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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수
작품등록일 :
2022.08.17 19:05
최근연재일 :
2024.06.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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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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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아이의 꿈 (5)

DUMMY

노랗게 물든 하늘이 찬 숨을 내뱉는 이른 초저녁이었다.



바닷가 마을 풍경이 어찌나 평화로운지 웅크리고 잠든 노란 고양이 같았는데, 풍경을 굽어보는 얀의 눈에는 마을 곳곳에 숨은 그늘만이 비쳤다. 얀은 붕대로 감은 옆구리를 괜스레 쓸어내렸다. 피로가 쌓여 몸이 무거웠지만 얀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광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언덕 쪽에서 누군가 소리치며 달려왔다.



“이 망할 놈이라고! 하마터면 전부 망칠 뻔했잖소!”



장로 보웬이 트로피를 떼어내려 애쓰며 가래 끓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가 말했지! 방해하지 말라고! 이건 전통이고, 신성한 의식이라고! 바다신께서 제물을 받지 못했다면 어쩔 뻔했소? 신이 두렵지도 않소?!”



“아이를 바다에 떠미는 게 신성한 의식입니까?”



얀이 조용히, 그러나 강경하게 대꾸했다.



“누가 바다에 떠밀었소? 그저 헤어지는 것뿐이지! 그리고 세상일에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도 있는 법이오!”



“진정하세요, 어르신. 트로엘 씨도 아무 말 마시고···”



트로피가 보웬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전통이니 의식이니··· 제게 신신당부한 이유를 알겠군요.”



트로피의 간절한 부탁에도 얀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이미 알고 있던 겁니다. 그 일이 양심에 찔리는 일이라는 걸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멋대로 떠들기는! 저런 망할 것이라고!”



장로가 소리쳤다.



“제가 틀렸습니까? 제가 모르는 게 있으면 제발 알려주시죠.”



“트로엘 씨. 제발 그만 하세요. 장로님께서도 이제 들어가시고요··· 어찌 되었든 잘 마무리되지 않았습니까?”



“축제는 축제고, 문제는 문제야! 잘못은 바로잡아야지!”



보웬이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자네가 모르는 게 뭐냐고? 모르는 것 천지지! 이방인! 테스가 불쌍했소? 그래서 지켜주고 싶었소?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오! 테스는 우리 마을 사람이란 말이오! 당신보다 함께한 시간이 더 많다는 건 말할 것도 없지! 아이와 이별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을 어땠겠소? 테스는 말이오. 스스로 제물이 되었소. 우리가 강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제물이 되겠다고 찾아왔단 말이오! 우리라고 좋아서 펄쩍 뛴 줄 아시오? 우리도 안타까웠소. 그래서 아이의 집으로 엄청난 돈을 지불한 거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있고 살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바다신께 보내는 것뿐이야!”



흥분해서 그런지, 아니면 찬바람 때문인지 노인의 귀와 양 뺨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테스가 수긍하지 않았소? 당신, 아이의 집안 상황이 어떤지는 아시오? 얘 엄마는 일찍이 병들어 죽고, 얘 아빠는 일할 수 있는 몸이 아니오. 봉사란 말이오! 앞도 못 보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소? 그들 가족을 돌본 게 누군지는 아시오? 우리 마을 사람들이었소. 그 불쌍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일거리를 주고,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겨울을 보낼 집을 지어주고, 입을 옷을 주었단 말이오. 그런데 정어리가 줄면서 형편이 나빠지는 걸 어쩌겠소? 이대로 가다가는 마을 전체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지게 생겼소. 바다신께 공양을 드리는 건 우리에게도 최후의 방법이나 마찬가지였소.”



“테스는 효녀였어요. 눈먼 아버지를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기를 선택한 거예요.”



트로피가 씁쓸한 목소리로 덧붙여 말했다.



“안타까워할 필요 없다, 트로피. 바다신께서 아이를 잘 받았을 테니까.”



보웬이 콧김을 흥 내쉬더니 얀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윽고 노인은 자신이 이겼다는 듯 미소 지었다.



“고마운 줄 아시오, 이방인. 당신은 약속을 어겼지만, 자네의 머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을 테니까. 축제가 잘 마무리되어서 이 정도로 넘어가는 줄 아시오. 그런데 이제 보니까··· 자네 옷이 바뀌었군그려. 그 옷이 더 어울리는 것 같소. 이전에는 뭐랄까, 마치 길거리 광대 같았거든··· 잠깐, 얼굴도 좀 상한 것 같은데? 그새 무슨 일이라도 있었소?”



“알 것 없습니다.”



얀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긴. 당신이 누구에게 맞고 다니는지 내가 알게 뭐요?”



“이만 들어가셔요, 어르신. 바람이 찹니다.”



트로피가 노인의 등을 억지로 떠밀며 말했다.



“그려. 가야겠고만. 젊은이는 언제까지 머물 거요?”



“오늘 중으로 갈 겁니다.”



“좋소. 얼른 가시구려. 마을 이곳저곳 들쑤시지 말고. 모두 바쁘니 말이오. 특히 테스 아범은 얼마나 상심이 크겠소? 보우서 그 녀석, 오늘 축제에도 나오지 않았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의 집이 어디죠? 그러니까 보우서라는 봉사 집 말입니다.”



얀이 괜스레 묻듯 먼바다를 내다보며 물었다.



“그걸 알아서 어쩌려고 그러시오?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소? 절대 가지 말라고.”



“어딘지 알아야 피해 가지 않겠습니까.”



“...···광장 너머에 있는 작은 통나무집이오. 애초에 그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마시오. 지금 당장 떠나면 더 좋고.”



보웬이 주름진 손으로 귀를 만지작거리더니 이윽고 발걸음을 옮겼다.



“트로피! 배를 언제 띄울지는 내일 정하자꾸나. 이방인도 알아서 잘 보내고. 난 이만 쉬어야겠어.”



보웬이 무어라 계속 중얼거리며 떠나자 트로피가 얀에게 다가왔다.



“뭐 좀 물읍시다, 트로엘 씨.”



“뭡니까?”



얀은 의도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공격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트로피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새였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그··· 축제 때 말입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저는-”



“거짓말을 싫어하시겠죠. 네. 알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어요? 혹시 테스를 데리고 나왔다든지-”



“아무 일 없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것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트로피가 속에 쌓인 무언가를 뱉어내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얀은 그런 트로피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죄책감에 부끄러워서 고개도 들지 못하길 바라며. 결국 트로피는 시선을 피했고, 그제야 얀은 흡족해졌다.



그렇다고 쌓인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

오두막집.jpg

“젠장··· 벌써 해가 저물잖아···”



바닷가 앞 작은 마을 글렘의 광장 뒤편. 그네가 달린 거대한 나무 너머에 있는 통나무집은 마을 아이들에게 유령선이라 불렸다. 집 곳곳이 검게 썩어 으스스할 뿐 아니라 가끔 조그맣게 비명 소리가 들리곤 했기 때문이었다. 비명 소리가 마치 유령이 울부짖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은 호기심에 약했고, 검게 썩어가는 통나무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늘 궁금해했다.



아이들이 통나무집에서 유령이 산다고 말하면, 마을의 어른들은 호통을 치거나 매를 들곤 했다. 가난하고 병든 이웃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억울하다며 소리치는 아이는 더 혼나기 마련이었다.



통나무집 안에 한 남자가 더러운 손톱을 물어뜯으며 유령처럼 창 앞을 서성였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삐거덕삐거덕 힘겨운 소리가 났고, 높은 선반에서는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선반에는 담뱃대와 날이 무뎌져 쓸 수 없는 면도칼, 팔뚝만 한 나무 곤봉, 그리고 낡고 오래된 곰 인형 따위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남자는 지저분하게 자란 수염을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어찌나 세게 긁어대는지 수염이 잔뜩 헝클어지고 끈적거렸다. 수염에서 떨어진 비듬이 목에 걸어놓은 누런 천에 그대로 쌓였다. 천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지만, 남자는 제 몸의 일부인 양 언제나 지니고 다녔다. 그저 천 조각에 지나지 않았지만 남자를 먹여 살리는 소중한 도구였다.



“설마··· 아니지. 그럴 리 없어··· 쉬루에가 그럴 리가···”



남자는 괜스레 문가를 슬쩍 보고는 발길을 돌려 짚으로 채운 이부자리에 주저앉았다. 누런 이 사이로 한숨을 쏟아지더니, 갑자기 지푸라기를 마구 뜯기 시작했다. 썩은 지푸라기는 별다른 힘을 주지 않고도 맥없이 부서졌다.



“제기랄! 그럴 리 없다고! 개 같은 년! 당장 그년을 당장 찾아내야···”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남자는 숨을 크게 들이키더니, 화났던 것도 잊고 활짝 웃었다. 고대하던 순간이 왔음을 직감했다. 많이 늦었지만 부수적인 요인일 뿐이었다. 그녀가 돌아왔다는 사실만이 중요했으니까. 남자는 너무 기쁜 나머지 펄쩍 뛰며 현관으로 달렸다.



“쉬루에! 젠장, 왜 이제야 온 거야? 난 설마 네가 도망간 줄 알고-”



걸어놓은 나무막대기를 치워 문을 열어젖히고 나서야 남자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를 찾아온 손님은 빨간 입술이 매혹적인 쉬루에가 아니었다. 그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상대방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보아서는 안 되었다. 적어도 남들 앞에서는.



남자에게 자신의 과오를 돌아볼 틈은 없었다. 아직 별이 뜨기 이른 시간이었지만, 남자는 눈부시게 밝은 별을 보았다. 그리고 자정의 밤하늘보다 더 깊은 어둠에 빠졌다.



---



남자는 자기 집 바닥에서 깨어났다. 깨어나자마자 욕을 내뱉었는데, 아래턱이 엄청나게 아팠기 때문이었다. 문 앞에서 무언가에 부딪친 것이 떠올랐다. 아니지, 부딪친 게 아니라 맞은 것이었다. 무엇에 맞았는지는 떠오르질 않았다. 확실한 것은 그것이 번개처럼 빨랐다는 것이었다.



“보우서.”



낯선 목소리에 남자는 일어서려다 말고 우뚝 멈췄다.



“누구···세요?”



“네가 보우서구나. 아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속을 알 수 없는 목소리였지만 걱정한 목소리는 확실히 아니었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발 살려 주세요··· 전 불쌍한 사람이에요. 앞도 보지 못하고··· 가진 것도 없고···”



“그래. 다들 네가 봉사라더군.”



목소리의 주인이 현관 쪽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걸음마다 신중함이 느껴졌다. 보우서는 상대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쓰며 목을 더듬거렸다. 천 조각으로 눈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목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선반이 꽤 높네. 바닥도 지저분하고··· 쌓아둔 것도 많군. 필요한 걸 어떻게 찾는지 요령이라도 있나? 혹시 바닥에 둔 그릇 위치도 외우는 건가?”



“그건···”



“장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질 않는군.”



“으······ 씨이발!”



보우서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선반 위에 나무 곤봉을 꺼내 휘둘렀다. 그러나 쓸데없는 짓이었다. 상대는 간결한 동작으로 곤봉을 피하더니 반동도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보우서는 복부를 얻어맞고는 먼지투성이 마룻바닥에 고꾸라졌다.



“아악! 제기랄! 아 씨··· 젠장··· 숨이··· 숨이···”



“엄살은 그만하고 얘기나 나누자고.”



보우서는 벽에 등을 대고 앉아 낯선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보우서가 떨어뜨린 나무 곤봉을 살펴보고 있었다. 날이 저물어서 남자의 얼굴이 그늘 속에 숨어있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보우서가 쏟아지는 기침을 겨우 참으며 물었다.



“곧 알게 될 거야. 가진 게 없다고 했나?”



“딱 보면 몰라? 가져갈 게 있겠냐고, 씨이발···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내가 알기로는 꽤 많은 돈을 받은 걸로 아는데.”



“하아··· 젠장···”



보우서는 침을 탁 뱉고는 코를 훌쩍였다.



“돈이 목적이었군··· 너도 똑같은 놈이야. 이놈이고 저놈이고 돈에 환장한 놈들뿐이지. 개자식들···”



“묻는 말에 대답하지?”



“젠장! 도둑맞았어! 너 같은 놈에게 말이야.”



“아깝겠군그래.”



“그걸 말이라고 해? 자기 돈 잃어서 좋을 사람이 어디 있어?!”



보우서는 무서운 것도 잊고 소리쳤다가 뒤늦게 입을 꾹 다물었다. 상대는 차분히 보우서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꼭 자기는 다르다는 듯이 말하는군. 누구에게 도둑맞았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온종일... 집에 있었다면서?”



보우서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남자가 계속해서 물었다.



“쉬루에는 누구지?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던데.”



“하아··· 쉬루에···”



보우서는 습관처럼 욕설을 중얼거리다가 결국 차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망할 년! 그 망할 년이 내 돈을 가지고 도망쳤다고! 온갖 아양을 다 떨며 엉덩이를 들이밀더니, 돈이 생기자마자 다른 마을에 집을 마련해 보겠다며 죄다 챙겨서는 여태 돌아오지 않잖아! 이런 미친년이라고! 그년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이제 난 어떻게 살란 말이야? 씨이발!”



보우서는 크게 욕을 내뱉고는 도기 접시를 내던졌다. 접시는 반대편 벽에 부딪혀 그대로 깨져버렸다.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아 보우서는 던지고, 부수고, 쥐어뜯을 무언가를 찾았다. 그러나 평소답지 않게 그는 금세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남자가 다가와 그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눈높이를 맞춘 것이다. 밝은 하늘색 머리와 이글거리는 연주황빛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데 말이야.”



남자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몹시 날카로웠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만 같았다.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했다.



“왜 딸아이 얘기는 하지 않는 거지?”



남자가 대답을 바란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보우서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공포가 입을 꿰맨 것만 같았다. 물론 말할 수 있었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겠지만.



“전혀 슬퍼 보이지 않는군. 정말··· 슬프게도 말이야.”



남자는 나무 곤봉을 만지작거리며 차분히 말했다.



“오래된 핏자국··· 네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너의 전 애인 것 같지도 않은데···”



남자가 말끝을 흐리며 쳐다보자 보우서는 눈길을 슬쩍 피하더니, 대뜸 몸을 바짝 엎드리며 울기 시작했다.



“제가··· 제가 몹쓸 인간이에요! 아주 나쁜 인간에··· 아빠였어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살려 주세요··· 목숨만은··· 앞으로는··· 제가 정말-”



“왜 널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하늘색 머리 남자가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



“널 죽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어차피 난 오늘 떠날 거야.”



하늘색 머리 남자가 몸을 일으키자 보우서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일단 산 거야. 그러나 그의 안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낯선 남자가 갑자기 머리를 움켜쥐더니 힘껏 바닥에 내쳤다. 먼지가 목젖을 찔렀지만, 기침보다 비명이 먼저 터져 나왔다.



“아악! 잠깐! 말하고 다르잖아요! 그냥 간다면서요! 살려준다고 했잖아요! 제발 살려줘!”



남자는 개의치 않고 보우서의 양팔을 등 뒤로 묶기 시작했다.



“내게 살려 달라고 할 필요 없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입이 닳도록 해야 할 거야. 평범한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생각일지 모르겠거든.”



바닷가 앞 작은 마을 글렘의 장터 뒤편. 그네가 달린 거대한 나무 주변에서 놀던 마을 아이들은 오늘도 유령선에서 비명을 들었다. 그러나 평소처럼 작고 가녀린 유령 소리가 아니었다. 절망적인 비명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은 호기심에 약했고, 검게 썩어가는 통나무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했다.



다음 날 오후, 그러니까 얀 트로엘이 마을을 떠난 다음 날,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 글렘의 주민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가난하고 병든 이웃을 함부로 놀린 아이들 때문은 아니었다. 배신감. 오직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작가의말

일러스트는 Midjourney에서 생성한 AI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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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끝 그리고 시작 (3) 22.08.19 51 4 14쪽
3 끝 그리고 시작 (2) 22.08.18 62 2 20쪽
2 끝 그리고 시작 (1) 22.08.17 11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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