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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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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번지점프

DUMMY

“아, 너 인터뷰 때 천정 조명 발로 차서 부서뜨렸지?”


한 멤버가 키득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헌서가 인터뷰하는 모습이 방송되어서 모두 그가 공중발차기로 전등을 박살 낸 걸 보았다.


“그 정도로 높이 뛸 수 있으면 볼만하겠다.”


“그런데 할 수 있겠어?”


온제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서 얼얼한 무릎을 주무르며 헌서를 쳐다보았다.


온제는 번지점프 장면에서 퍼포먼스도 퍼포먼스지만, 연기와 표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하는 게 나을 텐데?”


댄스 초보인 헌서에게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 장면을 맡겨도 좋을지 망설였다.


“내가 위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형이 앞에서 춤을 추면 2배로 멋지지 않을까요?”


“오, 그렇긴 하겠네.”


헌서의 아이디어에 온제는 솔깃했다. 안전하게만 한다면 더없이 좋은 발상이었다.


“걱정 마요. 무리하지 않을게요.”


헌서는 온제를 안심시키고 한번 시도해보자고 했다.


“갑니다!”


헌서는 마치 기계체조를 하는 것처럼 가볍게 스크럼 위에 달려 올라갔다.


“헐, 빠른데?”


옆에서 2명이 그를 들어올려줄 필요도 없었다.


헌서는 스크럼을 짠 멤버 위에서 뛰어올라 한 바퀴 공중제비를 빙글 돌고 땅에 착지했다.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재빨리 돌고 정확히 착지하는 헌서를 보고 멤버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야, 너 뭐냐?”

“너 정체가 뭐야? 피겨스케이팅 선수냐?”

“다이빙 선수야?”


헌서는 놀라워하며 질문을 퍼붓는 멤버들에게 대충 둘러댔다.


“전에 다니던 태권도장에서 배웠어요.”


“그렇게 계속 뛰어내리고, 너 무릎 괜찮겠냐?”


온제는 헌서가 위험한 퍼포먼스를 하다가 부상당할까 봐 걱정했지만, 각성해서 신체능력이 초인적으로 발달한 헌서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괜찮아요. 다치지 않을 자신 있어요.”


헌서에게는 평지를 달리는 거나 별반 다를 바 없는 퍼포먼스였다.


“그럼 이 부분은 헌서가 하는 걸로 하자.”


헌서와 온제는 3번곡 공연에서는 그들의 공연을 가장 나중에 넣었다. 관객에게 마지막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였다.


번지점프의 첫 번째 공연팀이 무대에 올랐다.

신나고 힙한 댄스 위주의 곡이라, 모든 팀도 비슷하게 공연했다. 약간씩 차이는 있었지만, 안무의 변형도 거기서 거기였다.


처음에는 눈을 반짝이며 보던 관객들은 같은 곡 공연을 여러 번 보자, 점점 조용해졌다. 관객석에서는 하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좀 지루한데.’

‘다 비슷해서 이 팀에 투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


무대 뒤에서 공연 순서를 기다리던 온제는 밖을 내다보며 관객 분위기를 살폈다.


“작전을 잘못 짰나? 우리가 맨 앞에 공연할 걸 그랬나?”


온제는 흥미를 잃어가는 관객의 표정을 보며 초조해했다.


“아냐. 우리 팀이 이길 거야. 온제 형 춤은 다른 사람하고 다르니까.”


헌서가 확신을 가지고 그의 등을 두드렸다.

온제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동작을 해도 어딘가 느낌이 달랐다. 그가 춤추는 모습을 보면 아무 배경 없이 혼자 춤을 추는데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작 하나하나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었고 스토리가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다.”


온제는 조장이고 형인 자신에게 오히려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헌서의 격려에 긴장이 탁 풀리는 듯이 미소지었다.


“네 기대에 부응하도록 잘할게.”


MC가 그들을 호명했다.


“번지점프를 공연하는 마지막 팀입니다. 무대로 나와주십시오.”


온제는 멤버들과 손을 모으고 기합을 외쳤다.


“리허설대로만 하자. 하나 둘 셋, 파이팅!”


모두 무대로 나가서 리허설 때 잡은 위치에 섰다.

주위를 둘러본 헌서는 괜히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그를 비추는 조명이 묘하게 조금씩 흔들렸다.


‘리허설 때는 안 이랬는데?’


계속 그런 건 아니었지만, 간혹가다 형광등이 깜박거리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고장났나?’


불안한 조명이 은근히 신경에 거슬렸다.


“잘하고 있어.”


조작진PD는 무대의 조명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시킨 대로 조명감독이 헌서의 눈에 조명을 쏘아산만하게 시선을 교란시키고 있었다.


온제도 조명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헌서에게 눈짓을 했다.


‘좀 이상하지 않아? 중단하고 조명 봐달라고 할까?’


그러나, 이미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이 조명도 멀쩡해졌다.


온제는 이제 괜찮겠지 싶어서 음악에 맞춰 인트로 댄스를 추었다.


“번지 점프를 해

마치 산 꼭대기에 선 것처럼

계단에서 점프를 해

위험한 질주를 해”


온제가 랩을 하며 춤을 추자, 관객들은 눈을 번쩍 뜨고 무대를 쳐다보았다. 움직임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뭔가 이야기하는 듯이 다가가는 무브에 저절로 몰입이 되었다.


“멋지다.”

“온제는 확실히 차원이 달라.”

“진짜 춤이 깔끔하네. 아이솔레이션이 어떻게 저렇지?”


동작 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이 깨끗해서 감탄만 나왔다. 지금껏 멋있는 척 팔만 산만하게 휘두르던 다른 팀의 춤과는 비교가 되었다.


1절이 끝나고 후렴구가 나올 때까지 조명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잠깐 문제가 있었나보네.’


헌서가 2절의 랩을 시작했다.


“번지점프를 해

빌딩 꼭대기에서

폭포처럼 떨어져

다시 올라올 수 있을까”


그때 조명이 다시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레이저 조명까지 헌서의 눈을 정면으로 비췄다. 어지러운 조명에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타겟이 나구나.’


헌서는 즉시 상황을 인식했다.


‘내가 공연을 망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군.’


그게 누군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헌서는 공연에 집중했다.


“새처럼 날아올라

날개를 펼쳐

태양을 향해

번지점프를 해”


브릿지가 나오고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다.

팀원들이 어깨를 붙잡고 스크럼을 짰다.


“더 높이 올라가

너의 세상을 향해 뛰어”


약간 뒤로 물러서있던 헌서는 음악에 맞춰서 멤버들을 향해 달려갔다.

옆에서 붙잡아주는 사람의 도움도 없이 펄쩍 단번에 뛰어올라 그들의 등을 밟고 우뚝 섰다.


“와우.”

“뭐지? 내가 뭘 본거지?”

“저게 가능해?”


관객들은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 멤버들의 어깨에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두 발로 균형을 잡고 서 있는 헌서를 보고 놀라서 입을 막았다.


“번지점프를 해”


헌서가 가사에 맞춰서 뛸 준비를 하자, 조명은 더 어지럽게 그의 눈을 쏘았다. 이러다 떨어지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이것들이 장난하나?’


헌서는 화가 났지만, 지금은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가 아니었다. 안전하게 무사하게 공연을 마치는 게 우선이었다.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각성해서 미세해진 균형감각은 눈을 감고 있어도 몸의 평형상태를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 공연을 망치려고? 어림없다.’


헌서는 적당히 보기 좋은 점프하려고 했는데, 조명의 방해를 받자, 화가 나서 점프를 더 높이 하려고 마음먹었다.


‘본때를 보여주지.’


헌서는 점프를 위해 양쪽 무릎을 살짝 굽히고 팔을 앞으로 뻗었다가 뒤로 젖혔다.


“태양을 향해

날개를 펼쳐”


온제가 앞에서 솔로댄스를 추는 가운데, 헌서가 멤버들의 어깨를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헌서가 공중으로 4-5미터 정도를 뛰어오르자, 관객석에서 숨막힌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디까지 올라가?”

“뭐, 뭐야?”

“어, 어떻게 착지하려고?”

“받쳐주는 사람도 없는데?”


온제가 센터에서 강렬한 춤을 추는 동안 헌서는 마치 영원히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공중에 머물러있었다. 먼 우주로 날아갈 것처럼 양팔을 날개처럼 벌리고 멈췄다.


“와, 아름다워.”

“아...”


관객들은 헌서를 걱정하던 것도 잊어버리고 최면에 걸린 듯이 헌서를 쳐다보았다.


온제 혼자 춤을 추었거나, 헌서 혼자 뛰어올랐다면 그냥 멋진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하지만, 온제가 격렬한 솔로댄스를 추는 동시에 헌서가 허공에서 온제의 내면의 감정을 들여다보듯이 양팔을 벌리고 그를 내려다보자, 그것은 예술이 되었다.

침묵, 힘, 분노, 환희 등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온제의 춤 위에 헌서가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어루만지는 천사처럼 우아하게 떠 있었다.


“하... 할 말이 없다.”

“명장면이네.”

“이건 분명히 뉴스에 오늘 경연 시그니처 사진으로 걸린다.”


헌서는 공중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나선방향으로 세 바퀴를 빙글빙글 돌며 착지했다.

천천히 한쪽 발을 앞으로 굽히고 손으로 바닥을 짚어 균형을 잡으며 나비처럼 사뿐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아크로바틱 기교를 초인적으로 끌어올리자 사방에서 감탄만 나왔다.

마법과도 같은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웅성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설마 와이어 쓴 거야?”

“아무것도 없었는데.”

“쟤 뭐야? 줄타기 기능 보유자라도 돼?”

“높이뛰기 선수인가?”


멤버들도 헌서를 보고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야, 너 그거 어떻게 한 거야?”

“연습 때도 뛰는 거 보고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오늘은 아주 그냥 미쳤는데?”


온제는 헌서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너 진짜... 잘했다. 잘했어.”


진짜 번지점프를 하는 모습처럼 높이 뛰어올랐을 뿐만 아니라, 그 순간의 헌서의 연기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공중에서 그 순간에 연기하기가,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


일반적으로는 실수 없이 뛰기에도 급급해서 그런 여유가 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땅에 떨어질 걱정은 하지도 않고, 몇 초 안 되는 체공 시간에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감성 표정 연기를 하는 게 프로 댄서도 하기 힘든 거라고 했다.


“형이 잘 가르쳐줘서 그렇죠.”


헌서는 온제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로 온제의 춤을 보면 매번 배우는 점이 있었다. 헌서에게 온제는 춤의 멘토나 다름없었다.


“심사위원의 평을 듣겠습니다.”


그들은 땀을 닦고 다시 무대로 올라갔다.


심사위원들은 헌서의 퍼포먼스에 당황한 것이 분명했다.

얼떨떨한 표정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서로 눈치를 보며 마이크를 잡지 않으려고 했다.

헌서 팀의 퍼포먼스가 최고였지만, 관객이 헌서를 싫어한다는 말을 PD로부터 들어서, 칭찬했다가 헌서의 안티들에게 봉변당할까 봐 두려워했다.


그러다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았다. 관객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이런 퍼포먼스는 처음이네요. 흔하지 않은, 보기 힘든 아크로바틱 공연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기술적으로는 훌륭한데, 예술성에 조금 더 치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칭찬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약하게 하고, 주관적이라 판단이 애매한 예술성에 괜한 흠을 잡아서 점수를 낮게 줄 속셈이었다.


심사위원의 평에 관객의 반응은 어수선해졌다. 얼토당토 않은 심사위원의 트집에 반감이 들어오히려 헌서의 팀에 감정적으로 기울었다.


“예술성? 예술적으로도 이 팀이 최고였는데?”

“좀 억까같은데?”

“솔직히 헌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잘한다는 건 인정.”

“잘한 건 잘한 거지.”


심사위원들은 비교적 헌서의 팀에게 낮은 점수를 주었다. 그래도 워낙 뛰어났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어서 아주 낮은 점수는 주지 못하고, 2위 정도로 점수를 주었다.


“관객 여러분의 투표 부탁드립니다. 이 팀이 공연을 잘했다고 생각하시면 버튼을 눌러주세요.”


MC의 말에 관객들은 옆 사람과 의견을 나누며 버튼을 누를지 말지 고민했다.


“와, 헌서 잘하네. 괜히 메기가 아니었어.”

“헌서가 실력은 있네. 인성은 어떤지 몰라도.”


트럭시위를 보고 헌서의 팀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관객이 그의 퍼포먼스를 보고 갈등했다.


“아, 나 헌서 팀 투표 안 하려고 했는데, 왜 잘해서 고민하게 만들어?”

“잘해도 인성이 별로이면 표 주고 싶지 않은데.”


다른 팀을 찍으려고 해도, 헌서의 팀이 너무 압도적으로 잘해서 잘한 팀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헌서 팀 안 찍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네. 잘한 게 사실이니까.”

“그냥 헌서 팀이 제일 잘했어. 다른 팀이 뭐했는지 기억이 안 나.”


최후의 순간까지 결정을 못하던 관객이 서둘러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투표가 마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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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새로운 출발 24.03.26 219 6 13쪽
38 놀이공원 종영 24.03.25 213 6 12쪽
37 수상한 데뷔조 24.03.24 212 6 12쪽
36 파이널라운드 롤러코스터 24.03.23 205 8 12쪽
35 바이브 24.03.22 208 8 12쪽
34 조작 24.03.21 223 7 13쪽
33 드림팀 24.03.20 226 8 12쪽
32 타겟 24.03.19 225 7 12쪽
31 격투 +1 24.03.18 225 6 13쪽
30 생존자와 탈락자 24.03.17 227 8 12쪽
29 희비교차 24.03.16 231 8 13쪽
28 언밸런스 +1 24.03.15 228 7 12쪽
27 포그 24.03.14 228 7 13쪽
26 스윗 테이스트 +1 24.03.13 230 8 12쪽
25 shadow(그림자) 24.03.12 235 7 12쪽
» 번지점프 +1 24.03.11 236 7 12쪽
23 4라운드 범퍼카 24.03.10 239 8 13쪽
22 일유의 제안 24.03.09 242 7 12쪽
21 설계 24.03.08 244 8 12쪽
20 악마의 편집 24.03.07 247 8 12쪽
19 팀 조합 24.03.06 267 7 12쪽
18 랩 배틀 24.03.05 257 7 12쪽
17 힐링 파티 24.03.04 270 9 13쪽
16 보컬 조 평가 24.03.03 288 9 12쪽
15 3라운드 바이킹 24.03.02 292 8 13쪽
14 세탁실의 습격 24.03.01 283 8 12쪽
13 보컬 연습 24.02.29 291 6 12쪽
12 조 편성 24.02.28 30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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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첫 무대 24.02.26 33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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