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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타 님의 서재입니다.

라라랜드 (자고 일어나니 스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휴먼스타
작품등록일 :
2020.05.11 11:41
최근연재일 :
2020.06.12 04:18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155
추천수 :
634
글자수 :
144,965

작성
20.05.17 08:36
조회
200
추천
25
글자
10쪽

7화. 남자 주인공의 등장

DUMMY

“감독도 눈치가 있어야 해요.”

“······”

“남의 걸 훔치려는 건지··· 도와주려는 건지 구별할 정도는요.”



벌컥.

복도에서 문이 열렸다.

그리고 미소가 힘차게 걸어 나왔다.

민아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웃어... 나올 때 울더라도.’


민아가 뒤따라 나왔다.

미소가 민아를 돌아봤다.

민아는 문 앞에서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민아··· 미안···’


그러자 민아가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민아라면.

그리고 눈빛으로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뒤돌아보지 말고 가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너의 길을 가라고.

나처럼 후회하는 삶을 살지는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



도롯가에 가로등 불이 하나둘씩 켜져 갔다.

거리엔 네온사인이 빛났다.

세상에 어둠과 빛이 함께 했다.


낮과 밤이 함께 하는 시간.

현재 시각 7시 14분.

미소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낮에는 밤이 그립고 밤에는 낮이 그립다.


갑자기 최성원 선생님이 그리워졌다.



*



터벅터벅.

대학로에 있는 연기 연습실 건물 앞까지 걸어왔다.


5층 연기 연습실 창문만 환하게 밝았다.

저곳에서 민아와 함께 연기입시를 공부했었다.

수지도 함께 했었다.

현철, 미애, 정호도 함께 했었다.

지금은 각자 영화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각자 어딘가에서.


우리는 이곳에서 함께 먹고 자고 연습하면서

대학 입시 준비를 했었다.

재수, 삼수하던 언니 오빠들도 친구처럼 지냈었다.

얼마나 친했던지 남자와 여자가 한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정도였다.

가족같이 친해져서 그랬나.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을 여자로 보지 않았다.

여자애들 역시 남자애들을 남자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서로서로 연애했다.

다행히 겹치거나 뺏는 일이 없어서 우리의 우정은 깨지지 않았다.


룸살롱에서 나와 어느덧 이곳까지 오게 됐다.


고향 같은 곳.

힘들 때면 언제라도 찾아와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

미소에겐 이곳이 그랬다.


그리고 그곳엔 최성원 선생님이 있었다.

우리가 ‘연기의 신’이라 명명했던.

미소가 짝사랑했던 남자였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일요일은 보통 연기 연습실 문은 열지 않는다.

아마도 최성원 선생님 혼자 나와 있는 듯했다.


최성원 선생님···


서른을 훌쩍 넘긴 최성원 선생님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우리가 저주를 퍼부어서 결혼하지 못했다.


최성원 선생님에게는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미소와 민아, 그리고 수지까지 최성원 선생님을 짝사랑했었다.

우리 셋이 모이면 늘 저주를 퍼부었다.

최성원 선생님과 여자친구가 제발 헤어져 달라고.

그 자리를 우리가 차지하고 싶어서.


우리의 저주가 먹혔는지 최성원 선생님과 여자친구가 헤어졌다는 소식을 대학 입시 합격 직후에 듣게 됐다.

우리 셋은 대학 합격만큼이나 기뻐했었다.

그날부터 우리 셋은 최성원 선생님의 여자친구가 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우리는 경쟁자가 됐다.

그때 처음으로 수지와 민아가 꼴 보기 싫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그때 최성원 선생님에게 민아와 수지의 추악한 과거를 폭로했었다.

최성원 선생님은 침을 튀기며 폭로하는 내 모습에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어 보였다.

알고 보니 민아와 수지도 똑같이 내 험담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우리 셋 모습에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아니면 여동생처럼 귀여워 보였을까?


우리는 셋 모두 최성원 선생님의 여자친구가 되지는 못했다.

최성원 선생님 여자친구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

그 후로 우리 셋은 최성원 선생님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우리 셋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린 죄인이 됐다.


지금은 최성원 선생님이 아픔을 잊고 좋은 분을 만나서 행복해지길 바라고만 있다.


“선생님...”


연기 연습실 문을 살며시 열고 불러봤다.

최성원 선생님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나 변함없는 저 모습에 반했었다.

나무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책을 읽는 모습에 우리 세 명의 소녀는 마음을 빼앗겼었다.

그때의 모습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10년이 지나면 변할 법도 하지만 최성원 선생은 변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최성원 선생님의 모습에서 김민수 감독 모습이 겹쳐 보였다.

김민수를 떠올리니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억지로 삼켰다.


아무리 책 읽는 모습이 닮았어도.

아무리 비슷한 연령대와 비슷한 체구가 닮았어도.

어떻게 최성원 선생님 모습에서 김민수 감독의 모습이 겹쳤을까.


미소는 서둘러 시궁창 같은 생각을 털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최성원 선생님을 봤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최성원 선생님...”

“어? 미소야.”


최성원 선생님이 고개를 들어 활짝 웃으며 미소를 바라봤다.

그 순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게 최성원 선생님을 볼 때면 마음이 따듯해졌다.

웨이브 진 머릿결은 따듯함을 한층 더했다.


최성원 선생님을 볼 때면 여러 가지 감정이 겹쳤다.

미안한 감정.

짝사랑하는 감정.

존경하는 감정.

그리고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


최성원 선생님 대학 동기는 대부분 잘나갔다.

그중에 한 명이 전소연 배우였다.

미소와 일면식이 있는.

비록, 라떼 커피를 떨어뜨려 시궁창이 된 창피했던 만남이었지만.


그리고 또 한 명이 바로 김민수 감독이었다.

이상했던 점은 최성원 선생님은 단 한 번도

전소연 배우와 김민수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랑할 만도 한데.

아니면 질투와 시기라도 하던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전소연.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 김민수.

그리고 최성원 선생님···


분명 그들 사이에 깊은 질곡이 있었으리라.


우리는 그렇게만 생각하고

연말 회식이나

가끔 모여서 하는 연극, 영화작업 때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전소연, 김민수.

두 이름은 최성원 선생님 앞에서

우리에겐 금지어가 아닌 금기어가 됐다.


“연락 없이 어쩐 일이야?”

“지나가다가 불 켜있길래요. 선생님은 오늘 왜 나오셨어요?”

“집에 있기 갑갑해서 나왔어. 그리고 오늘···”

“일요일에, 여자친구랑 데이트 좀 하시지 궁상맞게 혼자 뭐예요?”

“하하하, 여자친구가 없어서···”


여자친구 얘기하면서 저렇게 웃는 모습을 보니 예전 아픔이 조금씩 치유가 되어가나 보다.


“근데, 오늘 무슨 공연 있었어? 화장 제대로 했네?”


미소는 거울을 돌아봤다.

붉게 칠해진 입술과 짧은 원피스.

최성원 선생님 앞에는 멋진 연기자의 모습으로만 나타나고 싶었는데···


“네, 연기하다 왔어요.”

“이야 - 역할이 뭔데?”

“술집 접대부 역할이에요.”


미소는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술집 접대부?”

“네.”

“재밌었겠네. 예전 우리 공연할 때 술집 접대부 1, 2 했었잖아, 민아랑.”

“네, 민아는 그때 대사를 아직도 기억한대요.”

“그럴 거야. 무대에서 대사 까먹고 10초 동안 멍하니 서 있었잖아. 그다음부턴 절대 까먹지 않더라고.”

“저도 그때 생각나요. 선생님한테 처음으로 혼났었거든요.”

“내가?”

“네.”

“회초리는 안 들었었니? 하하하”

“회초리보다 더 아팠어요.”

“미안하다···”

“우린, 선생님을 너무 많이 좋아했나 봐요. 민아는 그때 얼마나 울었다고요··· 원래 그러잖아요. 좋아하는 사람한테 혼나면 엄청......”


최성원 선생님이 미소 가까이 다가왔다.

미소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무슨 일 있었어?”


미소가 고개를 흔들었다.


“저, 지금 민아 만나고 왔어요.”

“······.”


최성원 선생도 민아가 연기를 그만두고 룸살롱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다.

민아의 소식에 최성원 선생은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가장 아끼던 제자였으니까.

최성원 선생은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다.

제자들뿐만 아니라 동기들도.

모두가 꿈을 이루고 잘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젠 익숙해질 만도 했건만.

제자들은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왔다.


“··· 우냐?”


미소가 다시 한번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말했지, 너희들은 무대에서만, 촬영장에서만 울라고···”


미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선생님이 해 준 말이었어요. 누가 말해줬는지 기억나지 않았었는데···”

“울지 마라.”

“저 우는 거 아니에요.”

“눈에서 나오는 건 뭔데?”

“··· 눈물 연기요.”

“······.”


최성원 선생님이 미소를 안아줬다.


“그래, 그런 거면 실컷 울어라.”

“······.”

“죄송해요. 선생님.”

“뭐가?”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려...”

“그만···”

“······.”

“넌 언젠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될 거야.”

“······.”

“내가 약속한다. 넌 최고가 될 거다.”

“······.”

“······.”

“선생님도요.”

“······.”

“선생님도··· 다시··· 하실 거예요.”

“······.”

“··· 대답해요!”

“··· 그래. 나도 최고가 될 거다.”


실패와 좌절의 파고를 넘어 잔잔한 해변에 도착한 최성원 선생님.

언젠간 바다로 나갈 것이다.

모두 다 씹어먹으러.



이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건장한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메고 있던 붉은색 백가방을 연습실 바닥에 던졌다.

최성원 선생님과 미소가 놀라서 돌아봤다.

후드티를 입은 건장한 남자가 후드티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최성원 선생님과 미소를 노려봤다.


작가의말

하루에 한 자라도 쓸 수 있을 때까지...  

<선호작> <추천부탁드립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sns 로 주변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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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주소는 카피가 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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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욕망이, 그렇게 이끌었다. +13 20.06.05 164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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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당신은 나랑 작업하게 될 거야. +10 20.06.03 148 17 11쪽
20 19화.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13 20.06.02 144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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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만들어진 기억 +13 20.05.27 164 18 15쪽
15 14화. 이젠 내가 당신보다 갑이야 +24 20.05.26 158 23 13쪽
14 13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10 20.05.25 155 16 10쪽
13 12화. 김민수 감독과 한판 대결 +11 20.05.22 153 17 13쪽
12 11화. 잠실에 있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 +15 20.05.21 161 16 16쪽
11 10화. 다시 기어오르면 돼 +11 20.05.20 156 20 12쪽
10 9화. 미소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31 20.05.19 166 24 8쪽
9 8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29 20.05.18 171 24 13쪽
» 7화. 남자 주인공의 등장 +15 20.05.17 201 25 10쪽
7 6화. 욕망 +19 20.05.16 226 22 18쪽
6 5화. 레디, 액션. +24 20.05.15 260 24 10쪽
5 4화. 만남의 시작 +22 20.05.14 279 33 11쪽
4 3화. 무명 여배우들의 무덤 +28 20.05.13 345 31 12쪽
3 2화. 미소야, 너에게 기회가 왔어. +27 20.05.12 432 35 10쪽
2 1화. 자고 일어나니 스타 +23 20.05.11 755 47 15쪽
1 프롤로그 +21 20.05.11 858 9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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