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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의 서재입니다.

금발마녀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녀르미
그림/삽화
Copilot GPT
작품등록일 :
2024.02.19 17:43
최근연재일 :
2024.05.06 20:1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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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
글자수 :
292,754

작성
24.04.0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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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8장. 내공입문.

DUMMY

“예? 혼원일기공과 비견할만한 신공이요?” (뭐야, 아저씨,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

양현이 익힌 혼원일기공에 못지않은 신공을 장환이 익히고 있다는 말에는 설연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마디라도 더 자세히 듣고자 함인지 설연은 냉큼 쟁반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어제 저녁에 자네가 내게 그리 쉽게 제압된 것은 자네의 신공 성취가 아직 낮았기 때문일 듯한데, 어때 내 말이 맞는가?”

“예, 오늘 아침의 일이 있은 후로는 정확히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아직 확인을 못해보았습니다만, 어제까지는 분명 사 성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비급에 적혀 있기를 사 성에 오르면 첫 번째 환골탈태를 한다고 되어 있었지요. 그리고 제가 처음 환골탈태를 한 것이 석 달쯤 전이니. 아! 그러고 보니 두 번째 환골탈태를 할 때가 칠 성의 경지라고 했습니다. 십 성에 다시 한 번의 환골탈태를 거치고, 십이 성에 달할 때 한꺼번에 여섯 번의 환골탈태를 해서 도합 아홉 번 환골탈태한다고···”

(우와! 무슨 신공이 대성하면 아홉 번이나 환골탈태를 해? 사부가 만든 신공보다 아저씨가 익힌 게 더 좋은 거 아냐? 환골탈태하면 남녀를 불문하고 엄청 예뻐진다던데, 아예 아저씨가 익힌 내공심법을 배울까?)

설연은 환골탈태를 많이 한다는 장환의 신공이 순간 더 좋아 보였다.

“허허허, 사성의 성취에 처음 허물을 벗다니. 그리고 지금은 칠 성을 넘어섰다? 고작 칠 성을 넘어섰는데 반박귀진이야.”

“그것이 아직··· 정확하게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비급에 적힌 내용대로 다른 무공도 펼쳐보고 몇 가지 더 확인을 해보아야 확실히 알 것이기에···”

“그런데 조금 이상하구먼, 보통 반박귀진의 경지에 오르면 두 번째 환골탈태가 아니라 첫 번째 환골탈태를 하는 것이 보통 강호에서 얘기되는 것인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어제 자네를 보았을 때도 한 눈에 허물을 벗은 줄은 알았지만 반박귀진의 경지로 보이지는 않았네. 그리고 오늘 아침에 확실히 적사투관, 천화난추를 거쳐서 반박귀진에 이르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말이야. 거참 신기하구먼.”

양현은 장환의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어르신. 저도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어르신 말씀을 듣고 보니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 자네는 뭐가 이상하다고 느끼는가?”

“제가 어제까지만 해도 사 갑자 내공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보통 강호에서는 사 갑자 내공을 가지면 환골탈태를 해서 반박귀진, 출신입화경 내지는 화경의 경지에 오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에이, 아저씨도 내공은 별로네, 고작 사 갑자야? 뭐, 연이랑 비슷하네. 잠깐, 아저씨는 사 갑자에 환골탈태를 했다고 했지? 그럼 나도 아저씨가 배운 신공으로 내공을 운기만 하면 환골탈태하는 거네. 야호! 아저씨한테 그 신공을 배워서 후딱 환골탈태부터 할까?)

설연은 환골탈태를 하고픈 욕심에 점점 장환의 신공에 끌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는 이미 사 갑자 내공을 가지고 있고, 환골탈태도 한 번 했음에도 반박귀진에 이르렀다고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꿈에서도 이루기 힘든 경지라고 오늘 아침까지 그렇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저 내공을 밀어 넣으면 검강은 만들 수 있었지만, 제가 스스로 느끼는 경지는 강호에서는 이 갑자 내공을 지닌 자들을 뜻하는 절정 정도의 수준이라고나 할까, 그 정도였습니다.”

“허허, 어쩌다가 그런 것인가? 나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구먼.”

“그리고 지금 제 하단전에서 느껴지는 내공의 양은 어르신께서 제게 전수해주신 내공으로 인해 어제의 두 배나 되는 팔 갑자에 육박하는데, 보통 반박귀진이라고 하는 화경에 갓 들어선 무인이 가지는 내공의 두 배 가까이 되는지라. 게다가 중단전도 확실히 열린 것이 반박귀진을 한참은 넘어서는 것이니,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뭐야? 사부가 내공을 전수해줘? 그것도 사 갑자나? 말도 안 돼! 다 죽어가는 연이한테도 쥐꼬리만큼 넣어줬었는데. 아니, 아니, 사부 것을 나눠준 게 아니야. 아침에 주변에서 모여들던 그 엄청난 기운들을 보면, 분명 사부가 주변의 자연의 기운을 끌어다가 넣어준 걸 거야. 사부 몸 안의 내공을 나눠줬으면 그렇게 기운이 몰려들 필요가 없잖아. 키키키, 역시 사부는 엉큼하다니깐. 그러고 보니 감쪽같이 아저씨한테 내공 나눠준 걸로 속인 거잖아. 큭큭, 이 아저씨도 무진장 순진하네. 사부한테 홀라당 속아 넘어가다니, 키키키.)

“그렇지, 나도 아침에 자네를 보면서 자네의 중단전이 열린 것을 확실히 느꼈네. 자네한테도 말하지 않았던가.”

“예, 분명 그러셨지요.”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하구먼. 내가 아침에 자네가 환골탈태하고 운공하는 것을 보았는데, 적사투관 단계에서 환골탈태를 하고, 이후에 천화난추나 반박귀진의 단계에서는 그대로더란 말일세.”

“예, 어르신께서 직접 보신 것이니 그것이 맞는 것일 테지요.”

“자자, 의문점은 차차 해소하기로 하세. 일단 대충 들어도 자네가 익힌 건곤조화신공에는 화경이니, 현경이니 하는 도가의 구분법은 적용이 안 되겠으니, 지금 당장 더 고민해봐야 소용이 없을 듯하네.”

“예, 어르신. 차차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겠지요.”

(아씨, 바보들 아냐. 강호에서 이야기하는 경지의 내공보다 딱 두 배만큼 내공이 쌓이면 그 경지에 오르는구만. 환골탈태야, 몸 안의 내공이 환골탈태하는 데 필요한 만큼 쌓였거나, 아니면 쌓은 내공이 담겨 있기 좋은 몸으로 바꾸느라 당연히 된 것일 테고, 중단전이 열린 것도 하단전에 내공이 가득 찼거나 앞으로 가득 찰 테니까, 창고 하나 가득 채우고 다음 창고 열듯이 열린 것이겠지. 사부도 그렇고, 장환 아저씨도 바보네. 그 단순한 것도 못 알아먹다니 말이야. 에효. 어른들이 왜 이 모양이야.)

여태껏 조용히 듣고만 있던 설연은 양현과 장환이 답을 내지 못하고 의문점을 그대로 둔 채 포기하려고 하자, 답답함을 못 참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기, 두 분의 말씀을 듣다보니 연이 생각에는 장환 아저씨가 일정한 경지에 오르는 데는 다른 강호인들보다 두 배의 내공이 필요한 듯합니다.” (아휴, 이 답답한 사람들아. 이제 알았어?)

“응? 그게 무슨 말이냐, 연아?”

“아가씨, 그게 대체···”

양현과 장환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반문하자, 설연은 가슴이라도 치고 싶은 답답함을 느끼며 다시 상세히 설명했다.

“일단 장환 아저씨는 강호인들은 사 갑자 내공이면 오르는 반박귀진, 즉 화경이라는 경지에 팔 갑자 내공을 갖게 되셨을 때에 올랐지요. 또 그 전에는 강호인들이 이 갑자 내공이면 이룬다는 절정의 경지를 사 갑자 내공을 지녔을 때 느끼고 있었구요. 그것만 놓고 보면 강호에서 보통 말하는 경지에 오르는 데 아저씨는 다른 강호인들에 비해 두 배의 내공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쉽게 말해줬으니 이제 이해가 가지?)

“그, 그런··· 그럼 최악의 경우가 아니냐? 경지가 느리게 오르는 것인데. 설령 그렇다고 해도 환이가 이미 했던 환골탈태나 중단전이 열린 것은 어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냐?”

양현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설연에게 따져 물었고, 설연은 또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것을 답답해했다.

(아휴, 사부도 이럴 때는 진짜 바보 같다니깐. 사부도 환골탈태를 몇 번이나 했을 텐데 어찌 그걸 모를 수가 있냐구.)

“연이가 아는 바로는, 환골탈태라는 것은 무공의 경지와 상관없이 일정한 내공이 쌓이면 그 내공을 담을 수 있도록 몸이 재구성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사 갑자 내공이 쌓여 그 내공을 담을 그릇을 만들기 위해 장환 아저씨가 첫 번째 환골탈태를 했던 것이고, 오늘 아침엔 사 갑자가 훨씬 넘는 내공을 담을 몸을 만들기 위해서 다시 한 번 환골탈태를 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알아들었지?)

“옳거니, 그렇구나, 그럴 수 있음이야.”

양현은 그제야 설연의 말이 이해가 간다는 듯 무릎을 치며, 설연의 말에 동조했다.

“또 사부님께서 전수해주신 내공 덕분에 아저씨의 내공이 팔 갑자에 달해 앞으로 하단전이 가득 찰 때를 대비해, 더 많은 내공을 담기 위해 다음 내공창고의 문을 연 것, 즉 중단전이 열린 것이구요.” (사부, 일단 장단은 맞춰 줄께. 사부가 무슨 생각으로 아저씨한테 내공을 전수해준 것처럼 속였는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키키키.)

“오호라, 그래, 그렇구나. 그래, 연이 네 말이 맞구나. 연이 네 말이 맞아. 허허허.”

“정말 연이 아가씨의 말씀이 맞는 듯합니다, 어르신. 어찌 저런 생각을···”

설연이 설명을 마치자 나머지 두 사람은 그제야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양현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장환은 정말 놀랍다는 표정으로 설연을 바라보았다.

‘역시 내가 제자 하나는 정말 제대로 얻었구나. 이리도 총명할 수가 있나. 허허허. 내 제자 복이 과하구나.’

‘정말 어르신께서 거두실만한 인재로구나. 그 총명함이 심지어 어르신을 뛰어 넘으니 누구라도 탐을 낼만한 자질이야. 설마 맹주도 아가씨의 자질을 알아보고 제자로 들이려는 것인가? 아니지. 제자로 들일 것이라면 굳이 부모까지 죽일 필요는 없지. 그럼 대체 왜 맹주가 아가씨를 노린 것일까?’

“두 분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는 것을 보니 연이가 생각을 맞게 한 모양입니다.” (에헴, 이 정도야 뭐, 이 연이님한테는 기본 아니겠어?)

설연은 두 사람이 자신을 보고 각기 다른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잊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자신에게 감탄하고 있음을 직감했지만, 두 사람이 꽤 오랫동안 말도 없이 빤히 자신을 쳐다보자 살짝 민망해졌다.

“찻물이 식었습니다. 다시 데우겠습니다.” (연이 얼굴 뚫어지겠다. 그만 좀 쳐다봐.)

“아니다, 이리 주거라.”

찻물을 데우겠다는 설연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양현은 설연으로부터 주담자를 뺏어 들더니 바닥에 손바닥을 대고 삼매진화를 일으켜 식은 찻물을 데웠다. 찻물이 어느 정도 데워져 주담자 주둥이로 김이 올라오자, 양현은 세 사람의 찻잔에 찻물을 부어 주면서 말을 꺼냈다.

“그래, 환이 자네가 익힌 신공도 강호에서 분류하는 것과는 달리 구분되는 것이, 자네나 나나 특이한 신공을 익히고 있구먼, 그래.”

“그럼, 어르신께서 익히신 혼원일기공이라는 신공도 특이한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 신공에는 아예 무슨무슨 경지라는 것이 없고, 정말 단순하게 그저 이 신공으로 축기한 내공의 양으로 성취도를 구분 짓는다네. 그리고 이 신공에 입문하게 되면 다른 내공심법은 아예 익히지도 못하지. 나중에 쌓이는 내공의 성질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기존에 혼원일기공으로 쌓은 내공과 충돌이 일어난다네. 반대로 다른 내공심법을 익히고 있다가 이 혼원일기공을 익히면 기존의 내공은 전부 흩어져 버리고 말이야. 내 첫 제자 녀석은 이 신공이 하나의 기운만 용납한다는 의미에서 일기(一氣)공이라고 이름 지은 것 아니냐고 투덜대더구먼.”

양현은 그토록 구해보고 싶었음에도 끝내 그 구결이나 내용을 알 수 없었던 건곤조화신공과 자신의 혼원일기공의 특성을 비교해보고자 하는 욕심에, 본래 혼원일기공의 전수자가 아니면 알려주지 않았던 혼원일기공의 단점까지 장환에게 이야기하고 있었고, 이러한 양현의 말을 들은 설연은 억장이 무너지고 있었다. 건곤조화신공으로 당장 환골탈태를 하기 어렵다는 것과 자칫하면 지금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내공도 다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헉! 사부, 그럼 난 사부가 준 단공 익히면 다른 것은 못 익히는 거야? 아저씨한테 건곤조화신공 배워서 환골탈태부터 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그리고 혹시 단공도 배우면 그 전에 있던 다른 내공이 다 사라지는 거야? 그럼 큰일인데. 어떡하지? 오 년 동안 죽어라 모은 연이 꺼 사 갑자 내공 다 사라지면 연이는 어떡해, 히잉.)

“아! 그 점은 제 건곤조화신공과 다르군요. 저는 다른 내공심법을 익힌 상태에서 입문했어도 기존의 내공이 살아 있었으니 말입니다.”

“신공이 대성하는 동안에는 환골탈태도 극성에 도달했을 때 딱 한번이네. 그 전에 신공이 몸을 꾸준히 변화시켜 여러 번 환골탈태한 몸과 같이 만들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말일세. 그리고 대성한 뒤로는 쌓은 내공의 양에 비례해서 그때그때 환골탈태를 하는 특성이 있지. 그 덕에 나는 환골탈태를 그리 많이 하지는 않았네만 몸은 거의 열 번 이상 환골탈태한 몸과 같다고나 할까.”

“제 건곤조화신공의 성취가 워낙에 미약한지라 대성 한 후에 어떻게 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백년 전의 사극도 칠 성에서 더 이상의 성취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설연은 더 이상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지, 잔뜩 어두운 표정으로 양현에게 물었다.

“저, 사부님, 연이가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부 단공, 그거 어떡해. 연이 사 갑자 내공 사라지면 어쩔 거야?)

“응? 그래 무엇이 궁금한데 그리 표정이 어두운 게냐?”

“혹시 제가 도인술로 쌓은 기운도 단공을 익히게 되면 흩어지게 되는 것인지요?” (정말 그런 건 아니지, 사부? 어서 아니라고 말해!)

“아! 방금 전의 말을 듣고 그리 표정이 어두운 것이었느냐? 하하하, 걱정 말거라. 연이 네가 배운 도인술이 단공의 기초공부이니 연이 너는 하등 걱정할 것 없다.”

“아! 알겠습니다, 사부님.” (휴우, 백년 감수했다. 사부, 만약 사라진다고 했으면 단공이고 뭐고 다 때려치웠을 거라고.)

양현의 말을 듣고 안심한 설연은 그제야 얼굴이 펴지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환이 자네 좀 전에 사극도 칠 성 밖에 못 익혔다고 했나?”

“예, 어르신. 사극이 죽기 전에 비급 뒤에 기록한 내용에 그리 적혀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환이 자네가 사극의 경지를 뛰어 넘은 것이로구먼. 허허, 대단하이.”

“그게 그렇게 되는 것인가요? 하하하. 평소에는 운공을 해도 워낙에 증진되는 내공과 성취가 더디다 보니··· 다 어르신께서 내공을 전수해주신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나저나 자네 말을 듣고 있으니 건곤조화신공도 참으로 대단한 신공이로군 그래. 칠성의 경지로 천하십대고수의 수좌라니. 이제 보니 환이 자네도 강호 십대고수 수준일세 그려, 하하하.”

(흥! 같은 화경이라도 내공이 두 배나 되니 다른 화경 무인들보다 강한 게 당연하지. 이제 보니 뛰어난 신공도 아니네 뭐. 아저씨 말로는 내공도 느리게 쌓이는 것 같으니 오히려 안 좋은 내공심법이잖아. 내공은 느리게 쌓이는데 다른 사람들 두 배나 되는 내공을 쌓아야 다른 사람들하고 같은 경지라니, 저런 게 무슨 신공이야, 신공은. 저걸 배웠으면 큰일 날 뻔 했잖아.)

설연은 건곤조화신공의 결점을 바로 깨닫고, 배우겠다는 생각을 곧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사실 건곤조화신공은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기운을 받아 들여 조화를 이뤄내는 현문(玄門) 정종(正宗)의 신공으로 여타의 내공심법에 비해 그 성취 속도가 느리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다른 내공심법에 비해 다음의 경지로 나아가는 데 두 배의 내공을 요하는 것이었으니, 과거 잔살마제 사극이 고작 칠 성의 경지에 이른 건곤조화신공을 바탕으로 강호 십대고수의 수좌에 올랐을 만큼 내공의 운용이라든가 수발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난 신공이었지만, 역시 대성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단점은 극복하기 어려웠다.

잔살마제가 이룬 경지는 그가 건곤조화신공에 입문한 후에 인형설삼(人形雪蔘)과 공청석유(空淸石乳) 몇 방울을 취한 엄청난 기연을 얻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고, 장환이 서른두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건곤조화신공에 입문했음에도 양현을 만나기 전에 사 성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사극이 남긴 만년화리의 내단과 만년빙정을 함께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잔살마제는 애초에 현문의 제자로 무공에 입문하기는 하였으나, 그 타고난 심성의 악독함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신공의 성취에 필요한 수양을 계속 갈고 닦지 못했고, 더 이상 신공의 성취가 늘지 않았다. 오히려 말년에는 조금씩 퇴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그 와중에 양현에게 당해 내공이 거의 전폐되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내공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다시 막대한 선천지기를 품은 영물을 취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은 잔살마제는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만년화리의 내단을 복용하기 위해 양기를 중화시킬 냉기를 지닌 영약을 구하러 북해로 향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만년빙정을 구할 수 있었으나, 마찬가지로 빙정을 노리고 있던 빙궁의 인물들에게 쫓겨 대막까지 도주하게 되었고, 최후에는 어이 없이 변을 당했던 것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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