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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왕 님의 서재입니다.

딸바보, 신급 슬라임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동자왕
작품등록일 :
2021.08.12 15:18
최근연재일 :
2021.09.28 18:55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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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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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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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918

작성
21.08.1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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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화. 딸 바보, 슬라임 되다.

DUMMY

5화. 딸 바보, 슬라임 되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감자가 완성된 텃밭에선 슬라임들과 괴물 멧돼지가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크허웅! 쩝쩝!-


아니, 이건 전투가 아니었다.

덤벼드는 족족 놈의 입속으로 꿀꺽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푸딩을 처먹듯 슬라임들을 삼켜대고 있었다.

뭐, 사실 기대도 안했다.

모든 능력치가 1인 녀석들이 멧돼지의 상대가 될 리 없으니까.


-쿠흐어엉!!-


그렇게 식사를 마친 멧돼지가 흉포한 안광을 번뜩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더 내놓으라는 듯이.

이번에도 편안하게 배를 채워달라는 듯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징그럽게도 생겼네......’


그 모습에 절로 혐오감이 든다.

뿔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가리가 귀밑까지 찢어져 있다니. 자신 역시 한입꺼리에 불과해 보인다.


쿠웅!!


하지만 그것도 저 입 속에 들어갔을 때의 이야기다.

달려오던 멧돼지가 갑자기 바닥을 나뒹굴었다.

멧돼지는 들이박았으면 박았지, 슬라이딩으로 사냥을 하진 않는다.

그럼 왜 저러는 걸까.


‘웃차!’


유현이 널브러진 멧돼지의 위로 뛰어올랐다.

몸은 바들바들 떨어대고, 입엔 게거품까지 물려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비 독(10%)]

-대상의 근육을 마비시킴과 동시에 고통을 (2배) 증폭시킨다.


슬라임들에게 마비 독을 먹였다.

지옥가시목의 독날 가시도 체내에 머물게 했고.

그러면 어떻게 될까.

가시는 위장에 상처를 입힐 것이고, 그 사이로 스며든 마비 독은 근육마비와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딸 가진 아빠는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애초에 힘으로 놈을 이길 생각은 없었다. 그럴 방법도 없었고.

그래서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지금쯤 놈은 뱃속이 불타오르는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터.

얼마 안가 멧돼지의 눈이 까뒤집혔다.


‘흡수.’


그제야 유현은 흡수를 사용했다.

흡수는 시체나 저항력을 잃은 존재에게만 사용이 가능했기에.


‘굶주림에 퇴화한 아귀의 식도. 타락한 돌연변이 멧돼지. 뇌전에 특화된 흑 뿔. 다 자란 성체.’


이놈의 전생도 평범한 지구의 멧돼지였다.

주마등처럼 떠오른 기억 역시 대격변과 함께 붉은 뇌전에 변이되는 장면이었고.

그리고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


-퇴화한 아귀의 식도.-


지옥가시목은 굶주림에 퇴화한 식귀의 위장.

외뿔 멧돼지는 굶주림에 퇴화한 아귀의 식도.


‘아귀의 식도? 식귀의 위장?’


어떤 연관이라도 있는 걸까.

모르겠다. 정보가 부족해서.

그렇게 멧돼지의 사체가 거의 흡수되어갈 때쯤, 몸속에 있던 마정석도 흡수되기 시작했다.


-[외뿔 멧돼지(Lv.28)]의 마정석을 흡수합니다.

-마나 스텟 (+2)상승. MP최대수치가 (+11)증가하였습니다.

-외뿔 멧돼지의 대표특성인 [광기서린 돌진]을 획득합니다.

-[일반: 뇌전의 결정조각]을 획득합니다.

-1마리의 후손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배출하시겠습니까?


‘레벨이 28? 이러니 물마시듯 슬라임들을 잡아먹었지.’


아무래도 마비 독을 얻은 것이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어쨌든 보상이 좋다.

대표특성과 전리품도 획득했고, 일반 몹인데도 MP수치를 많이 획득했다.

멧돼지 한 마리당 슬라임 한 마리 배출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런데 마정석도 동시에 흡수되네? 괴물들마다 다른 건가?’


지옥가시목은 육체와 마정석을 따로 흡수했었다.

그런데 멧돼지는 육체를 흡수함과 동시에 함께 흡수.


‘음, 그냥 넘어가자.’


모든 게 처음 겪는 일이다.

마물을 사냥하다보면 자연적으로 알게 될 일. 이럴 땐 그냥 넘어가는 게 상책이었다.

전리품과 스킬 확인으로 넘어갔다.


[일반: 뇌전의 결정조각]

-뇌전의 힘을 지닌 신비한 파편.


이것도 보관.

스킬확인으로 넘어갔다.


[광기서린 돌진(0%)]

-굶주림에 지친 외뿔 멧돼지의 폭주. 먹이를 향한 집착이 돌진속도와 전투력을 상승시킨다.

-3초간 이동속도 5배.

-공/방어력: 2배 상승.


이건 좀 쓸 만해 보인다.

슬라임의 몸이라 데미지는 기대할 수 없겠지만, 비상탈출용으로는 괜찮지 않을까.

짧게나마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면 순간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이거지!’


[외뿔 멧돼지(사체)]


사체를 분열시켜 독기와 독소를 없애자, 일반 멧돼지의 육질과 거의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말인즉?


‘오늘 저녁은 삼겹살 파티다!!’


쌈장은 만들면 되고 상추도 텃밭에서 구해놓았다.

그러니 고기만 구우면 된다.

이 정도면 오늘 저녁은 유리에게 질 좋은 음식을 먹일 수 있을 것이었다.




*




그날 저녁.

유현은 달궈놓은 팬에 미리 추출해 놓은 돼지고기를 내려놓았다.


치이이익!


맛있는 소리를 들으며 소금 톨톨!

고소한 향기가 창고 안에 퍼질 때쯤 한판 뒤집기를 시전!

그렇게 1~2회를 반복했다.

삼겹살은 너무 자주 뒤집으면 안 된다. 육즙이 빠져나가 고유의 맛을 잃게 되니까.


“꼬기! 꼬기!”


그때쯤 유리가 고소한 향기에 이끌려 다가온다.

슬라임을 온몸으로 껴안곤 입맛을 다셔댄다.

유현의 몸이 꿀렁꿀렁.

유리도 껑충대며 춤을 춘다.


“씬난다아!!”


누가 봐도 세상 신난 부녀지간의 꽁냥꽁냥.

행복한 저녁을 준비하는 아빠와 어린 딸의 모습이었다.


‘끄아아악!!’


물론, 겉모습만 그랬다.

꿀렁대는 유현의 외면과 실상은 전혀 달랐다.

연약한 근력을 통탄하며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내는 중이었으니까.

인간이었다면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리라.


‘끄아아!! 진짜 죽겠다!!’


고통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슬라임에겐 후각과 미각이 없다.

그 말은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낄 수 없다는 뜻이다.

전생의 기억으로 맛을 안다는 것. 어떤 냄새를 풍길지 예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인간이었던 유현에게 끔찍한 고문이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이토록 괴롭진 않았을 것이었다.


‘크으, 다들 이리와.’


삼겹살 한 점을 유리에게 먹인 유현은 슬라임들을 불러들였다.

총 10마리의 슬라임들.

녀석들 전부 상추 슬라임으로 만들어 위장에 분열시키는 중이다.

텃밭에 상추도 심을 생각이라 뽑아 놓은 걸 전부 써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1분 남았네. 후우!’


아, 그리고 슬라임들이 몸에 지녔던 조미료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것들 전부 무한포식의 위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조금 전에 알았다.

자신과 후손들은 접촉만으로 흡수한 물질을 옮기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1분이 지나고.


-[상추 슬라임(Lv.1)]의 분열이 완성되었습니다.

-자격 충족! 동종 후손 10마리가 다음계체 진화를 희망합니다.


‘진화?’


그때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상추 슬라임 열 마리로 인해 진화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활성화되었기 때문.

진화라면 높은 단계로 올라간다는 뜻. 그렇다면 슬라임도 강해질 수 있다는 건가?


‘진화 수락.’


바로 승낙했다.

그러자 상추 슬라임들이 한 대 뭉쳤고, 그 안의 핵(위장용량)도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진화성공!

-[정예 슬라임(Lv.5)]이 탄생합니다.

-그에 따른 상위스킬: [융합]을 획득합니다.

-조건충족 시, 같은 속성의 슬라임 10마리를 한 개체로 합칠 수 있습니다.


유현은 10배나 커진 상추 슬라임을 한참 동안이나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유리의 소파로 사용해도 되겠는데?’


진화보다 딸내미의 편안함을 먼저 생각하는 유현이었다.

어쨌든 확인.


[정예 슬라임(Lv.5)]

등급: 정예. 속성: 상추.

공격력:10. 방어력:10.

HP: 50. MP: 100.

힘: 10. 민첩: 10.

체력: 10. 마나: 20.

-위장용량: (1/2)


레벨 5로 상승.

능력치 10배.

상추도 10개씩 분열.

위장용량도 1 상승.

등급은 정예.

새로 추가된 건 이거다.


‘자유자재로 분열과 융합이 가능?’


융합을 해제하면 10마리의 일반 슬라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슬라임의 합체와 분리가 가능해진 것.


‘이러면 또 욕심이 생기는데.’


현재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전투력이다.

그렇다면 그 부족함을 정예 슬라임들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정예는 위장용량도 2개.’


연구하다보면 더 좋은 전투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슬라임을 늘리는 방법도 간단하다.

지금처럼 텃밭을 이용해 멧돼지를 유인하면 된다.

결계 안에 숨어있으면 죽을 위험도 없고, 후손들은 죽어도 마력만 있으면 언제든 부활 가능하니까.

그렇게 슬라임들을 늘려 가다보면 더 강한 계체의 슬라임도 등장하게 될 터.


‘언젠가는 쌍뿔 멧돼지도 노려볼만하게 되겠지.’


옆집 이웃도 상대할 수 있을 거다.

무리할 필요도 없고, 안전성까지 보장. 이보다 훌륭한 사냥이 또 어디에 있을까.


‘좋아! 밥부터 먹이고 한번 연구해봐야겠다.’




*




새벽이 찾아왔다.

뒷정리는 당연히 슬라임들이.

슬라임과 열심히 논 유리도 깊은 잠에 빠져든 상태였다.

하지만 유현은 말짱했다. 시야도 낮이나 밤이나 다를 바 없었고 졸리지도 않았다.

슬라임은 잠도 없는 걸까.

덕분에 어둠 속 적막감에 사로잡혀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역시 지금인가.’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유현은 딸이 자는 모습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결계 밖 창고 뒷문으로 나왔다.

김씨네 슈퍼가 보인다.

곧장 그 옆 배수로로 떨어져 한참을 기어올라, 산으로 향하는 대나무 숲길에 도착했다.


‘옷, 이불, 베개, 칫솔, 수건......’


그렇다. 유리의 생활용품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가는 중이다.

결계가 적정온도를 유지시켜주기에 유리가 감기에 걸릴 일은 없다.

하지만 옷과 세면도구는 꼭 필요하다. 딸을 꾀죄죄한 모습으로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나무 숲을 지나 산 중턱에 오르자 집 한 채가 보인다.


‘어머니, 아버지......’


아들과 손녀를 살리기 위해 대신 희생되신 두 분. 모두 이 집에서 돌아가셨다.

그래서 가슴이 미어졌다.

대신 희생하시던 그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그 사랑이 얼마나 지대한 것인지 잘 알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지킬 것이다.


‘유리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며 집 마당에 들어섰다.

이미 집은 너덜너덜했다.

시골집이라 지붕과 황토벽은 구멍이 뻥뻥 뚫려있었고, 외양간에 있던 소 한 마리도 죽었는지 안 보인다.

집안의 물건들도 마찬가지. 부서지거나 깨져 엉망진창이 되어있다.


‘시작해.’


슬라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마나 멀쩡한 물품들을 모아 위장에 흡수하려는 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바닥을 살피던 중 반쯤 깨진 액자 하나를 발견했다.


‘가족사진......’


그 안엔 모두 함께 있었다.

부모님과 나. 유리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유리를 너무나도 예뻐했던 부모님.

이렇게라도 부모님의 얼굴을 보게 되니 기쁘기도,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슬라임이라 눈물조차 흘릴 수 없다. 그게 정말이지 참담한 심정이다.


쿠구구궁!!


그때 갑자기 땅이 진동한다.

집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그에 유현은 조심스레 가족사진을 흡수했다. 함께 찍은 유일한 사진이니 당연하다.


콰과광!


이윽고 무언가가 솟아오르며 집을 에워쌌다.

부모님의 손 떼와 향기가 묻은.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낡은 가구들이 허연 톱밥을 날리며 갈려나간다.


-끼에에에엑!-


모습을 드러낸 수십의 가시목들.

이들이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인 괴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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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내 딸의 뒷배 세력들. +4 21.09.28 548 18 13쪽
30 30화. 성탄절의 기적. +4 21.09.27 516 20 12쪽
29 29화. 성탄절의 기적. +3 21.09.26 559 20 12쪽
28 28화. 성탄절의 기적. +2 21.09.20 705 18 11쪽
27 27화. 딸을 위한 세상 만들기. +2 21.09.19 742 18 12쪽
26 26화. 딸을 건드린 대가. +5 21.09.18 788 20 12쪽
25 25화. 폭주. +6 21.09.09 936 23 13쪽
24 24화. 폭주. +7 21.09.06 896 24 12쪽
23 23화. 딸 찾아 삼만 리. +2 21.09.05 833 20 12쪽
22 22화. 먼치킨 슬라임 탄생. +8 21.09.03 835 27 13쪽
21 21화. 먼치킨 슬라임 탄생. +8 21.09.01 882 21 13쪽
20 20화. 존버는 끝났다. +3 21.08.31 825 28 12쪽
19 19화. 슬라임은 각성 중. +4 21.08.30 842 21 12쪽
18 18화. 딸 바보, 각오하다. +2 21.08.29 861 23 12쪽
17 17화. 한줄기 빛을 보았다. +2 21.08.28 855 24 12쪽
16 16화. 규격 외 존재. +1 21.08.27 869 22 12쪽
15 15화.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 +1 21.08.26 862 24 12쪽
14 14화. 딸 바보, 한을 풀었다. +4 21.08.24 908 22 13쪽
13 13화. 드디어 인간을 보았다! +1 21.08.23 873 20 12쪽
12 12화. 환영받지 못한 손님의 최후. +1 21.08.22 867 16 12쪽
11 11화. 딸 바보가 바라는 것. +1 21.08.21 883 16 13쪽
10 10화. 딸 바보의 하루일과. +2 21.08.20 932 20 12쪽
9 9화. 딸 바보가 강해지는 법. +1 21.08.19 965 17 13쪽
8 8화. 슬라임의 정령 소환법. +1 21.08.18 1,025 19 13쪽
7 7화.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21.08.17 1,049 18 13쪽
6 6화.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21.08.16 1,101 16 13쪽
» 5화. 딸 바보, 슬라임 되다. +2 21.08.15 1,205 20 12쪽
4 4화. 딸 바보, 슬라임 되다. +2 21.08.14 1,416 25 13쪽
3 3화. 딸 바보, 슬라임 되다. 21.08.13 1,705 27 12쪽
2 2화. 딸 바보, 슬라임 되다. +5 21.08.12 1,921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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