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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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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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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보컬 연습

DUMMY

파워 넘치는 고음으로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 미강이에 가려서 덜 눈에 띄었지만, 지솔이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보컬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촉촉한 보이스에 섬세하고 감수성 짙은 보컬 스타일이라 처음에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아도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 감기는 매력적인 보컬이었다.


헌서는 그의 앞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면서 그처럼 풍부한 느낌을 담아서 부르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느린 노래일수록 그냥 음정대로만 부르면 밋밋해. 그래서 느린 노래가 어려워. 악보에 나오지 않는 음을 넣어서 불러야 해.”


지솔이는 어떻게 부르면 되는지 시범을 보였다.


“너어어와 하아암께 해애앴더어언- 추우어어억-”


비트가 느린 대신, 하나의 음절에 여러 개의 꾸밈음을 넣어서 부르며 긴장감을 주었다.


“아, 그렇구나.”


헌서는 지솔이를 따라서 불러보았다. 하지만, 지솔이가 부르는 것과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난 왜 이게 안 되는 거에요? 형은 어떻게 음정이 그렇게 쉽게 변해요?”


나비처럼 음정 사이를 가볍게 날아다니는 지솔이의 노래를 들으면, 목으로 추는 춤을 보는 것 같았다.


“목에 힘을 주면 안 돼. 그럼 더 노래가 안 돼.”


지솔이의 충고에 헌서는 목에 힘을 빼고 불러보았다. 그런데, 그러니까 또 너무 맥이 없었다.


‘힘 빼라는 게 무슨 뜻이지?’


수영 배울 때를 떠올려보았다. 수영코치도 몸에 힘을 빼야 빨리 나간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몸에 힘을 빼면 전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나중에 수영을 잘 하게 되고 나서야 몸에 힘 빼는 요령을 깨달았다. 앞으로 나아갈 때 폭발적으로 힘을 주기 위해서는 그 전에 힘을 빼고 힘을 비축해야 한다는 것을.


‘힘을 줬다 뺐다 하라는 뜻인가?’


헌서는 지금까지 살면서 배운 온갖 분야의 지식을 총동원해서 목과 복근과 횡경막의 컨트롤에 집중했다.


아름다운 음색을 만들기는 어려웠지만, 조금 더 섬세하게 음정 박자를 조절할 수 있었다.


‘오! 조금 비슷해졌어. 원곡하고.’


헌서는 녹음한 자신의 노래를 들어보며 차츰 발전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소울을 담아야 하는데.’


소울이라는 게 하루 이틀에 생기는 건 아니었다.


“와, 형 체력 좋다. 하루종일 연습하고 촬영하고, 또 연습해?”


참가자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서 취침 시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대부분은 낮의 강행군에 지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헌서가 취침 시간이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쌩쌩한 목소리로 노래를 연습하자, 디영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켁켁거리고 기침하며 물을 마셨다.


“난 목이 갔어. 더 연습하면 안 될 것 같아.”


보통 사람이라면 서너 시간 노래 연습하면 목이 쉬기 마련이다. 그런데 헌서는 각성의 효과로 세포 재생 능력이 활발해져서인지, 10시간 넘게 목을 혹사했는데도 여전히 목이 짱짱했다.


그러나, 헌서는 열심히만 하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우리 이대론 안 될 것 같아요, 지솔이 형.”


헌서는 지솔에게 보컬팀이 이기기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공원팀은 분명히 온갖 테크닉을 다 들고나올 거란 말이죠.”


“그래서?”


“우리도 뭐 테크닉 보여줄 만한 거 없을까요?”


“테크닉을 보여주려고? 할 수는 있고?”


보컬을 제대로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의욕이 넘치는 헌서가 재미있는지 지솔은 빙그레 웃었다.


“일단 어떤 게 있는지 좀 알려줘요.”


지솔은 유명한 RnD 보컬 곡의 테크닉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벤딩을 봐. 꾸밈음과 비브라토를 자유자재로 섞어서 애드립을 하잖아.”


영상을 보자, 잘하는 RnD 보컬이 무엇인지 조금 감이 왔다.


“이대로 따라 하면 되는 거예요?”


“이걸 따라한다고?”


지솔이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만큼 잘은 못해도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럼 한 번 해봐.”


헌서는 영상에 나온 애드립 부분을 똑같이 시도해 보았다.


“너어에 흔적으을 기어억하아며어어-”


그런데 반응이 이상했다. 디영이는 푸흡 하고 웃음을 참으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아하하, 아이고야.”


지솔도 미묘한 표정으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왜요? 내가 뭐 잘못했어요?”


헌서는 그들이 왜 웃는지 몰라서 물었다. 디영이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옛날노래같아.”


“그래?”


헌서는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비브라토만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야. 비브라토가 너무 폭이 크고 올드해. 그러면 90년대 노래 같아.”


지솔은 헌서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짚어주었다. 정확한 음정을 하나하나 천천히 짚는 건 잘 되는데, 아직 섬세한 느낌을 살리는 디테일한 음정 변화가 안 된다고 했다.


“지르는 음정은 맞는데, 아직 꾸밈음하고 비브라토 음정은 느낌이 어색해.”


자신의 노래를 녹음해서 들어본 헌서는 지솔의 말대로 어딘가 촌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들린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편하게 부르는 거 같아도,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정확히 음정과 타이밍을 계산해서 노래하는 거야. 음정과 피치를 제대로 찍지 않고 애드립을 하면 느낌이 달라져. 내가 부르는 거하고 비교해 봐.”


지솔이가 노래하는 걸 들으니, 자신이 노래하는 것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은데, 감성은 완전히 달랐다.

지솔의 말대로 0.01초의 음정을 밀어올리는 벤딩 차이로 감정이 확연히 달라졌다. 헌서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무모하게 도전할 수 있는 거였다.


“그러네요. 훨씬 쿨한 느낌이네요.”


머리로는 조금 감이 오는데, 지솔이를 따라 부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시도는 좋았다.”


지솔이는 빙긋 웃으며 헌서의 어깨를 쳤다.


“그리고 너 목청만 좋은 게 아니고 폐활량도 좋은데? 숨을 되게 오래 참을 수 있네. 그러면 음정 조절에도 유리해.”


그 말을 듣자, 헌서는 문득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럼 이건 어때요?”


헌서는 지솔에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해서 그와의 듀엣 파트를 넣자고 제안했다.


“나는 비브라토와 벤딩이 약하니까 그냥 평음으로 베이스 화음을 넣고, 형이 애드립을 하는 거예요.”


“으음, 한번 해볼까?”


헌서는 지솔이의 노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음정을 정확하게 내는데 집중했다.


“우--- 우---”

“너어어와 하아암께 해애앴더어언- 추우어어억-”


헌서가 안정적으로 베이스 화음을 넣자, 지솔이의 화려한 애드립이 더욱 빛이 났다.


“오, 화음이 들어가니까 훨씬 몰입력이 있어.”


옆에서 지켜보던 디영이가 손뼉을 쳤다. 그리고 신기한 듯이 헌서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입술을 오므렸다.


“헌서 형 잘하네. 나는 같이 노래하면 음정이 자꾸 헷갈리던데. 다른 사람 음정을 따라가게 돼.”


여럿이 동시에 노래하며 자기 음정을 정확히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에 의외로 헌서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해냈다.


각성하기 전에도, 보컬 트레이닝을 받기 전에도,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노래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럭저럭 잘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각성하고 예민해진 청각으로 음정을 더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지솔은 헌서가 제안한 듀엣을 녹음해서 들어보더니, 할만하다고 여겼는지, 그렇게 하자고 했다.


“편곡자한테 요청해서, 여기를 2중창으로 편곡해달라고 부탁할게.”


대충 베이스 음만 넣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2중창 무대를 만들자고 했다.

공연지원팀에 하이라이트 부분을 지솔이와 헌서의 2중창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다음날 편곡자가 보내온 곡에는 화음이 꽤 복잡하게 들어가 있었다. 2중창이라고 하니 완전히 두 사람이 같은 수준으로 복잡하게 노래하도록 편곡이 되어 있었다.


“편곡자분이 화음을 너무 복잡하게 넣었네. 꾸밈음 같은 거 빼고 그냥 베이스 음으로만 넣어.”


지솔은 아직 벤딩과 비브라토에 익숙하지 않은 헌서에게 맞게 악보를 단순하게 고쳐주었다.


“내 음정에 따라오지 않고 네 음정만 정확히 지켜도 평타는 치는 거야.”


같이 듀엣으로 노래하다보면 상대편 멜로디와 음정에 헷갈려서 실수를 하기 마련이었다. 헌서가 지솔의 노래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음정만 정확하게 내서 노래해도 성공이었다.


“음색을 밝게 내는 거 유의하고.”


음색만 좋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하지만, 초보 보컬인 헌서에게는 어려운 요구사항이었다.


디영이는 옆에서 듣기만 해도 골치아픈 듯이 관자놀이를 양손으로 눌렀다.


“아, 머리 아프겠다. 음색, 음정, 박자, 가사, 멀티로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아요. 거기다 지솔이 형 노래에도 신경쓰면서 맞춰야 하고.”


헌서는 집중해서 천천히 불러보았다. 느리게 정확히 익히기만 하면, 속도를 높이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만 해도 꽤 잘 한 거야.”


헌서가 의외로 지솔이의 오르락내리락하는 목소리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 음정을 제대로 찾아서 노래하자, 지솔은 물개박수를 치며 칭찬했다.


“저쪽 팀이 뭘 준비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이 정도면 우리도 그럭저럭 잘했다는 소리는 들을 거야.”


음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RnB에서 화음을 맞춰서 노래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 가산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솔이와 연습하면서 헌서는 비록 지솔이의 노래를 따라 낼 수 없었지만, 보컬을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부르면 좋겠다는 느낌은 있는데, 그게 목에서 소리로 안 나와요.”


헌서가 말하자, 지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귀는 열린 거야. 귀가 열리고 나면, 그다음은 계속 반복 연습해서 그 느낌을 소리로 만들어내는 확률을 높이는 거야.”


지솔이는 슛 연습을 해서 골대에 들어가는 확률을 높이는 것처럼, 반복연습으로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만들어내는 거라고 했다.


“슛 쏘는 자세를 배워도 그대로 해도 슛이 바로 들어가지는 않지. 하지만, 연습하다보면 가끔 그림같은 슛이 들어갈 때가 있잖아? 노래도 그래. 아름다운 소리를 머리로 그리면서 노래하면 언젠가 그 소리가 목에서 나올 때가 있고, 연습할수록 그런 예쁜 소리가 더 자주 나오게 돼.”


“아하. 그렇군요.”


헌서는 지솔이의 가르침에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 기분이 들었다.


연습을 하는 사이에 이틀이 또 금방 지나갔다.


놀이공원도 다음 편이 방송되어서 2라운드 연습 장면이 방송되었다. 블랙 울프 팀도 모여서 회의하고 연습하는 내용이 TV에 방송되었다.


“아, 이거 아닌가? 발음이 안 되네.”


헌서가 서툴게 랩을 하며 연습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왔다. 어설프게 댄스를 하는 장면도 나왔다.

TV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헌서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악! 저거 뭐야?’


불과 2주 전이었지만, 자신의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솔직히 나 저 정도로 못하지는 않았는데.’


일부러 그런 것인지, 헌서가 연습하면서 힘들어하고 틀리는 모습만 골라서 편집해서 방송에 내보낸 것 같았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잘할 자신이 있고, 실제로 실력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방송에 나간 분량은 헌서의 실수하는 모습만 부각시켜서 마치 서바이벌 오디션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려놓았다.


게다가 중간점검 때 메인보컬이 디영이와 부딫혀서 퍼포먼스가 엉망이 되는 것을 마치 헌서가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편집해 놓았다.


‘뭐야? 저런 상황이 아니었는데.’


헌서가 연습하면서 계속 엇나가는 장면을 내보내고 중간점검 퍼포먼스에서 멤버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마치 헌서때문에 그렇게 된 것처럼 오해하기 딱 좋았다.


‘우리 블랙 울프 조가 1등했는데. 다음 주에 결과 방송이 나가면 다들 사실을 알게 되겠지.’


헌서는 신경 쓰지 않고 휴대폰을 끄고 악보를 집어들었다.

지나간 일보다는 코앞에 닥친 3라운드 경연을 잘하는 게 더 시급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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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새로운 출발 24.03.26 219 6 13쪽
38 놀이공원 종영 24.03.25 213 6 12쪽
37 수상한 데뷔조 24.03.24 212 6 12쪽
36 파이널라운드 롤러코스터 24.03.23 205 8 12쪽
35 바이브 24.03.22 208 8 12쪽
34 조작 24.03.21 223 7 13쪽
33 드림팀 24.03.20 226 8 12쪽
32 타겟 24.03.19 225 7 12쪽
31 격투 +1 24.03.18 225 6 13쪽
30 생존자와 탈락자 24.03.17 227 8 12쪽
29 희비교차 24.03.16 231 8 13쪽
28 언밸런스 +1 24.03.15 228 7 12쪽
27 포그 24.03.14 228 7 13쪽
26 스윗 테이스트 +1 24.03.13 230 8 12쪽
25 shadow(그림자) 24.03.12 235 7 12쪽
24 번지점프 +1 24.03.11 236 7 12쪽
23 4라운드 범퍼카 24.03.10 239 8 13쪽
22 일유의 제안 24.03.09 242 7 12쪽
21 설계 24.03.08 244 8 12쪽
20 악마의 편집 24.03.07 247 8 12쪽
19 팀 조합 24.03.06 267 7 12쪽
18 랩 배틀 24.03.05 257 7 12쪽
17 힐링 파티 24.03.04 270 9 13쪽
16 보컬 조 평가 24.03.03 288 9 12쪽
15 3라운드 바이킹 24.03.02 292 8 13쪽
14 세탁실의 습격 24.03.01 283 8 12쪽
» 보컬 연습 24.02.29 292 6 12쪽
12 조 편성 24.02.28 309 8 12쪽
11 팀 배틀 +1 24.02.27 331 9 12쪽
10 첫 무대 24.02.26 33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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