요. 오늘부터 다음 대 맹주를 선출할 때까지 이 사람이 저를 대신하여 당분간 맹주자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본 모습을 보여드리고, 인사 올리거라. 천무황 양현 어른이시다.”

나준의 말이 끝나자, 같이 들어온 사내는 얼굴의 면구를 벗어 한손에 들고 깊이 읍을 하며 양현에게 인사를 했다.

“협객의 도를 떨치신 천무황 양현 어른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평생의 영광이옵니다. 기묵(杞墨)이라 하옵니다.”

“허허, 비록 이런 자리지만, 만나서 반가우이. 그런데 대역이라는 사람이 어찌 이리 무공이 고강하다는 말인가? 그래, 자네 이름이 기묵이라고?”

양현은 방금 소개 받은 기묵(杞墨)이, 나준에 비해서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고수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고 이름을 꼭 기억해 두려는 듯 되물었다.

“예, 소인의 이름이 기묵이 맞습니다.”

“본래 제게는 의형제와도 같은 사람입니다만, 스스로 제 그늘에 묻혀 날개를 떨치지 못한 불우한 사람이지요.”

“과분한 말씀입니다. 저는 그저 무공을 익히며, 제 생명을 구해주신 형님의 은혜에 보답하며 사는 것이 좋아서 이리 살고 있을 뿐입니다.”

양현은 생명의 은혜를 갚는 것이라는 기묵의 말을 듣고,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으나, 쏘아보는 양현의 강한 시선을 마주대하는 기묵의 눈빛에는 한 점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양현이 보기에도 저런 흔들림 없는 눈빛을 지닌 자는 믿을 수 있는 자임이 분명했고, 게다가 전신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도 음유하거나 삿되어 보이지 않는 것이 정명한 무공과 심성을 가진 자임이 분명했다. 양현은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런 것이었구먼.”

“묵아, 잠시 후 내가 이곳을 떠나거든, 너는 미리 내가 일러둔 대로 다음 대 맹주가 선출될 때까지 만이라도 여기서 맹주 노릇을 해주기를 바란다. 내 마지막 부탁이니, 꼭 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예, 형님. 걱정 마십시오.”

기묵이 걱정 말라는 확답을 하자, 나준은 다시 양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송구합니다만, 천무황께선 잠시만 더 제게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대충 이 각 정도면 되옵니다. 이제 제게는 필요 없는 것을 그 동안 저를 위해 애써준 저 친구에게 주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흠, 내공이라도 물려주려는 겐가? 뭐, 아직 날이 새려면 좀 더 남았으니, 자네 좋을 대로 하게나.”

양현은 나준의 말뜻을 알아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허락해 주었다.

“묵아, 침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를 시작하거라.”

“혀, 형님!”

“어허, 시간이 없다. 서둘러야 한다.”


“에잉, 그렇다고 진원지기까지 깡그리 넘겨줄 것까지는 없지 않았는가? 쯧쯧.”

그로부터 약 이각 정도 뒤, 나준이 일신의 모든 내공과 진원지기(眞元之氣)까지 모두 기묵에게 넘겨주고 삽시간에 폭삭 늙은 모습으로 침상에 드러눕자 양현이 살짝 역정을 내며 말했다.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 뒤에서 묵묵히 일을 해준 동생에게 무엇을 아끼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내가 자네를 챙겨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네.”

“하하하, 송구스럽습니다만,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천무황의 품 안에 들어 보겠습니까?”

힘겹게 몸을 일으켜 침상에서 내려선 나준은 아무런 힘도 남지 않고 늙은 모습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민망한 듯 나지막한 웃음을 터트리며, 양현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에잉, 몹쓸 사람 같으니라구. 하여튼 우린 이만 가세나. 저 아이가 눈을 뜨기 전에 우리는 여기서 사라지는 것이 좋을 듯싶네.”

“예, 가시지요. 저도 마침 그리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곧 해가 뜰 것이니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침상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를 계속하며 나준으로부터 물려받은 내공을 다스리는 데에 여념이 없는 기묵을 일별한 양현은 곧 한 팔로 나준을 안고 창밖으로 몸을 날려 나갔다. 양현의 품에 안긴 나준은 곧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축 늘어져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한없이 밝아 보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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