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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서바이벌인데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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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4.08.30 07:02
최근연재일 :
2024.09.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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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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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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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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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응조법.

DUMMY

“등급 상승. 근력 향상 가호.”


[현재 단계 2단계. 다음 단계 3단계. 소모 진금 400G.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해.”


[진금이 부족합니다.]


혹시나 하는 얄팍한 생각에 진행해본 거다.


‘역시 안 되는구나.’


남은 진금은 139G.


‘속지만 않았으면 가능했는데.’


속이 쓰려온다.


기능이 올라가면 뭘 하나?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전투력인데.


‘향상 비용은 무조건 두 배씩인가?’


그렇다면 나중에는 한 등급을 올리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거다.


‘최후의 1인에 들지 못하면, 성장에 가속도가 붙지 못하겠구나.’


플레이어 자격만 유지하면서 아이템과 기술을 익혀나가도 강해질 수는 있다.


특히나 나 같이 수명에 제한이 없는 망자는 무조건이다.


그러나 그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찬수 놈이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이야?’


하루라도 빨리 성장해서 무인도를 빠져나가고 놈을 찢어 죽여야 한다.


‘무조건 진금을 많이 모아야 해.’


직접 사용해 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2단계 근력 향상은 1단계하고 근본적으로 달라.’


한 등급 차이지만, 그 차이는 상당하다.


가호만 계속 올려도 인간의 한계는 확실하게 뛰어넘을 거다.


‘남은 건 어떻게 하지?’


남은 진금은 139G.


응조법의 등급을 하나 올릴 수 있다.


‘아니야. 원래 생각했던 대로 스스로 올릴 수 있는 건 스스로 올리자.’


진금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은 제한되어 있다.


몬스터, 플레이어의 사냥.


그리고 최종 순위에 따른 보너스.


아껴야 한다.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하자. 대기실 퇴장.”


[퇴장합니다.]





*****


쏴아아...


차원전장으로 떠나기 전의 그곳으로 되돌아왔다.


‘시간의 흐름이 멈췄던 건가?’


내가 차원전장으로 떠날 때는 저녁이었다.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고 있을 때.


본래라면 너무나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봤어야할 풍경.


그러나 지금은 가장 싫어하는 풍경이 되었다.


‘노을을 보면서 죽었으니까.’


저 끔찍한 노을을 보면서 차원전장으로 떠났다.


‘그런데 차원전장은 아침이었어.’


최종 1인이 되어 대기실로 이동할 때도 아침이었다.


대기실에 있던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25에서 26시간 정도를 머물렀다.


그런데 내 눈앞에는 보기 싫은 노을이 그대로 남아있다.


하루 전과 너무나 똑같은 그 붉은 노을이.


저건 분명히 떠나기 전의 그 노을이다.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이번에는 미친 마법사 때문에 하루 만에 끝났지만, 정상적으로 서바이벌을 진행했다면 며칠은 더 걸렸을 거다.


혹은 더 걸릴 수도 있고.


플레이어가 마음먹고 숨으면 천리안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찾기 힘들 거다.


물론 대다수는 싸우려 들겠지.


식량 문제도 있을 것이고, 자신감도 차올라 있을 거다.


최후의 승자가 되었을 때의 이득도 충분하고.


그러나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실력에 자신이 없으면 숨어서 시간을 보내려 할거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차원전장의 전투가 끝날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그놈이 늙어 죽어버리면?’


물론 그 정도로 오랜 세월을 이곳에서 보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도 죽음은 은근히 흔하다.


교통사고, 병으로 인한 사망, 원한에 의한 살인 등등.


‘내가 죽일 때까지 무조건 살아있어야만 해!’


원수 놈의 무탈함을 빌어야 한다는 게 아니러니 하지만.


그러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그래야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멈춘단 말이지?’


그렇다면 마음먹고 오래 머물러도 된다는 의미다.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대를 만나면, 땅 파고 숨어있는 것도 시도해볼만 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게 유리해.’


밤이 되면 몬스터가 생성된다.


그걸 잡으면 아이템은 물론, 진금도 준다.


고작 1G라고 하더라도 진금은 진금.


거기에 모자란 실전 경험까지.


‘초반에는 아이템 파밍에 집중. 플레이어 자격 유지가 확실해지면 과감하게 사냥. 최후의 1인에 가까워지면 상황을 봐서 숨거나 과감하게 붙어보자.’


어차피 죽어도 진짜 죽는 것도 아니고.


‘이미 한 번 죽어본 몸.’


두려울 건 없다.





“응조법.”


뇌리에 새겨진 응조법을 제대로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조법이다.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투로도 단순하고 보법도 없다.


‘그렇다고 손가락이 도검불침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싸우다가 손가락이 잘려나갈 판이다.


검기까지 갈 것도 없다.


잘 재련된 검에 베이면 바로 베인다.


‘극성까지 익혀야 겨우 무기에 맞부딪칠 수 있겠구나.’


극성이 되어야만 무기를 든 자와 겨룰 기반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도 검날이 아니라, 검면을 노려야한다.


삼류 수준도 못되는 무공.


아마도 다른 조법으로 넘어가기 전에 익히는 기본무공인 것 같다.


손가락 단련과 조법의 용법을 이해하는 정도의 용도.


‘그런데 내가 사용하면?’


날붙이 정도는 간단하게 막아낼 수 있고, 살점 정도는 손쉽게 뜯어낼 수 있다.


강시공 덕분에 질긴 피부와 단단한 뼈대 얻었다.


거기에 2단계 근력 향상 가호 덕분에 근력도 인간의 한계에 근접했고.


‘단순한 투로? 오히려 나아.’


늑대와 싸우면서 느꼈다.


나는 정교한 기술보다는 힘으로 맞붙는 스타일이 잘 맞는다는 것을.


‘사실은 싸울 줄 모르는 거지.’


어설프게 훼이크를 넣고 그러는 것보다, 그냥 맞으면서 같이 한 대 패는 게 낫다.


응조법상의 투로에도 페이크 기술들이 몇 개 있지만, 과감하게 빼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만 사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최단 거리로 쏘아내고 잡아 뜯는다.


‘진짜 매처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몇 번 해보자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투로에 따라 손을 움직여보고 싶지만, 모든 것은 순서가 있는 법.


내공 없는 기술은 장난질일 뿐이다.


‘손까지 내공을 보내는 것이 우선이야.’


강시공에서 사용하는 혈도는 기경팔맥뿐이다.


본래 무공의 기본은 12경맥, 십이정경이다.


그런데 강시공은 특이하게 기경팔맥을 이용한다.


그 중에서도 인체의 정중앙을 상하로 움직이는 임맥과 독맥이 중심이 된다.


‘그 외에는 사용하지 않지.’


당연히 양손으로 가는 혈맥도 개척되어 있지 않다.


내 몸을 세로로 돌고 있는 강시공의 내공 흐름의 일부를 빼내어,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다행히 한 번도 운행해보지 않은 길로 내공을 이끌었지만, 강시공의 내공은 너무나 순종적으로 내 의지를 따라주었다.


그런데 너무 잘 따라줘서 문제였다.


한 번도 개척되지 않은 혈도에 격렬하고 폭력적인 강시공의 내공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간다.


퍽. 퍼퍽. 퍽.


양쪽 팔의 혈도에서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쏴아아...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강시공의 내공은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무작정 밀고 들어간 내공이 양팔에 가득 채워진다.


강시공으로 강화된 피부가 아니었다면 터져나갔을 정도의 압력.


근육들도 당연히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단단한 뼈와 질긴 가죽이 아니었다면,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을 것이다.


‘내 보관함. 육포 주머니 출고.’


육포 주머니가 바닥에 떨어진다.


손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


발가락으로 겨우 육포 주머니를 열고 바닥에 육포를 쏟아냈다.


무릎을 꿇고 개처럼 엎드려 육포 조각을 베어 물었다.


늑대 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입안에 가득 퍼져나간다.


화끈한 기운이 양팔에서 느껴진다.


잠시 지나자, 양팔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내 생각보다 강시공의 내공이 강하구나.’


양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다.


강시공으로 만들어낸 내공의 성질이 굉장히 거칠고 폭력적이라는 의미.


그리고 응조법은 생각보다 더 쓰레기고.


내공 운용에 대한 기법이 아예 없다.


‘강시공하고는 완전히 달라.’


강시공은 어떤 혈도에서 어느 정도의 사기를 모아서, 어느 정도의 속도로 밀고 나갈지 상세하게 정해져 있다.


물론 극성에 이른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졌지만.


초기에는 그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런데 응조법은 그냥 혈도 순서만 정해져 있을 뿐이다.


그 혈도에 극에 이른 강시공의 내공이 밀고 들어갔으니,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다.


‘아마도 응조법과 쌍을 이루는 내공심법이 있나보구나.’


그 내공심법에서 이미 관련한 내공 운용법이 설명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혈도 이름만 알려주는 걸 거다.


‘쉽지 않아.’


솔직히 강시공을 익히면서 무공에 대한 자신감이 한껏 올라 있었다.


망자와 강시공은 마치 한 쌍처럼 너무나 잘 맞았다.


힐링 반지로 인한 사고가 아니었더라도 극성에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그런데 응조법은 다르다.


네비게이션없이 초행길을 운전하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잘못해도 폐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


어차피 육류만 섭취하면 치료가 되는 몸이다.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육포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하다보면 되겠지.’


퍽. 퍼퍽. 퍽.


혈도가 다시 터져나간다.


또 다시 걸레짝이 되어버린 양팔.


‘그래도 처음 보다는 조금 더 버텼어.’


내공 운용의 요령이 늘어난 게 아니다.


재생된 혈도가 조금 더 질겨진 것.


개처럼 엎드려 육포를 씹어댔다.


뿌드득.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오는 양팔.


‘한 번 더.’


퍽. 퍼퍽. 퍽.

질겅질겅.


퍽. 퍼퍽. 퍽.

질겅질겅.


....


[응조법의 성취도가 상승합니다. 입문 -> 1성]


바닥에 있는 육포가 거의 사라질 때 즈음.


내공을 손까지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응조법이라고 할 만한 기반에 도달한 것.


이제부터는 반복 숙달을 통해 혈도를 단련하고 단련된 만큼 내공의 양을 늘려가는 수련을 해야 한다.


응조법은 내공을 이용해 손과 손가락을 강화하고, 내공의 관성을 이용해 손의 움직이는 속도를 높이는 무공.


내공의 운용과 응집이 핵심이다.


그런데 손가락에 응집되는 내공의 양이 미미하다.


응조법에 맞는 내공심법이 아니기 때문.


‘괜찮아. 하다보면 늘겠지.’


방법은 하나다.


반복 숙달.


머리로 이해하고 움직이는 것이 정석이지만, 반복 숙달에 의해서 몸이 스스로 길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차피 처음 응조법을 만든 사람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니까.


나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어느새 짙은 어둠이 무인도에 내려앉았다.


밤은 나의 시간.


쏴아아... 철썩.


밀려오는 파도가 커다란 바위와 부딪쳐 스러진다.


그 바위의 앞으로 걸어가 섰다.


쏴아아... 철썩.


내 등과 바위를 일정 주기로 부딪쳐 오는 파도.


이제는 내가 파도가 될 차례다.


후웅. 퍽.


직선으로 뻗어나간 다섯 손가락이 바위를 파고든다.


콰득!


꽉 쥔 손가락이 당겨졌을 때, 내 손안에는 바위조각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 있던 바위에는 바위조각이 뜯긴 자국이 선명하다.


오랜 세월 파도의 공격에도 거뜬하게 버텨냈던 바위가 내 공격 한 번에 뜯겨진 것.


‘생각보다 더 쓸만 해.’


강시공과 2단계 근력 향상 가호의 조합은 생각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방금 내가 사용한 것은 응조법 상의 가장 기본이 되는 투로인 응조포착이다.


응조포착(鷹爪捕捉).


말 그대로 ‘매가 발톱으로 잡아챈다.’는 뜻이다.


응조법의 기본이자 모든 것.


공격은 당연히 응조포착으로.


방어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공격을 응조포착으로 잡아채고, 반대편 손으로 반격한다.


다양한 투로가 있지만, 대부분이 응조포착의 응용이다.


‘이것만 판다.’


후웅. 퍽. 콰득!


내가 만들어낸 흔적 옆에 비슷하게 생긴 흔적이 남는다.


후웅. 퍽. 콰득!

후웅. 퍽. 콰득!

후웅. 퍽. 콰득!

...


양손을 번갈아 가면서 바위를 뜯어냈다.


사기가 들끓기 시작한다.


차원전장에서 선천진기들을 흡수했지만, 내 살심을 누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내 강시공이 강해질수록 망자로서의 완성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원혼의 크기도 커지고 있는 상황.


후웅. 퍽. 콰득!


바위가 놈의 얼굴 같다.


후웅. 퍽. 콰득!


놈의 얼굴에 손가락을 박아 넣고 싶다.


후웅. 퍽. 콰득!


놈의 뼈와 뇌수를 으스러트리고 싶다.


후웅. 퍽. 콰득!


놈의 가슴도. 놈의 배도! 놈의 다리도!!


후웅. 퍽. 콰득!


모조리 다 뜯어내 버릴 거다!


후웅. 퍽. 콰득!


그렇게 뜯고 또 뜯어냈다.


어느 순간 바위는 찬수 놈이 되어 있었다.


그런 놈을 나는 죽이고 또 죽였다.


영원히 이 시간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응조법의 성취도가 상승합니다. 1성 -> 2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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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무리와 강시. +2 24.09.10 552 23 12쪽
12 2회차 시작. 24.09.09 562 24 12쪽
11 인간답게. 24.09.08 585 24 13쪽
» 응조법. 24.09.07 604 23 13쪽
9 대기실. +1 24.09.06 609 22 12쪽
8 1회차 차원전장 완료. +1 24.09.05 613 25 13쪽
7 선택. 24.09.04 640 26 13쪽
6 폭포. +1 24.09.03 644 26 11쪽
5 샤프니스 나이프. +1 24.09.02 660 25 10쪽
4 첫 살인. +1 24.09.01 672 25 10쪽
3 마법 반지 +1 24.08.31 690 25 11쪽
2 강시공. +3 24.08.30 764 29 12쪽
1 배신과 부활. +1 24.08.30 900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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