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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타 님의 서재입니다.

라라랜드 (자고 일어나니 스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휴먼스타
작품등록일 :
2020.05.11 11:41
최근연재일 :
2020.06.12 04:18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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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
글자수 :
144,965

작성
20.06.02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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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화.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DUMMY

여자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현철이가 대본을 들고 들어왔다.


“됐어, 잘 했어, 오디션은 여기까지야···’


현철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오 마이 갓···”


현철은 더이상 한 걸음도 다가서지 못했다.



*



연기 연습실 건물 옥상에는 예쁜 정원이 있었다. 그곳에 최성원 선생님이 커다란 화분을 두고 각종 꽃과 채소를 키웠다. 미소와 친구들은 입시 연기를 공부할 때 이곳에서 채소와 고추를 따 먹고는 했다.


해가 떨어지자 어둠이 하늘에서 반쯤 내려왔다. 미소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미소는 혼자 옥상 벤치에 앉아 지금은 흙만 가득한 메마른 화분을 보고 있었다. 아까 있었던 오디션을 떠올리면서···


현철이가 올라왔다. 조심스럽게 미소 옆에 앉았다.

미소는 현철을 보지 못했다.


“오디션 다 끝났어?”

“어, 지금 정리하고 있어.”

“내려가. 너도 오디션 채점한 거 정리해야지.”

“나한텐 주연배우가 더 중요해.”

“훗, 여우 다 되셨어. 마음이 사르르 녹네! 녹아.”

“... 아까 걔 있지? 진수애.”

“나 신경 쓰지 말고 니가 마음에 들면 뽑아. 마음에 드는 거 같던데···”

“됐어, 뽑았다가 뭔 사나운 꼴 당하려고.”

“······.”

“다음에 둘이 붙으면 서로 머리털을 뽑겠더라··· 안 뽑아.”

“아깐 감정이 안 좋아서 그랬던 거고, 설마 촬영장에서도 그러겠냐?”

“끝나고 둘이 나가던데, 무슨 말 했어?”

“미안하다고.”

“사과는 받아주디?”

“독한 아이야, 웃으면서 그거 다 연기한 건데 뭐가 미안하냐고 하더라.”

“정말? 정말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어?”

“어. 속으로 다른 말을 했을진 모르지만.”

“······.”

“맘에 들면 뽑아. 감독은 너야.”

“······.”

“그만큼 연기 하는 아이도 없어. 네 영화에 도움이 될 거야.”

“··· 아까 왜 그랬어?”


현철이는 미소가 걱정돼서 물었다.

미소의 독한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굳이 오디션 연기에서 진짜 키스까지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현철이 더 궁금했던 건,


“키스를 말하는 게 아니야, 까짓거 뭐 할 수도 있지, 난 니가 왜 그렇게까지 그 아이를 상대해 줬는지가 궁금해.”

“······.”

“화난 사람 같았어, 초반엔 니 페이스를 잃을 정도로...”

“··· 며칠 전에 오디션을 보고 나오는데 전소연 배우를 봤어.”

“전소연? ‘비밀’에 전소연 배우?”

“어, 꼭 영화 같더라, 현실에서도 전소연 배우는 주연배우였고, 난 엑스트라였어.”

“······.”

“그 사람하고 나하고 차이가 뭘까?”

“뭔 거 같아?”

“몰라. 정확히 모르겠어. 근데 그 아이를 볼 때 그때 기분이 떠올랐어. 비참한 기분이.”

“뭐가 비참한데?”

“.......”

“말하기 어려워?”

“... 내가 질 것 같았어. 그 아이한테 실력으로 지면, 난 더이상 연기를 못했을 거 같아.”

“그래, 뭔지 좀 알 거 같아.”

“아니면, 그 아이가 내 비밀을 건드려서 더 비참해졌던 것 같기도 하고···”

“무슨 비밀?”

“있어, 그런 거.”

“뭔데? 나 궁금한 거 못 참는단 말야.”

“그렇게 궁금하면 합격시켜서 물어보시던가.”

“너와 나 사이보다··· 더 큰 비밀이야?”

“너와 나 사이 비밀이 뭔데?”

“우리? 우리... 하룻밤 정동진에서···”


미소가 현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악!”

“미친놈아, 입 안 닥쳐? 그 소리 어디 딴 데 가서 하면 너 아주 죽는다!”

“알았어, 알았어··· 여자애가 손이 왜 이렇게 맵니?”

“따라 해, 정동진에서 우린 손만 잡고 잤다!”

“정동진에서 우린 손만··· 만지고 잤다.”

“만지긴 뭘 만져! 잡고!”

“잡고···”

“우린 아무 일 없었다!”

“우린 아무 일··· 있었다.”

“진짜 죽을래!”

“우린 아무 일 없었다.”

“이게 아주 죽을라꼬···”

“야, 근데 정동진까지 가서 손만 잡고 잤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

“시끄러 이 나쁜 놈아! 영화제 가서 상 타 오면 프러포즈한다며 정동진에서 뻐꾸기 날린 거 생각하면... 기대했던 내가 머저리지... 아씨, 열 받아!”

“야, 제발 그건 좀 잊어줘라.”

“내가 평생 복수 할 거야. 이 나쁜 놈아.”

“니 저주 땜에 내가 지금까지 못 떴나 보다.”


현철이가 투덜거리며 일어섰다.


“내가 병신이었어. 그때 나쁜 기억들 다 지우고 싶다. 널 버린 거, 약속 어긴 거, 모두다.”

“··· 똥폼잡고 있네.”

“나 성공하면, 딴 여자 절대 안 보고, 너한테 다시 간다.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만 기다려 줘.”

“······.”


멋있게 말하고 창피해서 계단으로 후다닥 뛰어가는 현철.


“야, 성공이나 해라. 나한테 다시 안 와도 되니까!”


미소가 현철의 뒤통수에 잔소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걱정하는 미소의 표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주변에 성공하는 감독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 포기하고 자기 길을 찾아갔다. 현철의 미래가 걱정됐다.

현철은 계단 앞에서 고맙다고 손을 흔들었다.


“시나리오는 다 봤어?”

“······.”

“궁금하다고 했잖아. 가사 도우미랑 감독이랑 왜 사랑하게 됐는지 궁금해서 온 거 아니야?”

“··· 어.”

“사랑하는데 뭔 이유가 있냐? 그냥 좋은 거지.”

“무슨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고.”

“감독이 돈 많고, 키 크고, 목소리 좋고, 열라 잘 생겼어. 됐냐?”

“그게 이유냐?”

“어.”

“미친놈아!”

“시나리오 끝까지 읽어 봐봐. 아마 왜 좋아하게 됐는지 알면, 쇼킹할 거다.”

“지금 말해!”


현철은 손짓으로 인사하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핸드폰 카톡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봤지만, 카톡은 오지 않았다.

예전 정애 핸드폰에서 울린 카톡이었다. 미소와 김민수 감독의 직통전화가 된 그 핸드폰이었다.

김민수 감독에게 온 카톡이 떠 있었다.


- 대사 수정해 놓은 거 잘 봤습니다. 훨씬 좋군요.


작은 떨림이 손가락 끝으로 모였다. 황급히 카톡을 쓰기 시작했다.


- 아이고, 감사해유 감독님, 도움 됐다니 제가 다 고맙쥬, 근디 반의반 밖에 못 했는데 어쩌쥬?


카톡을 보내고 기다렸다.

기다릴 틈도 없이 답장이 날아왔다.


- 또 해주실 수 있나요?’


‘앗싸’ 소리를 지를 뻔했다. 서둘러 답장을 적었다.


- 당연하쥬···


‘근데, 글 쓸 때도 사투리 쓰나?’


헷갈렸다. 하지만 헷갈릴 틈이 없다. 대화가 끊기면 안 되니까. 오타가 자꾸 났다. 서둘러 오타를 확인하고 카톡을 보냈다.


- 당연하쥬··· 감독님도 시나리오 잘 마무리하셔유.


이어서 답장이 빠르게 왔다.


‘짜식, 너 아주 급했구나?’


의기양양, 카톡을 삐딱하게 들여다봤다.


- 주말에 집에서 점심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헬퍼님 일하는 시간이에요. 이건 시간 뺏는 게 아닐 거로 생각합니다. 뭐 좋아하시죠?


미소는 놀라서 소리칠뻔했다.

만나면 모든 게 끝장이다. 이건 가발 쓰고 마스크하고 아줌마 목소리로 커버 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마 거짓말이 들통나면 김민수 감독은 미소를 경찰에 신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감옥에 가는 것도 두렵지만 그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게 더 두렵다.

서둘러 카톡을,


- 식사는 다음에 해유, 지가 넘 바빠서, 일 끝나면 바로 가야 하니께. 양해해 주셔유··· 그리고 자꾸 보잔 다는 말은 안 해 주셨으면 해유. 죄송해유.


좀 세게 썼나 싶었지만, 초장에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대로 보냈다.

그리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떤 반응이 올지 궁금했다.

그런데··· 답장이 오지 않았다.

해가 떨어지니 날씨가 쌀쌀해졌다.

아직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뭐야? 삐진 거야?’

‘그냥 좋게좋게 말할 걸 그랬나? 아씨···’


답장은 계속 오지 않았다.

카톡 1은 분명히 사라졌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후회했다. 이렇게 왕 삐짐 감독인 줄은 몰랐다.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카톡을 쓰기 시작했다.


- 좋심더, 까짓거 만납시다.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카톡 1이 바로 지워졌다.

김민수 감독은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단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약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사이코패스··· 에이, 설마···’


카톡이 들어왔다.

나쁜 생각을 하려다가 카톡을 보자 다시 반가웠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읽어내려갔다.


- 그런데 제 이야기인지 어떻게 아셨죠?


읽을 내용도 별로 없었지만, 카톡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뭔 소리야?’


의문은 곧 풀렸다. 미소가 메모에 남긴,


- 이 이야기, 당신 이야기인가요?


대답이었다.


‘기분 나빠서 물어보는 얘긴가? 아니면 웃으면서 물어보는 얘긴가?’

‘이모티콘이라도 달아라. 자식아!’

‘니 감정을 모르겠어!’

‘일단 한 발 슬쩍 빼자, 부드럽게 가보자.’


- 아호호호호, 이 나이 먹으면 뭐다냐, 그 감이란 게 있쥬? 아호호호 ^^~*


그리고 깔깔 웃는 이모티콘 이미지를 연달아 보냈다.


‘난 이모티콘에 웃음까지 줬다. 너도 감정 표현 좀 해라.’


미소는 속으로 윽박질렀다.

카톡이 바로 오자 다시 기뻐하며 들여다봤다.


- 그랬군요.


‘앵? 뭐야? 끝이야?’

‘감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변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욕을 하느라 이어서 들어온 카톡을 뒤늦게 봤다.

카톡을 보니 처음으로 김민수란 사람에게서 감정을 느꼈다.


- 헬퍼님에게는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무에게도 못한 말입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어요?


카톡 내용을 보고 있자니 소설 한 부분이 떠올랐다.


길을 잃은 아이가 울고 있었다.

아이가 우는 건 집을 찾지 못하는 두려움도 아니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서러움도 아니었다.

자신이 혼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민수 감독에게서 마지막 카톡이 들어왔다.


- ^^


이게 전부였다.

미소는 김민수 감독과 나빴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저 카톡 웃음표시 하나에 모두 날려보냈다.

미소는 자신의 기억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자 김민수 감독의 ‘만들어진 기억’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이제 더 이상의 카톡은 없었다.

미소가 더이상 보내지 않았고, 김민수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미소는 궁금해졌다. 김민수란 사람이···


그나저나, 이대로 김민수 감독을 만날 수는 없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김민수 감독을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속아 넘어가듯, 완벽히 속여야 했다.


작가의말

하루에 한 자라도 쓸 수 있을 때까지...  


여러분들이 읽어주셔서 어제 드디어 100분의 고정 독자님들이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200분을 향하여 나아가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sns 로 주변 분들에게 

이곳 링크 공유 부탁드립니다. 

(아래주소는 카피가 되질 않습니다.)

https://blog.munpia.com/silaso01/novel/206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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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당신과 나, 우리 이야기 +7 20.06.12 124 8 11쪽
27 26화. 이야기의 시작 +8 20.06.11 49 10 10쪽
26 25화. 악마와 손을 잡았으니까 +8 20.06.10 54 9 10쪽
25 24화. 비밀이 숨겨진 곳 +6 20.06.09 51 11 11쪽
24 23화. 반갑다, 소희야 +8 20.06.08 108 11 12쪽
23 22화. 욕망이, 그렇게 이끌었다. +13 20.06.05 164 14 14쪽
22 21화. 마지막 통과면 완벽하다 +11 20.06.04 152 15 9쪽
21 20화. 당신은 나랑 작업하게 될 거야. +10 20.06.03 148 17 11쪽
» 19화.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13 20.06.02 144 13 11쪽
19 18화. 판타지 속 판타지 +18 20.06.01 144 18 9쪽
18 17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두 번째 +28 20.05.29 166 24 14쪽
17 16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19 20.05.28 180 18 14쪽
16 15화. 만들어진 기억 +13 20.05.27 164 18 15쪽
15 14화. 이젠 내가 당신보다 갑이야 +24 20.05.26 158 23 13쪽
14 13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10 20.05.25 155 16 10쪽
13 12화. 김민수 감독과 한판 대결 +11 20.05.22 153 17 13쪽
12 11화. 잠실에 있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 +15 20.05.21 161 16 16쪽
11 10화. 다시 기어오르면 돼 +11 20.05.20 156 20 12쪽
10 9화. 미소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31 20.05.19 166 24 8쪽
9 8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29 20.05.18 171 24 13쪽
8 7화. 남자 주인공의 등장 +15 20.05.17 200 25 10쪽
7 6화. 욕망 +19 20.05.16 226 22 18쪽
6 5화. 레디, 액션. +24 20.05.15 260 24 10쪽
5 4화. 만남의 시작 +22 20.05.14 279 33 11쪽
4 3화. 무명 여배우들의 무덤 +28 20.05.13 345 31 12쪽
3 2화. 미소야, 너에게 기회가 왔어. +27 20.05.12 432 35 10쪽
2 1화. 자고 일어나니 스타 +23 20.05.11 754 47 15쪽
1 프롤로그 +21 20.05.11 858 9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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