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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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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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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지솔이의 트라우마

DUMMY

“해준 선배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헌서의 물음에 지솔은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이 몸서리쳤다.


“해준 선배가 나한테 짖궂은 장난을 치곤 했거든.”


“어떤 장난요?”


“신발주머니를 숨기기도 하고, 물병에 벌레를 넣기도 하고... 툭툭 때리기도 하고... 지나가는데 발을 걸기도 하고...”


지솔이는 과거의 아픈 상처가 떠오르는지 얼굴이 새빨개지며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아니, 그건 장난이 아닌데요? 왜 형을 그렇게 괴롭혔어요?”


헌서는 지솔이가 당한 불미스러운 일이란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해준 선배랑 나랑 학교에서 같은 음악 동아리였는데, 해준 선배가 좋아하는 동아리 여자애가 나를 좋아했거든. 나는 그 여자애랑 아무 관계도 없는데, 그 애가 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를 괴롭혔어.”


지솔은 억울해하며 봇물터지듯이 헌서에게 하소연했다.


“선생님한테 말하죠. 왜 가만히 있었어요?”


“말하면 음악 동아리에서 내쫒겠다고 했어. 나는 그때 어릴 때라 잘 몰라서 아이돌 기획사 오디션을 보려면 음악 동아리 경력이 꼭 필요하다는 해준 선배 말을 믿었거든.”


해준은 중학교 1학년이던 지솔이에게 음악동아리 경력이 없으면 어느 회사도 너를 받아주지 않아서 아이돌이 될 수 없을거라며 공갈협박을 했다.


“해준 선배하고 어울려다니던 패거리도 무서웠고. 누구한테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어.”


불량스러운 선배 여럿에게 위협당하니, 그저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해준 선배만 보면 지금도 가슴이 쿵쾅거려. 노래를 못 할 것 같아. 실수할 것 같아. 그러니까 이번 경연에서는 나는 될 수 있으면 노래 많이 시키지 말아줘.”


마음이 여린 지솔은 고개를 저으며 과거의 기억을 잊고 싶어 했다.


지솔의 상황을 알게 된 헌서는 화가 났다.


“해준 선배한테 가서 옛날 일을 사과하라고 하면 안 되요?”


“기억도 못 할 텐데 뭐. 나도 그때 증거를 모아두지 못해서, 그런 일 없었다고 발뺌하면 할 말도 없어.”


지솔이는 너무 오래 전 일이라서 당시 친구들도 기억이 가물가물 할 거라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내가 친구들한테 막 다 털어놓고 말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그때도 혼자 참고 화장실 가서 울고 그랬지. 주변에 얘기도 안 했어.”


선배에게 괴롭힘당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말을 안 했다고 했다.

지금은 사과도 받기 싫고, 그냥 그때의 일을 떠올리기 싫고 잊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알겠어요, 지솔이형.”


헌서는 지솔이에게 보컬 파트를 많이 주지 않도록 도와줄 테니, 염려 말라고 다독였다.


“고마워, 헌서야.”


지솔이는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헌서에게 감사하며 다소 표정이 편해졌다.


헌서는 신곡 작곡에 몰두하는 윌비를 찾아갔다.


“이거 어때?”


윌비가 헌서에게 작업 결과물을 들려주었다.


“미강이랑 지솔이랑 너의 3단 고음 파트야.”


3명이 동시에 노래를 부르면 오페라처럼 화려하고 장엄하게 들릴 것이다. 지솔이가 메인 멜로디를 부르고 헌서가 베이스 화음을 넣고 미강이가 고음에서 스캣을 넣으면 올림픽 개막식처럼 웅장한 음악이 된다.


“레블은 이런 3단 고음 절대 못 쌓지.”


윌비는 레블을 이길 필승의 카드를 찾아낸 것에 흡족해하며 싱글싱글 웃었다. 멤버 숫자가 적은 레블로서는 백댄서로 무대를 채울 수는 있어도 메인 보컬의 숫자를 늘릴 수는 없을 터.


“음... 그렇죠.”


헌서는 윌비에게 지솔이가 노래를 안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납득시켜야 좋을지 망설였다.


“지솔이 형이 요즘 목 컨디션이 안 좋다고 파트를 최소한으로 줄여달라던데요.”


“지솔이가? 멀쩡하게 노래 잘 하던데?”


윌비는 어제 연습실에서 지솔이가 연습하는 걸 들었다며 의아해했다.


“요즘 컨디션이 안 좋대요. 경연 날 실수할까 부담이 큰 모양이에요.”


헌서의 말에 윌비는 고민스러운 듯이 턱을 쓸었다.


“지솔이 보컬이 꼭 필요한데. 메인 멜로디를 지솔이가 불러야 한단 말이야. 병원에 가보라고 하지, 왜?”


“물리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피로감 때문인가봐요.”


헌서는 어떻게든 지솔이를 대변해주기 위해서 애썼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윌비는 지솔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기분 탓 아냐? 내가 지솔이 룸메이트인데, 지솔이가 그렇게 피곤해보이지 않던데. 자신감만 좀 북돋아주면 잘할 것 같은데.”


“음, 그래요?”


헌서도 고민에 빠졌다. 윌비의 말대로 하이라이트 부분에서의 3중 화음은 레블은 할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지솔이가 노래만 해준다면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솔이를 설득해서 어떻게든 노래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팀을 위한 길이었다.


“나도 있다가 지솔이랑 얘기해 볼게.”


윌비는 지솔이의 목 상태를 알아보고 그에 따라 곡을 수정하던지 하겠다고 했다.


이틀 후, 곡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완성된 부분만 가지고 30초 중간점검을 하는 날이 되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줘도 안 되지만, 너무 상대팀보다 떨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안 된다.

적당히 기선제압을 하는 게 좋았다.


먼저 도착한 에이리프는 촬영장에서 레블을 기다렸다.


지솔은 초조한 표정으로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레블을 마주쳐도 여섯 팀이 다같이 있으니 시선을 마주칠 일이 없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레블의 4명의 멤버들을 마주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계속 레블을 외면하고 있으면 시청자들에게 지솔이의 태도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을 수도 있었다.


헌서는 지솔이의 옆에 앉아서 차가운 지솔이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그러자, 식은 땀을 흘리던 지솔이는 조금 기운을 차린 듯이 긴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폈다.


정해진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레블은 나타나지 않았다.


“레블은 또 지각이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래.”

“오늘은 심한데? 1시간이나 지났어.”


제작진은 레블이 시간 약속을 안 지키는 것에 이골이 난 듯이 시계를 보며 투덜거렸다.


그때, 문이 열리며 레블이 들어왔다.


“아, 벌써 와 있네.”

“부지런도 하셔라.”

“뭐 후배니까 먼저 와서 기다려야지.”


4명의 레블 멤버들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건들거리며 천천히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데도 전혀 안중에 없었다. 욕을 먹는 것쯤은 이골이 나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였다.


에이리프를 한 수 아래로 보는 듯이 다리를 쩍 벌리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거만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안녕하세요.”


헌서는 침착하게 예의를 잃지 않고 인사했다.


해준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지솔이를 쳐다보았다. 해준도 지솔이를 기억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자신이 한 짓을 다 기억하는지는 몰라도 지솔이와의 악연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눈치였다.


“에이리프 노래 좀 들어볼까?”

“잘했나? 어디 해봐.”

“얼마나 해왔어?”


레블은 숙제검사하는 선생님처럼 에이리프를 하대했다.


윌비는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잠자코 그가 작곡한 신곡을 30초 플레이했다.


일유와 디영이의 1절 노래에 이어서 지솔이가 노래하는 후렴구 부분이 나왔다.


“풉!”


지솔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해준이 갑자기 웃음을 참는 듯이 터뜨렸다.


“크크큭!”


그는 자제할 생각도 없는 듯이 무례하게 웃어제꼈다.


“와, 지솔이 노래 진짜 잘하네.”


겉으로는 칭찬이었지만, 누가 봐도 비꼬는 것이었다.

지솔이의 멘탈을 흔들려는 것이었다.


“어휴, 노래 많이 늘었다, 지솔아?”


해준은 지솔이를 보면서 이죽거렸다.


“중학교 때는 변성기라 맨날 삑사리 내더니. 이젠 안 그러네? 경연 날 기대해도 되겠지?”


“네...”


카메라를 의식한 지솔은 억지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굴욕감을 주는 해준의 말에 헌서가 잡고 있는 지솔이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지솔이가 중학교 음악동아리 후배였거든.”


해준은 자기가 먼저 나서서 지솔과의 과거 인연을 끄집어냈다.


“그때 내가 고작 중3이었지만, 지솔이한테는 아마 하늘같은 선배였을걸?”


해준은 씨익 웃으며 지솔이를 노려보았다. 지솔은 더욱 거북처럼 목을 움츠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해준은 의도적으로 지솔을 무너뜨리려고 과거의 상처를 자극하고 있었다.


헌서는 지솔이가 이대로 해준에게 농락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해준의 눈을 쳐다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그렇잖아도 지솔이 형에게 해준 선배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 얘기를?”


해준은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었다. 지솔이 그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내 태연하게 되물었다.


“뭐라고 했는데?”


방송에서 안 좋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거라고 여기는 듯했다.

명확한 증거가 없이 과거를 폭로해 봐야, 두 그룹 다 안 좋은 이미지만 생길 뿐이었다.


게다가 해준은 어울려 다니던 패거리가 있어서 그에게 유리하게 증언해 줄 친구가 있었다.

그에 비해서 자신이 당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던 지솔이는 사실대로 증언해 줄 친구가 없었다.

해준은 지솔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배짱을 튕길 수 있는 것이었다.


“지솔이가 노래 좀 한다고 학교에서 유명해서 목에 힘주고 다녀서, 나랑은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해준은 오히려 지솔이가 선배를 무시하고 거만해게 행동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헌서가 그가 지솔이를 괴롭힌 행동을 지적할 경우에 지솔이가 먼저 원인제공을 했다는 물타기를 하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밑밥을 깐 것이었다.


“안 그래, 지솔아?”


그는 지솔이를 압박하며 시험에 들게 했다. 자신의 말이 맞다고 인정하라고 부추겼다.

방송으로 나갈텐데, 지솔이가 학교 선배이자 아이돌 선배인 해준의 말에 반박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그냥 이쯤 해서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게 나을걸?’


해준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지솔이를 노려보았다.


헌서는 자신이 잡고 있는 지솔이의 손이 점점 차가워지고 식은땀으로 축축해지는 걸 느꼈다.

지솔이의 낯빛은 창백했고, 눈빛은 멍했다. 이미 머릿속이 하얘진 것 같았다.

지솔은 해준의 말을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부정할 용기도 없었고, 긍정하기에는 마음속의 고통이 너무 컸다.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헌서는 지솔이 대신 나서서 해준의 말을 가로막았다.


“해준 선배님, 지솔이가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잖아요. 오래전이라 다른 사람하고 헷갈리셨나 보네요.”


해준의 말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해준의 기억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헌서의 말에, 레블 멤버들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이 녀석 봐라?’


에이리프 멤버들은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기싸움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나한테 덤비겠다고?’


해준은 헌서의 도발에 마른 입술을 핥았다. 하지만, 딱히 재반박하기 어려웠다.


우주전쟁 이전에도 아이돌 놀이공원에 출연했던 터라, 지솔이의 성격은 대중에게 알려져 있었다. 지솔이가 마음이 여리고, 말수가 적고, 겸손하다는 건 시청자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지솔이 과거에 목에 힘주고 다녔다는 해준의 말이 신빙성이 없다는 건 누가 봐도 자명했다.


해준은 쓰읍 입맛을 다시며 팔짱을 꼈다. 지솔이의 옆에 헌서가 있으니, 자기 마음대로 지솔이를 휘두를 수 없었다.


헌서는 지솔이가 에이리프의 멤버이고, 그를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준 셈이었다.

헛소리를 하면 조목조목 반박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해준이 끙 하고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리자, 온제가 재빨리 나서서 싸늘해진 분위기를 수습했다.


“그럼 이제 레블 선배님들의 30초 신곡을 들어보죠. 어떤 음악일지 기대되네요.”


레블은 잔뜩 짜증나는 표정으로 그들의 신곡을 30초 플레이했다.

처음부터 기선제압하려는 시도가 물 건너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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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게이트 평화 콘서트 24.06.24 19 0 12쪽
129 몬스터의 주인 24.06.23 23 1 13쪽
128 바쿠스 엔터테인먼트 24.06.22 27 0 12쪽
127 신곡 미션 24.06.21 27 0 12쪽
126 레블 24.06.20 23 0 12쪽
» 지솔이의 트라우마 24.06.19 29 1 12쪽
124 섹시한 무대 24.06.18 26 1 12쪽
123 표현력 24.06.17 27 1 12쪽
122 이터널 엔터테인먼트 24.06.16 28 0 12쪽
121 컨셉 소화 미션 24.06.15 26 0 12쪽
120 키네아트 24.06.14 27 1 12쪽
119 개성 24.06.13 31 1 12쪽
118 서사 24.06.12 28 2 13쪽
117 상대 곡 뺏기 24.06.11 25 2 12쪽
116 아폴론 24.06.10 27 1 12쪽
115 디영이의 도전 24.06.09 28 2 12쪽
114 커버곡 미션 24.06.08 28 2 12쪽
113 치유 24.06.07 29 1 12쪽
112 리허설 24.06.06 29 1 12쪽
111 갈등 24.06.05 28 1 12쪽
110 와일더 24.06.04 30 1 12쪽
109 연습 24.06.03 34 1 12쪽
108 팬덤 24.06.02 31 1 12쪽
107 경연 24.06.01 3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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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팀웍 24.05.29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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