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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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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엔터테인먼트

DUMMY

“처음에 들어갈 때 클로즈업 확실히 하라고 카메라 감독에게 말해둬.”


이터널 사장이 키네아트가 다음날 할 퍼포먼스를 촬영한 영상을 보며 코멘트를 하고 있었다.


“내일 이 부분을 보리스가 부른 버전으로 진행해. 보리스의 음색이 더 어울려.”


사장이 꼼꼼하게 지시하는 내용을 받아적던 직원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런데, 로미오 파트를 다른 멤버에게 주면 로미오의 팬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사장은 그를 흘깃 보더니 다시 영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리스가 노래한 결과를 보면 마음이 달라질걸? 최상의 결과를 내려면 개개인의 파트에 집착하면 안 되지.”


그는 무대의 완성도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과연 그게 진심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기존에 잘 배분되었던 몇 마디 안 되는 파트를 다른 멤버에게 부르도록 하는 것이 퀄리티를 좌우할 정도인지 의심스러웠다.


그의 본심은 다음에 한 말 속에 드러났다.

이터널 사장은 키네아트를 극단에, 15명의 멤버를 극단의 가수와 무용수에 비유했다.


“발레단이나 오페라단에서는 같은 작품을 공연해도 주연 가수와 무용수는 늘 바뀌잖나. 그게 제대로 된 시스템이지. 언제든 다른 가수가 그 배역을 맡을 수 있어야지. 한 멤버에게 고정된 파트를 주면 시스템이 동작하지 않아.”


이터널 엔터 사장의 생각은 일반적인 아이돌 문화와는 차이가 있었다.

한 멤버가 다른 멤버의 영역을 대체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라는 점에서 아이돌 그룹은 락밴드에 가까운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터널 사장은 아이돌 그룹을 락밴드보다는 언제든 다른 배우나 가수로 교체할 수 있는 뮤지컬 극단에 가깝게 운영했다.


“항상 그 배역은 그 가수만 하는 시스템은 견고하지가 못해. 극단이 한 사람의 스타에 끌려다니는 시스템은 스타에게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흔들리잖나?”


이터널 사장은 의도적으로 슈퍼스타를 키우지 않으려고 했다. 한 멤버가 너무 인기가 많아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 그룹에 대한 그의 장악력이 줄어든다고 여겨서일 것이다.

그래서 멤버 개인에게 팬이 쏠리지 않도록 안정적인 그룹 활동보다는 그때그때 멤버를 선발해서 유닛 활동을 위주로 했다.


이터널 사장은 스타 멤버에게 권력이 이동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자신이 주관해서 모든 기획을 하고 멤버 개인의 개성을 통제했다.


“팬에게 너무 휘둘리면 회사가 할 일을 못 해. 어디까지나 주도권은 회사가 쥐고 있어야지.”


이터널 엔터의 특이한 그룹 운영시스템에 불평하던 팬은 떠나고, 남은 팬만 포기하고 따라왔다. 이터널 사장에게는 팬도 권력을 나눠가질 수 없는 경쟁자였다. 자기의 뜻에 따르는 팬만 데려갔다.


키네아트 멤버들이 그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건 이유가 있었다. 처음부터 사장의 통제에 의문을 품지 않고 무조건 복종하는 연습생만 뽑아서 데뷔시켰을 터.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는 연습생은 애초에 탈락하고 남아서 데뷔한 연습생은 사장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순응하는 사람뿐이었다.

이터널 사장은 멤버를 능동적인 아티스트로 대하는 게 아니라, 회사의 부속품, 스텝의 한 사람으로 취급할 뿐이었다.


“로미오 들어오라고 해.”


퍼포먼스 점검을 마친 이터널 사장이 한 멤버를 불러들였다.


로미오는 사장에게 쭈뼛거리며 인사했다. 어딘지 두려워하는 눈빛이었다.


“부르셨어요?”


“이리 앉아.”


사장은 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우주전쟁이 끝나면 유닛 활동에 너를 넣을 계획이야. 그런데 네가 흔들리면 안 되지.”


“죄, 죄송합니다. 아까 음이탈이 난 건 감기가 걸려서...”


로미오는 안절부절하며 죄인이 된 것처럼 사장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네 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준 것 때문에 감정이 상한건 아니지?”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로미오는 창백한 얼굴로 땀을 흘리며 굽신거렸다.


“그래. 너도 귀가 있으니 네가 부른 것보다 걔가 부른 게 낫다는 걸 느끼겠지.”


이터널 사장은 로미오의 앞에서 대높고 그를 무시했지만, 로미오는 얼굴이 빨개져서 쩔쩔 맬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터널 사장은 키네아트의 멤버들에게 제왕과 같은 존재였다.


“요즘 팬이 늘었다고 좀 풀어진 것 같아. 긴장 풀지 말고.”


“아, 예. 주의하겠습니다.”


“팬은 키네아트의 멤버로서 너를 좋아하는 거야. 키네아트가 없으면 너도 없어. 명심해.”


“네,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사장님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로미오는 초조한 얼굴로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못해 허리까지 숙이며 대답했다.

사장의 말에 고분고분한 몇몇 멤버만 뽑아서 유닛활동을 시키니, 사장의 눈 밖에 나면 유닛에 뽑힐 수 없고, 그러면 몇년이고 활동하지 못하고 기다려야만 한다.


그 모습을 창밖에서 지켜보던 헌서는 쯧쯧 혀를 찼다.


‘답답하네.’


사장의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으면서도 사장에게 고마워하는 키네아트 멤버들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이터널 사장은 그에게 회사에 감사하라고 설교했다.


“우리 회사만큼 잘해주는 회사가 어디 있니? 하나부터 열까지 네 손이 안가게 매니저가 다 알아서 해주지 않냐. 네가 네 손으로 커피 한 잔 주문해 봤니? 말만 하며 매니저들이 사다 주지. 네가 택시를 잡아 봤니? 24시간 회사에서 에스코트 해주지.”


매니저들이 불편함 없이 멤버들을 지원하는 건 물론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사장의 의도는 그보다 멤버들이 일상생활을 모조리 회사에 의지하게 만들어서 회사를 떠날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 같았다.


“지난번에 방송에서 네가 말실수했을 때도 그걸 무마해준 것도 나야. 내가 PD한데 직접 전화해서 영상을 편집해달라고 했지.”


키네아트 멤버들은 말수가 적고 말주변이 없어서 예능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잘 출연하지 않았다. 어쩌다 출연하면 어색한 말투로 분위기 파악 못 해서 말실수를 하곤 했다.


“방송에 나가기만 하면 구설수에 오르니, 내가 너희를 믿고 방송에 내보낼 수가 있겠니?”


키네아트 멤버들은 어려서부터 학교를 자퇴하고 외부와 단절된 환경에서 타인과 대화할 기회를 빼앗기고 오직 연습만 하며 성장했다. 그들이 사회성이 떨어지고 대화가 핀트가 어긋나는 게 꼭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이터널 엔터테인먼트와 사장이 그들의 인간관계를 제한해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로미오는 자기가 잘못했다며 자책하고 사장에게 고마워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 실수를 덮어주신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사장님.”


헌서는 점점 키네아트 멤버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기획사에서 사치스러운 옷을 걸치고 명품 광고를 하며 왕자님처럼 호화롭게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키네아트가 실상은 이터널 사장에게 어려서부터 그의 목적을 위해 사육되다시피 해서 독립적인 생각을 할 힘조차 잃어버렸다는 게 안타까웠다.


‘문제를 해결해야지, 저렇게 계속 가는 게 해답은 아니잖아.’


멤버들이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사회속에서 타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해주지 않고, 오히려 고립시켜서 자신의 뜻대로만 쥐고 흔들려는 이터널 사장의 행태는 명백한 가스라이팅이었다.

기괴해보이는 이터널 엔터의 사장과 멤버들의 관계를 외부에서는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로미오를 쥐잡듯이 조곤조곤 닦달하던 이터널 사장은 문득 그에게 선심 쓰듯이 제안했다.


“네 실력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까?”


그는 목소리를 낮춰서 로미오에게 속삭였다.


“보리스가 춤이 많이 늘은 거 너도 봤지?”


“예... 저도 더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연습은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는 거고. 다른 비책이 필요해.”


사장은 눈을 내리깔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 먹으면 너도 보리스처럼 몸이 가벼워질 거야.”


그는 로미오에게 서랍에서 꺼낸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이, 이게 뭔데요?”


“최근에 개발된 약인데, 아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서 몰래 먹어야 해.”


그는 로미오에게 수상한 약을 먹기를 권했다.


“이 약을 먹으면 한 달 동안은 병원에 가면 안 돼.”


“한 달이요?”


“그래. 네가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약물을 먹은 게 들통날 수 있으니까. 그 이후로는 상관없어.”


황당한 사장의 행동에 헌서는 바짝 긴장했다.


‘저건 또 뭐야? 무슨 약이야?’


로미오도 사장이 권한 약이 미심쩍기는 마찬가지인지 얼굴이 창백해졌다.


“마약 아니고 이상한 약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너 나 믿지? 걱정하지 말고 먹고 한 달만 병원에 가지 마.”


사장은 계속해서 그에게 자신이 준 약을 먹으라고 했다.


‘저게 뭔데 그러지?’


헌서는 창문에 바짝 얼굴을 들이대고 사장이 내민 약 상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보리스도 이 약 먹었어. 아무렇지도 않잖아? 걔 춤 추는 거 너 따라갈 수 있겠어? 네가 이 약을 먹어야 걔랑 같이 이번 유닛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어.”


사장은 반 협박조로 로미오를 압박했다.

로미오는 궁지에 몰려서 반쯤 울 듯한 표정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먹기는 싫었지만, 절대권력자인 사장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어서 먹어. 그래야 내일 퍼포먼스도 잘하지.”


사장은 로미오의 앞으로 상자를 밀어놓았다.


로미오는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손을 덜덜 떨며 상자를 집어들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먹고 싶지 않았지만, 사장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상자의 뚜껑을 열자, 진주알처럼 조그맣고 동그란 알약이 보였다.


‘어, 어엇? 저, 저건?’


반투명한 알약을 본 헌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걸 먹으면 큰일 나는데...’


알약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것은 바로 기생 몬스터의 알이었다.

헌터연구소에서 몬스터의 알을 본 적이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뱃속에서 몬스터가 부화해서 감염될 텐데...’


이터널 사장은 로미오를 몬스터의 숙주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로미오는 손바닥에 놓인 알약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아, 안 돼!”


헌서는 있는 힘을 다해서 주먹으로 유리창을 내리쳤다.


우지끈- 쩍-


굉음과 함께 창문이 금이 갔다. 헌서는 발로 창문을 걷어차서 부쉈다.


“뭐, 뭐야?”


이터널 사장은 흠칫 놀라서 창문쪽을 쳐다보았다.


“먹으면 안 돼요!”


헌서는 벌벌 떨며 움츠리고 있는 로미오의 팔목을 붙잡고 손에 있는 몬스터의 알을 빼앗았다.


“너, 네 이놈!”


몬스터 알을 빼앗긴 이터널 사장은 괴성을 지르며 헌서에게 덤벼들었다. 양손을 휘저으며 헌서의 목을 움켜쥐고 알을 다시 빼앗으려고 했다.


‘네놈이 몬스터로구나.’


헌서는 사장이 몬스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어림없다.”


헌서는 손에 힘을 줘서 손바닥에 쥔 몬스터의 알을 터뜨려버렸다. 깨진 알에서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헌서는 바닥에 떨어진 알의 잔해를 발로 밝마서 부화하지 못하게 완전히 으깨버렸다.


“크아아악!”


알이 깨져서 분노한 이터널 사장은 눈에 핏발이 서며 송곳니가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피부에 비늘이 솟아오르며 축축하게 변화했다. 사장은 내부를 몬스터에게 완전히 잡아먹히고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


괴물처럼 바뀐 사장의 모습을 본 로미오는 너무 놀라서 숨을 헐떡였다.


“사, 살려주세요.”


로미오는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며 뒤로 기어서 물러섰다. 그러다가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이터널 사장은 헌서의 목을 양손으로 붙잡고 물어뜯으려고 했다.


“꺼져!”


헌서는 팔로 그를 밀어내며 그의 이빨이 목에 닿지 못하게 버텼다. 그러다가 무릎을 들어서 그의 중심부를 가격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장은 잠시 주춤했지만, 인간이 아닌 그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내 다시 헌서를 공격했다.


“이얍!”


헌서는 한 손으로 사장의 목을 밀어내며 다른 손으로 재빨리 헌터의 칼을 꺼냈다. 칼로 사장의 배를 찌르자, 초록색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꾸에엑!”


몬스터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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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NEW 13시간 전 11 0 12쪽
130 게이트 평화 콘서트 24.06.24 14 0 12쪽
129 몬스터의 주인 24.06.23 19 1 13쪽
128 바쿠스 엔터테인먼트 24.06.22 23 0 12쪽
127 신곡 미션 24.06.21 26 0 12쪽
126 레블 24.06.20 21 0 12쪽
125 지솔이의 트라우마 24.06.19 27 1 12쪽
124 섹시한 무대 24.06.18 25 1 12쪽
123 표현력 24.06.17 26 1 12쪽
» 이터널 엔터테인먼트 24.06.16 27 0 12쪽
121 컨셉 소화 미션 24.06.15 26 0 12쪽
120 키네아트 24.06.14 27 1 12쪽
119 개성 24.06.13 29 1 12쪽
118 서사 24.06.12 27 2 13쪽
117 상대 곡 뺏기 24.06.11 24 2 12쪽
116 아폴론 24.06.10 26 1 12쪽
115 디영이의 도전 24.06.09 27 2 12쪽
114 커버곡 미션 24.06.08 28 2 12쪽
113 치유 24.06.07 29 1 12쪽
112 리허설 24.06.06 29 1 12쪽
111 갈등 24.06.05 28 1 12쪽
110 와일더 24.06.04 30 1 12쪽
109 연습 24.06.03 34 1 12쪽
108 팬덤 24.06.02 30 1 12쪽
107 경연 24.06.01 36 1 12쪽
106 몬스터 하우 24.05.31 41 2 12쪽
105 돌연변이 24.05.30 44 2 12쪽
104 팀웍 24.05.29 42 3 12쪽
103 MT 24.05.28 45 2 12쪽
102 상우의 비법 24.05.27 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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