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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타 님의 서재입니다.

라라랜드 (자고 일어나니 스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휴먼스타
작품등록일 :
2020.05.11 11:41
최근연재일 :
2020.06.12 04:18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158
추천수 :
634
글자수 :
144,965

작성
20.06.03 01:41
조회
148
추천
17
글자
11쪽

20화. 당신은 나랑 작업하게 될 거야.

DUMMY

그나저나, 이대로 김민수 감독을 만날 수는 없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김민수 감독을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속아 넘어가듯, 완벽히 속여야 했다.



“으악!”


미소는 특수분장 스튜디오 문을 열자마자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영화 속 좀비가 걸어왔다. 잡아먹을 듯이, 피가 흐르는 입을 쩍 벌리고서.

가뜩이나 날이 저물어 어두운데 손전등으로 얼굴을 비추는 좀비를 봤으니 비명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미소는 계속 다가오는 좀비를 노려봤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을 드디어 실천하게 됐다.


“인사해, 우리 대표님이야.”


미애가 뒤에서 미소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뭐야? 재미없게, 별로 안 놀래잖아?”


좀비 분장을 한 특수분장 대표가 말했다.


“얘 엄청 세요. 이딴 좀비 분장 따위로 놀래는 그런 얘 아니에요.”

“담력 좋네.”

“미소야? 인사하라니깐? 야!”


미소는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시 기절한 듯.


“정신 차려! 이미소!”

“.......”

“서서 기절해 버렸네. 우히히히 좀비 분장 성공!”

“정수지! 얜 또 어딨어?”


미애가 뒤돌아보자 조금 전까지 뒤따라오던 미애가 보이지 않았다.

주저앉아서 기절해 있는 미애.


“이것들이 쌍으로다가 쪽팔리게!”


특수분장 스튜디오 내부는 거대한 박물관 같았다. 사람같이 생긴, 아니 진짜 사람 같은 더미들이 곳곳에서 진열돼있었다.

따듯한 커피 한 모금으로 정신을 차린 미소와 수지가 두리번거리며 신기하게 바라봤다.


미소, 수지, 미애, 셋은 오디션이 끝나고 감자탕 회식을 후딱 끝내버렸다.

서둘러 달려온 이곳은 미애가 근무하는 특수분장 스튜디오였다.


“자, 이제 말해봐, 무슨 분장이 필요한데?”


미애가 제법 팀장답게 목소리를 깔았다.


“50, 60대 아줌마.”


미소가 대단한 결심을 한 듯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


“아니, 젊디젊은 처자가 왜 50대 아줌마 역할을?”


대표가 얼굴에 좀비 분장을 반 정도 지운 채로 다가와 합석을 했다.

반 정도 지운 모습이 더 끔찍해 보였다.


“역할 하나 맡았데요. 어우 씨, 가서 좀비 분장 좀 다 지우고 와요. 못 봐주것어 아주.”

“이 자식이, 인마 우리 때는 좀비랑 껴안고 잠도 잤어. 자식아! 최대표는 뽀뽀도 하고 그랬어!”

“또 또 쌍팔년도 충무로 얘기.”

“이건 직업정신이 없어! 직업정신이! 근데 친구는 아줌마 역할 맡은 거야?”


대표가 조금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봤다.

듣고만 있던 수지가 발끈했다.


“이 치사한 것아! 죽어도 같이 죽자고 맹세해 놓곤 너 혼자 지원했냐?”

“그럼 같이할래? 아직 티오 하나 더 있어.”

“뭔 티오?”

“아줌마 역할.”


미소는 수지가 거절할 거로 생각했다.


“그래, 할 게.”


‘수지야, 웬일이냐? 너 급했구나?’


“정말?”

“어, 아줌마가 아니라 할머니 역할도 괜찮아, 무슨 영화야? 페이는 괜찮아? 대사 많아? 누가 출연해?”


‘미치것다, 내가 말실수 한 거 같다.’


“뭔 생각하는데! 이 잡것아! 너 머리 굴리지 마라! 다 보인다.”

“뭔 머리?”

“나 떼어낼 잔머리 굴리는 거 다 보여!”

“이거 페이도 별로 없고, 대사도 별로 없어, 허접해서 그래. 그래도 할 거야?”

“어. 나 돈 안 받아도 돼. 나 지금 연기에 목말라 있어.”


‘와, 이거 이거 독종 다 됐네? 그래도 미안하다 수지야. 너랑 같이 김민수 감독을 만날 수는 없잖니?’


“알았어! 같이 하자.”

“오케바리!”

“미애야, 특수분장 좀 해 줘.”

“트, 특분은 왜 하는데?”

“영화사에서 사진 찍어서 보내달래. 왜? 싫어?”

“아니? 너 먼저 해.”


미애가 묵직한 장비 가방을 들고 앉았다.


“재료비는 줄 거지? 인건비는 필요 없으니까.”

“고맙다 이것아, 대신 정말 잘 해줘야 돼?”

“너도 뜬 다음엔 나 전담으로 데리고 다녀야 해?”

“당연하지 이것아!”


지켜보던 대표가


“얼씨구? 누구 맘대로? 정당한 페이 지급하고 해! 아무리 친구라도 안 돼!”

“대표님! 애들 있는 데서 나 가오 떨어지게 자꾸 이러실 거예요?”

“가오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열정페이가 어딨어! 정당한 페이 받아야지!”

“재료비 받잖아!”

“인건비도 받아야지!”

“재료비에 인건비 포함됐잖아요!”

“... 야 이 자식이 영업비밀을 막 폭로하고 있네?”

“그니깐 조용히 하세요.”


미소와 수지가 뻘쭘하게 미애를 바라봤다.

미애가 머쓱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이것들아!”


‘많이 변했다. 우리 미애, 그래, 돈 벌어야지. 일만 못 해봐라, 국물도 없다!’


미애가 장비 가방을 열었다.

리퀴드 라텍스 재료를 꺼내 들었다. 주름진 피부를 표현하는 특수분장 재료다. 얼굴에 주름을 만들기 쉬워 보여도 손으로 피부를 당김과 동시에 드라이어로 말려 줘야 했다. 때문에 도움 줄 사람이 한 명 정도 더 있어야 할 정도로 손기술이 필요했다. 손기술에서 모든 퀄리티가 판명이 났다.

미애 손놀림이 빨라졌다. 리퀴드 라텍스와 메이크업 스펀지 그리고 헤어드라이어. 말렸다 폈다. 말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손이 세 개여도 모자랄 판이었다. 미소 얼굴에 진짜 주름 같은 피부가 하나씩 만들어져갔다.

특분 작업을 하는 미애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프로의 냄새가 났다. 이른 나이에 특수분장 팀장까지 단 이유가 있었다.


“미애야 이거 특분하고 나면 피부 손상 많이 되지 않냐?”

“당연하지, 다음엔 절대 아줌마 역할 맡지 마. 피부 안 좋아.”

“나, 벌써 피부가 늙어가는 거 같아.”

“저, 정말?”


예상대로 안쓰럽게 지켜보던 수지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서 물었다. 미소는 알고 있었다. 수지를 바로 포기시킬 방법을. 피부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 아마도


“나, 난 포기.”


‘너무 빠른데?’


“왜? 같이 하자.”

“시, 싫어 난 아기 피부가 생명인데, 생명까지 끊으며 아줌마 연기하기 싫어.”

“아쉽다. 알았어, 수지야.”


최대한 아쉬운 목소리로, 녀석이 눈치채지 못하게


“이제 1차 완료됐다. 거울 한 번 볼래?”


미소는 살짝 떨렸다. 분장이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30년 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심정에 떨렸다.


‘내가 늙은 모습이 어떨까.’


거울을 보자 미소는 감탄했다.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 거울 속에 있었다. 조금 서러워졌다. 젊었을 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으니까. 한편으로 기뻤다. 이 정도면 김민수 감독을 감쪽같이 속여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어깨가 쭉 펴졌다.


“아이고, 내 딸년 친구답다 이것아, 너 원제 이런 기술 다 배웠샸냐? 배우 때려치고 울고불고 지랄하고 난리치더만, 성공했다 이년아!”


미소가 걸쭉한 아줌마 목소리 연기로 수지와 미애 그리고 옆에서 다른 일을 하던 대표를 보며 말했다. 예상대로 미소 연기에 모두 말이 없었다. 조금 충격받은 듯 보였다. 완벽한 아줌마 연기 때문에. 지난 며칠 동안 아줌마 연기가 빛을 발휘했으니까.


“와, 완벽해. 내가 한 거지만.”

“뭐가 완벽해! 아직 멀었어! 이리 와봐! 너도 거울 그만 보고 이루와.”


슬쩍슬쩍 지켜보던 대표가 한 수 가르쳐 주겠다며 옆으로 붙었다. 아무래도 미애의 솜씨에 놀란 듯 보였다. 그래서 자신의 마지막 기술을 가르치고 하산시키려는 무림의 고수처럼 마지막 노하우를 전수해주려는 모습이었다.


“대표님, 얘 곧 한 방에 뜰 애예요. 그렇게 막 대할 애가 아니에요. 나중에 우리 밥줄이라고요!”

“웃기고 나자빠졌네! 내가 그런 애들 한둘 본 줄 알아?”

“대표님, 그렇게 까칠하면 배우 못 잡아! 언제까지 담 달 월세 걱정하며 사실 거예요!”

“이, 이게 감히!”

“그니까 아직 장가도 못가고 이런 시체 더미에 쌓여 살지!”

“.......”


대표가 미애의 불같은 소리에 꼼짝도 못 했다.


‘뭐지? 이 야릇한 분위기는?’

‘그러고 보니 대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네? 이건?’


미소와 미애가 동시에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가만 보니 특수분장 대표 나이는 좀 들어 보였지만 아직 총각이었다. 미애는 그런 대표 걱정을 했다. 꼭 마누라처럼.


“뭘 그렇게 봐?”

“아냐 아냐”


미애가 착각하지 말라는 듯이 쏘아붙였지만, 미소와 수지는 키득거렸다.

얼레리 꼴레리라면서.

대표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미소 특수분장 얼굴에 화룡점정! 마지막 필살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미애가 옆에서 도우며 눈으로 익혔다.

셰도우와 메이크업 브러쉬로 마무리, 검고 윤기 나는 미소의 머릿결을 부분 흰색으로 마무리.


“이제 끝. 거울 봐봐.”


미소에게 거울을 내밀었다. 미소는 거울을 보자 아까와는 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울 속에서는 엄마, 정애가 있었다. 물론 정애는 지금의 미소 얼굴에 2배는 살이 쪄있었지만, 근본은 속을 수가 없었다. 정애의 모습이 보이자 아줌마 분장은 완성됐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할 게 없었다.


“짜잔, 한 번 봐봐. 바꿀 거 있는지.”


수지가 특수분장 하는 동안 김민수 감독 영화 오디션에 지원할 지원서를 작성했다. 매번 똑같은 지원서지만 영화특성에 맞는 자기소개 문구는 살짝씩 바꿔야 했다.

멜로 영화에 지원하는데 태권도 3단, 프로복싱 자격증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미애야, 나 프로필 사진 좀 찍어줄래?”

“그렇게 하고?”

“어.”



찰칵 찰칵 찰칵


미애가 DSLR 카메라 셔터를 연사로 눌렀다.

미소는 아줌마 옷까지 걸쳐 입고서 프로필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갖가지 포즈가 난무했다.

의자에 걸터앉아서 놀라는 표정, 깔깔 웃는 표정, 궁상맞은 표정, 요염한 표정까지.


미소가 점점 더 요염한 표정과 포즈를 취하자 미애가 카메라를 내리며


“야, 그건 아니지 않냐? 아줌마가 뭐 그리 섹시해?”

“찍어, 언제 또 이런 사진 남기겠어?”

“오케바리!”


미소가 치마를 살짝 걷으며 더 요염한 포즈를 취했다.

지켜보던 대표가 놀라서 딸꾹질하자 미애가 째려봤다.

참지 못한 수지도 미소와 함께 한껏 요염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미소는 오디션 지원서를 들고 전신 거울 앞으로 다시 섰다.

이제 김민수 감독과 단둘이 독대를 하는 주말이 기대됐다.


이 지원서는 김민수 감독에게 보내는 지원서다. 그날 미소는 담판을 낼 것이다. 여자 주인공 이소희 캐릭터를 모두 다 훔쳐낼 것이다. 말투부터 사소한 버릇까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욕망이 있는지, 잠잘 때 버릇부터 혼자 은밀한 기호까지 모두 다 알아낼 것이다.

그리고 완벽하게 이소희가 되어서 오디션 날 김민수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때는 아줌마 분장을 한 이미소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한 이소희로.


‘김민수 감독님, 당신은 나랑 작업 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작가의말

하루에 한 자라도 쓸 수 있을 때까지...  

<선호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sns 로 주변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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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주소는 카피가 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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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당신과 나, 우리 이야기 +7 20.06.12 124 8 11쪽
27 26화. 이야기의 시작 +8 20.06.11 49 10 10쪽
26 25화. 악마와 손을 잡았으니까 +8 20.06.10 54 9 10쪽
25 24화. 비밀이 숨겨진 곳 +6 20.06.09 51 11 11쪽
24 23화. 반갑다, 소희야 +8 20.06.08 108 11 12쪽
23 22화. 욕망이, 그렇게 이끌었다. +13 20.06.05 164 14 14쪽
22 21화. 마지막 통과면 완벽하다 +11 20.06.04 152 15 9쪽
» 20화. 당신은 나랑 작업하게 될 거야. +10 20.06.03 149 17 11쪽
20 19화.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13 20.06.02 144 13 11쪽
19 18화. 판타지 속 판타지 +18 20.06.01 145 18 9쪽
18 17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두 번째 +28 20.05.29 166 24 14쪽
17 16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19 20.05.28 180 18 14쪽
16 15화. 만들어진 기억 +13 20.05.27 164 18 15쪽
15 14화. 이젠 내가 당신보다 갑이야 +24 20.05.26 159 23 13쪽
14 13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10 20.05.25 155 16 10쪽
13 12화. 김민수 감독과 한판 대결 +11 20.05.22 153 17 13쪽
12 11화. 잠실에 있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 +15 20.05.21 161 16 16쪽
11 10화. 다시 기어오르면 돼 +11 20.05.20 156 20 12쪽
10 9화. 미소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31 20.05.19 166 24 8쪽
9 8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29 20.05.18 171 24 13쪽
8 7화. 남자 주인공의 등장 +15 20.05.17 201 25 10쪽
7 6화. 욕망 +19 20.05.16 226 22 18쪽
6 5화. 레디, 액션. +24 20.05.15 260 24 10쪽
5 4화. 만남의 시작 +22 20.05.14 279 33 11쪽
4 3화. 무명 여배우들의 무덤 +28 20.05.13 346 31 12쪽
3 2화. 미소야, 너에게 기회가 왔어. +27 20.05.12 432 35 10쪽
2 1화. 자고 일어나니 스타 +23 20.05.11 755 47 15쪽
1 프롤로그 +21 20.05.11 858 9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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