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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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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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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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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설계

DUMMY


“감성적이고 어두운 분위기가 맞을까, 플렉스하고 밝은 분위기가 맞을까?”


헌서는 팀의 다른 래퍼들이 쓴 가사를 살펴보았다.


[

외로워도 포기 안 해

슬퍼도 울지 않아

내가 미워도 죽지 않아

살아남아 돌을 맞지

그 미움조차 관심

배고픈 나에겐 일용할 양식

]


[

난 한정판만 모으지

귀찮은 건 안 해

너무 쉬워 돈 벌기

내가 입 열면 돈이 쌓여

언밸란스해도 어쩔 수 없어

그게 내 가치

너와 나의 차이

]


“메시지가 서로 안 어울리지 않아?”


지금 보잘것없는 자신의 처지에 한탄하는 어둡고 슬픈 가사와 자신감과 허세에 넘치는 밝은 가사. 너무나 상반된 분위기였다.

랩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중요한데, 정리가 안 된 것처럼 보이면 곤란하다.


“그런데 각자 비트하고는 어울리네요.”


곡을 구성하는 두 파트의 비트가 전혀 다르니 가사도 상반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제목이 언밸란스니까 상반된 분위기가 교차하는 느낌으로 가면 어때요?”


“그러면 마무리를 어떻게 해?”


“우리가 다같이 떼창할 거니까, 거기에 메시지를 넣으면 되죠.”


헌서가 의견을 말하자 윌비는 흥미로운 듯이 턱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래퍼들이 연극의 등장인물처럼 나와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들어가는 거죠. 그러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되잖아요.”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이 번갈아 자기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에는 그들을 아우르는 후렴을 부르자는 헌서의 제안에 윌비는 손가락을 딱 하고 울렸다.


“그것 좋네. 그럼 후렴구 메시지가 중요하겠네.”


헌서와 윌비는 후렴 가사를 어떤 방향으로 할지 의견을 나누었다.


경연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모두 막바지 연습에 몰두했다.


온제의 팀과 댄스 연습을 하던 헌서는 휴식시간에도 몸을 풀며 자기 파트를 연습했다. 선 자세에서 허리를 뒤로 넘겨서 아치형을 만들었다. 전에 태권도장에서 연습할 때는 잘 안되던 자세였는데, 각성한 이후로는 유연성이 좋아져서인지 부드럽게 넘어갔다.


“야, 넌 지치지도 않냐?”


물 마시며 쉬던 온제가 헌서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너 총 3곡 공연 한다며? 어제 밤에도 새벽5시까지 윌비랑 가사 썼다면서 이렇게 연습할 체력이 돼? 대단하다.”


온제의 말에 다른 멤버도 맞장구쳤다.


“너 여기 연습 끝나고 지솔이랑 애드립 수정한 거 맞춰보기로 했다며? 그렇게 잠도 안 자고 연습하다 병나면 어쩌려고 그래?”


“공연하기 전에 쓰러지는 거 아니야?”


온제의 말에 헌서가 싱긋 웃으며 아치 자세를 빙그르르 뒤집었다가 전갈자세로 일어났다.


“형이 먼저 쓰러질 것 같은데?”


“그건 그래. 나 지금 죽을 것 같아. 양쪽 종아리에 다 알 박였어.”


온제는 다리를 주무르며 끙끙거렸다.


“진짜 너 체력 하나는 최고다.”


온제가 헌서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쳐들었다.


그때, 디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다른 팀이 연습하는 연습실에 이렇게 난입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형, 형들. 큰일났어.”


갑작스러운 디영의 출현에 놀랐지만, 디영은 3번곡을 공연하지 않아서 상관없으니,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왜? 무슨 일인데?”


온제의 말에 디영은 서둘러 연습실 문을 닫고 다가와서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일유 형네 팀 쫑났대.”

“왜?”

“멤버들이 4명이 나갔대.”

“뭐? 진짜야?”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모두 깜짝 놀랐다. 공연을 불과 사흘 남겨두고 그동안 같이 연습했던 멤버 여러 명이 한꺼번에 안 하기로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일유네 팀이 5번곡을 가장 잘할 멤버들이 모인 팀 아니었어?”


윌비네 팀처럼 서로 의견이 안 맞아서 그런 것인지, 연습 때문에 감정이 쌓여서 그런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했다.


“뭔 일 있었어? 왜 그랬대?”


디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자신이 들은 것을 전했다.


“딱히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래. 일유 형도 이유를 모르겠대.”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춰서 속삭이듯이 덧붙였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그러려고 한 거 같대.”


디영의 말에 헌서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일유는 잘생긴 외모로 프로그램 방송 전부터 화제였다. 팬 인기투표에서는 계속 1등을 달렸다.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실력으로 계속 심사위원들에게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1라운드에서 우승했고, 2, 3라운드에서는 헌서의 팀에 밀려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이번 4라운드에서는 그의 섹시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으로 공연해서 1등할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한마디로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그런데, 그의 경쟁자인 도웅을 비롯해서 몇몇 참가자들이 일유에게 같이 팀을 짜서 연습하자고 해놓고 오늘 갑자기 안 하겠다고 한 모양이었다.

팀원이 4명 이하가 되면 공연을 할 수 없었다.

계획적으로 일유의 팀에 참여했다가 막판에 드랍해서 일유가 공연하지 못하게 해서 점수를 받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은 것이었다.


“뭐야? 너무하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온제는 도대체 이해가 안 간 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왜? 일유와 같이 잘 연습하면 자기네도 1위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자기들도 손해 아니야?”


“나도 몰라. 일유 형 때문에 자기들이 주목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나 봐.”


윌비의 팀이 5명 중에 2명이 나가서 해체 위기를 겪은 것처럼 일유의 팀도 3명이 남아서 사실상 해체된 상태였다.


“들리는 말로는 도웅이 형이 주도했대.”


도웅은 미강과 한 조인 1번 곡으로 확실히 1등하고, 일유가 5번곡에서 1위를 못하도록 막으면 자신이 1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슬프다. 같이 연습한 팀원도 못 믿는 상황이라니.”


온제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고의적으로 공연을 방해하는 정치질을 하는 참가자가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도웅의 무리가 헌서에게 처음부터 적대적인 인터뷰를 하고, 치코가 헌서의 디스 랩을 한 걸 보면, 일유에게도 같은 의도로 그런 행동을 한 게 분명해 보였다.


규칙을 악용해서 상대를 몰락시키려는 몇몇 참가자들 때문에 참가자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었다.


온제와 연습을 마친 헌서는 늦은 밤까지 지솔이와 보컬 이중창 연습을 했다.


“수고했어, 헌서야.”


지솔은 헌서와 애드립을 맞춰보고 만족한 듯이 악보를 내려놓았다.


“이제 곧 공연이네. 컨디션 관리, 목 관리 잘 하고.”


그는 자신이 목 관리하는 비법을 알려주었다.


“찬 물 마시지 말고, 좀 따듯한 미지근한 물 마셔. 에어컨 바람 많이 쐬지 말고. 이거 내가 먹는 목에 좋은 한약 음료수인데, 먹어봐.”


지솔은 가방에서 보온병에 든 음료수를 따라서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형.”


헌서는 한약 냄새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헌터가 되기 위해 몸에 좋다면 뭐든 가리지 않고 먹었던 터라, 한약 음료수도 벌컥벌컥 들이켰다.


“잘 먹네. 우리 회사 연습생 동생들은 이런 거 안 좋아하던데.”


지솔은 신기한 듯이 헌서를 바라보았다.


어느덧 시계가 밤 11시를 가리켰다.


“그런데, 너 요즘 새벽까지 윌비랑 랩 연습한다며? 그렇게 매일 잠도 서너 시간 밖에 안 자고 괜찮겠어?”


“이제 사흘 남았으니까 슬슬 컨디션 조절해야죠.”


헌서는 악보에 주의사항을 표시한 것을 정리하며 챙겼다.


“이번 방송은 봤어?”


지솔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힐링파티에서 랩 배틀을 한 촬영분이 방송되었다.

제작진은 헌서가 치코를 악의적으로 디스해서 승리한 것처럼 타임라인을 뒤집어서 편집했다.

조작진PD의 의도대로 헌서가 선배를 무시하고 건방지게 디스랩을 했다며 여론이 들끓었다.


[선배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짜고짜 디스 랩을 하다니. 너무 한 거 아냐?]

[헌서 인성이 별로라는 치코 얘기가 사실이었어.]

[눈치도 없어서 멤버들 힘들게 하고.]

[멤버들이 헌서 무서워서 말도 못하잖아.]

[왜 예능을 보면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지?]


PD가 짜깁기한 영상과 자막만 보면 헌서는 싸가지 없고 선배를 무시하고 자기만 돋보이려고 하는 욕심꾸러기였다.


“아뇨. 안 봤어요.”


헌서는 연습하느라 방송을 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


지솔은 차라리 헌서가 모르는 게 낫겠다고 여겼는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헌서는 자신에 대한 여론이 어떤지 알고 있었다. 승권으로부터 X엔터테인먼트가 모니터링한 내용과 그가 직접 신문 기사를 수집해 분석한 정보를 매일 전달받았기 때문이었다.


“네가 먼저 디스랩 한 게 아니라고?”


승권이 힐링파티 방송분을 보고 헌서에게 전화했다. 방송을 본 안티 시청자들이 헌서를 당장 퇴출시키라고 방송국 홈페이지에 난리를 쳤다고 했다.


헌서는 그에게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알려주었다.


“청팀이 나를 불러내고, 치코 형이 먼저 나를 디스하는 랩을 하고, 그리고 나서 내가 한 거예요.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끌려 나온 거라고요. 내가 왜 괜히 문제를 일으켜요? 조용히 잠입하는 게 목표인데.”


헌서의 해명에 승권은 입술을 깨물며 이마를 찡그렸다.


“하여튼 제작진 놈들, 시청률에 눈이 벌게서 말이야.”


이렇게까지 헌서의 이미지를 망가뜨려야 하는지 분노했다.


‘아무리 중간에 넣어달라고 사정해서 들어갔다고, 이렇게 막 이용해?’


그것도 헌서가 참가자 사이에 섞여 있을지 모르는 몬스터를 찾아내고 그들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려고 들어간 것인데, 함부로 대하다니 더 억울했다.


“그냥 확 나와버릴까보다.”


승권이 헌서보다 더 열받아서 씩씩거렸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차한다고 할까? 참가자들 다 몬스터에게 당해서 프로그램 중단되어야 정신 차릴까?”


헌서는 덤덤하게 승권을 진정시켰다.


“제작진도 우리가 헌터인 건 모르잖아요.”


“알면 그렇게 못 하지. 하지만, 몰라도 그러면 안 되지.”


승권은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후 숨을 내쉬었다.


“그냥 제작진한테 말해버릴까?”


“안 돼요. 그랬다가 몬스터가 눈치채면 어떡해요?”


헌서는 작전을 성공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욕 좀 먹으면 어때요. 프로그램 끝나면 잠잠해질 거예요.”


승권은 부쩍 어른스러워진 헌서의 태도에 마음이 먹먹한지 말이 줄었다.


“야, 임마, 네가 욕 먹으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어려서부터 보아 온 헌서가 점점 주변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시야가 넓어지고, 어른스러워지는 게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괜찮아요. 팬이 많으니까 안티도 많은 거죠. 인기가 없으면 내가 뭐라던 누가 신경 썼겠어요?”


헌서도 몇몇 시청자들이 자신을 안 좋게 여기는 게 썩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몬스터를 잡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안티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대에 서는 기회가 자신같은 연습생 기간이 짧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안티보다 헌서를 응원하는 팬이 수십 배 더 많았다. 팬에게 자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무대에 설 수 있다면 그를 미워하는 몇 명이 뭐라 한들 상관없었다.


잠시 아까 승권과 나눴던 대화를 생각하던 헌서는 지솔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더워도 옷 잘 챙겨 입고 다녀. 바람막이 하나 들고 다녀. 없으면 내 거 하나 빌려줄게.”


엄마처럼 옷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며 헌서의 컨디션을 걱정해 주는 지솔이 고마웠다.


“옷 나도 있어요, 형. 귀찮아서 겉옷 안 갖고 다녔는데, 이제부터 가지고 다닐게요.”


헌서는 지솔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고, 짐을 챙겨서 연습실을 나왔다.

윌비와 새벽까지 작업하며 같이 가사를 쓰기 위해서 방도 윌비의 방으로 옮겼다.


윌비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두운 복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지?’


헌서는 본능적으로 뒤돌아서서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연습실 밖에서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오며 헌서의 이름을 불렀다.


“헌서.”


이 한밤중에, 다들 체력을 보충하느라 잠을 청하기 바쁜 취침시간이 다가오는 시간에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헌서는 어둠 속에서 나타난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큰 키에 늘씬한 실루엣. 어두운 가운데에도 아우라가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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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새로운 출발 24.03.26 219 6 13쪽
38 놀이공원 종영 24.03.25 213 6 12쪽
37 수상한 데뷔조 24.03.24 212 6 12쪽
36 파이널라운드 롤러코스터 24.03.23 205 8 12쪽
35 바이브 24.03.22 208 8 12쪽
34 조작 24.03.21 223 7 13쪽
33 드림팀 24.03.20 226 8 12쪽
32 타겟 24.03.19 225 7 12쪽
31 격투 +1 24.03.18 225 6 13쪽
30 생존자와 탈락자 24.03.17 227 8 12쪽
29 희비교차 24.03.16 230 8 13쪽
28 언밸런스 +1 24.03.15 228 7 12쪽
27 포그 24.03.14 228 7 13쪽
26 스윗 테이스트 +1 24.03.13 230 8 12쪽
25 shadow(그림자) 24.03.12 235 7 12쪽
24 번지점프 +1 24.03.11 235 7 12쪽
23 4라운드 범퍼카 24.03.10 239 8 13쪽
22 일유의 제안 24.03.09 242 7 12쪽
» 설계 24.03.08 244 8 12쪽
20 악마의 편집 24.03.07 247 8 12쪽
19 팀 조합 24.03.06 267 7 12쪽
18 랩 배틀 24.03.05 257 7 12쪽
17 힐링 파티 24.03.04 270 9 13쪽
16 보컬 조 평가 24.03.03 288 9 12쪽
15 3라운드 바이킹 24.03.02 292 8 13쪽
14 세탁실의 습격 24.03.01 283 8 12쪽
13 보컬 연습 24.02.29 291 6 12쪽
12 조 편성 24.02.28 309 8 12쪽
11 팀 배틀 +1 24.02.27 331 9 12쪽
10 첫 무대 24.02.26 33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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