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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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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616

작성
24.03.1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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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shadow(그림자)

DUMMY

심사위원 점수를 2위로 받자, 온제는 긴장해서 계속 물을 마셨다. 관객 투표에서 뒤집어야 하는데, 헌서에게 반대하는 트럭 시위가 왔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관객의 반응이 헌서에게 부정적이라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나랑 팀 안했으면, 형이 쉽게 우승했을 텐데.”


투표가 집계되는 동안, 헌서는 미안한 마음에 온제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그러자, 온제는 펄쩍 뛰며 헌서를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야? 네가 없었으면 우리 팀의 번지점프는 전혀 다른 퍼포먼스가 되었을 거야. 네가 우리 공연의 킬링파트를 만들었잖아. 1등 못 해도, 다시 팀을 짜라고 해도, 나는 너하고 팀 할 거야.”


온제의 말에 헌서는 가슴이 뭉클했다.


“고마워요, 형.”


“우리 팀이 제일 잘했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럼 됐어.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 퍼포먼스는 사람들이 몇 년 후에도 찾아 볼 영상이 될 거야.”


온제는 그렇게 말하며 헌서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른 멤버들도 헌서가 억울하게 악마의 편집을 당해서 트럭 시위의 대상이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 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네가 제일 열심히 한 거 알아.”


마음속으로는 1위를 못해서 점수를 못 받으면 아쉬워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모두 헌서의 덕분에 두고두고 회자될 퍼포먼스에 참여했다며 뿌듯해했다.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모니터에 신나게 달리는 범퍼카의 애니메이션이 나타났다. 차체에는 778점이라는 점수가 쓰여 있었다.


뒤에서 온제와 헌서가 탄 범퍼카가 앞차를 추월하며 들이받았다.


쿠웅-

끼익-


“과연 점수는?”


화면에 점수가 나타났다.


“782점입니다!”


MC의 말에 온제는 눈을 끔벅거리며 화면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탄 범퍼카가 앞자를 들이받자, 앞차가 날아가고 그들의 범퍼카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축하드립니다! 1등입니다.”


관객 투표에서 심사위원 점수를 뒤집고 근소한 차로 1위로 올라선 것이다.

팀원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펄쩍펄쩍 뛰면서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우리가 1등이래!”

“이겼어!”


관객투표에서 근소하게 앞서서 최종1위를 할 수 있었다.


“관객여러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를 믿고 열심히 연습한 팀원들에게 고맙고요, 저한테 영감을 준 헌서한테도 고맙다는 말 하고 싶습니다.”


온제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말했다.

무대를 내려온 온제는 긴장했다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행이다. 이젠 기운이 다 빠져서 서 있지도 못할 것 같아.”


그는 잠시 쉬었다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짚고 일어서며 헌서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넌 이제 시작이잖아.”


다음 공연을 연달아 무대에 올려야 하는 헌서를 보고 괜찮겠냐고 물었다.


“잘해. 응원할게.”


다른 팀원들도 환한 얼굴로 헌서에게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헌서는 다음 공연을 위해 의상을 갈아입고 지솔에게 갔다. 이번 공연 곡은 감성 보컬곡인 shadow(그림자)였다. 조금 전 번지점프 공연 때는 루즈핏 티셔츠에 청바지였는데, 이번에는 우아한 흰색 셔츠에 검은 정장바지였다. 화장과 헤어도 분위기에 맞게 최대한 서둘러서 고치고 급하게 뛰어갔다.


무대에서는 앞서 다른 팀이 쉐도우를 공연하는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쉐도우는 느린 안무에 서정적인 곡이었다. 그만큼 보컬이 중요하지만, 지솔이와 이미 여러 차례 애드립을 같이 짰고, 연습하며 맞춰봐서 자신있었다.


“어서 와, 헌서야.”


먼저 준비를 마친 지솔이와 팀원들이 무대 아래서 헌서를 기다렸다.


“벌써 가산 점수 받았네?”


지솔은 헌서를 축하해주었다.


“우리 팀도 1등해서 점수 받자.”


“그래야죠.”


헌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저 무대의 조명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번에도 헌서의 성공을 싫어하는 자가 조명으로 무대에서 장난질을 칠 수도 있다. 하지만, 보컬은 댄스보다는 조명의 영향을 덜 받으니 상관없었다.


무대 아래서 지켜보니, 다른 팀도 나름대로 쉐도우를 열심히 연습해왔다.

듣기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곡이고, 댄스 퍼포먼스도 많지 않아서, 가장 만만하게 참가자들이 도전장을 낸 곡이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보컬에서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하는 게 많고, 그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다른 팀 공연을 보니, 대충 얼렁뚱땅 꾸밈음을 안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보컬 실력이 딸리는 참가자는 음정을 정확히 짚지 못하기도 했다.


“너의 그림자아악-”


심한 경우에는 음이탈이 나기도 했다.


‘오 마이 갓.’


노래를 들으며 지솔과 헌서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앞 팀의 노래의 피치가 안 맞는다는 걸 둘 다 느꼈다.


그들의 차례가 되었다.

헌서는 스킬을 발동했다.


[신체 미세 조절 능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적용부위 : 성대]


뜨거운 국물을 마신 것처럼 목이 따끈해지며 확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헌서는 성대 근육을 이완시켰다 수축시켰다 하면서 움직여 보았다.


“아, 아아-, 도레미파솔라시도-”


섬세하고 부드럽게 음정이 변화하며 올라갔다. 스킬 덕분이긴 하지만,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예전보다 노래실력도 늘었고, 음색도 좋아졌다.


‘자, 해보자.’


이번에도 심사위원과 관객은 헌서에게 점수를 짜게 줄 테니, 지솔이의 팀이 1등을 하려면 특출나게 잘해야만 한다.


헌서는 무대에 서서 음악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뭔가 쎄했다.


‘이 불길한 느낌은 뭐지?’


헌서의 인이어가 지직거리며 잡음을 내며 웅웅거렸다.


‘나만 이런가?’


헌서는 다른 팀원들을 보았는데, 그들은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었다. 헌서의 인이어만 문제인 것 같았다.


‘또 나를 물먹이려고 누가 장난질이군.’


헌서는 아까 레이저 조명이 그의 눈을 비춰 시각에 방해를 준 것처럼, 이번에는 인이어에 잡음을 넣어서 청각을 방해하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공연을 멈추고 인이어를 교체해봐야 소용 없었다. 고의적으로 누군가 손을 쓴 거라면, 다른 인이어나 마이크를 써봐야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잡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제는 지직거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인이어가 문제가 생기면 음악 반주 소리도, 자신의 목소리도 정확하게 들을 수 없다. 정확한 벤딩과 미세한 음정조정이 필요한 노래에서 반주를 듣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인 문제였다.


헌서가 인이어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본 조작진PD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반주가 잘 안 들리면 음정은커녕 박자도 맞출 수 없지.’


그는 음향 담당에게 헌서의 인이어에 잡음을 흘려보내도록 미리 지시해놓았다. 헌서의 순위를 낮춰 데뷔 조에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헌서는 손을 허리로 가져가서 인이어 소리의 볼륨을 줄였다.

인이어 소리를 줄이니 공연장의 음악소리가 들렸다.

다른 팀원의 노랫소리도 들렸다.

공연장의 벽과 벽에 음악이 메아리쳐서 들리긴 했지만, 다행히 실내이고 공연장이 넓지는 않아서 메아리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

각성하고 예민해진 청력으로 소리를 더 자세히 선명하게 구분해서 들을 수 있었다.


‘그냥 해야겠네.’


헌서는 인이어 소리를 껐다. 누가 그를 방해할 목적이라면 아예 헷갈리도록 다른 음악소리를 내보낼 가능성도 있었다. 그냥 인이어에 방해받지 않고 노래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었다.


헌서가 노래할 차례가 되었다.

차분하게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노래했다.


“너의 뒷모습

어두운 그림자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문에서

우린 서로의 이름을 속삭여”


노래하며 지솔의 얼굴을 흘깃 보니, 눈을 감은 채 헌서의 노래를 음미하고 있었다. 헌서가 제대로 노래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I miss your dark shadow

내 마음에 흔들리는 그림자”


지솔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헌서는 바로 옆에서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화음을 넣었다.


“아무도 모르는 너의 이름”


헌서가 지솔의 섬세한 비브라토를 따라가며 화음을 넣자 관객석에서 오오하고 환호가 터져나왔다.


“나만이 아는 너의 그림자”


관객의 박수 소리 때문에 잠시 지솔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수십 번 연습했던 터라 헌서는 당황하지 않고 노래했다.


“day and night I miss you”


“day and night I’m calling you”


헌서는 귀로 들리는 소리보다 지솔을 바라보고 그의 입모양을 보며 타이밍을 맞췄다. 같이 수없이 연습해서 지솔의 입 모양과 목젖이 떨리는 모양만 봐도 지솔의 목소리를 떠올릴 수 있었다.


“기억해 줘 우리 함께했던 밤

그 짙은 어둠 속의 그림자”


지솔이의 잘 다듬어진 보석처럼 반짝이며 빛나는 목소리와 신들린 듯한 바이브레이션에 홀린 관객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황홀한 표정이었다.


헌서는 실수하지 않고 지솔의 목소리가 돋보이도록 받쳐주는 것에 집중했다. 지솔의 보컬이 워낙 독보적이라서 자신은 틀리지 않고 연습한 것의 80%만 발휘해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기에 침착하게 노래했다.


“이야, 쩐다.”

“TV에서 보는 것보다 라이브로 들으니까 더 좋네.”

“진짜 노래 잘한다.”

“보컬 합이 잘 맞는데?”


환상적인 하모니와 함께 노래가 끝나자, 관객석에서는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와 반대로 조작진PD는 당황해서 끙 하고 신음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인이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는데. 멀쩡하게 잘만 노래하잖아?’


조금 전에 헌서의 눈에 조명을 쏘았는데도 공중부양 하는 것처럼 초인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더니, 이제는 인이어에 잡음을 넣는데도 반주가 잘 들리는 것처럼 태연하게 노래했다.


‘다음 곡은 반드시 무대를 망쳐야 할 텐데.’


그는 초조하게 무대 감독에게로 뭔가를 지시하러 자리를 이동했다.


‘휴, 무사히 마쳤네.’


헌서는 한숨을 돌렸다. 하도 집중하고 긴장해서 어떻게 공연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실수는 없었던 것 같은데, 감정을 잘 살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저 잘 했어요? 실수 없었나요?”


헌서는 지솔에게 물었다.


“응. 큰 실수는 없었어. 그런데 싱크가 가끔 서로 어긋났어.”


역시 청력이 예민한 지솔이는 헌서의 노래 타이밍이 약간씩 밀릴 때가 있었다는 걸 감지하고 있었다.


“인이어가 잘 안 들려서 끄고 노래했거든요.”


헌서의 말에 지솔이는 놀라서 의아한 듯이 물었다.


“진짜? 당황스러웠겠네. 리허설 때는 별문제 없었잖아?”


“그랬죠. 갑자기 그러더라고요.”


헌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이어 없이 귀로 들리는 반주에 맞춰 타이밍에 집중하느라, 감정을 제대로 못 살려서 노래했다.


“아쉽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냐, 잘했어. 인이어도 없이 애썼네.”


지솔은 헌서에게 다정하게 수고했다고 말해주었다. 이 곡을 공연한 팀 가운데 가장 잘 노래한 것도 사실이었다.


심사위원 평을 듣고 점수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솔군의 보컬은 심사평이 필요가 없네요. 너무 잘해요.”


심사위원들은 앞서 헌서에게 짠 점수를 줬는데도 헌서의 팀이 관객투표에서 1등을 하자, 헌서의 안티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딱딱하게 굳었던 표정이 풀리고 억지로 까내리는 멘트는 하지 않았다.


“지솔군과 헌서군이 주고받는 부분은 진짜 연습 많이 한 게 보였어요.”


“헌서군이 애드립하면서 박자가 살짝 밀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격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이어 문제로 비브라토를 풍부하게 표현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대신에 지솔이와 부분적으로 살짝 엇박이 났던 게 오히려 생생한 라이브 느낌이 나서 다이나믹하게 들린 모양이다.


‘인이어 없이 공연할 경도 있을 수 있겠네. 인이어 없이도 잘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더 연습해야겠다.’


데뷔해서 계속 무대에 선다면 어떤 상황에서 노래하게 될지 모르니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점수를 공개합니다!”


MC의 말과 함께, 스크린 화면의 범퍼카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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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새로운 출발 24.03.26 219 6 13쪽
38 놀이공원 종영 24.03.25 213 6 12쪽
37 수상한 데뷔조 24.03.24 212 6 12쪽
36 파이널라운드 롤러코스터 24.03.23 205 8 12쪽
35 바이브 24.03.22 208 8 12쪽
34 조작 24.03.21 223 7 13쪽
33 드림팀 24.03.20 226 8 12쪽
32 타겟 24.03.19 225 7 12쪽
31 격투 +1 24.03.18 225 6 13쪽
30 생존자와 탈락자 24.03.17 227 8 12쪽
29 희비교차 24.03.16 230 8 13쪽
28 언밸런스 +1 24.03.15 228 7 12쪽
27 포그 24.03.14 228 7 13쪽
26 스윗 테이스트 +1 24.03.13 230 8 12쪽
» shadow(그림자) 24.03.12 235 7 12쪽
24 번지점프 +1 24.03.11 235 7 12쪽
23 4라운드 범퍼카 24.03.10 239 8 13쪽
22 일유의 제안 24.03.09 242 7 12쪽
21 설계 24.03.08 243 8 12쪽
20 악마의 편집 24.03.07 247 8 12쪽
19 팀 조합 24.03.06 267 7 12쪽
18 랩 배틀 24.03.05 257 7 12쪽
17 힐링 파티 24.03.04 270 9 13쪽
16 보컬 조 평가 24.03.03 288 9 12쪽
15 3라운드 바이킹 24.03.02 292 8 13쪽
14 세탁실의 습격 24.03.01 283 8 12쪽
13 보컬 연습 24.02.29 291 6 12쪽
12 조 편성 24.02.28 309 8 12쪽
11 팀 배틀 +1 24.02.27 331 9 12쪽
10 첫 무대 24.02.26 33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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