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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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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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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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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보컬 조 평가

DUMMY

헌서가 성대를 움직이자, 마치 키보드 타이핑을 하기 위해 손가락을 하나씩 조종하는 것처럼 성대 근육을 정교하고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었다. 발음하기 위해 혀를 움직이는 것처럼 성대가 자유자재로 붙었다 떨어졌다하며 미세하게 음정을 변화시켰다.


‘됐다!’


음정은 성대가 공기를 어떻게 밀어서 내보내는지 그 속도에 의해 결정되었다. 헌서의 성대는 섬세하게 움직이며 공기의 흐름을 유연하게 제어했다.

전에는 머리로는 어떤 소리를 내야하는지 알아도 목에서 그 소리를 낼 수 없었는데, 신체 미세 조절 스킬을 발동하니 머리에서 생각한 대로 성대가 움직였다.


MR이 흘러나오고 디영이가 인트로를 시작했다. 변성기로 음정이 불안해서 일부러 음정이 낮은 앞부분을 맡겼다.


“너와 함께 걷던 거리

이젠 낯설게만 느껴져.”


다소 평이한 보컬 실력이었지만, 디영이는 자신만의 귀엽고 따듯한 느낌을 담아서 노래했다. 부족한 실력을 개성으로 커버했다.


다음은 지솔의 차례였다. 지솔이 노래를 시작하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풍성한 목소리의 울림이 마치 천정이 높은 성당이나 깊은 동굴에 앉아서 듣는 기분이었다.


“둘이 함께 갔던 카페에

여전히 같은 자리지만

내 앞의 텅 빈 의자

네 빈 자리를 받아들일

시간이 더 필요해.”


심사위원은 흡족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야, 지솔이.”

“역시 노래 잘해.”

“앞에 팀하고 분위기가 확 다르네. 몽환적이야.”


청팀이 뜨거운 여름의 시원한 바닷가에서의 열정이 느껴진다면, 백팀은 선선한 가을에 가슴 시린 감성이 가슴에 사무쳤다.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에 앉아서 비오는 창 밖을 내다보는 것처럼 아늑하고 포근했다.

지솔이의 노래 덕에 일단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한 방이 필요했다.


헌서는 2절 자신의 파트를 불렀다. 성대를 조절하며 조심스럽게 벤딩을 넣었다.


“너와 함께 했던 시가아안

잊고 시이퍼도 잊혀지이지 않아아”


‘잘 되는데?’


머릿속으로 상상한 소리가 자신의 목에서 그대로 흘러나왔다.

조금 더 강하게 비브라토를 걸어보았다.


“나 호온자서 무얼 해야 할까아아아

너와 함께 했던 공워언에서어

너와 함께 했던 추어어억을 되새겨어어어”


섬세한 보석 세공품처럼 음정이 빛나며 변화하는 헌서의 보컬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쳐다보았다.


“헌서가 저렇게 노래를 잘하지 않았는데.”

“노래 못한다고 하지 않았어?”

“뭐야, 내숭 떤 거야? 저렇게 잘하면서?”


‘헌서야, 너?!’


지솔은 확연하게 달라진 헌서의 노래 소리에 놀라서 눈이 커졌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2라운드에서는 저렇게 잘하지 않았는데? 며칠 사이에 저렇게 늘 수가 있지?”

“이거 라이브 맞지? 녹음한 거 아니지?”


참가자들도 블랙 울프에서 선보였던 헌서의 노래 실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미세한 비브라토를 넣은 RnB창법을 구사하는 헌서에게 깜짝 놀랐다.


간주 후에 지솔과 헌서의 듀엣 부분이 나왔다.


“너와 하암께 해앴던 시간이이이이이”


지솔의 오르락내리락 하는 애드립이 나왔다.


“나왔다, 지솔이 특기.”

“꺾기가 예술이야.”


참가자들이 혀를 내두르며 지솔이의 보컬에 감탄했다.


“너와 하암께 해앴던 추억이이이이이”


헌서는 처음에는 베이스 화음을 넣다가 차츰 지솔의 멜로디에 맞추가며 같이 벤딩과 라인을 따라했다.


“와, 화음이네.”

“비브라토 맞춰서 화음 넣기 진짜 어려운데.”

“그것도 지솔이의 벤딩에 맞춰서 화음이라니.”

“경이롭다.”


사람들은 입을 딱 벌리고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지솔의 애드립은 점점 폭발적으로 고음으로 올라갔다.


“너와 함께 마셨던 공기이이이”


헌서도 그에 맞춰서 애드립으로 받았다.


“너와 함께 보냈던 크리스마스으으으”


‘이것도 따라한다고?’


지솔은 너무 흥분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너와 함께 걸었던 거리이이이”


“너와 함께 그렸던 꾸우우움”


“이젠 없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어어어”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으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애드립과 화음의 향연에 사람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얼굴을 감쌌다.


“너와 함께 했던 거어리이이이

오늘도 나는 여기에에에”


두 사람의 마지막 화음의 여운이 잔잔하게 깔렸다. 저녁 노을에 물든 황금빛 잔물결같은 비브라토에 사람들은 소름이 끼치는 듯이 팔을 쓸었다.


“와아아!”

“어떻게 이런 무대가!”

“라이브로 이런 걸 듣다니.”

“녹음한 것처럼 완벽해.”


심사위원들도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에 빠졌다. 볼펜을 집어던지고 등을 의자에 기대며 허공을 쳐다보았다.


“이걸 어떻게 심사해?”

“너무 좋은데?”

“아, 어렵다.”


무대를 내려오자, 온제를 비롯해서 백팀 팀원들이 헌서를 보고 끌어안으며 한 마디씩 했다.


“야, 헌서, 너 이 자식!”

“노래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엊그제 연습할 때는 대충 했구나?”

“이런 실력이면 연습 대충 해도 되지.”


헌서는 멋쩍은 듯이 머리를 쓸며 대충 둘러댔다.


“그게... 연습 때는 목 아끼느라고 살살 했죠.”


디영은 헌서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옆에서 보았기에, 노력의 결과라고 했다.


“헌서 형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보컬 연습했어요. 그냥 잘하게 된 게 아니라고요.”


그러나, 지솔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헌서의 발전속도가 며칠 열심히 연습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 연습한다고 헌서처럼 늘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천재가 아니고서야.”


지솔이가 헌서를 인정하자, 다들 헌서를 새삼스럽게 다시 쳐다보았다.


‘지솔이가 천재라고 말할 정도면 대단한데?’

‘역시 메기는 뭐가 달라도 다른 건가?’


헌서는 지솔이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그에게 슬쩍 공을 돌렸다.


“지솔이 형이 잘 가르쳐줘서 그렇죠. 나는 형이 하는 거 보고 따라 했을 뿐이에요.”


“따라 해서 할 수 있으면 나도 했지.”


디영이가 한숨을 쉬며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나는 형처럼 하루 종일 연습하는 끈기도 없고, 연습해서 그렇게 빨리 느는 천재성도 없고. 에휴.”


“왜, 너도 잘했어, 디영아.”


지솔이가 빙긋 웃으며 디영이를 칭찬했다.

아쉬운 보컬 실력이었지만, 그래도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맡은 파트는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게 매끄럽게 해냈다.


“보컬 조의 대결이 끝났습니다.”


MC가 심사위원들로부터 결과를 기다리며 질문을 던졌다.


“보컬 배틀의 승자는 과연 어느 팀일지 궁금합니다.”


심사위원들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의를 거듭했다.


“둘 다 잘했어. 둘 다 잘했는데...”


“난 그래도 얘네가 더 잘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내 취향이 이쪽이야.”


미강이를 믿고 자신만만했던 청팀은 초조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미강이와 지솔이의 보컬 스타일이 다르고 곡 분위기도 180도 달라서 어느 쪽이 이길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제발...”


지솔은 간절히 양손을 맞잡고 떨면서 입속으로 되뇌었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MC는 심사위원석에서 전달된 메시지 카드를 받아들었다.


“보컬 배틀의 승자는?”


모두 숨을 죽이고 MC를 쳐다보았다.


“백팀입니다!”


심사위원들은 헌서와 지솔이의 손을 들어주었다.

환성과 탄성이 교차했다.


“이겼다!”

“아, 우리가 해냈어.”


보컬과 댄스 배틀에서 승리해서 2:1로 종합 우승한 백팀은 펄쩍펄쩍 뛰며 행복해했다.


반면에 청팀은 망연자실했다. 반드시 이길 거라고 믿었던 보컬 조가 져서 더 충격이 컸다.


“아아! 이럴 수가.”

“우리가 졌다고?”


당연히 자신이 이길 걸로 예상한 미강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벙 쪘다.


“왜? 우리 왜 졌는데?”


도웅도 분해서 이를 갈며 헌서를 노려보았다. 그의 팀이 졌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뭔가 잘못됐어.”


뜻밖에 승리를 거둔 백팀은 축제 분위기였다.

랩 조의 패배로 인해서 패색이 짙었는데, 가장 약하다고 생각한 보컬 조가 이겨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솔아, 정말 잘했어.”

“헌서 최고!”


지솔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말했다.


“저를 믿고 따라준 우리 팀원들, 너무 고맙습니다. 헌서가 저랑 화음 맞추느라고 따로 연습 많이 했는데, 그 노력에 보상해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MC는 심사위원에게 마이크를 돌렸다.


“그럼 심사위원분들은 두 팀의 대결을 어떻게 보셨는지 들어볼까요?”


심사위원들은 각자 자신의 평을 이야기했다.


“가장 심사하기 어려웠던 배틀입니다. 파워 보컬과 감성 보컬, 락과 RnB, 둘다 잘했는데 너무 대조되는 영역이라서 하나를 고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 선호도를 반영해서 결정했습니다. 둘 다 잘했어요.”


“청팀의 에너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백팀은 빌드업을 정말 잘했어요. 초반에는 감성적으로 부르다가 점점 에너지를 쌓아서 마지막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감수성과 열정, 두 가지를 다 보여준 백팀을 선택했습니다.”


지솔이 혼자 불렀으면 그냥 무난히 잘한 무대로 끝났을 터. 그랬다면 청팀의 에너지에 눌려서 이기기 힘들었을 텐데, 헌서와의 RnB 듀엣을 넣어서 백팀의 파워 보컬을 압도할 만큼 더 강력한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댄스와 보컬 배틀에서 승리한 백팀이 랩 배틀에서 승리한 청팀을 2:1로 이겨서 최종 우승팀이 되었다.

백팀 가운데 승리한 댄스와 보컬 조에 참여한 인원들은 가산 점수를 받았다.


“가산 점수를 받았으니 좀 안심이네.”

“고맙다, 헌서야.”


보컬 조 모두 기쁨에 얼굴이 환해졌다. 미강이의 보컬에 밀려 탈락 후보가 되겠거니 했는데, 기대하지도 않은 헌서 덕분에 뜻밖에 가산 점수까지 받게 되었다.


‘내가 할 만큼 역할을 했네.’


헌서는 홀가분하게 미소지었다.

보컬 팀도 승리로 이끌었고 몬스터도 잡았다.


‘다음 라운드까지 무난하게 가겠네.’


헌서는 보컬 조가 이겨서 가산 점수를 받아서 다음 4라운드에서도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러다 결승 가겠는데? 데뷔조에도 들 수 있을까?’


헌터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온제와 춤을 췄던 기억이나, 지솔과 하모니를 이뤄서 노래했던 기억은 좋았다.

자신이 이렇게 멋진 춤과 아름다운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무대를 보며 눈이 초롱초롱해서 행복해하던 사람들의 표정도 잊을 수 없었다.

무대에 섰던 기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의 안에 내재된 또 다른 재능을 각성하고 잠재되어 있던 아이돌의 끼가 봉인 해제된 기분이었다.


3라운드 결과 40명 가운데 12명이 탈락하고 하차해서, 28명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잘 가.”

“또 봐요.”


작별인사를 하고 촬영이 끝난 후, 합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챙겨서 나왔다. 다음 4라운드 시작까지 며칠의 휴식기간이 있었다.


승권이 차를 가지고 마중나왔다. 헌서는 차에 올라타고 승권에게 물었다.


“병진이 형은 어떻게 되었어요?”


“병진이는 치료 마쳤어. 경과 봐서 며칠 후에 집으로 돌아갈 거야. 아무것도 기억 못 하더라고.”


병진은 몬스터가 분비한 호르몬에 뇌신경이 일부 손상되어서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숙주가 된 이후의 기억이 모두 날아갔다고 했다.


“헌터 연구소에서 그동안 알아낸 게 좀 있어.”


실험실에서 아드레날린을 투입한 몬스터는 공격성이 몇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인간과의 전쟁에서 아드레날린과 같은 인간 호르몬이 몬스터에게도 중요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몬스터가 인간의 호르몬을 얻기 위해 게이트를 넘어서 계속 잠입할 것이다.


“아이돌 놀이공원에 몬스터가 더 있을까요?”


“모르지. 아마 더 있을 거야.”


전에는 거대 몬스터들이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공격했다면, 이제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몬스터 개체들이 숨어서 게이트를 통과해 들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몬스터의 출입을 막기 위해 헌터들이 게이트를 통제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곳을 통과하는 몬스터를 100% 차단하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승권은 헌터 사령부에서 헌서가 당분간 아이돌 놀이공원에서 잠복근무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이돌 놀이공원이 끝날 때까지 다른 몬스터가 또 있는지 확인해 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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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새로운 출발 24.03.26 219 6 13쪽
38 놀이공원 종영 24.03.25 213 6 12쪽
37 수상한 데뷔조 24.03.24 212 6 12쪽
36 파이널라운드 롤러코스터 24.03.23 205 8 12쪽
35 바이브 24.03.22 208 8 12쪽
34 조작 24.03.21 223 7 13쪽
33 드림팀 24.03.20 226 8 12쪽
32 타겟 24.03.19 225 7 12쪽
31 격투 +1 24.03.18 225 6 13쪽
30 생존자와 탈락자 24.03.17 227 8 12쪽
29 희비교차 24.03.16 230 8 13쪽
28 언밸런스 +1 24.03.15 228 7 12쪽
27 포그 24.03.14 228 7 13쪽
26 스윗 테이스트 +1 24.03.13 230 8 12쪽
25 shadow(그림자) 24.03.12 234 7 12쪽
24 번지점프 +1 24.03.11 235 7 12쪽
23 4라운드 범퍼카 24.03.10 239 8 13쪽
22 일유의 제안 24.03.09 242 7 12쪽
21 설계 24.03.08 243 8 12쪽
20 악마의 편집 24.03.07 247 8 12쪽
19 팀 조합 24.03.06 267 7 12쪽
18 랩 배틀 24.03.05 257 7 12쪽
17 힐링 파티 24.03.04 270 9 13쪽
» 보컬 조 평가 24.03.03 288 9 12쪽
15 3라운드 바이킹 24.03.02 292 8 13쪽
14 세탁실의 습격 24.03.01 283 8 12쪽
13 보컬 연습 24.02.29 291 6 12쪽
12 조 편성 24.02.28 309 8 12쪽
11 팀 배틀 +1 24.02.27 331 9 12쪽
10 첫 무대 24.02.26 33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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