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큰거 안왔다.
오랜만에 느껴본다.
이 감정-
내가 밀리는 기분
‘옆차기인가?’
“휘리릭!”
‘아니 찍어 차기이군.’
‘붉은 눈의 케이’ 의 공격을 다 피해내고 있지만, 전과는 무언가 다른 것 같다.
필요 없는 동작을 완전히 빼내고, 순간순간의 판단력과 힘 조절이 돋보인다.
이전 몬스터들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힘만 믿고 나대다 죽는 경우가 태반 수였지만
이 몬스터는 무언가 다르다.
“힘도 강해졌고, 힘 조절도 생겼군. 내가 밀리겠어.”
“뭐야... 뭐야!”
“...?”
왜 갑자기 급발진이지?
몬스터의 면상은 이미 붉으락푸르락 타올랐고, 미간은 찌푸려졌다.
‘분노’라는 감정을 느낀 듯하다.
그런데 어느 포인트에서?
“왜? 쓰러지지 않는 거냐? 분명 내가 우위에 있잖아! 왜 쓰러지지 않고, 얼굴에는 여유가 있는 것이냐!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아- 그것 때문이었구나. 알려줄까?”
몬스터의 눈앞에서는 ‘나’가 사라지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뒤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밀린다고 했지. 진다고는 안했잖아?”
“꺼져!”
[내려찍기]
-콰아아아앙!
피했다.
[돌려차기]
또 피했다.
“이제 나도 반격.”
[LV.MAX C급 스킬 전기충격을 발동합니다.]
전기 충격 파장에 몬스터는 밖으로 쭉 날라 갔다.
그런데 몬스터가 날라 가는 방향엔 한 어린 아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모양이다.
“흐어엉... 어어엄마아아!”
“탁-”
“흐엉...어?”
“여기는 너무 위험한 것 같군. 장소를 옮기자.”
“크어..?”
몬스터의 머리를 잡고...
다리에 “꾸우욱...” 힘을 누르며 힘차게 도약했다.
그리고 몬스터의 머리를 처박으며...
“여기서 시작하자. 여기라면 충분히 힘을 써도 되겠어.”
* * *
“이게 뭘까.”
백산의 눈에 보이는 것은 전투의 흔적이 보이는 현장이었다.
균열이 생긴 대지, 그리고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균열은 바로 백산, 자신이 공격받은 땅의 균열이었다.
그리고선 김태훈이 나타나 공격하고 죽이고, 또 살아나고... 정신이 없다.
“나는 왜 약하지? 왜?”
몇 년 전에 성좌(星座)에게 스킬을 선물 받을 때가 생각난다.
그 땐 운이 참 좋았다.
.
.
.
“SS+급 스킬?”
“백산 씨 축하해요!”
그 때 당시에는 나와 같이 다니는 무리들이 있었다.
지금은 살아있냐고?
아니.
.
.
.
“안돼...! 버텨야 해!”
[LV.2 SS+급 스킬 태백의 정기를 발동합니다.]
“크윽... 백산 씨!”
재앙 급 몬스터가 나타났었다. 인명피해? 엄청났지.
지금의 나도 감당하지 못하는 재앙 급 몬스터였는데.
그 때에 나는 어땠을까? 안 봐도 뻔하지.
“푹-”
몬스터의 차가운 칼날이 날라 왔다.
그 칼날은 나한테 왔어야 한다.
하지만 동료이자 마치 가족 같은 ‘염지훈’의 선택에 의해 나의 운명이 바뀌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른 쪽을 가리킨 것이다.
“어...어어.. 야... 살 수 있지... 죽지 않을 거지...?”
“괜찮아... 살 수 있....”
“댕강-”
“툭...”
날카로운 칼날이 지나갔다.
무언가가 떨어졌다.
얼굴에는 피가 튀겼다.
‘염지훈’의 몸통만 달랑 남아있고, ‘염지훈’의 머리는 초라하게 툭- 떨어졌다.
“어..으..으!!”
인간이 최대 분노를 느끼면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얼굴은 이미 미간이 찌그려져있어 형용할 수 없는 분노로 차있었고,
어린아이같이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이 흐르고 있었다.
“으...아아아!”
미쳐버렸다.
다가가면 ‘죽는다.’ 라는 개념조차 잊은 채 달려들었다.
“후웅-”
머리에는 커다란 칼이 날라 왔다.
그때서야 정신을 찾았지만,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들어봤던가?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주변 시간이 급속도로 느려지는 경험을 간혹 하고는 하는데.
그로 인해 평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건 뭐지...? 사람의 형태? 몬스터 뒤에?’
“쌕-!”
잘못 본 줄 알았다.
그 순간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몬스터의 손에 쥐고 있는 칼은 ‘챙-채챙’ 하며 떨어졌고, 몬스터의 다리 힘도 풀리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머리’가 없어졌다.
죽은 몬스터를 밟으며 등장한 누군가.
“괜찮니?”“...누구”
“난 ‘류수’라고 한다. 보아하니 SS+급 스킬이 있는 것 같은데 잘 활용을 하지 못하는 것 같군.”
“그래요...?”
“초인 컴퍼니로 와라. 몬스터를 사냥해 사람들을 도와보자고. 관심 있어?”
“뭐... 그래요. 한번 해보죠.”
나는 첫 번째 초인 컴퍼니의 ‘헌터’였다.
그리고 류수의 뒤에 있으며 나는 다짐했다.
절대지지 않기로,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염지훈’을 위해서라도.
.
.
.
“지금 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해.”
* * *
“사람이 없는 곳인가.”
“그렇지. 우리가 깽판을 쳐도 사람들이 전혀 피해 받지 않는 곳.”
“그러면 뭔가 더 달라지기라도 한다는 거...”
[LV.MAX A급 스킬 투시(透視)를 발동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 몸뚱아리 본체 아니지?”
“....?!”
“뇌파가 다른 몬스터들과 달리 전혀 움직이지 않는군. 음 뭐 조종(操縱)을 당하는 건가?”
“허! 빨리도 알아차리는구나.”
“본체는 어디 있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고?
“이 모습은 ‘나’가 맞다. 하지만 나의 절반이지. 육신을 반으로 나누어 지금 이 상태가 된 것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신조가 있지. 패다보면 답이 나온다. 너도 그렇게 되겠지. 그리고 사람들을 해치고 다니는 몬스터들은 좀 혼이 나야하거든!”
[LV.MAX A급 스킬 불의 정령 주작(朱雀)을 발동합니다.]
화르륵!
이 뜨거운 열기에 술자인 나도 땀이 날 지경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몬스터가 죽진 않겠지.
“뜨...뜨거워 크아아-!”
뜨거운 열기에 다섯 눈의 케이는 고통에 몸부림친다.
뜨거워 보이는 몬스터에게 안쓰러워진 나는 시원하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뜨겁구나. 이제 차갑게 해줄게. 좀 많이.”
“아.. 잠깐! 잠깐만-!”
나는 미소를 쓱 지으며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몬스터는 아주 무서운 것을 보았다는 듯 소름이 끼쳤다.
[LV.MAX A급 스킬 얼음의 수호자 빙룡(氷龍)을 발동합니다.]
“차갑게 흐흐..”
“잠깐마아-”
빙룡의 형상이 몬스터를 덮치면서, 붉은 눈의 케이의 발부터 몸통 그리고 얼굴까지 빠르게 얼어붙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상이 만들어졌다.
“말은 할 수 있게 입은 뚫어주지.”
손가락으로 입 주변에 원 궤적을 따라 그리니 몬스터가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몬스터는 숨이 부족했다는 듯 입 구멍에 숨을 거칠게 쉬었다.
나는 몬스터의 주둥이를 붙잡으며.
“야, 본체는 어디 있냐?”
“알려줄 것 같나? 본체를 알려주면 정말 죽음이다.”
“안 알려준다고?”
아무리 분신이라고 해도 결국은 똑같은 자신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같을 것이다.
“쿠구구구궁-”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니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빽빽한 나무가 마치 바리깡으로 밀어버린 듯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구나. 안 알려 주는구나~ 어쩔 수 없지 찢어 죽이는 수밖에.”
“흐어...”
“쿠와앙-!”
머리는 통째로 사라진 채 툭- 몸이 힘없이 쓰러졌다.
상관은 없다. 알려주면 더 편하겠지만, 그 ‘스킬’이 있으니까.
[LV.MAX S급 스킬 힘의 통찰(洞察)을 사용합니다.]
-우우웅.... 우우웅....
작은 미생물, 작은 생물, 곤충까지 모든 영혼의 기류를 느낄 수 있는 스킬이다.
전방 10KM까지 영혼의 기류를 느낄 수 있으며, 그 중 예사롭지 않은 영혼의 기류를 찾는 방식이다.
“........ 이거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2시 방향에 약 6.4KM의 방향이다.
“생각보다 깊은 곳에 감춰놓았군. 하긴 자기 목숨인데. 대놓고 내버려둘 수는 없겠지.”
아까 전 위협용으로 주먹을 휘두른 방향이 마침 2시 방향이다.
깔끔하게 정리 된 길에서 갈 수 있다.
이것이 꿩 먹고 알 먹고 인 듯하다.
아니, 몬스터가 말도 안하고 죽어버렸으니 알만 먹은 건가?
“타다다다다-”
도착했다.
예사롭지 않는 영혼의 기류가 느껴지는 곳
아까 한 몬스터의 기류만 느낀 것이 아니다.
여럿의 몬스터의 기류와 그중 가장 강력한 영혼의 기류가 이 ‘동굴’ 속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두우면 전투에 불리할 수 있으니까.”
-콰아아앙-!
동굴을 부숴버리는 선택을 했다.
이것이 전투에도 훨씬 유리하며 각각의 함정에도 대비할 수 있다. 뭐 함정이 나에게는 안 통하니 상관은 없다만,
동굴을 부숴버리니 몬스터가 민 낱으로 보였다.
동굴의 구조와 내가 오는 상황을 대비한 각각의 함정들.
이 정도 정성이면 차라리 맞아주는 것이 나았을 뻔했다.
불쌍해 보일 정도였으니.
그 중 함정을 준비하는 몬스터도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본체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보스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인가?
“???”
“뭐야 내 동굴 어디 갔어.”
“너네 보스 어디 있냐?”
“네놈은 누구냐?!”
그 중 동굴을 경비하는 몬스터가 나에게 고함을 질렀다.
동굴은 이미 없어졌지만.
“모든 몬스터들은 경계태세를 준비하라!”
대략 50마리 정도 되는 평범~위험 등급의 몬스터들이 각을 맞추어 나를 경계했다.
하지만 50마리라고는 하지만 개미가 아무리 많이 모여도 발로 한번 밟으면 그만이다.
“재밌네. 이것들. 이 수로 나를 이기려고 한 거야?”
[LV. MAX B급 스킬 일렉트릭을 발동합니다.]
“어...?”
“50마리가 아니고 500만명 아니 너희 같은 몬스터들 통째로 덤벼도 못 이겨. 함정을 만들면, 통째로 없애버리면 되고, 대군을 이끌 어와도 그것마저 통째로 없애버리면 되니까.”
“쫄지 마라! 1대50이다!”
“이게 ‘절망’이라는 것이다.”
[LV. MAX B급 스킬 일렉트릭을 발동합니다.]
-쿠구궁 지지직!
1대 40, 1대 23 1대 12 1대 5 죽이고 또 죽인다.
학살(虐殺)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마침내 1대 1
“50명의 몬스터가 모두... 압살 당했어..”
“그래. 그리고 남아있는 건 나랑 너뿐이지.”
“망했네.”
“잘 아네.”
-빠악!
마지막 남은 몬스터조차
몰살(沒殺)했다.
이제 남은 건 ‘본체’ 뿐이다.
“나왔다! 쨔샤!”
부족함이 많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