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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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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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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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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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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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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3쪽

희비교차

DUMMY

“규칙을 깨고 들어왔지

나를 막을 룰은 없어

떨어뜨리려고 할수록

다 씹어먹고 살아남아

내 실력은 언밸런스

서바이벌의 균형을 깨”


헌서가 비트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윌비의 마이크를 받아서 랩을 하자, 조작진PD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헌서의 점수를 떨어뜨리려고 무대를 방해하며 온갖 공작을 펼쳤는데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보란 듯이 공연하는 곡마다 1위를 거머쥐었다.


헌서는 어딘가에서 자신의 무대를 보고 있을 방해자에게 랩을 날렸다.


“자막 보지 말고 내 랩을 들어

미끄러운 무대

조명을 눈에 쏴

인이어 필요 없어

마이크 꺼

어디 한 번 나를 막아 봐

그럴수록 내 인기는 더 올라가

난 규칙이 통하지 않는 badass”


헌서는 끝부분의 가사를 바꿔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집어넣었다.

치코의 디스 랩에 디스 랩으로 받아쳤을 뿐인데, 악마의 편집으로 시건방진 놈처럼 묘사되었던 일.

조명을 눈에 쏴서 정신을 산만하게 했던 일.

인이어에 잡음이 들려서 사용할 수 없었던 일.

안개로 무대가 미끄러워서 넘어질 뻔한 일.

마이크가 들리지 않은 일 등.

놀이공원 출연 후에 당했던 부당한 사건사고를 모두 쏟아냈다.


‘저, 저 녀석이...’


조작진PD는 헌서의 가사가 자신을 저격하는 걸 눈치챘다. 지금까지 있었던 사고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가 고의로 저지른 일이란 걸 헌서가 안다는 사실에 도둑이 제 발 저리듯이 흠칫했다.


‘더 이상 이런 방법은 안 통하겠는걸.’


무대를 방해하는 것으로는 헌서를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관객은 설마 헌서가 가사에 나오는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모두 당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앞에서 헌서가 윌비의 마이크를 받아서 사용하는 걸 봤기에, 헌서의 마이크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방금 마이크 고장난 걸 곧바로 가사에 넣었네.”

“순발력 대단한 걸?”

“진짜 재치있다.”

“멋있어.”


마지막은 모든 팀원이 같이 후렴을 합창하며 마무리했다.


“born to be a rapper

born to be a winner

제멋대로 이기는 게 우리지

조화로운 건 재미없어

born to be a rapper

born to be a winner”


긴 촬영에 지쳐가던 관객들은 가뭄에 뜨거운 태양에 시들어가다가 소낙비를 맞은 것처럼 생기가 돌았다.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흥을 즐겼다.


“신난다.”

“너무 재밌어.”

“이 팀의 스웩은 아무도 못 따라가.”


퍼포먼스가 끝나고 심사평이 이어졌다.

심사위원도 헌서 팀 무대를 가장 높이 평가했다.


“실력도 나무랄 데 없고 가사도 흥미로웠고 플로우도 자연스러웠습니다.”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 돌발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한 것도 놀랍고요. 헌서는 그걸 또 바로 가사에 집어넣어서 자기 내러티브로 만드네요. 그러니 몰입력이 높을 수밖에요. 그런 랩의 특징적인 면에서는 이 팀이 최고였습니다.”


“여러 언밸런스한 사람들, 언밸런스한 감정을 이렇게 밸런스있게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죠. 슬픔, 기쁨, 분노, 타협, 희망까지 여러 감정을 다루면서 이렇게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다니 놀랐습니다.”


버튼이 눌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관객들의 손을 보면, 너도나도 헌서의 팀에 표를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헌서팀에 일부러 투표 안 했는데, 이번에는 투표할래. 내가 어그로에 휩쓸려서 헌서를 잘못 본 것 같아.”

“그러게. 재주가 많고 순수한 아이같아.”

“나도 투표할래. 헌서를 오해했던 게 미안하네.”

“아까 투표 안 한 것까지 다음 라운드에도 투표해줘야겠어.”


처음에는 트럭시위와 방송 때문에 헌서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서 투표하지 않았던 관객도, 여러 차례 그의 공연을 보고, 헌서의 진면목을 보자 마음이 바뀌었다.


일유가 헌서가 신발을 바꿔 신어줬다는 말을 한 것 때문에 헌서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진데다가, 헌서가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윌비에게 마이크를 받아서 침착하게 자신의 상황을 넣어서 즉석에서 랩을 한 것 때문에 현장 반응이 완전히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헌서가 참가자들에게 인기가 좋네. 4번이나 나온 걸 보면 이 사람 저 사람이 다 같이 팀을 하자고 하나 봐.”

“맞아. 온제도 지솔이도 한번 헌서하고 호흡 맞춰보더니, 계속 같이 하잖아.”

“윌비가 자기 마이크를 바로 건네준 거 보면, 윌비하고도 사이가 좋은 것 같아.”

“저렇게 호감인 애한테 왜 악질 안티가 붙었을까.”

“다 제작진의 시청률을 노린 악질적인 편집때문이지 뭐.”


4라운드에서 제일 열심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 참가자가 헌서라는 건 모두 동의했다.

헌서에 대한 감정이 긍정적으로 바뀌자 사람들은 거리낌없이 헌서의 팀에 투표했다.


“결과를 확인합니다.”


스크린에 치코의 팀이 탄 범퍼카가 나타났다. 뒤에서 윌비와 헌서 팀의 범퍼카가 달려와서 쿵 하고 부딪혔다. 치코의 자동차가 멀리 하늘로 날아가서 사라졌다.


“827점! 축하드립니다.”


윌비와 헌서의 팀이 언밸런스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Good job.”


윌비는 헌서에게 미소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쳐들었다.

만족스러운 결과에 팀원들도 얼굴이 확 피었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4곡의 공연이 끝나자, 헌서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긴 하루였다.’


열흘간 정신없이 달리며 연습했던 공연이 마무리되니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가장 중요한 최종 합격자와 탈락자 발표가 남아 있었다.


“개인별 순위 투표를 마감합니다.”


팀별 순위 투표에 이어 개인별 인기투표도 종료했다.


관객이 모두 나가고, 마지막 결과 종합 발표가 있었다.


참가자들만 모인 자리에서 MC가 4라운드 개인별 결과를 발표했다.


“우승한 팀에 참여한 사람은 전원 가산점을 받습니다.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참가자는 자동으로 탈락후보가 됩니다.”


가산 점수를 하나도 받지 못한 참가자들은 얼굴 표정이 어두웠다. 가산 점수를 받은 참가자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MC의 말에 헌서는 퍼득 정신이 들었다.


‘잠깐. 그러고보니 나...’


헌서는 자신이 참여한 곡과 우승한 횟수를 세어보았다.


‘번지점프, 쉐도우, 스윗 테이스트, 언밸런스. 4번 우승해서 가산 점수를 4번 받았네?’


헌서만큼 많은 곡에 참여한 사람은 없었다. 절반가량은 3곡에 참여했고, 나머지 절반은 2곡에만 참여했다.

헌서는 4곡이나 참여한 데다 참여한 팀이 모두 1등을 했으니, 헌서만큼 가산 점수를 많이 받은 참가자는 없었다.


‘가산 점수로는 내가 1등이겠는데?’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러다가 데뷔조에 들수도...’


데뷔조에 들면 소속사와 계약해서 의무기간 동안 활동하며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헌터 일과 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무대를 하면서 데뷔해서 아이돌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간 건 사실이지만, 쟁쟁한 참가자들이 많아서 데뷔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물론 심사위원 점수도 있고, 개인 인기투표 점수도 있으니, 가산점을 받았다고 반드시 데뷔권에 든다는 보장은 없었다.


‘벌써부터 고민할 건 아니지.’


헌서는 3라운드에서 우승했는데도 중위권일 정도로 개인 인기가 저조한 편이라 7명을 뽑는 데뷔조 등수 안에 들 가능성은 희박했다. 상위권은 이미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서는 늦게 합류하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페널티 점수를 받을 예정이라 그들의 인기를 따라잡기란 요원해보였다.


“4라운드 개인별 우승 가산점 순위입니다.”


스크린에 참가자별로 팀이 우승해서 받은 점수가 나왔다. 4라운드에서 가산 점수를 가장 많이 받은 헌서의 이름이 맨 위에 있었다.


“헌서는 가산점을 4번 받았습니다.”


참가자들은 헌서를 둘러싸고 축하해주었다.


“헌서 진짜 열심히 했잖아.”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연습했으니.”

“그만큼 결과도 좋네.”


특히 헌서와 같은 팀을 했던 팀원들은 헌서가 얼마나 팀에 기여했는지 알기에 더 진심으로 축하했다.


“축하해. 너무 잘됐다. 부럽다, 형아.”


디영은 헌서의 손을 붙잡고 같이 기뻐해주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3개 팀에 참가했지만, 참가한 팀이 하나도 우승을 못해서 아무런 가산 점수를 받지 못했다. 탈락후보에 들 가능성이 컸다.


디영이를 보니 헌서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헌서가 참여한 팀이 우승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디영이처럼 그와 팀을 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가산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온제, 지솔, 윌비, 일유처럼 그와 같이 연습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대충 설렁설렁 공연할 수도 없었다.


“미안하다.”


디영이에게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의 팀이 모두 우승해서 디영이가 1점도 얻지 못했으니,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형이 미안할 게 뭐 있어? 내가 실력이 안 되니까 사람들이 팀에 안 끼워준 거지.”


디영은 속이 쓰릴 텐데도 헌서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을 탓했다.


“내가 더 잘했어야지. 형처럼 잘하면 서로 데려가려고 하잖아.”


“내가?”


헌서는 스스로 실력이 있다고 여기지 않았기에 디영의 말이 의아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헌서가 특출나게 잘하는 건 없어도, 어디에 갖다 놔도 부족하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보통 연습생들은 랩을 잘하면 춤이 부족하고, 춤을 잘 추면 노래가 부족하고, 노래를 잘하면 퍼포먼스가 약했다. 그런데, 헌서는 눈에 띄게 잘하는 건 없어도, 춤이든, 랩이든, 보컬이든, 해당 분야의 탑클래스의 멤버와 같이 팀을 하면 그의 수준에 맞춰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헌서는 팀 연습하느라 바빠서 디영이에게 미처 마음쓰지 못했던 게 후회되었다. 하나의 공연이라도 같이 했으면 덜 미안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늘 그에게 따듯하고 힘이 되어주었던 디영이를 챙기지 못했다.


“디영아, 다음 라운드에서는 내가 선택권이 있으면 무조건 너랑 팀 할게.”


헌서는 마지막 라운드만큼은 디영이와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진짜로?”


디영은 금새 기분이 좋아져서 헤헷하고 미소지었다. 그러나, 이내 쓸쓸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런데, 나 이번 라운드에서 떨어질지도 몰라. 인기투표로 10명이 탈락하니까.”


그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며 억지로 웃었다.


“그래도 말이라도 고마워, 형.”


가산점에 심사위원 점수와 인기투표 점수까지 모두 합산한 최종 결과가 발표되었다.


“개인별 점수를 발표하겠습니다.”


스크린에 순서대로 점수가 표시되었다.


1위는 변함없이 일유였다.

그런데 2위는 변동이 있었다.

가산 점수를 4회 받은 헌서가 지난번 15위에서 이번에는 2위로 올라섰다.


‘내가... 2위?’


가산점수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투표와 심사결과를 완전히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안티들이 트럭 시위를 보낼 정도로 목소리가 큰데, 아무리 가산점수를 많이 받았다고 해도 2위로 올라섰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어디서 점수를 얻은 거지?’


자신의 세부 점수를 살펴본 헌서는 현장투표 점수가 꽤 높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사위원 점수는 비교적 낮았고, 인터넷 투표에서도 점수가 그리 높지 않았는데, 현장투표점수가 무척 높았다. 이날 헌서의 공연을 직접 본 팬이 압도적으로 그에게 많이 투표했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중위권에서 단번에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메기의 페널티 점수를 상쇄하고 데뷔조에 들 가능성도 있다.


도웅의 패거리는 분한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헌서를 노려보았다.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2등이야?”

“말도 안 돼. 이건 뭔가 잘못됐어.”


일유를 1위에서 떨어뜨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계략을 꾸몄는데, 일유는 계속 1위의 자리를 고수했다. 게다가 헌서가 2위로 급부상하면서 그들의 순위는 오히려 한두 단계씩 아래로 밀렸다.


다른 참가자들은 헌서가 2등을 하자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헌서야, 축하한다.”

“네가 순위가 제일 많이 올랐어.”

“공연도 제일 많이 했고, 1등도 제일 많이 했잖아.”


처음에 1라운드를 건너뛰고 메기로 참가한 헌서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 참가자들도 이제는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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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새로운 출발 24.03.26 219 6 13쪽
38 놀이공원 종영 24.03.25 213 6 12쪽
37 수상한 데뷔조 24.03.24 212 6 12쪽
36 파이널라운드 롤러코스터 24.03.23 205 8 12쪽
35 바이브 24.03.22 208 8 12쪽
34 조작 24.03.21 223 7 13쪽
33 드림팀 24.03.20 226 8 12쪽
32 타겟 24.03.19 225 7 12쪽
31 격투 +1 24.03.18 225 6 13쪽
30 생존자와 탈락자 24.03.17 227 8 12쪽
» 희비교차 24.03.16 231 8 13쪽
28 언밸런스 +1 24.03.15 228 7 12쪽
27 포그 24.03.14 228 7 13쪽
26 스윗 테이스트 +1 24.03.13 230 8 12쪽
25 shadow(그림자) 24.03.12 235 7 12쪽
24 번지점프 +1 24.03.11 235 7 12쪽
23 4라운드 범퍼카 24.03.10 239 8 13쪽
22 일유의 제안 24.03.09 242 7 12쪽
21 설계 24.03.08 244 8 12쪽
20 악마의 편집 24.03.07 247 8 12쪽
19 팀 조합 24.03.06 267 7 12쪽
18 랩 배틀 24.03.05 257 7 12쪽
17 힐링 파티 24.03.04 270 9 13쪽
16 보컬 조 평가 24.03.03 288 9 12쪽
15 3라운드 바이킹 24.03.02 292 8 13쪽
14 세탁실의 습격 24.03.01 283 8 12쪽
13 보컬 연습 24.02.29 291 6 12쪽
12 조 편성 24.02.28 309 8 12쪽
11 팀 배틀 +1 24.02.27 331 9 12쪽
10 첫 무대 24.02.26 33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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