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7장.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2) - Que sera, sera.
"Greed makes a man blind and foolish, and makes him an easy prey for death." - Rumi
하락장으로 전환을 확인 한 후 캔틀 차트를 30분봉으로 전환했다. 30분봉의 20선 지지가 뚫리는 지 관찰하였고, 이동평균선 20선에서 다소 30분간의 저항이 있다가 다시 상승세를 보였지만, 결국 10시30분에 20선을 뚫었고, 하락장으로 전환 되었음을 확신했다.
압박감이 갑작스럽게 해소되면서, 또 다른 기묘한 현상이 찾아왔다. 나에게는 미래의 일부를 예지하는 듯한 특별한 직감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데자뷔라고 여겼는데, 이 독특한 직감은 중요한 순간에 때때로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서 이 현상은 점점 더 자주 발생했다. 이 직감은 데자뷔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미묘하게 데자뷔와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10초에서 1분 사이의 짧은 미래가 현재의 시야와 겹쳐 보이는 것 같다.
처음에 이 현상을 겪을 때마다, 미래의 모습과 현실이 중첩되어 동시에 보이는 듯한 묘한 경험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 현상을 경험한 후 1~2일 내에 내 인생에 변화가 생기곤 한다. 이런 경험 이후에는 항상 내 신변에 변화가 생기자, 때때로 라플라스의 악마에게 조종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현상을 "제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이름은 리만 제타함수와 관련된 소수의 규칙성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상황이 일어난 후에는, 과거의 유사한 경험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리만 가설의 '소수'의 연관성처럼, 이 현상이 일어났던 시점들은 내 인생의 '소수'에서 특별한 순간이나 분기점으로 느껴졌다. 먼 미래, 과거, 현재의 나와 특이점들이 연결되어 있고, 갑작스런 위기를 알려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나 특이점이 일어나기 전에 세이브 포인트 같은 느낌도 있었다.
이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한 후에는 두통도 함께 찾아왔다. 그래서 정신과 상담도 받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데자뷔라고 뇌의 착각 증상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이 현상은 평화로운 순간에도 발생하고, 데자뷔와는 약간 다른 면이 있어서 의사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자연과학과 논리에 입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이 현상을 믿기 어려웠고, 이를 이해하려고 여러 서적을 찾아봤지만, 명확한 설명은 찾지 못했다.
일본 소설 '나만이 없는 거리'의 리바이벌 현상이 가장 유사했다. 그 소설의 주인공은 짧은 미래를 보고, 그 능력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한다. 이 설정은 내가 겪은 현상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픽션 작품이기 때문에 현실과 연관이 없다. 또한 무당의 '신기'나 '예지'능력과도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는 이 현상을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가졌다. 역사, 사회과학, 철학, 건축학, 심리분석,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자연과학, 생물학, 뇌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통해 이 현상과 비슷한 사례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마치 리만 가설에서 소수의 규칙성을 찾아내려는 것처럼, 제타 현상 역시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연결하는 규칙성을 찾아내려는 시도였다. 이 현상과 유사한 사례를 다른 학문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완벽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는 나에게 학문적 호기심을 더욱 자극해주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4월 14일 밤에도 갑작스런 제타 현상이 다시 찾아왔다. 그날은 평소와 달리 비트코인이 고점을 찍은 시점이었다. 주로 시각적인 정보가 중첩되는 현상이었으나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절규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래서 친한 후배에게 제타 현상이 찾아왔다고, 비트코인이 고점에서 폭락할 것 같다는 예감을 전달했다. 놀랍게도, 비트코인은 곧바로 하락장으로 전환되었다. 이전부터 후배에게 제타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 그는 나의 이런 초자연적 경험에 어느 정도 익숙했다. 그러나 이번에 직접 실시간으로 목격한 후배는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하락장이 확인되자마자 후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형, 대박이다! 그 예지같은 육감 현상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줄래? 아까 차트 보다가 또 소름 돋았어. 그리고 덕분에 익절했어! 고마워! ㅋㅋㅋ"
"예전에도 말했었지만 나도 잘 모르겠어, 가끔 찾아와. 어떤 때는 강하게 느껴지고, 어떤 때는 희미한 느낌이긴 한데, 그게 정말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어. 단지 현상이 일어나면 조심하는 정도야."
"형, 그거 진짜 대단한 것 같아. 근데 혹시 다른 사람들도 그런 능력이 있을까?" 목소리에 흥미와 탐욕이 섞여 있었다.
"누구나 그런 능력이 있는 건 아닐 거야. 하지만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이런 현상이 정말 신비로운 예지력인지 아니면 우연히 일어난 경험인지는 확실하지 않아."
"그럼 그 현상은 언제 발현되는 거야?"
"나도 잘 몰라,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Active 스킬이 아닌, Passive 스킬이고 발동 조건은 무작위야. 그런데 대체로 위험한 상황에서 발동하는 것 같아."
"아이고, 겜덕후 아니랄까봐... 암튼 알았어. 형, 그거 말고도 다른 신기한 능력도 있어? 왠지 더 소름 돋는 일들이 있을 것 같아서..."
"예전에 만났던 여자친구 '예나' 기억나지?"
"어, 형. 기억해. 근데 이 질문이랑 무슨 상관이야?"
"몇 년 전에 그녀가 돌아갔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 있었어..."
"무슨 일? 나 막 소름 돋아야 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나 예전에 잡학사전이라서 손금, 사주 공부해서 봐주던 거 기억나?"
"ㅋㅋㅋ 형. 픽업아티스트하겠다고 돌아다닐때 이야기하려는거야? 이제 늙었어.. 그냥 인정해.. 그러면 편해."
"야, 좀 들어봐... 그때 내가 예나의 사주를 봐줄 때 그 현상이 왔어. 그때는 미약하게 느꼈는데, 강하진 않아서 넘겼어. 하지만, 나중에 예나는 결혼 후 둘째를 출산하다가 하혈이 멈추지 않아 돌아갔다고 들었어. 그리고 특이하게도 사주에 월주에 백호대살이 있고, 손금에 생명선이 이상할 정도로 짧았거든... 그땐 그냥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었지..."
"와.... 진짜 소름 돋는데... 근데 형 어떻게 알았어? 그동안 연락했던 거야?"
"아니, 우린 헤어진 뒤로 서로 연락이 없었어.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우연히 잠을 자다가 꿈을 꿨거든... 그 꿈에 예나가 나왔고, 나는 예나의 결혼식장에 있었어. 예식장에는 들어갔었지만, 차마 예나의 결혼식을 참석해서 축하할 수 없었어. 그래서 나는 멀리서 예나를 보고 마지막으로 축하한다고 꽃다발을 예식장 정문에 놓고 나오려고 했어."
"하지만 그때 예나가 식을 올려야 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만나기 위해 예식장의 정문까지 나왔어. 나는 그 상황이 너무 어색해서 대면을 피하고 싶었지만, 예나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 달려오며 나를 찾았어. '꼭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 잘 지내고, 상처받지 말고, 항상 행복하기를 바랄게.' 그렇게 예나는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어. 그리고 나도 '너를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결혼 축하해.' 이렇게 말했어."
"그리고 바로 그 꿈에서 깨어난 후, 예나가 생각나서 그녀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확인했어. 그랬더니, 예나 프로필에 기일과 장례식장이 적혀있는 거야. 남편이 예나 카카오톡 프로필을 그렇게 바꿨어. 더욱 놀란 것은 그 꿈을 꾼 날이 기일로부터 49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 꿈과 예나를 잊지 못하게 됐어."
"형, 그거 진짜 슬프다. 예나 누나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그래도 형이 그 꿈을 통해 예나 누나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리고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진짜 소름 돋는 이야기다."
"아.. 그리고 오늘이 4월 16일이다보니 생각나는데.. 벌써 7년이나 지났지만,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날이야."
"... 아 그러네... 형 그때 단체 카톡방에 말했던 것도 기억나네.. 진짜 형은 신기한 능력이 있긴 한가보다... 그때 아침에 형이 단톡방에 배 침몰하는 꿈을 꾸었다고 했던가? 그리고 1~2시간 뒤에 세월호 참사 뉴스가 나왔을 때 진짜 소오오오오름!!!"
오늘, 4월 16일은 나에게 굉장히 기억에 남는 날이다.
2014년 4월 16일은 안타까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이다. 그 날 나는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끌고 오하마나호라는 페리에 탔었다. 이 오하마나호는 세월호와 같은 종류의 배였다. 그 날 아침 7시쯤 배가 침몰하는 꿈을 꾸었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의 절규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구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세월호 참사 현장을 그대로 꾸었다. 그리고 나는 악몽을 꾸고 깨어나자 머리가 아팠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선실로 나갔다. 선실에는 티비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세월호 침몰 뉴스가 나왔다. 처음에는 전원 구조되었다는 뉴스가 나와서 별 생각을 하지 않았으나, 오보라는 소식이 다시 들려왔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 배는 그날따라 인천 항 주변에 안개가 심하게 끼어서 항해가 힘들었다. 해경은 세월호 구조로 전부 이동한 탓에 오전 9시 전에는 도착해야 할 배가 저녁 5시가 넘도록 해상에 정선해 있어야 했다. 그 배에 타고 있던 이용객들은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바다에서 표류했다. 결국 참다참다 못해 한 고위공무원의 친척이 다른 직속 루트로 전화를 걸었고 그제서야 인천항에 있던 예비 해경이 인솔을 나와서 겨우 저녁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내게 4월 16일은 항상 추모하는 날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었고, 그날의 상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4월 16일은 국민들에게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살피고, 그날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날로 기억되고 있다. 나 역시 그날을 잊지 않으며,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조용한 추모를 바친다.
"솔직히 말해... 형 수익 예지능력으로 번거지?"
"NOPE! 나도 이게 언제터질지 모른다. 근데, 도움이 될 때도 있긴 해 ㅋㅋㅋ"
"그래도 형이 그런 능력 있어서 부럽다. 나도 이런 특별한 능력이 있으면 좋겠어."
"특별한 능력이 있든 없든, 중요한 건 자신을 잘 알고 믿는 것이야. 그리고 항상 주변을 잘 살펴보면서 느낌을 따라가는 것도 중요해."
이 현상은 나만의 특별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대체로 평범한 날에 이 현상이 발생하면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졌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 보이스피싱 전화, 사기꾼의 등장과 같은 일들이 있었다. 트레이더로 일하면서도 종종 이 현상을 경험했고, 때때로 중요한 분기점에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끔 이 현상을 과도하게 해석하면서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적도 있었다. 이 현상의 발생 원인과 왜 나에게만 주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남아 있지만, 이를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가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이 현상을 통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마주하는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제타현상을 경험한 다음 날 악천후에 차를 운전하다가 포트홀 사고를 당했던 적이 있다. 이 제타현상은 바로 근시안적인 미래를 알려주지도 않았던 탓에 어떤 시점을 알려주는지도 상당히 모호해서 그 사고를 피하지는 못 했다. 만약에 내가 이번 포트홀 사고를 처음부터 피했다면, 이 현상을 기억할리도 없는 사건이 된다. 내가 운전하는 방면에 그냥 도로에 포트홀이 있었고 안 빠지게 운전을 하면 기억도 못 할 사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포트홀 사고가 났고, 그것을 제타현상의 신변 변화로 인식하는 뇌의 착각일수도 있다. 그리고 정말로 설사 그 미래를 알려준다한 들, 예지하는 능력이 모든 불행의 사고를 피하게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제타를 통해 들었던 생각은 어떤 미래의 누군가 경고 신호를 주더라도, 안 좋은 일을 피하진 못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그런 위기가 왔을 때나, 오기 전에 선제 대응을 할 수 있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양자역학적 해석에 따르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체와 사건은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로 존재한다. 이러한 가능성들은 서로 얽혀 있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결정된 일들은 불확실성 원리에 의해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 제타 현상을 통해 짧은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불확실성 원리 때문에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제타 현상 덕분에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조금 더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현상을 통해 일어날 위기에 대한 준비와 대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포트홀 사고의 보상방법은 다소 복잡한 처리과정이 있다. 지자체에 영조물 배상책임을 해야하는데, 사고 나는 즉시부터 블랙박스 자료를 모아야 하고, 포트홀의 현장 사진도 찍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기록할 수 있게 보험회사에 사고접수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다소 경황이 없으면 이 중요한 순간에 대처를 못 하게 되고, 증명할 자료가 없으면 포트홀 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나는 이 기묘한 '제타'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 순간에 대처를 더 깊게 생각을 하게 된다고 생각했을수도있다. 우연찮게 유투브에서 포트홀 사고를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리즘때문에 본 적이 있었기에 대응을 잘 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의 발생은 유투브 알고리즘을 보고 난 후에 관측되었다. 제타가 발생했었더라도 내가 그 유투브를 몰랐더라면 과연 영민하게 대처를 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찮게 나는 관측된 이전의 시점에 관련된 지식이 있었고, 그 중첩 상태에서 좋은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제타가 발생했었더라도 대처 방법을 몰랐다면 자비로 포트홀 사고를 고쳤어야 했었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예지능력이 있다고 한들 모든 불행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의 삶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준비와 대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준비와 대처를 돕는 도구로 작용하며, 때로는 우리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고, 때로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끝없는 욕구, 과연 그것이 행복으로 이끄는 길일까?
- 작가의말
BGM : 1. Coldplay - Scientist
2. Travis Scott - The Plan (Tenet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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