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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서바이벌인데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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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4.08.30 07:02
최근연재일 :
2024.09.18 19: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2,389
추천수 :
496
글자수 :
115,573

작성
24.09.01 17:20
조회
671
추천
25
글자
10쪽

첫 살인.

DUMMY

[강시공의 성취도가 상승합니다. 5성 -> 극(極)]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 메시지와 상관없이 내 스스로가 느끼고 있었다.


내가 진화했다는 사실을.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를 넘어선 기분이다.


사기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난 건 아니다.


그저 이 강시공이라는 내공심법이 추구하는 효과가 극대화 된 것.


이전에는 사기를 혈도에 돌려 사기를 정화시키고, 그렇게 정화된 사기로 뼈와 피부를 강화시키는 형식이었다면.


‘지금은 사기가 바로 내 몸을 강화시키는 게 느껴져.’


그렇다고 운기가 불필요해진 건 아니다.


‘사기가 늘어나야 강화수치가 올라가고. 지금 내가 사기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운기조식뿐이니까.’


사실 사기는 내 몸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 다 쌓이는 건 아니다.


내 몸에서 허용하는 정도까지만 쌓이고 나머지는 흩어진다.


‘그런데 운기조식을 하면 압축이 된단 말이지.’


정화와 압축.


운기조식의 효능 중에 하나다.


‘극에 오른 건 시작일 뿐이야.’


이제야 출발선에 섰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아예 변화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뿌득.


주먹을 꽉 쥐어보았다.


이전과 달리 묵직한 느낌.


‘뼈가 무거워졌어.’


원래 나는 176에 80키로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180은 훌쩍 넘고, 몸무게도 100키로는 확실히 넘은 것 같다.


‘이정도면...’


푹.


등 뒤에서 무언가가 몸을 파고든다.


“이런 곳에 숨어있었구나. 스킬하고 진금 내놓고 죽어버려.”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모르는 언어이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질겨? 좋은 갑옷 입었냐?”


덥석.


손을 등 뒤로 돌려 놈의 손목을 잡았다.


피부를 뚫고 천천히 파고들던 검이 완전히 멈췄다.


“큭. 너 뭐야? 안 아파? 약 빨았냐?”


대답 대신에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들어올려, 목 뒤를 향해 겨눴다.


‘윈드 에로우.’


퓻.


“뭐야!”


‘윈드 에로우. 윈드 에로우. 윈드 에로우.’


놈의 반응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였다.


퓻. 퓻. 퓻.


“이거 못 놔!”


‘윈드 에로우.’


퓻.


마지막 윈드 에로우에 드디어 반응이 왔다.


“크악!”


비명을 지르고 찔러오던 검의 압력이 줄어들었다.


뿌드득.


몸을 휘돌리며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썩은 고목이 박살나고 내 주먹에 얻어맞은 놈이 휘청거리면서 뒤로 물러서는 것이 보인다.


놈은 왼손으로 왼쪽 눈을 누르고 있었고, 그 밑으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놈이 입고 있는 금속 방어구의 가슴부위가 움푹 들어가 있다.


내 주먹에 맞은 곳이 저곳인가 보다.


반면에 나는 등에서부터 왼쪽 옆구리까지 길게 잘려 나갔다.


정도 이상의 고통이라서 그런지, 통증이 배제되었다.


그저 따끔거리는 정도.


손가락으로 상처를 찔러 깊이를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깊지 않다.


근육과 내장이 잘려나갔다면, 몸의 움직임에 지장이 갈 뻔했다.


기습을 당한 것 치고는 상태가 나쁘지 않다.


“힐링! 힐링! 왜 안 돼!”


아이템 설명은 꼼꼼하게 읽어봤어야지.


타탓!


놈의 왼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쉬악!


왼쪽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놈은 오른손에 든 짧은 검을 내 목에 정확하게 찔러 넣었다.


역시나 숙련된 검수다.


‘후웁!’


눈을 질끈 감고 혼신의 힘을 다해 놈의 허리를 잡아챘다.


어깨에 놈의 허리가 닿는 감각이 느껴지자마자, 놈의 왼쪽 발목을 붙들고 잡아당겼다.


미리 생각해두었기에 반사적으로 움직인 것.


쿠당탕.


바닥을 같이 뒹굴었다.


왼쪽 귀가 따가운 걸 보면 귀가 베였거나, 잘린 것 같다.


그러나 지금 그런 걸 확인하고 있다가는 죽을 판.


‘내가 죽어줄 줄 알아?’


찬수 새끼 죽일 때까지는 절대 못 죽지!


콰득!


“크아아! 이런 짐승새끼가!”


눈을 가리고 있던 놈의 왼손을 이로 깨물었다.


푹푹. 푹!


놈의 손에 들린 검이 왼쪽 옆구리를 계속해서 찔러댄다.


그러나 제대로 자세를 잡지 않고 팔의 근력만으로 찌르는 공격은 극에 이른 강시공을 뚫어낼 수 없었다.


“뭐가 이렇게! 크아악!”


놈의 왼쪽 눈을 파고든 내 오른손 엄지손가락.


그곳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물컹한 느낌.


소름끼치는 그 느낌이 미치도록 혐오스러웠다.


그리고 미치도록 좋았다.


강시우라는 인간의 이성과 망자로서의 본능이 한꺼번에 휘몰아친다.


살고 싶은 욕망과 죽이고 싶은 욕망.


그것들이 하나가 되어, 같은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황찬수라는 원한의 대상을 향한 극심한 분노까지.


“내가 죽어줄 줄 알아? 죽어버려!”


콰드득!


“컥. 커컥. 컥.”


미친 듯이 찔러대던 검을 놓친 놈이 바닥에 누워 경련을 일으킨다.


내 손에는 놈의 얼굴뼈와 뇌의 일부가 들려있었다.


바닥에서 미친 듯이 떨어대는 놈과


그런 놈을 보면서 잘게 몸을 떠는 나.


[플레이어를 제거하였습니다. 진금 10G 습득]


메시지가 승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


바로 도망치려다가 놈의 시체를 향해 달려가 손을 얹었다.


[루팅 가능한 아이템을 표시합니다.]

[하나의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샤프니스 나이프, 중갑 보병 흉갑, 라이스트류 기초 검술서, 중장 보병 제식 소드, 힐링 반지, 나침반, 육포, 생수통...]


사방을 경계하면서 조심히 살펴보았다.


‘빨리 선택하고 가야 돼.’


그런데 아이템의 이름만 뜨고 상세 설명이 뜨지 않는다.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샤프니스 나이프와 라이스트류 기초 검술서.


‘장기적으로 보면 무조건 검술서이기는 한데...’


옆구리와 등.


그리고 귀에서 느껴지는 쓰라린 감각.


망자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쇼크사를 했거나, 중상이었을 상처다.


뇌에 새겨진 지식에 의하면 극에 이른 강시공은 백련정강으로 만든 검이 아니면, 뚫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내 몸을 뚫었단 말이야.’


특히나 놈의 허리에 있는 롱소드가 있는데도 짧은 검을 사용했다는 것까지.


‘샤프니스 나이프 선택.’


팟.


손에 생겨난 샤프니스 나이프를 꼭 쥐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울창한 풀숲에 몸을 숨기고 나서야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살아있었다면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을 것이다.


망자라서 다행이다.


‘내 보관함.’


=====

(1/5)

육포 주머니

=====


육포 주머니를 빼냈다.


주머니에서 꺼내든 육포를 입에 넣고 씹었다.


꿀꺽.


육포를 삼키자.


화끈.


쓰라리던 상처들이 이제는 뜨거워졌다.


잠시 그 뜨거움을 느끼다가 잠잠해졌을 때, 왼손을 올려 귀를 만져보았다.


‘있다!’


잘려나갔던 왼쪽 귀가 만져진다.


분명히 이곳으로 오는 길에 만졌을 때는 없었다.


손을 돌려 옆구리와 등도 만져 보았다.


‘여기도.’


그러나 상처가 커서인지 완전히 재생이 끝나지는 않았다.


남은 육포를 전부 다 먹고, 주머니만 다시 보관함에 집어넣었다.


식량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넣어두기 위해서다.


보관함은 한 종류 당 한 칸을 차지.


다만 주머니에 넣은 것은 주머니로 표시되는 것 같다.


테스트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육포 여러 덩어리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맞을 것 같다.


‘미니맵.’


시야가 변경되고 지도가 떴다.


[생존자 62/100]


많이 줄었다.


‘저 중에 하나는 내가 줄였구나.’


살인.


사람을 죽인 행위.


평생을 살아오면서 형성된 가치관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알려오지만, 내 본능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고 있었다.


‘사실은 내 의식도 그래.’


자리를 피하는 와중에도 바닥의 흙을 집어 들어 상처에 비벼 피 냄새를 지웠다.


중간 중간 뒤를 확인하면서 흔적이 남지 않았는지도 확인하고.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냉정하게 상황에 대처했다.


원래부터 이런 성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뭐.’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다.


괜히 ‘살인은 안 돼’ 하면서 머뭇거리다가 죽는 것보다는 이게 백배 낫지.


‘어차피 찬수 놈도 죽여야 하니까.’


섬을 빠져나가면 반드시 놈을 죽일 거다.


그런데 그때 되어서 ‘살인은 안 돼.’ 하면서 망설일 수는 없지.


찬수 놈을 떠올리자, 분노가 치솟고 사기가 넘쳐흐른다.


나를 죽인 찬수 놈만 생각하면 이렇다.


망자가 되면서 생긴 부작용이자, 정상적인 반응.


‘조금만 기다려라! 꼭 죽여줄게!’


매번 하는 다짐을 다시 한 번 더 하고.


미니맵의 위쪽을 확인했다.


[12시간에 한 번씩 플레이어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다음 위치 표시까지 남은 시간 2시간.]


‘애매한데.’


가장 가까이 있는 아이템의 위치가 2시간이면 충분히 갈 정도는 된다.


그런데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찌될지 모른다.


차라리 이곳에 숨어 있다가 어떤 식으로 위치가 표시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표시되는지를 확인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미니맵을 끄자, 손에 들린 단검이 눈에 들어왔다.


‘아. 맞다.’


무려 검술을 포기하고 선택한 아이템.


그 아이템을 살펴보았다.


[샤프니스 나이프]

- 인챈트 계열 3급 마법 샤프니스 마법이 걸려있습니다.

- 상시 시전 상태라서 날카로움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3급 마법이면 강하겠지?’


놈의 왼쪽 눈을 파고들었던 윈드 에로우가 1급 마법이었다.


그리고 내 몸을 불태울 뻔한 힐링도 1급 마법이었고.


3급이면 무려 2단계나 높은 등급이다.


‘대신에 상시 시전이라서 날카로움이 절반으로 감소한다고 했지?’


만약 원래 위력이었다면.


‘완전히 뚫렸을 수도 있었겠구나.’


강시공이 극에 달하자마자 바로 뚫렸다.


운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극에 이르렀으니까 살았지.’


5성의 경지였다면, 완전히 관통 당했을 것이다.


놈이 아주 조금만 더 빨리 공격했다면, 운기조식 중간에 공격을 당했을 것이다.


‘그랬으면 기혈까지 꼬였겠지.’


단 몇 초 차이가 생사를 가르게 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사기를 모으자.’


공격 스킬은 아니지만, 부족한 공격력을 대체할 수단이 생겼다.


그러니 이제는 내 본신의 힘을 늘리는데 힘써야 할 때.


풀숲에 숨은 상태로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찬수 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상상을 하면서.


사기가 강하게 뿜어져 나오다가 회음혈로 모조리 빨려 들어간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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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대기실. +1 24.09.06 607 22 12쪽
8 1회차 차원전장 완료. +1 24.09.05 613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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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폭포. +1 24.09.03 643 26 11쪽
5 샤프니스 나이프. +1 24.09.02 660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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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법 반지 +1 24.08.31 689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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