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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타 님의 서재입니다.

라라랜드 (자고 일어나니 스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휴먼스타
작품등록일 :
2020.05.11 11:41
최근연재일 :
2020.06.12 04:18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195
추천수 :
634
글자수 :
144,965

작성
20.05.2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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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3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DUMMY

오토바이가 급정거하고


“늦었어! 이눔아!”


아파트 경비실 앞에 쇼핑백을 내려놨다.

오토바이 기사가 계좌번호를 명함에 적기 시작했다.


“담뱃값은 됐어요.”

“나중에 딴소리 말고 보내 줄 때 받아 이놈아!”

“됐다고요. 담배 끊었어요.”

“옴마? 착실한 놈이네? 그래도 슬쩍슬쩍 필 거 아냐?”

“안 핀다고요!”

“정말? 정말?”


미소가 오토바이 기사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오토바이 기사가 어이없어서 웃었다.


“연기 할 때 목에서 가래 나와서 피우면 안 돼요.”

“······.”


미소가 오토바이 기사 얼굴을 뜯어봤다.

어렸다.

그리고 배우 할 얼굴처럼 잘 생겼다.


“배우야?”

“··· 네.”

“알바 하는구나?”

“··· 네··· 자 여기요.”


미소가 명함에 적힌 계좌번호를 받으며


“기사 양반 수고했어, 담뱃값 넣어줄 게.”


미소가 오토바이 기사 엉덩이를 툭 하고 쳤다.


“이 아줌마가! 정말! 에이!”


오토바이 기사가 도망치듯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다.

미소가 멀어지는 오토바이 기사를 바라보며


‘힘내라.’


“아이고··· 많이도 사셨네, 오늘 그 집 무슨 잔치를 하시나?”


나이 지긋한 백발의 경비원 아저씨가 다가왔다.


“홈파티인가 뭐시긴가 한답띠다.”


미소가 걸쭉한 아줌마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좀 들어 드릴까?”

“아유, 그럼 고맙지요.”

“근데, 나이가 어떻게 되슈?”


백발의 경비원 아저씨가 나긋하게 말했다.


‘엥? 뭐지? 이 익숙한 멘트는?’


“이제 6학년 1반이요.”

“난 6학년 5반.”

“아유, 하나도 그렇게 안 보이시네요?”

“아줌씨도 꼭 처녀 같으우. 껄껄껄.”

“그런 소리 많이 듣긴 하지유, 아호호호호.”


‘아이씨···’

‘연기가 너무 완벽한가? 근데 뭐 이리 대화가 잘 통해?’



*



돼지 갈비찜, 생선 양념구이, 소고기 전골, 육회, 잡채, 더덕구이, 무생채, 백포도주, 매실주까지···

식탁 다리가 부서질 정도로 진수성찬을 차려놨다.

세팅 완료.


그대로 거실 소파에 쓰러졌다.

중노동도 이런 중노동이 없었다.

온몸의 근육이 다 찢어지는 듯했다.

특히 등 쪽 근육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눕자마자 두 눈이 스르륵 감겼다.

잠이 쏟아졌다.


만약 이렇게 잠들어버리면

김민수 감독이 잠시 후에 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자는 내 모습을 내려다보겠지?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내 입술로 살며시 다가와서 백설 공주처럼 키스해 줄까?


아니면

내 귓불에 살며시 다가와서


“내가 너무 많이 얘기했다. 지금 배우도 아닌 업소녀한테··· 그리고 남의 소중한 거 훔쳐보는 거 하지 마.”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좀비같이 뻣뻣해진 몸을 일으켜 세웠다.

관절에서 녹슨 문짝 소리가 들렸다.

좀비 걸음으로 걸어가서


잘 데워서 먹으라고 메모를 남기려 했다.

그런데 포스트잇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잠긴 방 안에 있을 것이다.

김민수 감독이 쓴 포스트잇 뒷면에 메모를 남기려 했지만, 볼펜도 없었다.


‘알아서 잘 데워 먹겠지···’


시계를 봤다.

6시가 다가왔다.

서둘러 나가야 했다.

마주치면 안 되니까.

절대로.



*



단지를 달렸다.


“이 봐요. 아줌씨.”


아까 그 백발의 경비원 아저씨다.


“전화번호 좀...”


‘에이씨, 귀찮게 증말.’


미소는 못 들은 척 계속 달렸다.



***



간만에 중노동을 했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졌다.


“맛은 좀 있든? 조막만 한 핸드폰으로 볼 때 때깔은 있어 보였는데.”


정애가 미소 종아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미소는 시체처럼 대자로 누워 힘없는 목소리로.


“몰라, 맛없으면 짜르라고 그래. 나도 못 해 먹겠다.”

“겨우 하루해 놓곤!”

“내가 먹어본 갈비찜 중에서 최고였어. 엄마가 한 것보다 더···”

“그게 내가 한 거지 니가 한 거냐? 물 치수까지 내가 다 정해 준 건데?”

“그래, 엄마 잘 났다.”

“이 년이! 가만··· 너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내 얼굴이 어때서? 오늘도 경비 아저씨한테 헌팅 당했는데?”

“지랄하네··· 너 항상 남자 조심하라 했지!”

“.......”


‘말을 말자.’


“가만있어 봐, 팩 좀 해야겠다... 여배우 얼굴이 뽀샤시 해야지.”

“안 해! 어디서 또 이상한 팩 만들어 올라고!”

“가만있어 봐, 내가 오늘 이씨 아줌마한테서 끝내주는 거 배웠어.”

“내가 못 살아, 못 살아. 그 이씨 아줌마는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또 어디서···”


정애가 쩔뚝거리며 화장실로 가는 뒷모습을 보자 말문이 잠시 막혔다.


“아직도 아파?”

“그냥 조심히 걸을라고.”

“믿을 수가 있어야지···”


트로트 노래 전화벨 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 전화벨 소리 또 바꿔놨어?”


정애는 이미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엄마··· 전화···”

“니가 좀 받아.”

“엄마 전화를 내가 왜 받아?”

“일거리 전화인지 몰라. 딴 사람한테 넘어가기 전에 받아 이것아!”

“엄마가 나와서 받아!”

“지금 바지, 빤스 다 벗었다!”

“아유 증말.”


정애 핸드폰이 계속 울렸다.

미소가 정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핸드폰 액정에 ‘반포 자이 1501’라고 떴다.

아무 생각 없이 귀에 댔다.


“네, 박정애 님 전화입니다.”

- ······.

“여보세요?”

- 박정애 님은 지금 안 계신가요?


남자 목소리.

너무나 차분했다.

너무 차분하다 못해 서늘한 느낌까지.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목소리였다.

재수 없는 목소리.


“엄마 지금 전화 못 받으시는데··· 이따 전화 드리라고 말씀드릴게요.”

-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녁 요리 잘 먹었다는 말만 전해주면 돼요.

“······.”


‘뭔 말이야?’


라고 처음엔 생각했다.

이런 자신감에 쩔어 있는 느낌의 사람들을 몇 번 스치듯 만나본 적이 있다.

대체로 모든 걸 다 가진 사람들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나래이터 모델에서 만난 기업체 회장이나 사장들이 그랬다.

모두가 그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웃어주고 떠받들었다.

그리고

또 한 놈이 떠올랐다.


‘반포 자이 1501’

‘요리’

‘텐프로”


떨리는 목소리로 확인차 물었다.


“··· 실례지만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 1501호에 사는 사람입니다.


‘지금 김민수 감독과 통화 중이다.’


- 그럼 전달 부탁드리고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잠깐만요.”


미소는 이대로 전화를 끊고 싶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 말하고 싶었다.

내가 이미소라고 말하고 싶었다.

너한테 모욕을 당했던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최고의 배우가 될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를 알아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 영화를 빛나게 해 줄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번 영화에 나를 캐스팅하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확 질러버리고 끊을까?’

‘그리고 영화판에서 멋지게 사라지는 거야.’


그럴 일은 없었다.

죽을 때까지 이불킥을 하다 죽기 싫었으니까.


미소는 이대로 전화를 끊고 싶지 않았다.


이것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비록 거지 같은 상황이지만

살아가면서 인생에 몇 번 찾아온다는 그 기회라고 생각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엄마 바꿔드릴게요.”

- 지금 통화되나요?

“그럼요.”


미소는 정애가 들어간 화장실을 돌아봤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뛰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방에 들어왔다.

두 새 발자국만 움직여도 벽에 부딪히는 좁은 방을 서성였다.

예전 같으면 겁이 나서 김민우 감독의 전화를 서둘러 끊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전, 자신의 욕망을 봤다.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스스로 만들기로 했다.


미소는 방문을 걸어 잠갔다.

크게 숨 호흡을 했다.


‘엄마는 김민수 감독과 통화한 적이 없다.’

‘김민수는 엄마 목소리를 모른다.’


미소는 핸드폰을 힘주어 잡았다.

그리고 거울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이미소··· 지금부터 박정애가 된다.’


엄마로 감정이입 한다고 생각하니 인상이 찌그러졌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만

엄마처럼은 절대 안 산다고 다짐했는데···

제일 어려운 연기다.


‘집중하자!··· 너는 이제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둔 박정애가 된다. 준비됐냐? 잊지 마! 넌 최고야!’


“아이고, 1501호 고객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호호호호.”


걸쭉한 아줌마 목소리로 연기를 시작했다.

어떻게든 김민수 감독의 안방 문을 열기 위한 연기가 시작됐다.


“아이고, 1501호 고객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호호호호.”


걸쭉한 아줌마 목소리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지한테 전화를 다 주시구. 아호호호호.”

- 안녕하세요. 헬퍼님, 매번 쪽지로만 연락하다가 통화는 처음이네요.

“그러게요, 그동안 청소는 마음에 드셨나 모르겠어요.”

-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요? 아호호호··· 음식은요? 지가 쪼끔 싱겁게 먹는 스똬일이라서··· 아호호호.”

- 제 입맛에도 맞습니다.

“아이고. 지랑 입이 맞으시네. 아호호호.”

- 밝으신 분이군요.

“아호호호호.”

- 오늘 요리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일이 잘 풀리게 됐어요.

“아유··· 중요한 계약 한 껀 하셨나 봐요?”

- 그런 셈이죠.

“계약금 받으시면 한턱 쏘셔야겠다. 아호호호”


‘도대체 오늘 아줌마 연기를 몇 번 하는 거냐?’


미소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달렸다.

이런 의미 없는 대화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도 없었다.

이런 대화가 기회로 바뀌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야 했다.

어떻게든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


- 말씀드릴 게 있어요.

“아유··· 얼릉얼릉 말씀하세요.”

- 서재는 안 치우셔도 됩니다. 소속 업체로부터 전달 못 받았나요? 제가 분명히 전달 한 거로 알고 있는데!

“······!”


놀라서 억 소리가 나올 뻔했다.

이제야 눈치챈 거지만 김민수 감독 목소리는 아까부터 싸늘했었다.

김민수 감독은 애당초 고맙단 인사를 하려고 전화를 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방은 치우지 말라는.

경고였다.


작가의말

하루에 한 자라도 쓸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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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이야기의 시작 +8 20.06.11 50 10 10쪽
26 25화. 악마와 손을 잡았으니까 +8 20.06.10 55 9 10쪽
25 24화. 비밀이 숨겨진 곳 +6 20.06.09 52 11 11쪽
24 23화. 반갑다, 소희야 +8 20.06.08 109 11 12쪽
23 22화. 욕망이, 그렇게 이끌었다. +13 20.06.05 165 14 14쪽
22 21화. 마지막 통과면 완벽하다 +11 20.06.04 153 15 9쪽
21 20화. 당신은 나랑 작업하게 될 거야. +10 20.06.03 150 17 11쪽
20 19화.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13 20.06.02 146 13 11쪽
19 18화. 판타지 속 판타지 +18 20.06.01 146 18 9쪽
18 17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두 번째 +28 20.05.29 168 24 14쪽
17 16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19 20.05.28 181 18 14쪽
16 15화. 만들어진 기억 +13 20.05.27 165 18 15쪽
15 14화. 이젠 내가 당신보다 갑이야 +24 20.05.26 161 23 13쪽
» 13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10 20.05.25 158 16 10쪽
13 12화. 김민수 감독과 한판 대결 +11 20.05.22 154 17 13쪽
12 11화. 잠실에 있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 +15 20.05.21 162 16 16쪽
11 10화. 다시 기어오르면 돼 +11 20.05.20 157 20 12쪽
10 9화. 미소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31 20.05.19 168 24 8쪽
9 8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29 20.05.18 172 24 13쪽
8 7화. 남자 주인공의 등장 +15 20.05.17 202 25 10쪽
7 6화. 욕망 +19 20.05.16 227 22 18쪽
6 5화. 레디, 액션. +24 20.05.15 261 24 10쪽
5 4화. 만남의 시작 +22 20.05.14 280 33 11쪽
4 3화. 무명 여배우들의 무덤 +28 20.05.13 348 31 12쪽
3 2화. 미소야, 너에게 기회가 왔어. +27 20.05.12 433 35 10쪽
2 1화. 자고 일어나니 스타 +23 20.05.11 756 47 15쪽
1 프롤로그 +21 20.05.11 861 9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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