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휴먼스타 님의 서재입니다.

라라랜드 (자고 일어나니 스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휴먼스타
작품등록일 :
2020.05.11 11:41
최근연재일 :
2020.06.12 04:18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198
추천수 :
634
글자수 :
144,965

작성
20.05.15 06:45
조회
261
추천
24
글자
10쪽

5화. 레디, 액션.

DUMMY

그것도 연기라 생각했다.

비극.


김민수 영화감독 앞에서···



*



“야 가방 들어.”


민아 기분을 풀어주려 장난치기 시작했다.

룸살롱 복도를 걸어가며.

민아는 아직 눈이 붉다.

미소가 가방을 장난스럽게 내밀었다.


“안 들어?”


민아가 장난을 받아줬다.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연기 학원 입시 때로 돌아간 듯했다.

그때는 민아가 미소 가방을 잘도 들어줬었다.

민아가 미소를 더 좋아했으니까.

10번 전화하면 미소는 3번 전화한다며

그걸로 한바탕 싸우던 때로 잠시 돌아갔다.


“이미소, 여긴 내 나와바리다. 옛날에 니 가방 들어주던 내가 아냐.”

“아, 예 선배님.”

“그래, 내가 후배 가방도 들어주고, 나 같은 선배 만나기 힘들다. 알았냐?”

“아, 예 민아 선배님.”

“말투가 어째 좀 건방진데? 너 나 놀리는 건 아니지?”

“아, 예 선배님.”

“놀리는 거네!”

“제가 좀 사가지가 없습니다. 선배님.”


장난은 여기까지.

민아가 활짝 웃으며 미소 팔짱을 끼고 복도를 걸어갔다.

민아 웃는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니.

낯설기만 했던 민아 얼굴에서 예전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이제 그만 뜯어고쳐라. 민아야···’

‘네 코에 베이겠다. 이것아.’


이제 김민수 감독을 만나러 간다.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사실 떨 필요가 없었다.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으니까.

김민수 감독 영화에 들어갈 마음을 접었으니까.

누가 술집에서 일하는 배우를 캐스팅하겠나.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도 떨리는 몸은 어쩔 수가...

한편으로는 기대하는가보다.


‘병신···’


“근데 너, 떨고 있냐? 청심환 좀 줄까?”

“하··· 하나도 안 떨거든?”

“방금 말 더듬었다? 거짓말하네?”

“어··· 언제 내가. 어··· 언제 더듬었다고 그러냐?”

“야, 우리 미소도 떨고 그러는구나?”

“그래! 떤다. 처음에 안 떠는 년 있냐?”

“훗··· 손님 앞에서 오줌은 지리지 마라.”

“에이씨··· 확 큰 거 싸버린다!”


처음이라 떨린 게 아니었다.

미소는 그런 아이가 아니니까.

언제든 뻔뻔한 연기나 담담한 연기로 둔갑할 수 있으니까.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처럼.

처음이라 떨리는 게 아니라 김민수를 만나려니 떨린 것뿐.



여자 종업원들 대기실은 무척이나 좁았다.

이제 막 출근해서 준비하는 모습이 부산해 보였지만 서로를 건드리지 않았다.

긴장감이 있었다.


“그만 눈치 보고··· 옷 갈아입을래?”


민아가 흰색 라커룸 문을 열고 옷을 구경시켜줬다.

야시시한 옷을 보는 미소 인상이 일그러졌다.


“야, 이거···”

“왜? 싫어? 아니면 그냥 들어갈래? 니 옷도 나쁘진 않아. 나름 풋풋하잖아?”

“속 비치잖아!”

“벌려서 보니깐 그렇지, 속 비치는 걸 어떻게 입냐?”

“어우, 싫어 못 입어.”

“그래 그럼, 옷은 됐고. 교육 좀 할까?”

“뭔 교육?”

“신병 교육.”

“······”

“왜?”

“청심환 좀 줘봐. 들어갈 생각 하니까 울렁거린다.”


민아가 피식 웃으며 가방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미소가 주변을 다시 둘러봤다.

아까부터 어디선가 나무 향기가 풍겨왔다.

업소녀들 모두가 향수를 샤워하듯 뿌려댄 터라 향수에 취할 갈 것 같지만.

나무 향기가 미소 코끝을 계속 건드렸다.


무쌍이 매력적인 그녀였다.

혼자 도도하게 구석진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두드려대고 있었다.


올백 머리 실장이 문을 열고 들어와 두리번거리며 민아를 찾았다.


“야, 아직 준비 안 했냐?”

“뭔 소리야? 지금 전해 들었는데.”


민아는 다시 날카로워졌다.


“또 한 명은?”


미소가 얼떨결에 손을 번쩍 들었다.


“왜 신삥을 넣고 지랄이야!”

“쟤 처음 아냐!”


민아가 커버쳐줬다.


“놀고 있네, 딱 봐도 어리바리한 게 신삥이구만. 저거 저거 눈 돌아가는 거봐라, 여기서 잡아 먹힐까 봐 얼굴이 사색 됐구먼!”

“그럼 다른 애 찍어서 넣던가, 나가서 데려오던가.”

“암튼 잰 안 돼, 우리도 잘나가는 연예인 좀 잡아보자!”

“연예인이랑 왔어?”

“시끄러! 암튼 쟨 안 돼, 야, 정희! 너 준비 해. 야! 박정희! 이게 못 들은 척하고 지랄이야.”

“싫어.”

“왜!”

“그 감독··· 배우만 들여보내는 거 몰라? 뺀찌먹는 덴 좀 그만 들여보내!”

“그냥 배우 했다고 해, 빙신아··· 평소에 거짓말은 밥 먹듯 하면서!”

“누가 안 해 본 줄 아나 보네? 안 먹혀!”

“평소에 더 연습하지!”

“뭘!”

“거짓말!”

“시킬 걸 시켜라!”

“됐어! 넌!”


올백 머리 이사는 뚜껑이 열린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제가 갈게요.”


구석에 있던 무쌍의 그녀였다.


“아, 좋다, 그래 뉴페이스 니가 딱이다. 너 들어가면 무조건 연기 했다고 해!”

“왜죠?”

“변태들인가 보지!”

“이유를 알아야 거짓말이라도 할 거 아니에요.”

“궁금하면 니가 가서 물어보던가.”

“좋아요, 상관없어요. 그깐 거.”

“쟨 뭔데 저리 당당해? 어디서 연기 좀 해봤냐?”

“해봐야 알아요? 뭐 어려운 거라고.”

“건방 떨지 마! 지금 대한민국에서 젤 잘나가는 감독이니깐. 어설프게 하다 뽀롱나서 뛰쳐나올 거면 첨부터 들어가지 마!”

“앞으로 김민수 감독님 지명은 저한테 맡기실 거예요. 그때 고마우면 밥 한 끼 사시던가.”

“저저저 말투 봐라, 난 말이야 요즘, 딸 키우는 게 무섭다 무서워!”


“그럼 저 안 가요.”


민아가 화장을 고치며 말했다.


“뭐?”


올백 머리 이사가 목덜미를 잡고 소리쳤다.


“미소 얘 내 친구야, 내 친구 까여서 지금 나 기분 아주 더러워.”


올백 머리 이사가 목덜미를 잡고 쓰러지는 시늉을 하며.


“아우, 기 빨려.”

“선택해. 쟤야? 아님. 내 친구야?”


민아가 밀어붙였다.


“저랑 가요 언니. 친구 잠시 쉬라하고.”


무쌍녀가 민아에게 살살 웃으며 말했다.


“시끄러 넌.”

“조용히 말했잖아요.”

“중의적 표현 몰라?”

“대학 안 나와서 몰라요.”

“고딩도 알아.”

“고등학교도 안 나왔어요.”

“자랑이네?”

“훈장이라고 해두죠.”

“오늘 머리털 다 뜯기고 싶니?”


“그만! 그만해! 이것들이 쌍으로다가! 아주 지랄을 하네? 둘 다 들어가지 마! 신삥 너도, 너도, 너도, 너도.”


올백 머리 이사가 한 사람씩 손가락질해댔다.


“너도, 너도, 너도 다 들어가지 마! 그냥 오늘 가게 접어! 접고 다 그냥 다 나가 놀아 이것들아.”


미소가 원피스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원피스 끝단이 어깨부터 가슴과 배를 타고 내려왔다.

엄마를 닮은 엉덩이와 라인이 돋보이는 다리까지 원피스가 모두 벗겨져 내려갔다.


올백 머리 이사가 눈을 떼지 못했다.

미소가 흰색 라커룸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거의 벗은 몸으로.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모두의 시선이 따라왔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미소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무대 막이 오르기 직전.

촬영장 슛이 들어가기 직전.

언제나 이랬다.

고요. 집중. 설렘. 긴장.


모든 사람이 주인공 한 사람만 지켜봤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시선이 따라왔다.

모두의 시선이 미소의 몸매 라인에 꽂혔다.


완벽했다.

매일같이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 라인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몸매였다.

그렇게 지독하게 준비해야 했다.

기회는 언제 어느 때 올지 모르니까.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며 만든 몸매였다.


“이거 입고 들어가면 뺀지 먹지 않을 거 같은데, 이 옷 이쁘지 않아요?”


미소는 민아가 골라준 원피스를 몸에 대면서 말했다.

올백 머리 이사가 허겁지겁 담배를 꺼내물면서 엄지 척을 했다.


“그럼 그거 입고 준비해줘용··· 내가 가서 곧 들어온다고 말해 놓을게용.”


올백 머리 이사가 갑자기 존댓말에 애교까지 부렸다.

미소 기분을 맞춰줬다.

사람 잘못 봤다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하고서.


“옷 갈아입는데 내가 나가야겠지용? 빨리 준비해 주세용.”


문을 열고 나갈 때 미소 몸매를 힐끔거리고는 활짝 웃으며 문을 닫고 나갔다.


민아가 손을 들었다.

미소가 민아 손뼉을 쳤다.


미소가 슬쩍 무쌍녀를 봤다.

무쌍녀는 핸드폰을 두들기고 있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멘탈이 갑인 아이였다.

언제 어느 때건 자기 페이스를 유지했다.

삐치거나 화난 표정이 됐을 법도 한데 아무런 동요도 없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민아 표정이 상기되어 있었다.



*



“준비됐지?”

“언제든.”


민아가 룸 앞에서 말했다.

김민수 감독이 있는 17호 룸 앞이다.


민아가 한 손으로 룸 문고리를 잡고

다른 한 손은 미소 손을 잡고 있었다.

이제 문을 열면 김민수 감독이 룸 안에 있다.

미소도 흥분됐지만, 민아도 흥분됐다.

예전, 영화 촬영장에서 둘이 손잡고 출연하던 때처럼 흥분됐다.


“근데 어떻게 하지?”

“뭘?”

“너 교육 하나도 안 해서?”

“나 영화에서 이런 거 많이 봤어.”

“영화?”

“어.”

“그래, 비슷해.”

“그치?”

“한 가지 다른 게 있어.”

“뭔데?”

“······”

“뭐냐고.”

“니가 직접 경험해 봐.”

“좋은 거야? 나쁜 거야?”

“··· 더러운 거야. 아주.”

“······”


미소 얼굴이 울상이 됐다.

민아가 미소 입꼬리를 조커처럼 추켜올려 줬다.


“웃어... 나올 때 울더라도.”

“······”

“준비됐지?”

“어.”

“들어간다?”

“어.”

“··· 레디.”

“······”


민아가 ‘레디’를 둘만 들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장난스럽게.

미소는 민아의 장난을 받아서 ‘액션’을 외쳐야 하는데

목구멍에서 축축한 뭔가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미소는 이 상황이 비극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민아가 미소의 심정을 눈치챘다.


하지만 민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활짝 웃으며 더 힘차게 외치기 시작했고

미소도 따라 웃으며 외쳤다.


둘만 들리는 목소리로.


“레디···”

“··· 액션.”


영화 촬영장 문이 열리듯

힘차게 문고리를 밀어젖혔다.


문이 활짝 열리고.

김민수 감독이 보였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정진석이 보였다.


작가의말

하루에 한 자라도 쓸 수 있을 때까지...  

<선호작> <추천부탁드립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sns 로 주변 분들에게 

이곳 링크 공유 부탁드립니다. 

(아래주소는 카피가 되질 않습니다.)

https://blog.munpia.com/silaso01/novel/206955 

.

.

.

.

.

.

.

.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라랜드 (자고 일어나니 스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며칠 준비해서 더 좋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20.05.12 211 0 -
28 27화. 당신과 나, 우리 이야기 +7 20.06.12 126 8 11쪽
27 26화. 이야기의 시작 +8 20.06.11 50 10 10쪽
26 25화. 악마와 손을 잡았으니까 +8 20.06.10 55 9 10쪽
25 24화. 비밀이 숨겨진 곳 +6 20.06.09 52 11 11쪽
24 23화. 반갑다, 소희야 +8 20.06.08 109 11 12쪽
23 22화. 욕망이, 그렇게 이끌었다. +13 20.06.05 165 14 14쪽
22 21화. 마지막 통과면 완벽하다 +11 20.06.04 153 15 9쪽
21 20화. 당신은 나랑 작업하게 될 거야. +10 20.06.03 151 17 11쪽
20 19화.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13 20.06.02 146 13 11쪽
19 18화. 판타지 속 판타지 +18 20.06.01 146 18 9쪽
18 17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두 번째 +28 20.05.29 168 24 14쪽
17 16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19 20.05.28 181 18 14쪽
16 15화. 만들어진 기억 +13 20.05.27 165 18 15쪽
15 14화. 이젠 내가 당신보다 갑이야 +24 20.05.26 161 23 13쪽
14 13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10 20.05.25 158 16 10쪽
13 12화. 김민수 감독과 한판 대결 +11 20.05.22 154 17 13쪽
12 11화. 잠실에 있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 +15 20.05.21 162 16 16쪽
11 10화. 다시 기어오르면 돼 +11 20.05.20 157 20 12쪽
10 9화. 미소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31 20.05.19 168 24 8쪽
9 8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29 20.05.18 172 24 13쪽
8 7화. 남자 주인공의 등장 +15 20.05.17 202 25 10쪽
7 6화. 욕망 +19 20.05.16 227 22 18쪽
» 5화. 레디, 액션. +24 20.05.15 262 24 10쪽
5 4화. 만남의 시작 +22 20.05.14 280 33 11쪽
4 3화. 무명 여배우들의 무덤 +28 20.05.13 348 31 12쪽
3 2화. 미소야, 너에게 기회가 왔어. +27 20.05.12 433 35 10쪽
2 1화. 자고 일어나니 스타 +23 20.05.11 756 47 15쪽
1 프롤로그 +21 20.05.11 861 91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