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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타 님의 서재입니다.

라라랜드 (자고 일어나니 스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휴먼스타
작품등록일 :
2020.05.11 11:41
최근연재일 :
2020.06.12 04:18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201
추천수 :
634
글자수 :
144,965

작성
20.05.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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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1화. 잠실에 있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

DUMMY

‘다시··· 다시 기어오르면 돼!’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면 돼!’

‘언제나 답은 있으니까!’

‘내가 엄마 땜에 몬 산다. 몬 살아!’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김민수 감독 방에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의 걸 뺏으면서 성공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기는 정말 싫었다.

머리가 아닌 몸이 그렇게 반응했다.


한편으로 독한 마음을 잠시 먹었지만

미소의 양심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미소는 두 번 다시 김민수 감독 집에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현철이가 미소 자신의 욕망을 보게 해줬다.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열어줬다.

그리고 상자 속 자신의 욕망을 봤다.


사람들에게 꿈, 희망, 용기를 주겠다는 소박한 꿈은 미소의 진짜 욕망이 아니었다.

잘나 보이고 싶고, 뻐기고 싶고, 빛나 보이고 싶었다.


사람들이 전소연 배우가 아닌,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이제,

미소는 김민수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손에 넣기로 했다.

그리고


‘오디션에 지원하자.’


미소는 자신의 욕망을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엄마가 다시 파출부 한다고 소장한테 말해 줄래?”


다급한 미소 목소리가 계단에서 들려왔다.

미소는 연기 연습실 건물 계단을 내려오며 정애와 통화 중이다.


-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제발, 엄마.”

- 아, 몰라, 발목이 욱신욱신하는데, 나도 이참에 좀 쉴래.

“그래, 쉬어 엄마. 엄만 쉬고 내가 한다니깐?”

- 니가 이걸 한다구?

“어, 내가!”

- 정말?

“그래, 정말.”

- 그래 알았다.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서둘러 집에 가지 않아도 됐다.

길가로 나와 택시를 잡으러 뛰었던 피곤이 싹 가셨다.

긴장이 풀리자 어디 좀 앉고 싶었다.


“다음 주부터 내가 가서 알바 한다?”

- 그래, 모르는 거 있으면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고. 막상 하면 어려운 것도 없어.

“그럼 그럼 당연하지, 사랑해 엄마··· 이따 카페 알바 끝나고 들어갈 때 순대 사서 갈 게.”

- 떡볶이도, 튀김도!

“알았어, 그 배구 감독 집 주소가 어떻게 됐지? 아, 엄마가 문자로 보내줬지?

- 배구 감독?

“어.”

- 그 집은 왜?

“알바해야지?

- 그 집은 안 된다니깐? 이씨 아줌마가 하기로 했다고 했잖아. 넌 내가 소장한테 말해서 딴 집 잡아줄게.

“엄마가 다시 받아오면 되잖아!”

- 아이고 귀청이야,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아, 미안, 엄마? 미··· 안, 그 집 내가 할 게.”

- 안 된다니깐, 몇 번을 말해?

“왜! 왜! 왜!”

- 벌써 소장한테까지 다 말했어! 못 바꿔!

“엄마가 다시 한다고 말 하라니깐!”

- 어떻게 줬던 걸 뺐냐?

“그냥 다시 뺐어!!!”

- 옴마? 얘 좀 봐? 너 좀 이상 하다? 너 그 집에서 뭔 일 있었어?

“······.”


보챈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더이상 보채다간 눈치 빠른 정애에게 무슨 의심과 추궁이 들어올지 몰랐다.


‘솔직하게 말할까? 그 집은··· 그 집은···’

‘아냐. 절대 안 돼.’

‘그 집이 잘 나가는 영화감독 집이란 걸 엄마가 아는 순간.’

‘모든 게 엉클어질 게 뻔하지 않냐?’


하지만 정애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이상 달리 방법도 없었다.

미소는 무너진 하늘에 솟아날 구멍에서 물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뭐 하나 쉽게 되는 일이 없었다.

억울했다.

이런 상황이 억울했다.

지금이 인생의 중차대한 시험이나 터닝포인트라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았다.

가사 도우미 일조차도 자신 맘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현실에 억울했다.


하지만 아직 미소의 욕망은 꺼지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쉽게 포기했겠지만.

처음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욕망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어떻게든 정애의 마음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기술을 쓰기 시작했다.

무대나 촬영장이 아니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술···

연기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주인공이 된다.

꿈이 좌절된 비운의 주인공.

몰입은 끝났다.

그러자 비운의 주인공 대사가 떠올랐다.


“엄마··· 나, 배우 그만두려고 해.”

- ······.


미소의 말에 정애는 대답이 없다.

미소는 집중력을 이어갔다.

비운의 주인공...


“사실, 오래 생각했어. 이제 다 포기하고 엄마랑 사업을 할 거야.”

- ······.


정애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나 배우 포기하면, 엄마랑 나··· 가사 도우미 사업 하자고 했잖아? 엄마? 우리 이제 돈이나 벌자.”

- ······.

“나 좀 많이 지쳤나 봐··· 이제 좀 쉬어도 되지?”

- 미··· 미소야. 이것아··· 우리 맏딸··· 불쌍한 것아···

“······.”


‘흔들리지 말자. 왜 엄마까지 울고 난리야, 아이씨··· 증말...’


- 너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도 모르고··· 엄마가 미안해.


‘안 돼··· 눈탱이에 이거 뭐야? ··· 이 축축한 거··· 야이씨 안 들어갈래? 확 죽는다!’


미소의 협박에 눈물이 무서워서 쏙 들어가 버렸다.


정애는 미소가 배우를 그만둔다는 말을 정말 믿었다.

미소의 연기는 완벽했으니까.

미소는 더 몰입했다.

미소의 욕망이 그렇게 이끌었다.


“그러니까, 엄마? ··· 딴 사람한테 우리 일거리 주지 마!”

- ······.

“당장 그 배구 감독 집··· 뺏어 와!”



*



미소는 대학로 길가에 있는 편의점에서 나와 뒷골목을 찾아 들어갔다.

초조하게 정애의 연락을 기다렸다.

정애가 다시 뺏어 온다고 약속했으니 연락을 기다려야 했다.


계단에 앉아 새로 산 담배 한 개비와 라이터를 꺼냈다.

나머지 새 담배는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어차피 피우지도 않을 담배였으니까.

가방에 넣어두면 냄새만 날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한 대 피워야만 했다.

졸였던 마음을 달래야 했다.

나름 큰 결심을 한 터라 아직 긴장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양심에 반하는 일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김민수 영화감독 집에서 그의 시나리오를 훔쳐볼 것이다.

시나리오를 모두 외워서 완벽하게 그 인물이 될 것이다.

누구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오디션에 참가할 것이다.

1000:1의 경쟁률이 아니라 10000:1, 100000:1의 경쟁률이라도···

뚫고 갈 것이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담배를 집어 들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역겨웠다.

담배는 연기를 위해서 배웠다.

연기를 위해서 뭐든 배워야 했다.

술 취한 연기를 위해서 술도 배웠다.

키스 연기를 위해서 키스 기술도 배웠다.

눈물 연기를 위해서 10초 안에 흘리는 기술도 배웠다.

소매치기 역할을 맡았을 땐 쥐도 새도 모르게 지갑을 훔치는 기술도 배웠다.

연기를 그만두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술을 10년 동안 배웠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연기를 하겠다고 배웠던 기술들.

하지만···


‘이제 내 욕망을 위해서 써먹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술들을···.’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사람들에게 눈을 보여주기 싫었다.

대학로 거리에 많은 사람이 몰려다녔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이곳은 언제봐도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계단에 앉은 미소를 힐끔거렸다.

여자 혼자 계단에 앉아 밤에 선글라스 쓰고 담배 피우는 모습이 신기했나 보다.


‘찰칵’


DSLR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맘에 들면 가지시고 맘에 안 들면 지울게요.”


흰색 와이셔츠가 잘 어울리는 포토그래퍼가 다가왔다.

딱 봐도 프로 냄새가 났다.

들고 있는 비싼 DSLR 카메라 때문이 아니라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에서...

그것은 자신감이었다.

아마추어는 절대 할 수 없는 자신감.


미소가 DSLR 카메라 액정에 뜬 사진을 봤다.

마음에 들었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맘에 드는 사진을 담아내는 거로 봐서는 실력자다.

피팅모델 알바 일 할 때 수 많은 사진을 찍어야 겨우 한 장, 건질 수가 있었다.

이 포토그래퍼는 예비 촬영 없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뽑아냈다.

하지만 담배 피우는 사진을 어디다 쓰겠나.


“지워주세요.”

“······.”


포토그래퍼는 아쉬운 듯 사진을 지우려 했다.


“명함 있으세요?”


포토그래퍼가 웃으며 명함을 건네줬다.

알아두면 언젠가 도움을 받을 사람이다.


“기회 되면 연락드릴게요.”



***



“이럴 거면 나오지 마!”

“정말요?”

“아니.”

“한 시간이라도 하고 갈게요.”

“고마워.”


커피숍 점장은 지각한 미소에게 더이상 큰소리치지 못했다.

미소 얼굴 보러 오는 손님 숫자를 알고 있었으니까

미소가 야간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하는 커피숍이다.


“미안 미안, 내가 쓰레기 다 버리고 마감까지 칠 게.”


미소가 카운터로 황급히 들어오며 거수경례까지 했다.

깡마른 왕 알바녀가 이젠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오디션을 아침부터 밤까지 봤냐?”

“아니.”

“그럼 지금 몇 신데 이제 끼어 오냐? 문 닫을 시간에!”

“오디션 보고, 술집 알바하고, 연습실 들리고···”

“너··· 너··· 너··· 술집··· 술집···”

“걱정마슈, 하루 만에 때려쳤으니까.”

“야, 쉬어 쉬어 내가 할게··· 아이, 무거운 거 왜 들고 난리야, 이리 줘.”


항상 미소가 잘 되길 바라는 왕 알바녀가 술집에 갔다는 소리에 미소를 더이상 혼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 모두 미소가 잘 되길 바라고 있었다.

기약 없는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퇴근 몇 시에 해요? 그쪽 마음에 들어서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한 30대 아메리카노 남자가 미소에게 작업멘트를 날렸다.


“죄송해요 손님, 연애할 시간이 없어서···.”

“시간이야 만들면 되지··· 연애인 지망생인가? 아이돌 하긴 나이가 걸릴 것 같고, 배우 쪽?”

“저 연애 안 합니다.”

“완전 철벽녀시네? 나 알아두면 나쁠 거 없어, 내가 아는 유명 매니지먼트, 기획사 많은데, 소개해 줄 수도 있어.”

“그쪽보다 내가 더 많이 알걸? 대한민국 매니지먼트, 기획사, 영화사, 프로필 들고 안 들어가고, 안 만나본 사람이 없으니까!”


180이 훨씬 넘는 키에 하얀 피부가 매력적인 아메리카노 남자는 당황했다.

서슬 퍼런 눈에서 한기가 느껴지는 미소에게 완전히 쫄은 표정이 불쌍하기까지 했다.

아메리카노 남자는 커피를 들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초짜 알바녀가 왕 알바녀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미소 언니, 너무 무서워요.”


초짜 알바녀가 무섭다며 칭얼댔다.

시큰둥한 표정의 왕 알바녀가 미소를 힐긋 보며.


“쟤 지금 연기한 거야.”

“네? 연기요?”

“영화배우잖아··· 이번엔 철벽녀 연기인가?”

“··· 배우요? 한 번도 못 봤는데?”

“아직은 망생이야··· 앞으로 재밌는 거 많이 볼 거다.”

“재밌는 거요?”

“수십 가지 캐릭터를 볼 거라고.”

“수십 가지요?”

“철벽녀, 순진녀, 도시녀, 된장녀, 청순녀, 꽃뱀, 국민 여동생······.”

“숨넘어가겠어요. 숨 좀 쉬면서 얘기하세요.”

“미친 싸이코까지!”

“말도 안 돼! 저 예쁜 얼굴로요?”

“이쁘지?”

“네··· 엄청.”

“저 얼굴로 사람 한 번 딱 보면 다 따라 한다? ··· 어리바리 캐릭터 하나 더 추가할 거 같은데?”

“··· 저요?”


미소가 빈 접시를 들고 다가와서.


“내 뒷담화 그만 털고 컵 좀 씻어 줄래?”

“언니, 지금은··· 무슨 캐릭터 연기하시는 거예요? 철벽녀?”

“얘 뭔 소리하는 거야?”


미소가 돌아봤다.

왕 알바녀가 눈을 돌리며 자리를 피했다.


“언니? 연기자세요?”

“어.”

“사실 저도, 연기자 꿈이 있거든요.”


초짜 알바녀가 몸을 배배 꼬면서 말했다.


“뭐, 언니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연기파 배우 같은 거 있잖아요? 저 그런 연기자가 되는···.”

“아씨··· 욕 나올라 그러네.”

“네?”

“정미야.”

“네··· 언니.”

“내 딸이 연기자 한다고 하잖아? 그럼 내가 어떻게 할 거냐면···.”

“네...”


미소가 포크와 칼을 집어 들었다.

포크와 칼을 휘두르며.


“죽일 거거든.”



***



성북동 달동네에 위치한 빌라.

미소가 사는 곳이다.

어디서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저 새끼 또 왔네?”


미소가 욕을 하면서 표정은 싱글벙글이다.

빌라 입구로 들어섰다.

이 빌라의 특징은 10년째 변함이 없다는 것.

갈라진 벽돌, 벗겨진 페인트, 무너지지 않기만 바라고 있다.


미소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애가 좋아하는 순대와 떡볶이를 양손에 넉넉히 사 들고서.


“엄··· 마···”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불렀다.

정애는 거실에 앉아 다리미질하고 있었다.

미소가 순대와 떡볶이를 번쩍 들어 활짝 웃었다.

그러자 정애가 다리미질하던 옷을 번쩍 들어 활짝 웃었다.

가사 도우미 작업복이다.

미소는 놀라서 떡볶이를 떨어뜨릴 뻔했다.

파랗고 누런 투 칼라 작업 복장이 오늘따라 더 촌스러워 보였다.

저 옷을 입고 일할 생각을 하니 갑갑··· 했다.


“소장한테 담배 한 보루 사준다니깐 좋아서 죽을라더라. 역시 뇌물이 최고야.”

“어··· 잘했어 엄마.”

“걸레하고 수세미 새 걸로 사놨다.”

“그런 거 안 들고 다닌다며?”

“그 배구 감독은 한 달에 한 번 교체해 달란다. 깔끔한 성격인가 봐.”

“변태 자식!”

“쟈는 말하는 거 하고는··· 고객님이야 고객님··· 아유, 너랑 같이 일할 생각 하니까 신이 난다.”

“······.”


미소는 연기를 그만두는 걸 정애가 반대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정애는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업복을 다리며 활짝 웃고 있었다.

그동안 배우를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포기하길 바랐던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섭섭했지만 오랜만에 정애가 활짝 웃는 모습에 미소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미소는 정애가 정성껏 다려준 작업복을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옷을 벗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왜 이리 헐렁해?’


“엄마, 이거 허리 좀 줄이자. 아무리 그래도 내 스타일이 있지 이건 너무 해.”


거실에 정애가 보이지 않았다.

정애는 베란다에서 물을 틀어놓고 빗자루로 바닥을 부산하게 쓸고 있었다.


“엄마, 이거 좀 보라니깐? 완전 파자마 같···”


미소가 말을 끊었다.

정애를 올려다봤다.

정애는 고개를 황급히 돌렸다.

미소가 정애를 돌려세웠다.

정애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미소는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해 왔는데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가사 도우미 작업복을 다리면서 울음을 참았을 엄마를 잘 몰랐다.

정애가 작업복을 힐긋 돌아보며.


“벗어, 좀 줄여 줄 게. 허리만 좀 줄이면 돼?”

“······.”


미소가 정애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정애도 미소 등을 토닥였다.


“맏딸··· 지금까지 노력했는데... 고생했는데··· 괜찮아?”

“내가 약속 한 거 있지?”

“뭐?”

“내가 약속 한 거!”

“엄마 집 사준다는 거?”

“어.”

“됐어, 그런 거 필요 없어.”


미소는 마른 침을 삼켰다.

말을 더듬지 않으려고 목구멍에 힘을 줬다.


“잠실에 있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 내가 꼭 사줄 게.”



*



미소가 자기 방 전신 거울 앞에 다시 섰다.

허리가 잘록하게 줄어든 가사 도우미 복장을 모두 갖춰 입었다.

촌스러운 파란색 두건도 눌러 썼다.

걸레통을 들고 밀대를 어깨에 걸치며 자세를 취했다.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신상 옷 촬영 포즈는 많이 취해봤어도 가사 도우미 복장은 처음이다.

처음이지만 거울에 비친 미소의 모습은 완벽한 가사 도우미 아줌마의 모습이었다.


촬영 때 사용했던 아줌마 파마 가발까지 눌러썼으니 영락없는 아줌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자 김민수 감독 시나리오에 나온 대사가 문득 떠올랐다.

거울을 보며 거울이 비친 자신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기억이 나요, 다 기억 못 해도 이름 하나는 기억해요··· 저는 이소희예요.”


작가의말

하루에 한 자라도 쓸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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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악마와 손을 잡았으니까 +8 20.06.10 55 9 10쪽
25 24화. 비밀이 숨겨진 곳 +6 20.06.09 52 11 11쪽
24 23화. 반갑다, 소희야 +8 20.06.08 109 11 12쪽
23 22화. 욕망이, 그렇게 이끌었다. +13 20.06.05 166 14 14쪽
22 21화. 마지막 통과면 완벽하다 +11 20.06.04 153 15 9쪽
21 20화. 당신은 나랑 작업하게 될 거야. +10 20.06.03 151 17 11쪽
20 19화.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13 20.06.02 146 13 11쪽
19 18화. 판타지 속 판타지 +18 20.06.01 146 18 9쪽
18 17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두 번째 +28 20.05.29 168 24 14쪽
17 16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19 20.05.28 181 18 14쪽
16 15화. 만들어진 기억 +13 20.05.27 165 18 15쪽
15 14화. 이젠 내가 당신보다 갑이야 +24 20.05.26 161 23 13쪽
14 13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10 20.05.25 158 16 10쪽
13 12화. 김민수 감독과 한판 대결 +11 20.05.22 155 17 13쪽
» 11화. 잠실에 있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 +15 20.05.21 163 16 16쪽
11 10화. 다시 기어오르면 돼 +11 20.05.20 157 20 12쪽
10 9화. 미소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31 20.05.19 168 24 8쪽
9 8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29 20.05.18 172 24 13쪽
8 7화. 남자 주인공의 등장 +15 20.05.17 202 25 10쪽
7 6화. 욕망 +19 20.05.16 227 22 18쪽
6 5화. 레디, 액션. +24 20.05.15 262 24 10쪽
5 4화. 만남의 시작 +22 20.05.14 280 33 11쪽
4 3화. 무명 여배우들의 무덤 +28 20.05.13 348 31 12쪽
3 2화. 미소야, 너에게 기회가 왔어. +27 20.05.12 433 35 10쪽
2 1화. 자고 일어나니 스타 +23 20.05.11 756 47 15쪽
1 프롤로그 +21 20.05.11 861 9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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