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휴먼스타 님의 서재입니다.

라라랜드 (자고 일어나니 스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휴먼스타
작품등록일 :
2020.05.11 11:41
최근연재일 :
2020.06.12 04:18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202
추천수 :
634
글자수 :
144,965

작성
20.06.10 02:00
조회
55
추천
9
글자
10쪽

25화. 악마와 손을 잡았으니까

DUMMY

“그럼, 행복한 기억은?”

“다 가짜야! 언니 오빠 모두 내 앞에서 웃지만, 돌아서면 날 미워하고 증오하고 있어.”

“도대체 왜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미소는 자신도 모르게 속력을 내고 있었다.

그곳에 가면 볼 수 있다는 소희의 말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속력을 내고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달렸다. 침묵이 소희 목덜미를 조여오자


“내가 사고 난 날짜와 아빠 엄마가 돌아가신 날짜가 같은지를 보려고...”

“무슨 소리야?”

“내가 운전한 차에 두 분이 타고 있었을 거야. 언니 오빠들은 아니라고 하는데...”

“.......”

“날짜가 같다면, 내가 사고로 돌아가신 거야.”

“3년 동안 몰랐던 거야?”

“오래전에 돌아가셨다고만 말하고 있어. 묘지가 유실됐다며, 다 거짓말일 거야.”

“어떻게 안 거야?”

“나 몰래 언니 오빠가 추모공원에 다녀온 걸 봤어.”

“.......”

“이제 용기를 내서 가보려고... 널 보면서 용기가 났어.”

“김민수 감독하고도 안 갔어?”


김민수라는 이름에 소희가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가깝고 친한 사이인 줄 알았지만, 아닌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쓴 시나리오를 봤어, 니 얘기를 쓰고 있었어.”

“난, 모르는 일이야.”


이번엔 미소가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분명히 소희에게 동의를 얻고 쓴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든 생각은


“혹시, 김민수 감독이... 나쁜 기억을 찾으라고 한 거야?”


제발 아니라고 말하길 바랐다. 김민수 감독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길 바랐다.


“어.”


미소는 김민수 감독에 대한 호감이 배신으로 뒤바뀌었다.


“가지 마!”

“왜?”


미소는 차를 갓길에 멈췄다.


“좋은 기억만으로 살아가기도 벅차니까.”

“그래도 그게 사실이야.”

“행복한 기억도 사실이야.”

“아니, 다 가식이야. 어서 출발해줘!”

“제발.”

“너도 봤잖아. 너도 아빠와 만났잖아!”

“이겨낼 수 있어?”

“.......”

“그 아픔과 마주하고 이겨낼 수 있어?”

“.......”


검은색 승용차가 갓길에 급정거하면서 김민수가 내렸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김민수의 시선은 미소를 노려보고 있었다.

미소는 너무 놀랐다. 김민수의 등장에 놀랐고, 김민수의 무서운 표정에 또 한 번 놀랐다.


미소의 무의식에서 김민수 감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리세요.”


김민수 감독이 조수석 문을 열면서 소희에게 정중하지만, 강압적인 뉘앙스로 말했다.

소희가 미소를 한 번 보고는 차에서 내렸다.

김민수 감독이 소희를 데려가려 하자 미소가 뛰어가서 막아서며


“가지 마세요.”

“왜죠? 진짜를 보여주려는 건데?”


앞을 막아선 미소에게 김민수 감독은 정중히 말하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으로 미소를 노려봤다.


“굳이, 굳이 나쁜 기억을 보여줄 필요 없잖아요?”

“그게 진실인데도? 진실을 보고 직시해야 해소될 수 있어요.”

“진실보다 지금이 더 중요해요.”

“아니, 내 생각은 앞으로가 중요해. 소희에게도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비켜!”


김민수가 미소를 밀쳤다.

미소가 버텼다.

김민수는 소희의 나쁜 기억을 보라고 했다.

미소는 소희의 나쁜 기억을 보지 말라고 했다.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소희가 감당해야 할 무게를 생각해 봤어요?”

“답답한 소리 그만하고 저리 찌그러져 있어!”


김민수가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듯 거칠게 말했다.

미소가 김민수 승용차 문을 막아섰다.


“그만해, 소희는 이겨내지 못할 거야.”

“넌 이겨내고 소희는 이겨내지 못한다? 웃기네.”

“당신, 영화 땜에 이러는 거야? 소희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붙어 있다면 이딴 짓 그만해! 당신 영화가 전부가 아니야! 그만 아픔 파헤쳐!”

“네 깐 게 그러니까 아직도 무명인 거야! 남의 걸 빼앗아서라도 성공만 시키면 모두 용서되는 거야! 더 가르쳐 줘? 술집에서 가르쳐 준 거로도 모자라?”

“그래서... 그 남자 것도 빼앗은 거야?”

“뭔 소릴 지껄이는 거야, 비키란 말야!”

“화상 입은 남자! 당신과 통화하는 걸 봤어!”


김민수 감독은 흔들렸다. 분명히 흔들렸다. 가장 아픈 곳을 찔렀으니까.

흔들리는 눈동자로 미소에게 바싹 다가서며


“왜? 너도 세상에 폭로하고 싶어? 내 약점 잡고 날 이용하고 싶어?”

“아니! 난 그러지 않아!”

“그 자식도 똑같이 말했어. 하려면 해. 나도 매일 같이 폭로해버리고 싶으니까. 누군가 폭로해 주고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으니까! 난 욕을 먹어도 진실을 따라갈 거야!”

“당신이 소희에게 왜 나쁜 기억을 보여주려는지 알 거 같아.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으니까. 이겨내야 하니까.”

“그딴 입에 발린 소린 그만해!”

“소희에게 나쁜 기억이라도 진실을 만나게 해 주고 싶은 거 알겠어! 그래서, 당신! 진실을 보니까. 좋아졌어?”

“넌, 소희 캐릭터 훔치러 온 주제에. 너나 똑바로 살아!”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니까.


“맞아, 당신 말이 맞아... 그러니까, 더 나빠지지 말아. 여기서 그만해.”

“어쭙잖은 착한 척 말고 빠져!”

“당신같이 독한 사람도 지옥같이 산다고 했어! 소희는 못 버틸 거야!”

“내가 못하니까 소희라도 하란 거야! 내가 못하니까! 그리고 너나 숨기면서 살아! 난 숨기며 살지 않을 거니까! 단 하루도! 단 1분 1초도! 그게 나를 영화로 폭로하는 이유야!”


김민수가 미소를 다시 한번 밀치자 미소는 힘없이 밀려서 바닥에 손바닥이 쓸렸다. 다리에 힘이 빠진 이유는 김민수의 진심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폭로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려 한다는 말에.


미소는 무의식에서 김민수가 튀어나와 충돌과 혼란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갔다.


김민수가 운전석으로 걸어갔다.

미소가 주섬주섬 일어나 조수석에 앉은 소희에게


“이겨낼 수 있겠어? 니가 부모님을 죽인 게 맞다는 걸 알면?”

“.......”

“가지 마. 니가 거부하면 돼. 김민수 감독도 그만둘 거야.”

“의심하고, 미워하고, 그러고 살아가는 건 괜찮아?”

“서로 노력하면 돼. 이겨낼 수 있어. 노력하는 게 진실일 수 있어.”


소희가 창문을 내렸다.

동시에 김민수가 시동을 걸었다.

소희가 떨리는 손을 미소에게 내밀었다.

미소가 손을 내밀었다. 상처 난 손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소희 손을 잡으려 하자 승용차가 급출발했다.

미소가 쩔뚝이며 승용차에 올라타고 쫓기 시작했다.


미소가 도착한 곳은 분당 추모공원.

야외에 설치된 벽체식 봉안담이 미로처럼 세워져 있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벽체 외관과 고개 숙인 세 명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텅 빈 김민수 감독의 승용차가 보였지만 김민수와 이소희는 보이지 않았다.

미소는 서둘러 미로 같은 벽체식 봉안담 속으로 달려갔다.


이리저리 찾아 헤맸다. 벽체 사이로 소희가 보였다.

미소가 달려가 소희 얼굴을 살폈다.

소희는 입구에 세워진 동상처럼 굳어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까지.

소희가 바라보는 곳으로 미소가 시선을 돌렸다.

소희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안치된 봉안담에 적힌 사망날짜가 보였다. 같은 날짜였다.


“내가... 사고 난 날이야.”


떨리는 소희 목소리가 미소의 오른쪽 귓가를 후벼 파고 들어왔다.


“내가 죽였어.”

“그러지 마, 사고였을 뿐이야.”

“그날 차를 타고 가면서 엄마 아빠랑 계속 싸웠던 게 생각났어.”


고통스러운 기억을 그만 떠올리라는 듯, 미소가 소희를 꽉 안아줬다.


“앞으로 나쁜 기억,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면 돼.”

“노력할 거야.”

“그래.”

“나쁜 기억이 모두 사라질 만큼... 노력하고 또 노력할 거야.”

“그래.”


저 멀리서 김민수 감독이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미소가 그런 김민수 감독을 노려봤다.



소희를 승용차에 태우고 미소가 김민수 감독에게 다가섰다.


“ 신이 원하는 게 이거였어?”

“소희가 노력한다고 했나?”

“.......”

“원래 인간은 자신이 감당할 만큼만 고통이 와. 그 이상은 오지 않아.”

“감당할 수 없어서 세상을 등지는 사람도 있어.”

“그것도 감당하는 거야. 선택이니까.”

“사람, 참 차갑다.”

“내가 차가운 게 아니라, 세상이 차가운 거야. 도대체 얼마나 가르쳐야 해? 도망치면 아무것도 못 해. 이제 소희는 이겨낼 거야. 인생에 가장 소중한 가치를 알게 됐으니까.”

“만약, 소희에게 문제가 있으면...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아. 당신이 절대 그 영화를 만들게 놔두지 않을 거야.”

“널 캐스팅한다 해도 그럴 수 있어? 여주인공으로 말야.”

“......!”


비겁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뜨거운 심장은 필요 없다고 소리쳤지만 차가운 머리는 목구멍을 틀어막고 잠시 비겁하라고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캐스팅되고 싶긴 하나 봐?”

“.......”

“남 얘기에는 그렇게 핏발을 세우더니 정작 자신의 문제는 그렇게 못하는 게 인간이지. 니 탓은 아냐 원래 인간이 그렇게 간사한 거니까.”

“.......”

“어때? 나랑 같이 손잡고 이번 영화 함께 만드는 게? 그게 소희에게도 도움이 될 거야.”


김민수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소희는 김민수 감독의 손을 잡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악마와 타협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소희는 김민수 감독의 손을 잡았다.


연극치료는 여기서 종료됐다.


소희 문제를 치료하러 들어갔다가 미소의 무의식과 싸우기까지 했다.

미소는 이제 뒤돌아보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반드시 그 영화의 주연배우가 되기로 했다.


악마와 손을 잡았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라랜드 (자고 일어나니 스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며칠 준비해서 더 좋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20.05.12 211 0 -
28 27화. 당신과 나, 우리 이야기 +7 20.06.12 126 8 11쪽
27 26화. 이야기의 시작 +8 20.06.11 50 10 10쪽
» 25화. 악마와 손을 잡았으니까 +8 20.06.10 56 9 10쪽
25 24화. 비밀이 숨겨진 곳 +6 20.06.09 52 11 11쪽
24 23화. 반갑다, 소희야 +8 20.06.08 109 11 12쪽
23 22화. 욕망이, 그렇게 이끌었다. +13 20.06.05 166 14 14쪽
22 21화. 마지막 통과면 완벽하다 +11 20.06.04 153 15 9쪽
21 20화. 당신은 나랑 작업하게 될 거야. +10 20.06.03 151 17 11쪽
20 19화.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13 20.06.02 146 13 11쪽
19 18화. 판타지 속 판타지 +18 20.06.01 146 18 9쪽
18 17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두 번째 +28 20.05.29 168 24 14쪽
17 16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19 20.05.28 181 18 14쪽
16 15화. 만들어진 기억 +13 20.05.27 165 18 15쪽
15 14화. 이젠 내가 당신보다 갑이야 +24 20.05.26 161 23 13쪽
14 13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10 20.05.25 158 16 10쪽
13 12화. 김민수 감독과 한판 대결 +11 20.05.22 155 17 13쪽
12 11화. 잠실에 있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 +15 20.05.21 163 16 16쪽
11 10화. 다시 기어오르면 돼 +11 20.05.20 157 20 12쪽
10 9화. 미소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31 20.05.19 168 24 8쪽
9 8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29 20.05.18 172 24 13쪽
8 7화. 남자 주인공의 등장 +15 20.05.17 202 25 10쪽
7 6화. 욕망 +19 20.05.16 227 22 18쪽
6 5화. 레디, 액션. +24 20.05.15 262 24 10쪽
5 4화. 만남의 시작 +22 20.05.14 280 33 11쪽
4 3화. 무명 여배우들의 무덤 +28 20.05.13 348 31 12쪽
3 2화. 미소야, 너에게 기회가 왔어. +27 20.05.12 433 35 10쪽
2 1화. 자고 일어나니 스타 +23 20.05.11 756 47 15쪽
1 프롤로그 +21 20.05.11 861 91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