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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웹소설의 가독성에 관한 단편적인 생각.

제가 가독성이 좋다고 느끼는 글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1. 글에 겉멋을 부리지 않습니다.

미사여구를 덕지덕지 붙이거나 문장을 임의로 끊어서 줄바꿈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또 쉬운 어휘를 사용하고, 모호한 문장, 몇 번 곱씹어야 의미가 이해가 되는 중의적 문장을 쓰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여성 작가분들의 글에 손이 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편적으로 여성 작가분들의 글을 읽어 보면 대부분 문장 하나하나마다 감정이 많이 실리고, 또 문장을 너무 어렵게 쓰세요.

90% 이상은 건조하게 쓰다가 필요한 때에만 임팩트를 줘가면서 필력을 발휘해서 독자들의 갬성을 녹여버리는 글이 가독성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2. 비문이 없습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장의 시제가 앞뒤에 혼선이 없고, 관형어가 적정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웹소설 판에서는 문장이 조금만 길어지면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하지 않는 문장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글들은 한두 번은 그냥 넘길 수 있어도, 계속 반복되면 읽기가 힘들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3. 현재시제를 남발하지 않습니다.

우리말로 쓰는 소설의 문장은 과거시제를 쓰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현재 시제는 정말 필요한 때에 한해서 아주 조금만 쓰더라도, 독자들로 하여금 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로 치면 슬로우 모션(비디오)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특히 전투 장면 묘사에서 모든 문장을 현재시제로 쓰는 작가분이 계시던데, 사람들이 아무리 전투씬 장인입네 하고 호평 일색이어도 보는 순간 오글거리고 결국 선작 취소와 뒤로가기를 누르게 됩니다.

얼마전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잭 스나이더 감독의 레벨 문의 전투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스페이스 오페라 광인 저는 그 영화 반도 못 보고 껐습니다.



4. 대사가 현실적입니다.

지문과 달리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현실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것과 같은 구어체를 사용해야 합니다.

주어진 상황과 등장인물의 성격, 지능, 인품에 걸맞은 대사가 아니면 읽는 이는 위화감을 느끼기 마련이니까요.

고등학생이 40대 중년처럼 말하면, 무협에서 영단어가 튀어나오면, 중세판타지에서 무협에서나 쓸 법한 말이 튀어나오면, 곧바로 개연성 상실 아니겠습니까?




댓글 3

  • 001. Lv.14 글리키

    24.03.19 01:14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공지에 달아주신 댓글 알람을 봤는데, 삭제하신건지 대댓글을 달 수가 없더라구요.
    방명록도 닫아두신거 같고 하여 부득이하게 이 글에 댓글을 답니다.
    (별개로 이 글을 비롯해 게시판의 글 정말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사실 지난 주 주말, 연재 공지를 해야지 해야지 하고, 다 써놓고도 차마 못 올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끝내야 하나 싶은 마음에..
    저도 속상한 맘에 주말 내내 술도 마셨구요.

    말씀주신대로 독자와의 약속이니 최소한 공지라도 올렸어야 하는 것인데..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후배놈 힘내라고 격려차 주신 것이지만,
    심지어 전편 유료결제 이상의 후원을 해주신 선배님께는 정말 면목이 없어 이리 따로 글을 남깁니다.

    많은 조언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선배님 조언을 전부 다 반영하진 못했습니다만, 덕분에 초반 거름망(?) 부분이 많이 없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록 이번 작에서는 이렇게 무책임하게 연재를 종료하지만, 그래도 못난 후배 글 앞으로도 재밌게 읽어주시고, 선배님 특유의 툭 던지듯 뼈 있는 조언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님도 예전에 쓰셨던 글과 최근 연재하는 글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네요.

    저도 재밌게 읽고, 많이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002. Lv.9 벤죠

    24.03.27 15:46

    진심어린 조언 감사드립니다. 꾸벅.

  • 003. Lv.14 글리키

    24.04.24 02:22

    모처럼 선배님 서재를 찾아왔네요.
    이 게시글, 집필하는데 정말 도움이 된 글입니다.

    정말 웹소설의 핵심 기본 4개만 딱 딱 담았는데,
    정말 기본인만큼,
    이 원칙이 재미없는 글을 "대박글"로 만들어주진 못해도,
    "내용은 재밌는데 기술적인 부분이 거슬려서 못읽고 이탈하는 글"은 상당히 막을 수 있다는 걸
    제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새벽에 집필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다시 읽으러 왔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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